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비전과 만나기 전 나의 일상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순간들로 채워졌다. 매일 아침 똑같은 알람 소리에 눈을 떴고, 어제와 같은 그릇과 숟가락으로 아침 식사를 가볍게 때웠다. 일상에 너무나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매 순간을 나름 잘 받아들이고 있었던 걸까.
그러나 프로비전에 머물면서 나는 내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프로비전 2층에 위치한 조식당 ‘마다밀(Mada Meal)’의 스텝밀 덕이었다. 스텝밀이란 레스토랑에서 영업이 끝난 후에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를 의미하는데, 나는 프로비전의 구성원으로서 매일 양질의 스텝밀을 먹을수 있었다. 지금 저널을 쓰는 와중에도 내일 스텝밀이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프로비전 파트너 멤버들을 위해 스텝밀을 준비하는 마다밀 셰프 후삼(후암동삼층집) 님을 도우며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짧게 진행했다. 그 이야기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민형(이하 M) : 후삼 님과는 겨울에 처음 만났는데 어느새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그때와 지금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는데요. 후삼 님의 삶에서 특히나 달라진 게 있을까요?
후삼(이하 H) : 마다밀을 운영하기 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6개월 동안 쉬고 있었어요. 공백 기간이 꽤나 길었던 탓인지 빈 여백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때마침 찾아온 Achim 팀의 제안으로 프로비전에 함께하게 되었고, 마다밀이라는 제철 재료 중심의 요리 콘텐츠로 일상을 채워 나가게 된 게 가장 달라진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M : 요즘 너무 바쁘시죠? 거의 한 달 동안 쉬지도 못하셨잖아요. 그런데 후삼 님은 어떻게 ‘후암동삼층집’이라는 콘텐츠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H : 맨 처음에 영등포구에서 독립을 했어요. 근데 마음 한편에 항상 용산구에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후암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후암동에 살면서 전과 다르게 집다운 집, 나의 집이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제가 요리하는 걸 워낙 좋아하니 집에서 요리하는 모습이나 일상을 유튜브에 기록해 나가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해 줬어요. 제가 워낙 실행력이 좋거든요. 마음먹은 지 2주 만에 후암동삼층집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M : 한 달 정도 후암동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후암동만의 특색이 굉장히 인상 깊어요. 후삼 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후암동은 어떤가요?
H : 간단하게 말하면, 기운이 좋은 거 같아요. 서울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바로 뒤에 남산도 있고요. 특히 후삼집으로 들어가는 오르막길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요. 봄이면 푸릇푸릇했던 나무가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모습을 보며 자연과 함께 지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M : 후삼 님이 직접 운영하는 마다밀의 ‘마다밀 플레이트’ 이야기를 빼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마다밀 플레이트를 먹고 나면 지금의 계절이 입으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특별히 제철 재료를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H : 이 계절을 잘 보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요리에 담고 싶었어요. 음식이란 건 사실 너무나 다양하게 정의 내릴 수 있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음식이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일 수 있을 텐데, 제철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음식은 우리가 이 계절을 그리고 일상을 잘 보내고 있다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철 재료 중심의 요리를 선보이려 하고 있고요.
M : 그럼 후삼 님이 가장 좋아하는 제철 재료는 무엇일지 궁금해요.
H : 뭐 하나 딱 정하기 어려운데, 계절로 나누자면 봄에는 고사리, 여름에는 초당 옥수수, 가을에는 무화과, 겨울에는 레몬을 가장 좋아해요. 시중에 판매하는 레몬은 거의 대부분이 수입산인데, 제주도에선 겨울에 레몬이 나거든요. 근데 제주산 레몬은 수입하는 게 아니다 보니 수입산에 비해 신선하고 맛도 더 뛰어나요. 겨울이 오면 제주도산 레몬을 꼭 드셔 보세요!
M : 벌써 5월 중순이네요. 이달의 마다밀 플레이트 중 방문하시는 분들이 꼭 맛보았으면 하는 음식이 있나요?
H : 4월에는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재료들로 플레이트를 채웠는데, 5월에는 좀 더 실험적인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멍게 주먹밥을 들 수 있는데요. 메뉴를 테스트할 때 멍게가 가진 향이 워낙 강하다 보니 호불호가 심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평소 생으로만 접한 멍게를 주먹밥으로 먹어 보니 바다 향도 강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는 피드백도 많이 듣고 있어요. 제철 재료인 멍게를 통해 손님들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 많이 뿌듯합니다.
M : 근데 후삼 님… 저희 주방에 계속 있다 보니 배에서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나요. 일단 스텝밀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H : 네, 좋아요 민형님. 식사 먼저 해요 우리!
Written & Photographed by Minhyung
프로비전 저널 Ep.0 : 준비 운동
프로비전 저널 Ep.1 : 마다밀 시식회
프로비전 저널 Ep.2 : 인터뷰 with EP
프로비전 저널 Ep.3 : 첫날의 추억
Achim 멤버십 가입하러 가기
Vol.28 Provision 구매하러 가기
프로비전과 만나기 전 나의 일상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순간들로 채워졌다. 매일 아침 똑같은 알람 소리에 눈을 떴고, 어제와 같은 그릇과 숟가락으로 아침 식사를 가볍게 때웠다. 일상에 너무나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매 순간을 나름 잘 받아들이고 있었던 걸까.
