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술 작품 감상 플랫폼 BGA에선 Achim 에디터들이 선정한 작품과 그에 대한 감상을 담은 에세이가 발행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Achim 커뮤니티 슬랙 ACC(Achim Community Center)에선 'Writing on Canvas' 허들링이 진행되었어요. 모닝 오너들이 밤 11시에 작품과 글을 감상한 뒤, 다음 날 아침 맑게 갠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감상문을 써 #morning-writing 채널에 나누었죠. 어느 때보다 온기 가득했던 5일간의 기록을 나눕니다. 4일 차 민정화 작가님의 작품 <마음 #19>와 Achim 에디터 도연, 그리고 모닝 오너분들의 글을 감상해보세요. 예술이 던져준 생각을, 거기서 자라난 나만의 기록을 말입니다.
<마음 #19>, 민정화
캔버스에 안료, 40x40cm, 2022
출처 :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작고 동그랗고 붉은>, Doyeon, Achim Editor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데 한 친구가 큰 소리로 내게 모욕적인 농담을 했다. 강의실에 있던 모두가 와하하 하고 웃었다.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와하하 웃었지만, 뜨겁고 새빨개진 얼굴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그 애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잠깐만 나와 달라고. 5분 정도 기다리면 그 애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작고 동그랗고 붉은 그 애의 얼굴을 보면 안도감에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 나를 보고 그 애는 붉은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울었다. 내가 울면 더 우는 그런 애였다.
10년 정도 흘러 취업 준비생 때였다. 마음이 유독 무거운 날이면 나는 그 애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잠깐만 만나 달라고. 그 애는 바쁜 직장인인데도 내가 떼를 쓰면 한달음에 와 주었다. 그냥 심심해서 부른 거라 하면 그 애는 짜증을 내다가도 금방 웃었다. 내가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면 그 애는 붉은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웃었다. 내가 웃으면 더 웃는 그런 애였다.
그 애와 함께한 지 어느덧 15년, 우리는 여전히 한결같다. 나는 이기적으로 그 애를 찾고, 그 애는 나보다 많이 울거나 웃는다. 그 작고 동그랗고 붉은 얼굴을 보면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 세 개쯤 얹힌 듯한 날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단 걸, 그 애는 알까.
내일 출근길에 카톡을 보내야겠다. 뭐 하냐고, 나 심심하다고.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면 그 애는 금세 웃겠지. 아침 해를 닮은 환한 얼굴로.
처음에는 감자, 그 다음에는 몽돌을 생각했다. 매끈하고 동그란 것, 쥐면 행복해지는 것들을 좋아해 곧잘 몽돌에 대해 얘기한다.
어떤 모임에 갔더니 둥근 사람끼리 뾰족에 대해 고민하고 얘기 나누고 있었다. 그 내용이나 깊이, 표현에 쓰는 재료들이 모두 다르고 그 모습이 너무 예뻐 하나도 같지 않은, 매끈하게 닳은 몽돌 같다고 생각했다. 쉼없이 풍파를 맞았지만, 그래서 더 둥글고 아름다우며 물이 드나들 때 와글와글 신나는 소리를 내는, 그런 알맹이들.
둥글다니 문득 생각난 글.
“원만(圓滿)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걸까. 아니 뾰족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거겠지. 2차원에서 별모양이 선으로 그린 땅 위를 구른다고 생각해 보자. 뾰족하게 튀어나와 땅에 닿는 부분과 아예 안 닿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닿는 부분은 무척 민감하지만 안 닿는 부분은 한없이 둔감할 게다. 반면 둥근 원이 구를 땐 모든 부분이 빠짐 없이 닿으며 땅 위의 전부를 느낄 테니,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그는 사실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이다.” – 이적
모조리 느끼는 둥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파도에 억겁을 쓸려 맨질맨질해진 마음으로. 날 쥐는 이들을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오롯이 느껴 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동그라미 예술가가 되고 싶다.
