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오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Achim 에디터 도연입니다. <Achim> Vol.30 ‘Fasting’ 호가 출간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네요. 그간 어떻게 읽으셨을지, Fasting이라는 가치가 여러분의 삶에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한데요.
오늘은 Vol.30의 ‘Talk’ 코너에 함께해 주신 ‘재지마인드’ 키키 님, 프랭키 님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두 분을 Vol.30의 인터뷰이로 모신 건 안정적인 삶에 ‘멈춤’을 택하고, 재즈처럼 자유로운 삶을 찾고자 그 과정에서 ‘비움’을 실천한 두 분의 이야기가 저희가 전하고자 한 Fasting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 들여 보내 주신 답변을 읽으며 Achim 팀은 크게 감탄하고 감동했답니다. 모든 답변을 그대로 지면에 담을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편집해야 했지요.
그렇지만 저희에겐 저널이 있지요! 지면에는 담지 못했으나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답변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평소 재지마인드 두 분을 애정해 오셨거나 Vol.30 인터뷰를 즐겁게 읽으셨다면 반가운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시길, Fasting에 대해 조금 더 음미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재지마인드를 시작한 후 두 분에게 생겨난 가장 큰 변화가 궁금합니다.
모르는 분들에게 응원을 받는 일인 것 같네요. 그분들이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이유는 ‘우리라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고, 이런 가치관과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멈출 수 있고요.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하고 저희를 알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르는 분들에게 응원을 받는다는 건 저희로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게 되었어요. 기존에 알던 지인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이 나를 인지해 갈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신을 알리는 방향과 태도가 타인을 답습하지 않은, 진정한 나만의 이야기일 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찾아온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재지마인드 컨텐츠가 ‘서울 여행’인데요. 발길 가는 대로 서울 곳곳을 여행하시는 모습을 보며 서울을 다시 알고 새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떠난 서울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중 한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어디에서 살고 싶나요?
느껴 주신 것처럼 저희는 미리 정해 두지 않고 발 가는 대로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요. ‘서울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다산 성곽길입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살고 있다가 어느 분이 저희가 좋아할 것 같다며 댓글로 알려 주셔서 가게 된 곳이에요. 누군가 저희를 생각해 주셨다는 점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날따라 매미가 무지하게 울어 대고 여름의 한가운데라 무척 더웠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아니면 우연히 마주친 카페 사장님이 저희를 알아봐 주셔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저희는 서울이면서 서울이 아닌 척하는 동네를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성곽이나 고궁 근처에 상권과 생활권이 함께 있는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산 성곽길도 그런 곳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생각하다 보니 기억에 남을 만한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살고 싶은 곳은 광화문 일대인 것 같아요. 물론 현재까지 그렇다는 이야기고 아직도 모르는 서울의 멋진 곳들이 많아서 바뀔 수도 있지만요. 광화문 일대 중에서 정확히 어디에 살고 싶은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겠네요. 어디에 살지를 고민하다 보니 마주하게 되는 건 ‘어떻게 살지’더라고요. 결국은 위치가 아니라 가치관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카페와 공원이 많은지, 동네 자체를 하나의 미술관처럼 자주 보고 느끼고 싶은지, 문화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많은지, 서점이나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지 등 여러 문제들에 욕심을 내다 보니 결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네요.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아마 두 분이 영상에서 가장 자주 하시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두 분이 발견한, 각자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키키: 저는 최근에 영화와 사진을 좋아하게 됐어요. 영화의 장르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감독의 삶에 대한 태도가 투영되어 있는 예술영화를 좋아하고요. 지난 1년 동안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와 촬영에 관심이 커졌어요.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내고 기록하는 일에 스스로 재미를 느낀다는 걸 알아 가는 중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보고 느끼고 감동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일을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하고 싶네요.
