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티클은 ACC Morning Hurdling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Monocle Translation Hurdling’의 결과물입니다.
<The Monocle Companion> 속 일부 컨텐츠를 호스트 희석 님과 모닝 오너 다섯 분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Article #3: In Praise of Gossip - ‘가십’에 대한 찬사
많이들 느끼는 군중 사이에서의 외로움에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이스탄불의 왁자지껄한 이웃들은 고향이라고 부르는 이곳과 끈끈한 유대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여기 터키에서는, 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이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터키에서는 보편적인 편인데, 이는 집과 같은 구조물은 수리하거나 재조립할 수 있지만, 이웃들은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랍니다. 지난 10년 동안 고향이라고 불렀던 이곳,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남에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나라에서 여러분의 윗집, 옆집, 아랫집에 사는 이들은 특히 중요합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고, 새로 유입되는 이들은 대부분 새로운 기회나 일자리 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로 계속 몰려들고 있으며, 많은 도시가 그렇게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중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주 고립되고, 또한 옥탑에 있는 공간 같은 작은 공간에서 살아가기도 하죠. 우리는 갈수록 더 큰 도시들을 계획하고 건설해나가고 있지만, 과연 더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터키는 많은 부분이 이에 해당하는 나라입니다. 천오백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이스탄불의 현대적인 지역에서도, 친밀한 소식들이 빠르게 전해지는 1)이웃(중동권에서 이웃을 의미하는 마할레(Mahalle)) 문화가 살아남았죠. 규모와는 별개로, 도시는 여전히 각기 다른 정체성, 성격, 그리고 길 위에서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품은 마을의 집합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사회의 중심이 되는 연배 있는 이웃들은 그들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또 새로운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아주 견고하죠.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나쁜 습관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가십’ 때문이랍니다. 저의 이웃들은 누가 죽었는지, 누가 파산했는지, 그리고 누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답니다. 또 어떤 카페의 음식이 미용실 사장님을 식중독에 걸리게 했는지(그가 모두에게 이야기해 주었죠), 그리고 물가에 앉아있기 좋은 최고의 장소 같은 일까지도 말이죠. 우리는 길 위의 아픈 고양이들의 먹이를 위해 돈을 기부하고, 우리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지역 사업에 도움을 보태기도 하며, 우리가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운영하는 곳에 대해서는 점잖게 고개를 가로졌기도 하답니다.
저는 2)모다(Moda)라는 페닌슐라(Peninsula)의 유서 깊은 구역에 살고 있는데, 이곳은 역사가 담긴 건물들과 새로 지어진 어울리지 않는 아파트 단지들이 섞여있는 있는 동네랍니다. 제 주변의 이웃들은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기에, 이들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은 어쩔 수 없이 내향적이며, 바쁜 러시아워 동안에는 교통이 밀리지 않아 도시 구역 거주민들에게는 이러한 아침 시간이 마치 꿈과도 같이 차분하게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3)마르마라(Marmara)해와 근접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밀려오는 짙은 안개와 우리 지역만의 조그만 날씨 체계가 있죠. 제 표현이 이곳에 대해 온전히 제대로 다 설명하지 못했더라도, 오히려 이런 곳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여러분이 기뻐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해당 구역의 건물과 구조물 대부분이 철거되었지만, 오히려 이웃(mahalle)들의 영혼과 그 정체성이 그대로 남아있고, 사실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더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저는 같은 사람들에게 인사하게 되죠. 오픈 준비를 하는 상점 주인에게,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에게, 발목에 애교를 부리는 길고양이와 그 누군가에게 말이죠. 그러나 반대로 밤이 되면 이곳은 외부인들이 늘어나게 되고, 제가 거주하는 구역은 -저의 경우 ‘소란스러움’이라고 이름 붙인- 인기 있는 외출 목적지가 됐고, 이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들로부터 불평을 불러일으키며, 우리 모두를 더욱 가깝게 연대하게 하는 공통의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물론 공동체에서 소외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듣게 됩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이는 동정이나 관찰 또는 감시를 넘어,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죠. 사회 기반 시설에서, 이웃(mahalle)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운 그리고 지리적 위치 이 모두가 중요하지만, 도시 개발자들이 어디서나 따라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답니다. 바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 다목적 공간, 훌륭한 조명,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공간 그리고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이 그 조건이죠. 제가 주로 이용하는 전파상, 세탁소, 미용실, 식료품점 등은 집 근처에 있고, 또 기쁘게도 대부분의 가게는 자영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십이야말로 우리의 이웃(mahalle) 만들기를 위한 진정한 발판이 됩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가십거리’로 불리는 것이 비방의 의미가 될 수도 있지만, 터키어에서 이 단어는 “구어(the spoken code)"인 4)데디코도(dedikodu)의 핵심이랍니다. 