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플라하반 이야기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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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문이, 한 장소에서, 한 음식만을 만들며 

240년을 지나왔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오트밀 브랜드, 

플라하반(Flahavan's)의 이야기다.



Family

1785년, 킬맥토매스(Kilmacthomas)라는 작은 마을. 이곳에서 Thomas Dunn이라는 자본가가 귀리 재배와 교역을 시작했다. 이후 그의 손녀 Ellen Dunn과 그녀의 남편 Tom Flahavan이 사업을 물려받으며 플라하반의 본격적인 서막이 열렸다.

Tom은 자신의 아들 Edward와 함께 ‘가업’을 ‘기업’으로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사업의 규모를 넓히고자 킬맥토마스 농부들을 고용, 생산량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것이다. 이후 1935년, 플라하반은 Edward의 두 아들 James와 Tom의 손에 맡겨졌다. 형제는 곡류 입자를 미세하게 처리 및 가공하는 ‘플레이크' 공법을 개발해 현대식 오트밀을 구현했다. 이때 탄생한 제품이 ‘Progress Porridge Oats’. Achim이 ABC Vol.03를 통해 소개한 ‘Flahavan’s Porridge Oats’의 시초였다.


플라하반의 시그니처 제품이자 오리지널 오트의 기원인 Progress Porridge Oats의 패키지(이미지 출처 : 플라하반)


 ABC Vol.03에 구성된 Porridge Oats


오리지널 오트의 탄생으로 아일랜드 전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간 플라하반은 1970년, James의 두 아들 John과 Edward가 가업에 뛰어들며 혁신을 거듭했다. 귀리 껍질이 천연 에너지로 활용 가능한 점을 알아내 세계 최초로 에너지 추출이 가능한 기기를 개발했고, 퀵오트 컵플랩잭스처럼 일상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며 오트밀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현재 홀로 수장을 맡고 있는 John은 플라하반을 더 이상 가족 구성원이 아닌 브랜드를 잘 키워 나가리라 판단되는 유능한 적임자에게 맡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소 족벌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기존의 구조를 타파하려는 반가운 뜻이긴 하나,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와 정체성이 퇴색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플라하반은 수장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을 브랜드의 기반을 단단히 다져 놓았다.


킬맥토매스의 20세기 초 전경과 현재 전경 (이미지 출처 : 플라하반)


Place

플라하반이 최고의 오트밀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출생지가 아일랜드라는 점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사시사철 강우량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불어 귀리가 가장 맛있게 자랄 수 있는 완벽한 기후 조건을 갖췄다. 특히 킬맥토매스는 토질이 좋고 바로 옆에 마혼(Mahon) 강이 흘러 귀리 재배에 필요한 대량의 물을 급수하기에 용이하다. 

국가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곳에 터를 갖춘 덕일까. 플라하반은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여전히 킬맥토매스에 위치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며, 변함없이 마혼 강의 물을 길어올려 귀리를 재배한다. 플라하반 가문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후손들까지 지금도 그곳에서 귀리를 재배하고 있다니, 오랜 시간 초심을 지켜 온 브랜드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킬맥토매스에 위치한 플라하반 생산 공장(이미지 출처 : 플라하반)


3대째 플라하반 귀리 재배에 종사 중인 Morrissey 부자 (이미지 출처 : 플라하반) 


John은 말했다. “우리 가족이 200년 넘게 지내온 이곳에 당신이 방문한다면, 아일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이토록 소중한 터전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숙명에 고민이 많았을 터. 그는 그 숙명에 순응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터전을 지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안하며 최선을 다해 맞서려 한 것이다.

먼저 그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중 70%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했다. 이중 60%는 2015년에 세운 풍력 발전기를 통해 얻고 있으며, 이외에도 화력, 태양열 등을 이용한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 사용은 중단한 지 오래다.

뿐만 아니다. 감시와 통제가 있어야 흔들림 없이 신조를 지켜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해 아일랜드 정부를 찾아가 자발적으로 ‘오리진 그린(Origin Green)’에 참여했다. 오리진 그린은 식품 제조사가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국가 차원에서 점검하고 격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리진 그린을 통해 플라하반은 제조 및 공급, 제품의 영양 상태 등 다섯 가지 분야에서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아 2021년에는 ‘골드 멤버'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Oats

귀리의 이로움은 익히 알려진 것만으로도 무수하다. 밀이나 쌀 등 다른 곡류보다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이 풍부하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에도 유용하고… 그렇다면 7대에 걸쳐 외길을 걸어온 가문이, 가장 완벽한 터전과 기후를 토대로, 환경을 위한 책임을 다하며 만든 귀리는 무엇이 다를까? 그저 맛과 식감과 상태가 뛰어날 뿐일까?

아래 두 영상을 시청한다면 알게 될 것이다. 플라하반의 귀리에는 다른 귀리에는 없는, ‘신뢰감'이라는 특별한 성분이 가미되어 있음을. 그것이 플라하반이 240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임을.  



Written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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