프랭키: 저는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걸 알아 가는 중이에요.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는 영상으로 내 모습을 담아 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내 말투와 목소리에 구역질이 날 수도 있지만, 계속 보다 보면 화면 속의 나를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저의 경우에는 화면 속 자신을 마주한 이후로 타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어차피 노력해도 형편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3차원의 내가 조금 거북하다면 글쓰기를 통해서도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매일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내가 뭘 보고 느꼈는지가 계속 기록되더라고요. 어느 틈에 쌓여 있는 일기를 죽 읽어 나가다 보면 ‘내 생각이 이런 모양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자연스레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두 분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다른 관점이 있다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계획한 여행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많이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계획대로 안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대로 발걸음이 닿는 대로 자유로운 여행을 하면 애초에 실패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훨씬 자유로워지는 것 같고요. 불필요한 정보나 관계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가능성을 짊어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이나 욕망, 강박 같은 것들을 슬며시 내려놓을 때 자유로워지는 것 같네요.
일과 삶에 있어 키키 님은 프랭키 님에게, 프랭키 님은 키키 님에게 어떤 동료라고 생각하시나요?
키키: 프랭키는 현재 제일 친한 친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내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흔적도 없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대할 때 당연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서로 의지하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프랭키: 키키는 저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언젠가 같이 수영 강습을 받을 때 뒤에 계신 회원 한 분이 “두 분은 친구세요, 부부세요?” 질문을 하신 적이 있는데, 저는 그 질문을 좋아합니다. 전형적인 부부 같아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에서도 좋아하고요. 서로에게 의지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느끼셨다는 생각에 내심 흐뭇합니다. 가장 소중한 친구와 함께 살고 동료가 될 수 있다니 타고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드네요.
키키 님은 타인을 도울 수 있을 때, 프랭키 님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은 요즘 행복하신가요?
완전한 행복에 이르렀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다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지금의 삶의 형태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보게 된 장 루쉬 감독의 오래된 다큐멘터리 영화 <어떤 여름의 기록>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1960년 파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순수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는 영화인데요. 인터뷰이 중 어느 화가는 행복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다만 조화롭게 살고 싶다고 하죠. 자신은 근근이 먹고살지만 돈이 많은 친구들에 비해 좋아하는 책과 음반을 더 많이 가졌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달리 생각해 보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유독 행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정작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상태가 된 게 아닐까 싶어요. 답변을 정리하자면, 저희는 지금의 삶의 형태에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닝 오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Achim 에디터 도연입니다. <Achim> Vol.30 ‘Fasting’ 호가 출간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네요. 그간 어떻게 읽으셨을지, Fasting이라는 가치가 여러분의 삶에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한데요.
오늘은 Vol.30의 ‘Talk’ 코너에 함께해 주신 ‘재지마인드’ 키키 님, 프랭키 님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두 분을 Vol.30의 인터뷰이로 모신 건 안정적인 삶에 ‘멈춤’을 택하고, 재즈처럼 자유로운 삶을 찾고자 그 과정에서 ‘비움’을 실천한 두 분의 이야기가 저희가 전하고자 한 Fasting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 들여 보내 주신 답변을 읽으며 Achim 팀은 크게 감탄하고 감동했답니다. 모든 답변을 그대로 지면에 담을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편집해야 했지요.
그렇지만 저희에겐 저널이 있지요! 지면에는 담지 못했으나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답변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평소 재지마인드 두 분을 애정해 오셨거나 Vol.30 인터뷰를 즐겁게 읽으셨다면 반가운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시길, Fasting에 대해 조금 더 음미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재지마인드를 시작한 후 두 분에게 생겨난 가장 큰 변화가 궁금합니다.
모르는 분들에게 응원을 받는 일인 것 같네요. 그분들이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이유는 ‘우리라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고, 이런 가치관과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멈출 수 있고요.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하고 저희를 알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르는 분들에게 응원을 받는다는 건 저희로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게 되었어요. 기존에 알던 지인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이 나를 인지해 갈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신을 알리는 방향과 태도가 타인을 답습하지 않은, 진정한 나만의 이야기일 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찾아온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재지마인드 컨텐츠가 ‘서울 여행’인데요. 발길 가는 대로 서울 곳곳을 여행하시는 모습을 보며 서울을 다시 알고 새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떠난 서울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중 한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어디에서 살고 싶나요?