Written by 김산하
어느샌가
무거운 마음들이 켜켜히 쌓여 있어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건
내 생애가 뭉치고 뭉쳐진
짱돌 같은 그 작은 마음이 든든하게 내 안에 고여 있어서
나는 또 내일을 살아
Written by 해영
톡, 하고 살짝만 건드려도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지는 날이 있다. 요즘이 딱 그런 시기다. 몸이 자주 아파 온전한 정신으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경로를 모를 감정들이 몸 안에 하나둘 쌓이고 있다. 안 아프고 싶다, 이해받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이런 무거운 마음들이 이번 작품 속 돌탑처럼 차곡차곡 쌓여 간다. 사사로운 감정들에 불과하지만, 각각의 무게는 제법 무거워 쌓일 때마다 위아래 모든 감정들까지 함께 흔들거린다. 많이 지쳤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주춧돌처럼 박힌 감정이 하나 있다. 애틋함. 내게 이 감정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간절함이다. 감정의 탑이 끝내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만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 버티는 것이다. 그림 속 돌탑 옆을 지키고 서 있는 빨간색 작은 돌처럼. 그럴 수 있다, 괜찮은 날도 온다, 천천히 시간을 갖자, 라고 호응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다. 그림을 보며 빨간 돌에 자꾸 시선이 갔던 건, 감정의 탑을 부둥켜 안고 버티고 있는 지금의 내가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Written by 영글
장녀로 자란 나는, 어릴 때부터 나의 눈물과 고민, 한숨을 가족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동생이, 엄마가, 아빠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고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닐 때도,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최대한 감추기 위해 나를 꼭꼭 숨겼다. 털어놓을 곳이 없으니 힘듦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만 갔다. 사실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하는 거짓말들은 전화를 끊으면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큰 돌덩이 중 하나가 되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일들을 친구에게 털어놓을 땐, 힘듦의 무게와 감정을 전이시켰다는 왠지 모를 죄책감과 미안함에 돌을 하나 더 얹어 입을 굳건히 닫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 HJ가 말해 주었다. ‘감정은 전이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걱정 말고 힘든 것 있으면 털어놓아도 돼. 그리고 나는 너가 이렇게 속 깊은 이야기까지 해 주어서 오히려 고마워. 나를 믿어 준다는 거니까.’ HJ는 나에게 저 분홍색 공이 되어 주었다. 신기했다. 위에 쌓인 돌들의 무게는 나에게 너무나도 무거웠다. 하지만 저 분홍색 공이 나에게 닿는 순간, 공의 온기가 돌과 닿는 아주 작은 면적을 타고 퍼져, 그 무게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HJ는 돌덩이를 나누어 들지 않고도 스스로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내 마음의 돌덩이들은 여전히 무겁지만 이제는 스스로 버틸 수 있고, 또 어떨 땐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HJ처럼, 작지만 따뜻한 분홍색 공이 되어 주고 싶다.
Written by kaya
비슷한 크기의 상아색과 옅은 붉은색을 띠는 돌 세 개. 그리고 바닥에 가장 작고 가장 아래에 있지만 제일 붉은 원 같은 돌을 바라본다.
왜 난 이 그림을 보고 ‘가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을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일상 속에서 마치 돌처럼 그들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을 때 더 붉고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작은 돌이 아이처럼 보였다.
시간에 의해 모양이나 색이 변하지 않은 고유하고 맑은 것. 이 작은 아이가 셋의 곁에 있다. 그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그만 것이 떠받치고 있다.
아직 아이를 낳아본 적도 키워본 적도 없지만,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조금의 힘을 더 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 나의 부모님도 작고 작은 나를 보며 살아가 보자 했겠지. 태초의 붉은 마음과 다짐을 그들에게 다시 건네주고 싶다.
Written by 봄
영영 나의 곁에 딱 붙어 있을 붉은 돌을 찾았다.