인류학자들은 가십이 일종의 사회적 유대감과 각자가 의식하고 있는 사회적 반경 내에서 서로를 인지하는 방법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스탄불과 같은 이민자들이 많은 거대한 대도시에서 이런 네트워크의 한 부분에 속한다는 것은 어떤 스포츠팀에 들어가는 것과 동등한 사회적 자본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동네 소식과 또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동네 소식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당신의 이웃들(mahalle)에 대한 가치관이나 생각도 서서히 생겨나죠. 지역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이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면서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 처음 만난 동네 길고양이에게 이름(엘비스, 잘생기고 털 무늬가 마치 턱시도를 입은 거 같은 고양이)을 지어주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웃에게 부탁받는 것도 좋아합니다. 저의 경우도 사람과의 교류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스탄불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제가 사는 빌딩에도 ‘카피 시(kapici)’라고 불리는 경비원이 있습니다. 이 건물에 상주하고 있으며, 친절한 동시에 한편으로는 냉소적인 사람이죠. 저는 매일 지나칠 때마다 그에게 인사를 건넨답니다. 또 다른 이웃 중 한 명인, 집주인은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매력적이고 나이 많은 교수인데, 저에게 여러 권의 책을 빌려주었답니다(그중 5)비잔티움에 사는 한 여자에 대한 책을 아직 읽고 있습니다). 또한 만약 제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집 열쇠를 가지고 있는 옆집 친구들이 들러서 제 고양이(타르칸, 수다스러운 생강 빛 수컷 고양이)에게 밥을 줄 거예요. 동네 구멍가게에서 잔돈이 부족한 상황이 생기면 가게 주인은 괜찮으니 나머지는 다음에 와서 내라고 한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웃(mahalle)’이 제 기능을 하고, ‘가십’이 퍼져있어서 가능한 일이랍니다.
그렇다면 도시의 외로움이라는 6)아노미(사회 무규범) 현상을 유발하는 요소로부터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맨해튼이나 마닐라에 새로운 동네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두 질문 모두에 ‘그렇다’라고 생각해요.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나 애정하고 애용하는 동네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정중하게 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볼 수 있겠죠. 우연히 만난 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초대와 초대 요청에는 “좋아요”라고 응하며, 지역 단체나 모임에 참여해서 듣게 된 이야기와 소식들을 공유해 보세요. 여러분 이웃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순간이나 예상치 못한 우연한 장면들에 대해 알아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에게서 벗어나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저런 잡담과 가십을 나눠보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이 모든 게 잘 풀리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언제고 이사를 하거나 떠날 수도 있으니까요!
작가 소개
스미스(Hanna Rusinda Smith)는 모노클의 이스탄불 통신원이며, 동시에 영국의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표 저서로는 아프가니스탄의 최연소 여성 시장이었던 자리 파 가파리의 회고를 담은 <자리파: 남성 세상에서의 여성들의 투쟁>이 있습니다.
주석
1) 마할레(Mahalle)는 중동권에서 ‘이웃’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더 이전인 과거 오스만 시대부터 ‘한 지역에서 모스크, 교회, 시나 고그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동질적 종교공동체, 거주 공동체’로 존재해 왔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 페닌슐라는 이스탄불의 도시 카라코이에 위치하는 지역으로 도시 전체에 적용된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하여 자리 잡고 있으며, 전통과 과거 그리고 현대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마르마라해는 튀르키예 북서부에 위치한 바다로, 유럽과 아시아를 구문 하는 바다이며, 흑해, 에게해, 지중해로도 연결이 되는 바다라고 합니다.
4) 데디코투(dedikodu)**는 튀르키예에서는 ‘잡담’, 혹은 ‘험담’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며,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웃 간의 잡담, 소소하고 유쾌한 담화 정도의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5) 비잔티움(Byzantium)은 이스탄불의 옛 이름으로 이스탄불은 기원전 7세기에 이 지역을 식민지로 개척한 그리스의 한 왕자의 이름을 따서 '비잔티움 (Byzantium)’이라 명명되었다가, 330년에는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세가 이곳을 로마제국의 새로운 수도로 선포해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로 바뀌었고, 그 후 1923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6) 아노미 현상에서의 ‘아노미(anomie)’는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개인적 불안정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되면 개인은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잃고, 심한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지게 되며, 이것이 집단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아노미 현상’이라고 합니다.
Translated by 모닝 오너 희석, 영진, 근영, 지수, 승하, 수정
<The Monocle Companion> 보러가기
이 아티클은 ACC Morning Hurdling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Monocle Translation Hurdling’의 결과물입니다.
