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Achim B-side : Vol.29 Break 인터뷰에 담지 못한 말들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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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오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Achim 파트너 에디터 도연입니다. 얼마 전 출간된 <Achim> Vol.29 Break 재밌게 읽으셨나요? 덥고 습한 날씨가 유난스럽게도 계속되었기에 우리 모두에게 쉼이 더욱 간절한 여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호를 읽으며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을 가지셨다면 지면을 함께 채운 일원으로서 크게 기쁠 것 같아요 :)

오늘은 Vol.29에 싣지 못한, 인터뷰이 하미나 작가님(@heresmina)이 남겨 주신 말들을 그러모아 멤버십 가입자인 모닝 오너분들께 전해 봅니다. 다이버로서, 프리랜서로서, 그리고 쉼을 향유하는 개인으로서 정해진 길들을 근사하게 부수고 자기만의 궤적을 그려 나가는 미나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 쉼의 의미에 대해, 자유로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가볍게 읽어 주세요! 





저는 정신적으로 아침에 가장 깨어 있는 것 같아요. 일어나서 한두 시간 정도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데, 아이패드 대신 그냥 종이랑 연필, 펜 이런 것들로 해요.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노트북 화면을 최대한 안 보려고 해요. 그 앞에 앉으면 일하는 기분이 나고, 빨리 처리하면 좋을 일들이 항상 있잖아요. 자꾸 그런 일들을 하게 되니까 자제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시간이니까.


처음 다이빙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친구들 덕이었어요. 저는 운동 좋아하는 친구들을 곁에 두면서 덩달아 좋아하게 된 경우거든요. 그 친구들을 제가 너무 좋아하고, 제 눈에 그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고 닮고 싶고 하다 보니 그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한 거였어요. 프리다이빙이든 스쿠버다이빙이든 저 혼자 하려고 했으면 지속하기 어려웠을 텐데, 친구들한테 ‘나 이거 하고 싶어.’ 하니까 일이 진행이 되더라고요. 


쉼의 시간을 갖다 보면 몰랐던 세계를 경험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좀 더 유연하게 살게 되는 것 같아요. 프리다이빙하시는 분들이 되게 다양해요. 특수부대 출신인 분, 청바지 회사 하시는 분, 수영 선수이신 분 등등. 평소에 제가 만나 온 이들과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랑 교류를 하면서 ‘이런 삶도 있구나.’ 깨닫게 되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한테 허락하는 가능성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살기 시작하고 나서 생활이 좀 나아지고 일이 많이 들어온 초반에 돈독이 잔뜩 올라서 엄청 일을 많이 했어요. (웃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하면서 엄청 열심히 했단 말이죠. 근데 저는 그게 어느 순간 멈춰지더라고요. 그냥 ‘나 한 명 살 정도만 벌면 됐고, 내가 별로 원하지 않는 일 할 시간에 내가 당장 좋아하는 걸 할래.’ 이 마음이 더 컸어요. 미래를 위해 내가 저축을 이만큼 해서 투자를 어느 정도 하고 이런 것보다는. 저는 그렇게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진 않거든요.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그 돈 벌겠지.’ 싶고. (웃음) 


프리랜서는 일이 들어오면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시간과 에너지를 시기 별로 분배해서 일하고 있어요. 일이 몰리는 시즌에는 엄청나게 바쁘게 지내다가 ‘이 정도면 됐어.’ ‘이 정도면 책임을 다한 것 같아. 사람들한테 미안하지 않아.’ (웃음) 이런 생각이 들면 다시 제가 좋아하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조용히 차 마시고 책 읽고 글 쓰는 작업들을 이어 나가요. 그렇게 지내다가 내가 꼭 해야 할 것 같은 일이 들어오거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을 하게 되면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세상에 나가는 거죠.


운영하고 있는 글방인 ‘하마글방'의 글쓰기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글방을 연 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인데요. 처음엔 단순히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원고료로만 생활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소셜미디어라는 돌파구가 있으니 누군가 나한테 티칭 자리를 주길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글방을 운영하다 보면 누군가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고, 그 사람이 몰랐던 장점을 내가 계속 발견하게 돼요. 그게 처음엔 힘들고 벅차기도 했어요. 사람들과 많이 연결돼야 하고 선생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게 흐트러지기 쉬운 프리랜서 생활에 중심이 되어 준 것 같아요. 잘 해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좋은 버팀목이 되어 준 것 같달까요.


 

그동안 참 많은 버릇들을 고쳐 왔는데, 스마트폰 중독은 진짜 진짜 안 고쳐져요. 정말 정말 안 고쳐져서 요새는 휴대폰을 침대에 두지 않는 연습도 하고 있어요. 자기 전과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하는 게 저한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걸 너무 분명하게 느끼거든요. 도파민이 팡팡 분비되고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져요. 스마트폰을 여는 순간 너무 많은 자극과 재밌는 것들이 쏟아져 나와서 정말 순식간에 2~3시간이 흘러버리고, 계속해서 뭔가 응답해야 될 것 같다는 느낌, 나도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솟구쳐서 내가 진짜 뭘 원하는지 고찰할 틈을 안 주게 되죠. 계속 스마트폰이 나에게 던져주는 알고리즘에 휩쓸려 가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거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경우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책이나 내가 속한 집단 내에서 유행하는 책, 평소에 관심 가졌던 책 위주로 보게 되잖아요. 근데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면 내가 평소에 속해 있던 맥락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 있는 책을 마주하게 되죠. 내가 몰랐던 걸 알게 되고 시야가 훨씬 넓어지는 거예요.


한국 사회가 되게 경쟁적이고, 노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그런 집단과 거리를 두며 지낸 것도 쉼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한동안 좌우명처럼 가지고 다니던 마음가짐이 있어요. 하나는 ‘사정이 있겠지.’예요. 어떤 사람이 나를 불편하거나 거슬리게 하면 그냥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신경 안 쓰려고 해요. 다른 하나는, 해야 할 일들이 많을 때 ‘오늘 안 하면 망한다.’ 생각 드는 거 있죠, 그것만 하고 나머지는 그냥 머릿속에서 털어버리는 거예요. 그게 제 나름의 대처법인 것 같아요. 


제가 요새 시 쓰는 일에 되게 빠져 있어요. 뭔가를 발표하려 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건 전혀 아니고 그냥 진짜 즐거움만을 위한 일인데요. 베를린에 있다 보니 영어나 독일어를 쓰는데,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시를 쓰니까 되게 재밌더라고요. 진짜 노는 느낌이 나요. 아무런 압박 없이 그냥 진짜 바보 같은 시를 쓰거든요. ‘딸기는 맛있다.’ 이런 걸 쓰는데 너무 즐겁고. (웃음) 근데 이 시간이 글쓰기에도 엄청 도움이 돼요. 글을 쓰다 보면 되게 완벽해야 할 것 같고, 잘 짜여진 것을 다 말해야 할 것 같고, 뭔가 빠뜨린 것이나 흠결이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압박이 생기거든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글이든 사람이든, 마음에 드는 경우는 그게 완벽해서는 아니거든요. 전혀 완벽하지 않아도 그것만의 아름다움이 있으면 충분한데, 그걸 자꾸 까먹고 있다가 시를 쓰면서 다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탁월하거나 훌륭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느끼는 대로 하면 되는구나.’

Edit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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