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월간영감모음집ㅣ에디터 도연의 12월

2025-01-02
조회수 279

모닝 오너의 메일함에 Achim 뉴스레터 ‘일요영감모음집(이하 일영모)’이 있다면, Achim 저널에는 ‘월간영감모음집(이하 월영모)’이 있습니다. 월영모에선 Achim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 멤버들이 한 달씩 돌아가며 자신에게 ‘이달의 영감‘이 되어 준 조각들을 나눕니다. 소소한 일상부터 Achim을 만드는 동안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시행착오까지, Achim 사람들의 TMI가 본격 대방출됩니다. 

이번 월영모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웃음과 기쁨을 지켜 나간 도연의 12월을 전합니다.


🍊Doyeon's December Keywords

사만 커피 로스터스, 프로비전 시즌2, 메뉴북, 스탭 밀,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바실란도, 아침 글쓰기, 일본어 학원, 커뮤니티 보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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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닝 오너 여러분. Achim 에디터 도연입니다. 월영모로 인사를 드린 게 벌써 10개월 전 일이네요. 참담하고 비통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마음으로 보낸 12월이었기 때문일까요? 그때가 꼭 전생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마음이실까요.

매달 Achim 멤버들의 일상을 돌아보는 월영모를 이번에는 쉬어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계속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슬픔으로 가득한 시기일수록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그 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의 별것 없는 한 달간의 영감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기쁨으로라도 가닿는다면 큰 보람이겠습니다.



한성대입구역에 위치한 카페 ‘사만 커피 로스터스’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밖으로 나와 문앞을 서성인 기억이 납니다. 사장님이 손수 쓰신 안내문을 마음에 꾹꾹 눌러 담듯 읽었어요.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얼마나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니는지, 자신의 일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지 온 맘 다해 알고 계신 사장님의 모닝 커피를 마셨다는 게 참으로 행운이었습니다. 언젠가 아침에 이 근처를 가신다면 한 잔 꼭 드셔 보시길 바라요. 조용히 진하게 즐기다 가기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프로비전 시즌2 오픈을 앞두고 커뮤니티 오너 지완 님으로부터 커피 강습을 받았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가르쳐 주신 덕에 오픈 날부터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카페 일을 임해 올 수 있었어요(여전히 서툰 구석이 너무나 많지만요..). 저는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에 1층 카페로 출근하는데요. 이제는 문이 열리면 그쪽을 긴장보다는 기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그사이에 반의반 뼘쯤은 자라났나 봐요.



새로운 프로비전의 메뉴북을 정말 공들여 준비했어요. 어떤 음식과 음료가 구비되어 있는지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Achim이라는 브랜드와 프로비전이라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 여러분에게 어떤 기쁨과 가치를 드릴 수 있는지 한꺼번에 전달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메뉴판'이 아니라 '메뉴북'이라 부르고 있죠). 안에 담길 텍스트와 이미지를 다듬는 것부터 디자이너님과 소통하는 일, 고심해서 고른 종이를 인쇄 맡기기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제게는 더욱 소중하고 애틋한 작업물이 되었습니다. “우와, 메뉴판 예쁘다!” 프로비전에서 일하다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프로비전에서 일하는 즐거움 중 하나로 스탭 밀을 꼽을 수 있는데요. 출근하면 진 님이 항상 물어봐 주세요. “도연 님, 아침 먹었어요?” 그 말이 얼마나 푸근하게 들리는지 모릅니다. 요거트 보울부터 오믈렛 토스트까지, 매번 다른 아침상을 내어 주시는 덕에 하루하루 다른 행복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또 점심 시간에 동료들과 먹는 프로비전 메뉴들도 기쁨이 되어 주었고요. 혼자 먹어도 맛있는 음식은 같이 먹을 때 그 맛이 배로 커진다는 걸 제대로 실감한 한 달이었습니다.



12월의 저를 달래 준 책 중 하나인 임지은 작가님의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 책을 읽다가 한숨을 자주, 푹푹 쉬었습니다. 너무 좋은 걸 보면 저는 그러더라고요. 특히나 좋았던 페이지는 사진으로 담아 두기도 하였는데요. 구체적 선의를 가르쳐 주는 사람들,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로 도망치는 대신 뭐라도 하는 사람들을 이 책 덕에 저는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어안이 벙벙할 만큼 한가득 존재한다는 걸 목격한 순간은 제게 큰 위안이 되었지요.



일영모에도 소개한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도 제 12월의 평안을 지켜 준 책이에요. 이 책은 펼칠 때마다 마음 깊이 박히는 단어가 달라지는데요. 오늘은 ‘바실란도(Vacilando)’라는 스페인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오네요.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보다 목적지로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여정’. 바실란도적으로 흘러가는 2025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2월의 귀한 기쁨이 되어 준 또 다른 일, Achim 허들링 프로그램인 ‘아침 글쓰기’에 참여한 것입니다. 아침 글쓰기는 2주간 매일 아침 글을 쓴 다음 Achim 커뮤니티 슬랙인 ACC(Achim Community Center)에 나누는 프로그램인데요. ‘올해의 책’ ‘올해의 여행’ ‘올해의 영화’ 등 연말에 어울리는 키워드에 맞춰 글을 쓰며 한 해를 돌아보고, 다른 분들의 한 해는 어땠는지 둘러보는 아침이 참으로 행복했어요. 주말 아침 프로비전에 모여 지완 님, 현인 님, 지혜 님과 두 시간이 넘게 글쓰기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고요. 비록 매일 아침 쓰는 데는 실패했지만, 앞으로도 아침 글쓰기는 포기하지 않으렵니다. 마침 아침 글쓰기 허들링도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라고 해요. 아침마다 더 많은 분들의 글을 둘러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일본어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연초에 교토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일본과 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거든요. 아직 왕초보 단계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서 머리를 싸매기 일쑤지만, 그래도 이렇게 십수 년 만에 100점도 맞아 보고, 만만치 않게 보람찼습니다.



프로비전 1층 중앙 벽에 커뮤니티 보드가 생겼어요! 보드에는 Achim과 프로비전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Achim의 다양한 컨텐츠 및 커뮤니티 소식을 한눈에 보실 수 있게 담아낼 예정이에요. 공간에 들르시면 한번 스윽 구경해 주세요. 때마다 달라질 보드 위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동료들과 나눠 먹은 토스트,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먹은 케이크는 유난히 어둡게 느껴졌던 크리스마스에 빛 같은 달콤함을 맛보게 해 주었어요.



12월의 마지막 날, 용산에 위치한 비건 레스토랑 ‘퍼멘츠’에서 Achim 팀의 송년회를 가졌어요.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비건 디쉬들을 맛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Achim의 2025년을 함께 그려 보았죠. 그러고는 1월 1일에 태어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러 친구네 집으로 갔습니다. 보신각 종소리와 함께 2025년이 되자마자 “생일 축하해! 새해 복 많이 받자!” 외쳤고, 잠깐의 침묵을 가졌습니다. 기억해야 할 기쁨과 슬픔, 모두 잊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저의 월영모는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12월을 돌아보며 다시금 깨닫습니다. 비극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건 결국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순간들 덕이었음을요. 문득 모닝 오너 여러분에게 12월의 버팀목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댓글로 알려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2024년, 어느 때보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웃을 일만이, 평온한 아침만이, 안온한 하루하루만이 가득하길 간절히 바라 봅니다.


Written & Photograph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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