그러나 프로비전에 머물면서 나는 내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프로비전 2층에 위치한 조식당 ‘마다밀(Mada Meal)’의 스텝밀 덕이었다. 스텝밀이란 레스토랑에서 영업이 끝난 후에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를 의미하는데, 나는 프로비전의 구성원으로서 매일 양질의 스텝밀을 먹을수 있었다. 지금 저널을 쓰는 와중에도 내일 스텝밀이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프로비전 파트너 멤버들을 위해 스텝밀을 준비하는 마다밀 셰프 후삼(후암동삼층집) 님을 도우며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짧게 진행했다. 그 이야기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민형(이하 M) : 후삼 님과는 겨울에 처음 만났는데 어느새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그때와 지금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는데요. 후삼 님의 삶에서 특히나 달라진 게 있을까요?
후삼(이하 H) : 마다밀을 운영하기 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6개월 동안 쉬고 있었어요. 공백 기간이 꽤나 길었던 탓인지 빈 여백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때마침 찾아온 Achim 팀의 제안으로 프로비전에 함께하게 되었고, 마다밀이라는 제철 재료 중심의 요리 콘텐츠로 일상을 채워 나가게 된 게 가장 달라진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M : 요즘 너무 바쁘시죠? 거의 한 달 동안 쉬지도 못하셨잖아요. 그런데 후삼 님은 어떻게 ‘후암동삼층집’이라는 콘텐츠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H : 맨 처음에 영등포구에서 독립을 했어요. 근데 마음 한편에 항상 용산구에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후암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후암동에 살면서 전과 다르게 집다운 집, 나의 집이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제가 요리하는 걸 워낙 좋아하니 집에서 요리하는 모습이나 일상을 유튜브에 기록해 나가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해 줬어요. 제가 워낙 실행력이 좋거든요. 마음먹은 지 2주 만에 후암동삼층집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M : 한 달 정도 후암동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후암동만의 특색이 굉장히 인상 깊어요. 후삼 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후암동은 어떤가요?
H : 간단하게 말하면, 기운이 좋은 거 같아요. 서울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바로 뒤에 남산도 있고요. 특히 후삼집으로 들어가는 오르막길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요. 봄이면 푸릇푸릇했던 나무가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모습을 보며 자연과 함께 지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M : 후삼 님이 직접 운영하는 마다밀의 ‘마다밀 플레이트’ 이야기를 빼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마다밀 플레이트를 먹고 나면 지금의 계절이 입으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특별히 제철 재료를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H : 이 계절을 잘 보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요리에 담고 싶었어요. 음식이란 건 사실 너무나 다양하게 정의 내릴 수 있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음식이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일 수 있을 텐데, 제철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음식은 우리가 이 계절을 그리고 일상을 잘 보내고 있다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철 재료 중심의 요리를 선보이려 하고 있고요.
M : 그럼 후삼 님이 가장 좋아하는 제철 재료는 무엇일지 궁금해요.
H : 뭐 하나 딱 정하기 어려운데, 계절로 나누자면 봄에는 고사리, 여름에는 초당 옥수수, 가을에는 무화과, 겨울에는 레몬을 가장 좋아해요. 시중에 판매하는 레몬은 거의 대부분이 수입산인데, 제주도에선 겨울에 레몬이 나거든요. 근데 제주산 레몬은 수입하는 게 아니다 보니 수입산에 비해 신선하고 맛도 더 뛰어나요. 겨울이 오면 제주도산 레몬을 꼭 드셔 보세요!
M : 벌써 5월 중순이네요. 이달의 마다밀 플레이트 중 방문하시는 분들이 꼭 맛보았으면 하는 음식이 있나요?
H : 4월에는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재료들로 플레이트를 채웠는데, 5월에는 좀 더 실험적인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멍게 주먹밥을 들 수 있는데요. 메뉴를 테스트할 때 멍게가 가진 향이 워낙 강하다 보니 호불호가 심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평소 생으로만 접한 멍게를 주먹밥으로 먹어 보니 바다 향도 강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는 피드백도 많이 듣고 있어요. 제철 재료인 멍게를 통해 손님들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 많이 뿌듯합니다.
M : 근데 후삼 님… 저희 주방에 계속 있다 보니 배에서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나요. 일단 스텝밀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H : 네, 좋아요 민형님. 식사 먼저 해요 우리!
Written & Photographed by Minhyung
프로비전 저널 Ep.0 : 준비 운동
프로비전 저널 Ep.1 : 마다밀 시식회
프로비전 저널 Ep.2 : 인터뷰 with EP
프로비전 저널 Ep.3 : 첫날의 추억
Achim 멤버십 가입하러 가기
Vol.28 Provision 구매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