느껴 주신 것처럼 저희는 미리 정해 두지 않고 발 가는 대로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요. ‘서울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다산 성곽길입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살고 있다가 어느 분이 저희가 좋아할 것 같다며 댓글로 알려 주셔서 가게 된 곳이에요. 누군가 저희를 생각해 주셨다는 점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날따라 매미가 무지하게 울어 대고 여름의 한가운데라 무척 더웠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아니면 우연히 마주친 카페 사장님이 저희를 알아봐 주셔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저희는 서울이면서 서울이 아닌 척하는 동네를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성곽이나 고궁 근처에 상권과 생활권이 함께 있는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산 성곽길도 그런 곳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생각하다 보니 기억에 남을 만한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살고 싶은 곳은 광화문 일대인 것 같아요. 물론 현재까지 그렇다는 이야기고 아직도 모르는 서울의 멋진 곳들이 많아서 바뀔 수도 있지만요. 광화문 일대 중에서 정확히 어디에 살고 싶은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겠네요. 어디에 살지를 고민하다 보니 마주하게 되는 건 ‘어떻게 살지’더라고요. 결국은 위치가 아니라 가치관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카페와 공원이 많은지, 동네 자체를 하나의 미술관처럼 자주 보고 느끼고 싶은지, 문화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많은지, 서점이나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지 등 여러 문제들에 욕심을 내다 보니 결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네요.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아마 두 분이 영상에서 가장 자주 하시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두 분이 발견한, 각자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키키: 저는 최근에 영화와 사진을 좋아하게 됐어요. 영화의 장르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감독의 삶에 대한 태도가 투영되어 있는 예술영화를 좋아하고요. 지난 1년 동안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와 촬영에 관심이 커졌어요.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내고 기록하는 일에 스스로 재미를 느낀다는 걸 알아 가는 중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보고 느끼고 감동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일을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하고 싶네요.
프랭키: 저는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걸 알아 가는 중이에요.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는 영상으로 내 모습을 담아 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내 말투와 목소리에 구역질이 날 수도 있지만, 계속 보다 보면 화면 속의 나를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저의 경우에는 화면 속 자신을 마주한 이후로 타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어차피 노력해도 형편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3차원의 내가 조금 거북하다면 글쓰기를 통해서도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매일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내가 뭘 보고 느꼈는지가 계속 기록되더라고요. 어느 틈에 쌓여 있는 일기를 죽 읽어 나가다 보면 ‘내 생각이 이런 모양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자연스레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두 분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다른 관점이 있다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계획한 여행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많이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계획대로 안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대로 발걸음이 닿는 대로 자유로운 여행을 하면 애초에 실패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훨씬 자유로워지는 것 같고요. 불필요한 정보나 관계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가능성을 짊어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이나 욕망, 강박 같은 것들을 슬며시 내려놓을 때 자유로워지는 것 같네요.
일과 삶에 있어 키키 님은 프랭키 님에게, 프랭키 님은 키키 님에게 어떤 동료라고 생각하시나요?
키키: 프랭키는 현재 제일 친한 친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내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흔적도 없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대할 때 당연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서로 의지하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프랭키: 키키는 저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언젠가 같이 수영 강습을 받을 때 뒤에 계신 회원 한 분이 “두 분은 친구세요, 부부세요?” 질문을 하신 적이 있는데, 저는 그 질문을 좋아합니다. 전형적인 부부 같아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에서도 좋아하고요. 서로에게 의지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느끼셨다는 생각에 내심 흐뭇합니다. 가장 소중한 친구와 함께 살고 동료가 될 수 있다니 타고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드네요.
키키 님은 타인을 도울 수 있을 때, 프랭키 님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은 요즘 행복하신가요?
완전한 행복에 이르렀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다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지금의 삶의 형태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보게 된 장 루쉬 감독의 오래된 다큐멘터리 영화 <어떤 여름의 기록>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1960년 파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순수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는 영화인데요. 인터뷰이 중 어느 화가는 행복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다만 조화롭게 살고 싶다고 하죠. 자신은 근근이 먹고살지만 돈이 많은 친구들에 비해 좋아하는 책과 음반을 더 많이 가졌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달리 생각해 보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유독 행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정작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상태가 된 게 아닐까 싶어요. 답변을 정리하자면, 저희는 지금의 삶의 형태에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Edited & Photograph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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