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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 : Marseille
27,000원

우리는 누구나 ‘기록가’입니다. 당장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눈앞의 풍경을 촬영하는 것도 기록이니까요. 그러나 기록을 근 10년간 매일 한다는 것, 그 과정을 한 권의 책에 담아 낸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측불가한 세상이 짓궂게 굴어도 끄덕없을 끈기는 물론, 대상을 향한 시들지 않는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겠지요. 프랑스 마르세유에 사는 Clara Sfadj가 자신의 터전을 매일 기록한 것처럼요.


이 책은 Clara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 ‘@les_marseillaises’에 2014년부터 매일 업로드한 마르세유의 사진을 선별해 엮은 책입니다. 책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인 마르세유의 가장 일상적이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풍경이 수놓여 있습니다. 분주하게 오픈 준비 중인 카페, 왁자지껄한 시장, 햇빛이 잘게 부서진 푸른 지중해 바다, 해안가에 누워 여유를 즐기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10년 가까이 쌓인 마르세유의 조각들이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과정처럼 편집돼 마치 그곳을 하루동안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각 잡거나 멋 부리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진이라 그럴까요? 마르세유의 여름 햇살이 더 반짝이는 것만 같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살짝 걱정했습니다. 마르세유에 가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게 부풀어 현실이 울적하게 느껴지면 어쩌나 하고요. 그런데 다 보고 난 지금은 기분이 조금 이상합니다. 가고 싶은 갈망은 그대로인데, 오히려 눈앞의 현실을 더 열심히 기록하고 싶달까요? 매일 쌓인 일상이 얼마나 근사한 결실을 맺을 수 있는지 알게 돼서인 듯해요. 조금 더 성실한 기록가가 되어 매일을 더 세심하게 관찰하기로 다짐해 봅니다. 물론, 마르세유에 가는 건 여전히 버킷리스트에 있다는 거!


Curation Note by Do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