얕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마음일 때 내가 멋대로 기대도 언제든 그 자리일 단단한 돌이다. 시작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유치원이 끝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가방만 던져둔 채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가곤 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원장 선생님한테 피아노를 배우는 십여 분의 시간을 제일 기대했다. 선생님의 피아노를 쳐볼 수 있었으니까.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할머니가 선물해 주신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피아노는 여전히 생생하다. 그 피아노로 소나티네 모짜르트 베토벤을 마주했고 서툴더라도 내 손가락으로 내는 소리가 좋았다. 대학생이 되고선 음대 교양 수업을 모두 찾아 들었다. 가까워진 피아노과 언니에게 피아노를 다시 배우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나는 계속해서 나의 레퍼토리를 넓혀 가고 있다. 피아노는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시들지 않는 영역이다. 여전한 위로이며 든든한 비상구이다. 나의 붉은 돌은 앞으로 얼마나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Written by 땀비
비슷한 모양과 색의 조약돌 3개가 차곡차곡. 그 옆에는 조금 더 짙은 색의,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원형에 가까운 동그란 돌 하나. 나는 이 크기가 작은 돌에 더 눈길이 간다.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어서일까. 서로 의지하며 기대고 있는 모습이 좋다. 돌을 그린 그림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흥미롭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주로 책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곤 했는데 이렇게 작품 한 점을 보는 것도 위로와 영감을 주기도 하는구나.
Written by 뚜시
돌로 쌓은 마음
마음이 눈에 보인다면 어떤 질감과 모양일까? 마음을 다루기 힘든 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안개처럼 희뿌옇고 모호한 것은 파악하기 힘들다. 마음의 모양이 보인다면 서로를 확인하기도 쉬울 것이다. 동그라미인 내가 같은 동그라미를 알아보고 공감할 수 있고 네모는 네모끼리, 돌은 돌끼리. 같고 다른 마음을 만져보는 것이다. 결이 같은 마음끼리 쌓이는 것도 보일 것이다. 마음이 너무 가벼워져서 흩날린다면 거기에 돌을 얹어둘 수 있겠다. 단단한 누름돌은 방방 뜨는 걸 진정시켜 준다. 며칠이 지나 돌이 너무 쌓인다면 누군가 받쳐 주면 좋겠다. 돌로 쌓은 탑이 무너지지 않게.
Written by 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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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술 작품 감상 플랫폼 BGA에선 Achim 에디터들이 선정한 작품과 그에 대한 감상을 담은 에세이가 발행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Achim 커뮤니티 슬랙 ACC(Achim Community Center)에선 'Writing on Canvas' 허들링이 진행되었어요. 모닝 오너들이 밤 11시에 작품과 글을 감상한 뒤, 다음 날 아침 맑게 갠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감상문을 써 #morning-writing 채널에 나누었죠. 어느 때보다 온기 가득했던 5일간의 기록을 나눕니다. 4일 차 민정화 작가님의 작품 <마음 #19>와 Achim 에디터 도연, 그리고 모닝 오너분들의 글을 감상해보세요. 예술이 던져준 생각을, 거기서 자라난 나만의 기록을 말입니다.
<마음 #19>, 민정화
캔버스에 안료, 40x40cm, 2022
출처 :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작고 동그랗고 붉은>, Doyeon, Achim Editor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데 한 친구가 큰 소리로 내게 모욕적인 농담을 했다. 강의실에 있던 모두가 와하하 하고 웃었다.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와하하 웃었지만, 뜨겁고 새빨개진 얼굴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그 애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잠깐만 나와 달라고. 5분 정도 기다리면 그 애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작고 동그랗고 붉은 그 애의 얼굴을 보면 안도감에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 나를 보고 그 애는 붉은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울었다. 내가 울면 더 우는 그런 애였다.
10년 정도 흘러 취업 준비생 때였다. 마음이 유독 무거운 날이면 나는 그 애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잠깐만 만나 달라고. 그 애는 바쁜 직장인인데도 내가 떼를 쓰면 한달음에 와 주었다. 그냥 심심해서 부른 거라 하면 그 애는 짜증을 내다가도 금방 웃었다. 내가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면 그 애는 붉은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웃었다. 내가 웃으면 더 웃는 그런 애였다.