<The Monocle Companion> 속 일부 컨텐츠를 호스트 희석 님과 모닝 오너 다섯 분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Article #3: In Praise of Gossip - ‘가십’에 대한 찬사
많이들 느끼는 군중 사이에서의 외로움에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이스탄불의 왁자지껄한 이웃들은 고향이라고 부르는 이곳과 끈끈한 유대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여기 터키에서는, 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이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터키에서는 보편적인 편인데, 이는 집과 같은 구조물은 수리하거나 재조립할 수 있지만, 이웃들은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랍니다. 지난 10년 동안 고향이라고 불렀던 이곳,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남에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나라에서 여러분의 윗집, 옆집, 아랫집에 사는 이들은 특히 중요합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고, 새로 유입되는 이들은 대부분 새로운 기회나 일자리 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로 계속 몰려들고 있으며, 많은 도시가 그렇게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중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주 고립되고, 또한 옥탑에 있는 공간 같은 작은 공간에서 살아가기도 하죠. 우리는 갈수록 더 큰 도시들을 계획하고 건설해나가고 있지만, 과연 더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터키는 많은 부분이 이에 해당하는 나라입니다. 천오백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이스탄불의 현대적인 지역에서도, 친밀한 소식들이 빠르게 전해지는 1)이웃(중동권에서 이웃을 의미하는 마할레(Mahalle)) 문화가 살아남았죠. 규모와는 별개로, 도시는 여전히 각기 다른 정체성, 성격, 그리고 길 위에서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품은 마을의 집합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사회의 중심이 되는 연배 있는 이웃들은 그들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또 새로운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아주 견고하죠.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나쁜 습관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가십’ 때문이랍니다. 저의 이웃들은 누가 죽었는지, 누가 파산했는지, 그리고 누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답니다. 또 어떤 카페의 음식이 미용실 사장님을 식중독에 걸리게 했는지(그가 모두에게 이야기해 주었죠), 그리고 물가에 앉아있기 좋은 최고의 장소 같은 일까지도 말이죠. 우리는 길 위의 아픈 고양이들의 먹이를 위해 돈을 기부하고, 우리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지역 사업에 도움을 보태기도 하며, 우리가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운영하는 곳에 대해서는 점잖게 고개를 가로졌기도 하답니다.
저는 2)모다(Moda)라는 페닌슐라(Peninsula)의 유서 깊은 구역에 살고 있는데, 이곳은 역사가 담긴 건물들과 새로 지어진 어울리지 않는 아파트 단지들이 섞여있는 있는 동네랍니다. 제 주변의 이웃들은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기에, 이들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은 어쩔 수 없이 내향적이며, 바쁜 러시아워 동안에는 교통이 밀리지 않아 도시 구역 거주민들에게는 이러한 아침 시간이 마치 꿈과도 같이 차분하게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3)마르마라(Marmara)해와 근접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밀려오는 짙은 안개와 우리 지역만의 조그만 날씨 체계가 있죠. 제 표현이 이곳에 대해 온전히 제대로 다 설명하지 못했더라도, 오히려 이런 곳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여러분이 기뻐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해당 구역의 건물과 구조물 대부분이 철거되었지만, 오히려 이웃(mahalle)들의 영혼과 그 정체성이 그대로 남아있고, 사실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더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저는 같은 사람들에게 인사하게 되죠. 오픈 준비를 하는 상점 주인에게,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에게, 발목에 애교를 부리는 길고양이와 그 누군가에게 말이죠. 그러나 반대로 밤이 되면 이곳은 외부인들이 늘어나게 되고, 제가 거주하는 구역은 -저의 경우 ‘소란스러움’이라고 이름 붙인- 인기 있는 외출 목적지가 됐고, 이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들로부터 불평을 불러일으키며, 우리 모두를 더욱 가깝게 연대하게 하는 공통의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물론 공동체에서 소외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듣게 됩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이는 동정이나 관찰 또는 감시를 넘어,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죠. 사회 기반 시설에서, 이웃(mahalle)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운 그리고 지리적 위치 이 모두가 중요하지만, 도시 개발자들이 어디서나 따라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답니다. 바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 다목적 공간, 훌륭한 조명,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공간 그리고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이 그 조건이죠. 제가 주로 이용하는 전파상, 세탁소, 미용실, 식료품점 등은 집 근처에 있고, 또 기쁘게도 대부분의 가게는 자영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십이야말로 우리의 이웃(mahalle) 만들기를 위한 진정한 발판이 됩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가십거리’로 불리는 것이 비방의 의미가 될 수도 있지만, 터키어에서 이 단어는 “구어(the spoken code)"인 4)데디코도(dedikodu)의 핵심이랍니다. 