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FUL]Achim의 컨설팅 이야기 - (2) 브랜드 진단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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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가장 어렵다는 말은 취소해야겠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두 번째입니다. 지난 목요일에 올라간 Achim 캐스트에서 ‘꾸준함’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며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 한 저는 어디 간 걸까요. 첫 컨설팅 저널을 발행하고 나서 조금씩 갭이 생기자 뛰어넘을 웅덩이가 넓게 느껴져 도움닫기에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미루기’ 덕분입니다. 저널 작성 일정을 요리조리 움직이더라도 지우진 않았어요.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컨설팅 저널을 마무리하는 날이 왔습니다. 첫 저널이 올라간 것이 세 달 전인데요. 그사이 두 개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고, 고정으로 진행 중인 한 브랜드의 콘텐츠 마케팅 작업, 장기전으로 돌입한 신생 브랜드 설계 작업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새로운 만남들과, 서로의 현황을 파악하고 상황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도 존재했죠.


Achim의 브랜드 설계 과정

  1. 진단 - 클라이언트 인터뷰
  2. 제안 - 시장 조사, 브랜드 방향성 제안
  3. 정의 - 브랜드 비전, 가치, 정의, 네이밍
  4. 형성 - 브랜드 포지셔닝, 브랜드 퍼소나, 타깃 퍼소나
  5. 구축 - 브랜드 언어 가이드, 브랜드 스토리, 무드 보드


본격적으로 컨설팅 작업의 첫 단계인 ‘진단‘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Achim은 클라이언트와의 첫 만남에서 가벼운 진단을 합니다. 브랜딩의 필요를 느낀 구체적인 계기와 우리 팀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지, 클라이언트에게 정말 브랜딩이 필요한지 자세히 듣고 답변을 드리려 하죠.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좋겠지만 무조건적인 수주가 최선은 아닙니다. 컨설팅 시작 후 생겨날 변화가 구체적으로 그려져야 해요. 머릿속에 ‘해볼 만하겠는데?’라는 작은 불빛이 탁! 켜지는지, 프로젝트의 종착지가 어디이며 그곳에 정확하게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스스로 객관화하는 게 중요해요. 앞으로 시작될 긴 여정의 안내자가 되어야 하니까요.

보통 첫 미팅에서 프로젝트의 규모가 그려집니다. 이후 투입될 인력과 시간을 계산해 견적서를 작성하는데요. 투입해야 하는 자원이 어느 정도이며 예상할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인지, 프로젝트 안에 무엇이 포함되고 제외될지 명확히 소통해야 합니다. 이때 지금까지 쌓아둔 포트폴리오나 참고가 될 아웃풋을 보여 주면 클라이언트가 고민할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쓰고 보니 여기까지는 프로젝트 시작 전 과정에 해당하는 듯하네요. 그래도 건너뛸 수 없는 중요한 단계라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어요. ‘파악’ 3총사 [0. 파악 - 대상(브랜드), 주체(Achim), 견적(비용)] 쯤 되겠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요?”

드디어 프로젝트의 시작, 진단 단계입니다. 말 그대로 병원에서 환자를 진단하는 것과 비슷해요. 진단을 내리려면 진찰이 필수고, 질문은 진찰의 도구가 됩니다.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예요. (갑자기 대학생 때 읽었었던 백지연 전 앵커의 책 <크리티컬 매스>가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정말 좋아했던 책인데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어요.)

우선 질문은 첫 미팅 때 나눈 대화들을 힌트 삼아 구성합니다. 기본적인 질문의 틀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는데요. 이미 브랜드를 전개 중인 팀에게도, 새롭게 시작하려는 팀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거기에 클라이언트의 답변에 맞게 질문을 추가하거나 덜곤 합니다.



Achim 브랜드 진단 설문 프레임 워크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大學)>의 ‘8조목(八條目)’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그러니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죠.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으며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이 말이 지루한 설교 같기도 하겠지만, 저는 일상에서 꽤나 자주 떠올리곤 해요. 브랜딩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왜 브랜딩을 의뢰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지?’ 싶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 힌트가 있어요.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브랜딩은 브랜드를 시작하거나 소유한 사람으로부터 출발하고, 그것을 일궈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많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그렇기에 가능한 내밀한 이야기를 넉넉히 나눕니다.


“우리 솔직하기로 해요.”

우리는 병원에 가면 아픈 곳을 최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그럴수록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진단 단계는 모두가 가장 솔직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안전한 마음과 안정된 상태로 답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편안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대화할 수 있게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이때 질문자의 톤과 태도도 중요해요. 클라이언트가 자꾸만 더 이야기를 하고 싶게끔 공감을 많이 하고 교감을 이루어야 하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많은 소스를 확보할수록 좋거든요. 여기서 듣지 못한 이야기와 던지지 못한 질문이 남지 않도록 몰입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면, 다듬어지지 않은 그 원석을 소중히 품고 돌아옵니다. 보통은 양해를 구해 인터뷰 내용을 꼭 녹음하는 편인데요. 다음 만남 전까지 수시로 들으며 그간 놓친 부분은 없는지, 선택된 단어나 말의 뉘앙스, 대화의 여백에서 힌트가 될 만한 것은 없는지도 점검해 봐요.

의사가 환자의 병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몸을 ‘보는 진단(시진 inspection)’과 ‘만지는 진단(촉진 palpation)’, ‘두드리는 진단(타진 percussion)’ 그리고 ‘듣는 진단(청진 auscultation)’을 동원한다고 해요. 브랜딩을 위한 진단 역시 비슷합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브랜드를 늘 마음에 두고 다방면으로 관찰합니다. 이 기간을 거치고 나면 드디어 상황을 진단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제안’ 단계로 넘어갑니다. 클라이언트를 인터뷰한 내용과 마켓 리서치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백업 자료들을 준비합니다.

이 단계에선 많은 공부가 필요해요.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컨설팅 프로젝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저의 내심을 늘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 주시는 선배님께 말씀드렸다가 된통 혼난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호기심의 문이 열리고, 생소한 것을 배워 가는 기쁨은 이 일을 계속하는 분명한 이유인 걸요.


*진찰은 병의 진단수단으로서 환자의 몸을 보는 진단(시진 inspection), 만지는 진단(촉진 palpation), 두드리는 진단(타진 percussion), 듣는 진단(청진 auscultation)을 통하여 검사하는 것이다. 출처) 의협신문(http://www.doctorsnews.co.kr)


Written by Jin


Achim의 컨설팅 이야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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