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Achim〉 Vol.31 인터뷰 B-side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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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오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Achim 에디터 도연입니다. 지난 달 〈Achim〉 Vol.31 ‘Boundless’가 출간된 후 Achim은 경계를 허무는 기쁨에 대해 다각도로 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Vol.31의 ‘Talk’ 코너에 함께해 주신 김모아 작가님과 허남훈 감독님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두 분은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허물며 책, 음악, 영상으로 삶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그룹 ‘커플의 소리’로 활동하고 계세요. 여행하듯 일상을 보내고, 일상을 보내듯 여행하는 이야기를 전하며 왜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질문을 던지죠. 〈Achim〉 Vol.31을 읽으신 분이라면 그 물음에 자기만의 답으로 응답해 보셨을 텐데요.

두 분과 서촌의 한 카페에서 만나 두 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저 역시 저만의 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물론 그 답은 남은 생 내내 찾아야 할 숙제겠지요. 어차피 해야 할 숙제, 즐겁게 하면 좋잖아요. 분량 상의 제한으로 미처 싣지 못한 두 분의 답변들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숙제의 즐거움을 느껴 보시길, 그렇게 삶에 그어져 있던 경계선을 가뿐히 흐트려 보시길 바랍니다.





남훈(이하 N) : 일단 ‘커플’이라는 단어는, 저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남과 여’ ‘여와 남’의 이야기이니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어가 뭘까 고민하다 정하게 됐어요.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글과 음악과 사진과 영상이 모두 ‘소리’로 묶인다는 생각을 했고요.

모아(이하 M) : 사실 커플의 소리는 한글 이름이고, 저희의 원래 프로젝트 이름은 ‘르 쏭 뒤 꾸쁠르(Le Son du Couple)’인데요. (감독님을 가리키며) 워낙 질문이 많은 사람인데, 어느 날 저한테 묻더라고요. 만약 태어날 곳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냐고요.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 문화에 심취해 있었어요. 제 문화적 소양, 제가 향유한 책, 음악, 영화 등 모든 게 프랑스였거든요. 그래서 프랑스어로 이름을 짓게 됐죠. 프랑스어를 몰라도, 사람들에게 어려워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불어가 꼭 음악처럼 들렸거든요. 소리라고 이름 지은 것처럼, 사람들이 이 이름마저 그냥 소리로 인식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M : 저는 사실 틀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제 안의 틀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틀이 만들어지면 이걸 지키면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감독님이 항상 저한테 말했어요. “창작은 틀을 깨는 거야.” 이 사람은 실제로 틀을 깨면서 작업을 하고 업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걸 계속 굴리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굴러가잖아요. 사회의 시류에 그걸 띄워 놓으면 시류에 따라 알아서 가기 마련인데, 저한테 “거기서 내려와. 네가 네 시류를 만들어 가면 돼.”라고 말해 준 사람이죠.

N : 저희는 프로덕션 회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창작을 해 오고 있는데요. 뿌리를 뽑아내듯 기존의 삶을 다른 삶으로 완전히 옮기는 건 저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도 ‘그건 하지 말자.’였어요. 최대한 스며들듯, 천천히 원하는 삶으로 옮겨 갈 생각이었죠. 개인적으로 저는 주변에서 누군가 퇴사를 하고 책을 쓰거나 여행을 하거나 창작을 하겠다고 하면 추천하지 않는 쪽이에요. 그건 회사를 다니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오히려 야생에 나오면 애초에 하려고 했던 창작이 더 선명해지지 않을 수 있거든요. 한쪽에만 물을 주던 걸 다른 쪽에도 조금씩 주다가 그쪽이 어느 정도 자라면 천천히 터를 옮기는 건 좋겠지만, 여기가 어떤 땅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아무 땅에나 뿌리를 내리려 하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N : 저희의 슬로건을 “삶과 여행의 경계를 허문다.”고 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삶을 여행처럼 살고 싶거든요. 주변 분들을 우연히 만나면 요즘 바빠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 여행하듯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여행할 때처럼 바지런하게 살려고 하니까요. 또 저희는 일도 삶도 함께하고, 집이 일터이자 휴식처거든요. 항상 둘이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어진 환경에 매몰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여행에서 경험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더 반기고 즐기려 하는 것 같아요.



N : 2023년 11월에 교토 여행을 다녀오고 서울에 도착한 순간, 마음이 뒤숭숭했어요. 자고 일어났는데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모아 씨랑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했어요. “아무래도 교토에 다시 가야 할 것 같아. 이 여운이 남아 있을 때 바로 갔으면 좋겠어.” 그래서 한 달도 채 안 돼 12월에 다시 가게 됐어요. 최대한 시간을 확보해 40일 정도 지냈고, 그 시간을 담아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사진집, 교토〉를 펴냈죠.

M : 그 시기의 남훈 씨는 약간 과부화 상태처럼 보였는데요. 교토에 곧바로 가고 싶다는 말이 저한테는 교토 안에선 덜어 내는 게 가능할 것 같다는 뜻으로 들리더라고요. 교토가 거대한 음악 같고 그 음악이 본인에게 너무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고요. 곧장 비행기 표를 알아봤죠.


M : 저희끼리 이런 얘기를 했어요. 교토는 도시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세상 같다고.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옛 풍경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고, 그 의미를 그들이 찾아갈 거 아니에요. 그게 너무 존경스러웠어요. 사회나 시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이유와 의미를 지켜 나간 그 태도를 배우고 싶었어요. 어딜 가든 그런 모범 같은 가게와 사람이 있어서 가만히 들여다봤던 것 같아요.


M : 친구를 통해 교토에서 스미코 상이라는 분을 만나게 됐어요. 그분과 저희는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요. 그분은 일본어만 구사하시고, 저희는 일본어를 잘 못하니까요. 그런데 소통에 문제가 없어요. 저희 책을 궁금해하셔서 보내 드렸는데, 한 장 한 장 촬영해서 번역하신 다음 저희한테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 이 부분이 너무 좋았고, 이 문장은 왜 좋았고. 그런 식으로 서로를 궁금해하고 알려는 마음이 쌓이면서 소중한 연이 됐어요.

N : 여행 마지막 날 교토 시내에서 1시간 반 떨어진 그분 댁과 작업실에 저희가 놀러 가기도 하고, 그분이 또 서울로 오셔서 같이 서촌 수제비랑 보리밥도 먹었거든요. (웃음) 작은 인연에서 출발해 아주 좋은 친구가 됐죠. 여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그런 인연들이 너무 신기하고 소중해요. 어쩜 이렇게 이어지는지. 짧은 시간인데도 서로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깊어지는지. 만날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비슷한 공감대와 관심사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서나 통하는 것 같고요.



Edit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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