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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im Vol.30 F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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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이 시작됐습니다. 눈 뜨는 순간부터 우리는 무언가로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해요. 공기를 마시고, 눈부신 햇살을 받습니다. 물 한잔을 마셔요. 조금 뒤에는 사과 식초도 한 잔 마시고요. 고요한 침묵의 시간에 마음이 양식이 되는 문자들을 눈으로 흡수하고, 정리되지 않은 기억들을 일기장에 툴툴 털어내고 온전한 새 날을 시작합니다. 


이제는 아침 식사 차례예요, 그다음은 또 다른 문자, 소리. 점심 식사. 조금 후에는 저녁 식사까지. 하루동안 내 몸은 많은 것들로 채워지기만 합니다. 소화하거나 정리하거나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루동안 참 많은 인풋이 있지만 커다란 덩어리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들어 온 느낌뿐이에요. 쪼개고 다시 뭉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깨끗하게 비워진 작업대가 필요하고요. 


어쩌면 우리에게는 정기적인 금식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많은 영역과 관계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습관처럼 내 안으로 가져왔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려 합니다. 조금 거리를 두기도 하고요. 비워지고 비워져 숨이 편안히 들어오고 다시 나가는 순간, 그때를 기다렸습니다. 깨끗이 정화된 몸으로 다시 좋은 것을 선택해 나갈 거예요. 이번 호의 주제는 '금식'입니다.

Curation Note by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