인류학자들은 가십이 일종의 사회적 유대감과 각자가 의식하고 있는 사회적 반경 내에서 서로를 인지하는 방법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스탄불과 같은 이민자들이 많은 거대한 대도시에서 이런 네트워크의 한 부분에 속한다는 것은 어떤 스포츠팀에 들어가는 것과 동등한 사회적 자본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동네 소식과 또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동네 소식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당신의 이웃들(mahalle)에 대한 가치관이나 생각도 서서히 생겨나죠. 지역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이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면서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 처음 만난 동네 길고양이에게 이름(엘비스, 잘생기고 털 무늬가 마치 턱시도를 입은 거 같은 고양이)을 지어주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웃에게 부탁받는 것도 좋아합니다. 저의 경우도 사람과의 교류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스탄불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제가 사는 빌딩에도 ‘카피 시(kapici)’라고 불리는 경비원이 있습니다. 이 건물에 상주하고 있으며, 친절한 동시에 한편으로는 냉소적인 사람이죠. 저는 매일 지나칠 때마다 그에게 인사를 건넨답니다. 또 다른 이웃 중 한 명인, 집주인은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매력적이고 나이 많은 교수인데, 저에게 여러 권의 책을 빌려주었답니다(그중 5)비잔티움에 사는 한 여자에 대한 책을 아직 읽고 있습니다). 또한 만약 제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집 열쇠를 가지고 있는 옆집 친구들이 들러서 제 고양이(타르칸, 수다스러운 생강 빛 수컷 고양이)에게 밥을 줄 거예요. 동네 구멍가게에서 잔돈이 부족한 상황이 생기면 가게 주인은 괜찮으니 나머지는 다음에 와서 내라고 한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웃(mahalle)’이 제 기능을 하고, ‘가십’이 퍼져있어서 가능한 일이랍니다.
그렇다면 도시의 외로움이라는 6)아노미(사회 무규범) 현상을 유발하는 요소로부터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맨해튼이나 마닐라에 새로운 동네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두 질문 모두에 ‘그렇다’라고 생각해요.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나 애정하고 애용하는 동네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정중하게 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볼 수 있겠죠. 우연히 만난 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초대와 초대 요청에는 “좋아요”라고 응하며, 지역 단체나 모임에 참여해서 듣게 된 이야기와 소식들을 공유해 보세요. 여러분 이웃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순간이나 예상치 못한 우연한 장면들에 대해 알아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에게서 벗어나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저런 잡담과 가십을 나눠보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이 모든 게 잘 풀리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언제고 이사를 하거나 떠날 수도 있으니까요!
작가 소개
스미스(Hanna Rusinda Smith)는 모노클의 이스탄불 통신원이며, 동시에 영국의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표 저서로는 아프가니스탄의 최연소 여성 시장이었던 자리 파 가파리의 회고를 담은 <자리파: 남성 세상에서의 여성들의 투쟁>이 있습니다.
주석
1) 마할레(Mahalle)는 중동권에서 ‘이웃’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더 이전인 과거 오스만 시대부터 ‘한 지역에서 모스크, 교회, 시나 고그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동질적 종교공동체, 거주 공동체’로 존재해 왔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 페닌슐라는 이스탄불의 도시 카라코이에 위치하는 지역으로 도시 전체에 적용된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하여 자리 잡고 있으며, 전통과 과거 그리고 현대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마르마라해는 튀르키예 북서부에 위치한 바다로, 유럽과 아시아를 구문 하는 바다이며, 흑해, 에게해, 지중해로도 연결이 되는 바다라고 합니다.
4) 데디코투(dedikodu)**는 튀르키예에서는 ‘잡담’, 혹은 ‘험담’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며,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웃 간의 잡담, 소소하고 유쾌한 담화 정도의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5) 비잔티움(Byzantium)은 이스탄불의 옛 이름으로 이스탄불은 기원전 7세기에 이 지역을 식민지로 개척한 그리스의 한 왕자의 이름을 따서 '비잔티움 (Byzantium)’이라 명명되었다가, 330년에는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세가 이곳을 로마제국의 새로운 수도로 선포해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로 바뀌었고, 그 후 1923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6) 아노미 현상에서의 ‘아노미(anomie)’는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개인적 불안정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되면 개인은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잃고, 심한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지게 되며, 이것이 집단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아노미 현상’이라고 합니다.
Translated by 모닝 오너 희석, 영진, 근영, 지수, 승하, 수정
<The Monocle Companion>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