그 애와 함께한 지 어느덧 15년, 우리는 여전히 한결같다. 나는 이기적으로 그 애를 찾고, 그 애는 나보다 많이 울거나 웃는다. 그 작고 동그랗고 붉은 얼굴을 보면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 세 개쯤 얹힌 듯한 날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단 걸, 그 애는 알까.
내일 출근길에 카톡을 보내야겠다. 뭐 하냐고, 나 심심하다고.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면 그 애는 금세 웃겠지. 아침 해를 닮은 환한 얼굴로.
처음에는 감자, 그 다음에는 몽돌을 생각했다. 매끈하고 동그란 것, 쥐면 행복해지는 것들을 좋아해 곧잘 몽돌에 대해 얘기한다. 어떤 모임에 갔더니 둥근 사람끼리 뾰족에 대해 고민하고 얘기 나누고 있었다. 그 내용이나 깊이, 표현에 쓰는 재료들이 모두 다르고 그 모습이 너무 예뻐 하나도 같지 않은, 매끈하게 닳은 몽돌 같다고 생각했다. 쉼없이 풍파를 맞았지만, 그래서 더 둥글고 아름다우며 물이 드나들 때 와글와글 신나는 소리를 내는, 그런 알맹이들. 둥글다니 문득 생각난 글.
“원만(圓滿)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걸까. 아니 뾰족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거겠지. 2차원에서 별모양이 선으로 그린 땅 위를 구른다고 생각해 보자. 뾰족하게 튀어나와 땅에 닿는 부분과 아예 안 닿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닿는 부분은 무척 민감하지만 안 닿는 부분은 한없이 둔감할 게다. 반면 둥근 원이 구를 땐 모든 부분이 빠짐 없이 닿으며 땅 위의 전부를 느낄 테니,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그는 사실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이다.” – 이적
모조리 느끼는 둥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파도에 억겁을 쓸려 맨질맨질해진 마음으로. 날 쥐는 이들을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오롯이 느껴 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동그라미 예술가가 되고 싶다.
Written by 김산하
어느샌가
무거운 마음들이 켜켜히 쌓여 있어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건
내 생애가 뭉치고 뭉쳐진
짱돌 같은 그 작은 마음이 든든하게 내 안에 고여 있어서
나는 또 내일을 살아
Written by 해영
톡, 하고 살짝만 건드려도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지는 날이 있다. 요즘이 딱 그런 시기다. 몸이 자주 아파 온전한 정신으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경로를 모를 감정들이 몸 안에 하나둘 쌓이고 있다. 안 아프고 싶다, 이해받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이런 무거운 마음들이 이번 작품 속 돌탑처럼 차곡차곡 쌓여 간다. 사사로운 감정들에 불과하지만, 각각의 무게는 제법 무거워 쌓일 때마다 위아래 모든 감정들까지 함께 흔들거린다. 많이 지쳤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주춧돌처럼 박힌 감정이 하나 있다. 애틋함. 내게 이 감정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간절함이다. 감정의 탑이 끝내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만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 버티는 것이다. 그림 속 돌탑 옆을 지키고 서 있는 빨간색 작은 돌처럼. 그럴 수 있다, 괜찮은 날도 온다, 천천히 시간을 갖자, 라고 호응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다. 그림을 보며 빨간 돌에 자꾸 시선이 갔던 건, 감정의 탑을 부둥켜 안고 버티고 있는 지금의 내가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Written by 영글
장녀로 자란 나는, 어릴 때부터 나의 눈물과 고민, 한숨을 가족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동생이, 엄마가, 아빠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고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닐 때도,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최대한 감추기 위해 나를 꼭꼭 숨겼다. 털어놓을 곳이 없으니 힘듦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만 갔다. 사실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하는 거짓말들은 전화를 끊으면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큰 돌덩이 중 하나가 되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일들을 친구에게 털어놓을 땐, 힘듦의 무게와 감정을 전이시켰다는 왠지 모를 죄책감과 미안함에 돌을 하나 더 얹어 입을 굳건히 닫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 HJ가 말해 주었다. ‘감정은 전이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걱정 말고 힘든 것 있으면 털어놓아도 돼. 그리고 나는 너가 이렇게 속 깊은 이야기까지 해 주어서 오히려 고마워. 나를 믿어 준다는 거니까.’ HJ는 나에게 저 분홍색 공이 되어 주었다. 신기했다. 위에 쌓인 돌들의 무게는 나에게 너무나도 무거웠다. 하지만 저 분홍색 공이 나에게 닿는 순간, 공의 온기가 돌과 닿는 아주 작은 면적을 타고 퍼져, 그 무게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HJ는 돌덩이를 나누어 들지 않고도 스스로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내 마음의 돌덩이들은 여전히 무겁지만 이제는 스스로 버틸 수 있고, 또 어떨 땐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HJ처럼, 작지만 따뜻한 분홍색 공이 되어 주고 싶다.
