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일찍이 참새 무리가 종종걸음 치며 출입문 앞에서 조잘거리고 있다. 할 말이 많았던지 내가 다가가는 것도 모르고 몸집만큼이나 작은 소리를 내며 대화 삼매경에 빠져 있다. 나는 호기심이 동하여 참새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조심스레 다가간다. 그러나 참새 무리 중 눈치 빠른 한 녀석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참새들은 일제히 푸드덕 날갯짓하며 나무 사이로 꼭꼭 숨어 버려 나를 민망케 한다. 나는 괜한 오지랖으로 참새들의 대화를 방해한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문을 열고 매장으로 들어간다. 내부는 차갑게 식은 채 잠들어 있다. 그리고 약간 어둑어둑하기도 하다. 서둘러 조명과 스피커를 작동시켜 잠들어 있던 공간을 흔들어 깨워 본다. 그럼 너는 아마 화들짝 놀란 채 일어날 것이다. 비몽사몽한 채로 꾸미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내게 보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너의 그런 무방비한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어느 순간 그 모습이 떠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킥킥 웃음이 나기도 한다.

앞치마를 매고 2층으로 가는 흰색의 원형 계단을 오른다. 아침이라 그런지 발소리가 유독 크게 울린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려한 파티에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개츠비의 마음으로 나는 프로비전의 우아한 원형 계단을 오르내린다. 2층을 살펴보며 지난밤 동안 이상이 없ㅇ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개츠비가 되어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간다. 적당한 양의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전원 버튼을 누른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알맹이였던 원두가 고운 가루가 된다. 여기에 예쁜 꽃에 물을 주듯, 곱게 갈린 커피 가루에 조심스럽게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 준다. 그렇게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맛있는 커피 한 잔이 완성된다.
잘 내린 따듯한 커피를 몇 모금 마시다 보면 프로비전 멤버들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조금은 쓸쓸했던 공간에 온기를 더한다. 이 온기를 잘 쌓다 보면 오늘 하루를 따듯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더 이상 이 겨울의 찬바람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본격적인 영업에 앞서 멤버들과 따듯한 커피를 나눠 마시며 시시콜콜한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헤어진 지 불과 10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만날 때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는 멤버들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자연스럽게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언제든 꺼내 떠올릴 수 있도록 나의 마음속 작은 보석함에 이 순간을 고이 넣어 보관하기로 한다.
어느새 시간이 8시가 다 되어 간다. 어둠은 점차 사라져 가고 밝은 빛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창문 사이로 들어온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이 맡은 파트를 준비하며 누군가의 따듯한 아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머지않아 이곳을 찾아주실 누군가를 기다리며 빛으로 출렁이는 오늘 아침을 헤엄쳐 본다.

Written & Photographed by Minhyung
Achim Provision
(@achim.provision)
후암동 261-1
8am-3pm
Open Eve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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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비전 저널 Ep.12 : Knock, Knock
프로비전 저널 Ep.13 : 가을에 찾아온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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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이 참새 무리가 종종걸음 치며 출입문 앞에서 조잘거리고 있다. 할 말이 많았던지 내가 다가가는 것도 모르고 몸집만큼이나 작은 소리를 내며 대화 삼매경에 빠져 있다. 나는 호기심이 동하여 참새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조심스레 다가간다. 그러나 참새 무리 중 눈치 빠른 한 녀석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참새들은 일제히 푸드덕 날갯짓하며 나무 사이로 꼭꼭 숨어 버려 나를 민망케 한다. 나는 괜한 오지랖으로 참새들의 대화를 방해한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문을 열고 매장으로 들어간다. 내부는 차갑게 식은 채 잠들어 있다. 그리고 약간 어둑어둑하기도 하다. 서둘러 조명과 스피커를 작동시켜 잠들어 있던 공간을 흔들어 깨워 본다. 그럼 너는 아마 화들짝 놀란 채 일어날 것이다. 비몽사몽한 채로 꾸미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내게 보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너의 그런 무방비한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어느 순간 그 모습이 떠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킥킥 웃음이 나기도 한다.
앞치마를 매고 2층으로 가는 흰색의 원형 계단을 오른다. 아침이라 그런지 발소리가 유독 크게 울린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려한 파티에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개츠비의 마음으로 나는 프로비전의 우아한 원형 계단을 오르내린다. 2층을 살펴보며 지난밤 동안 이상이 없ㅇ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개츠비가 되어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간다. 적당한 양의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전원 버튼을 누른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알맹이였던 원두가 고운 가루가 된다. 여기에 예쁜 꽃에 물을 주듯, 곱게 갈린 커피 가루에 조심스럽게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 준다. 그렇게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맛있는 커피 한 잔이 완성된다.
잘 내린 따듯한 커피를 몇 모금 마시다 보면 프로비전 멤버들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조금은 쓸쓸했던 공간에 온기를 더한다. 이 온기를 잘 쌓다 보면 오늘 하루를 따듯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더 이상 이 겨울의 찬바람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본격적인 영업에 앞서 멤버들과 따듯한 커피를 나눠 마시며 시시콜콜한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헤어진 지 불과 10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만날 때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는 멤버들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자연스럽게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언제든 꺼내 떠올릴 수 있도록 나의 마음속 작은 보석함에 이 순간을 고이 넣어 보관하기로 한다.
어느새 시간이 8시가 다 되어 간다. 어둠은 점차 사라져 가고 밝은 빛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창문 사이로 들어온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이 맡은 파트를 준비하며 누군가의 따듯한 아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머지않아 이곳을 찾아주실 누군가를 기다리며 빛으로 출렁이는 오늘 아침을 헤엄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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