Achim Vol.15 Di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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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라는 단어를 올해만큼 많이 듣고 쓴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그 의미를 천천히 곱씹고 있습니다. '거리'가 지칭하는 대상은 생각보다 광범위합니다. 두 대상이 떨어져 있는 물리적 거리. 성격이나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정도를 뜻하는 심리적인 거리. 아주 다양한데요. 자꾸만 그 거리의 '적당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릴 적 수학 시간에 사용하던 컴퍼스가 힌트가 될 수 있을까요.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고 원하는 만큼 반지름을 맞춰 동그란 원을 그리는 제도기. 두 다리의 간격을 맞추고 조심조심 손잡이를 돌리던 시간을 기억하시나요? 운이 좋으면 매끈한 원이 그려졌던 것 같습니다.


나와 연결되어있는, 수많은 관계의 동그라미도 항상 매끈하면 참 좋을 텐데, 적정한 거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다만 그 중심은 내 안에 두려 합니다. 중심을 잡아주는 다리는 흔들리지 않도록, 오늘도 몸과 마음을 단단히 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