Written by kaya
비슷한 크기의 상아색과 옅은 붉은색을 띠는 돌 세 개. 그리고 바닥에 가장 작고 가장 아래에 있지만 제일 붉은 원 같은 돌을 바라본다.
왜 난 이 그림을 보고 ‘가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을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일상 속에서 마치 돌처럼 그들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을 때 더 붉고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작은 돌이 아이처럼 보였다.
시간에 의해 모양이나 색이 변하지 않은 고유하고 맑은 것. 이 작은 아이가 셋의 곁에 있다. 그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그만 것이 떠받치고 있다.
아직 아이를 낳아본 적도 키워본 적도 없지만,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조금의 힘을 더 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 나의 부모님도 작고 작은 나를 보며 살아가 보자 했겠지. 태초의 붉은 마음과 다짐을 그들에게 다시 건네주고 싶다.
Written by 봄
영영 나의 곁에 딱 붙어 있을 붉은 돌을 찾았다.
얕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마음일 때 내가 멋대로 기대도 언제든 그 자리일 단단한 돌이다. 시작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유치원이 끝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가방만 던져둔 채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가곤 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원장 선생님한테 피아노를 배우는 십여 분의 시간을 제일 기대했다. 선생님의 피아노를 쳐볼 수 있었으니까.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할머니가 선물해 주신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피아노는 여전히 생생하다. 그 피아노로 소나티네 모짜르트 베토벤을 마주했고 서툴더라도 내 손가락으로 내는 소리가 좋았다. 대학생이 되고선 음대 교양 수업을 모두 찾아 들었다. 가까워진 피아노과 언니에게 피아노를 다시 배우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나는 계속해서 나의 레퍼토리를 넓혀 가고 있다. 피아노는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시들지 않는 영역이다. 여전한 위로이며 든든한 비상구이다. 나의 붉은 돌은 앞으로 얼마나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Written by 땀비
비슷한 모양과 색의 조약돌 3개가 차곡차곡. 그 옆에는 조금 더 짙은 색의,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원형에 가까운 동그란 돌 하나. 나는 이 크기가 작은 돌에 더 눈길이 간다.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어서일까. 서로 의지하며 기대고 있는 모습이 좋다. 돌을 그린 그림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흥미롭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주로 책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곤 했는데 이렇게 작품 한 점을 보는 것도 위로와 영감을 주기도 하는구나.
Written by 뚜시
돌로 쌓은 마음
마음이 눈에 보인다면 어떤 질감과 모양일까? 마음을 다루기 힘든 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안개처럼 희뿌옇고 모호한 것은 파악하기 힘들다. 마음의 모양이 보인다면 서로를 확인하기도 쉬울 것이다. 동그라미인 내가 같은 동그라미를 알아보고 공감할 수 있고 네모는 네모끼리, 돌은 돌끼리. 같고 다른 마음을 만져보는 것이다. 결이 같은 마음끼리 쌓이는 것도 보일 것이다. 마음이 너무 가벼워져서 흩날린다면 거기에 돌을 얹어둘 수 있겠다. 단단한 누름돌은 방방 뜨는 걸 진정시켜 준다. 며칠이 지나 돌이 너무 쌓인다면 누군가 받쳐 주면 좋겠다. 돌로 쌓은 탑이 무너지지 않게.
Written by 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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