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날이 왔습니다. 2년 전부터 새해 첫날이 되면 멤버십 유저분들께 ‘주주 서한’을 보냈습니다. 세 번째 서한을 쓰기 전, 지난 해 보냈던 서한을 다시 읽고 왔어요. 이제야 365일이 지났음을 실감해요. 그때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들이 가득 펼쳐진 1년이었습니다.
올해는 2023년 마지막 날에 주주 서한을 보냅니다. 1월 1일이 월요일이라 그런지 2024년은 온전히 준비된 채로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데요. 얼마 전 진행된 멤버십 개편을 통해 12월에 신규 멤버가 되신 분들이 많아 Achim의 지난 시간을 간단히 요약하며 시작하려 합니다.
8년간의 변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간 Achim은 아침(Morning)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 회사 일과 병행해 오던 사이드 프로젝트였습니다. 글과 사진을 빼곡히 채운 양면의 타블로이드와 엽서 몇 장으로 구성된 독립 매거진이자 계간지를 표방했으나,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느슨히 해 오던 작업이었어요. 종종 재미 삼아 몇 가지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죠.
커다란 변화의 기점은 2021년 초였습니다. 꾸준히 요청이 들어왔던 ‘정기 구독 서비스’를 오랫동안 미뤄 오다 마침내 오픈한 것이죠. 매거진과 함께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온라인 컨텐츠로 ‘일요 영감 모음집’을 론칭하였는데요. 이때 Achim의 무게 중심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조금씩 옮겨집니다. 1년 동안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통의 빈도가 늘어나고 독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독자가 그 이상의 ‘멤버’가 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Achim의 깊고 넓은 가능성에 눈을 떴습니다.
2022년 2월, 회사 일보다 Achim 일에서 얻는 재미와 배움이 커지면서 결심했습니다. 8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Achim을 풀타임 프로젝트, 아니 ‘라이프타임 프로젝트’로 키우기로요.
이때 Achim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겼는데요. 더 이상 매거진이 아닌 ‘타임 버티컬 플랫폼(Time Vertical Platform)’으로 정체성을 재정의한 것입니다. 우리의 아침에 쌓이는 이야기와, 경험 그리고 상품이 매개가 되어 서로를 연결하는 Achim만의 세계관을 설계하기 시작했어요.
‘Achim 파트너 멤버’가 등장한 것도 그해였습니다. 2022년 4월, 첫 멤버가 합류하며 자유로우면서도 긴밀하게 일하는 우리만의 문화가 생겨납니다. 어엿한 팀이 된 것이죠.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네 명의 파트너 멤버들과 연말 인사를 나누었는데, 올해는 여섯 명의 멤버들과 나누었네요. 비정기적인 협업이나 한시적인 참여로 Achim의 땅을 고르는 이들까지 하면 약 14명이 함께하고 있고요. Achim 팀에게 한 명 한 명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해가 갈수록 Achim 햇살이 닿는 대지의 면적과 빛의 밝기가 달라짐을 실감합니다. 특히 올해는 어둠을 밝히는 햇귀가 반짝이기 시작한 해로 기억할 거예요. 2023년을 시작하며 희망한 한 가지가 있다면 Achim이 더 이상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같은 목소리를 내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모닝 오너의 등장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그 공동체를 부르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모든 관계의 출발은 ‘이름’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자연스레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흐릅니다. 무엇이든 이름으로 불리기 전까지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으며, 불리는 순간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죠.
작년부터 Achim과 관계 맺은 사람들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고민이 길었습니다. 보통의 브랜드와 소비자간의 관계처럼 특정 명사에 사람을 지칭하는 접미사를 붙여 보기도 했는데, 입에 잘 붙지도 않거니와 묘하게 둘간을 구분 짓는 듯했습니다. 그보다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아침을 동등한 입장에서 나누는 사이로 정의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그러다 지난 1월에 합류하신 디자이너 경환 님의 입에서 해답이 뿅! 하고 등장했어요.
“모닝 오너(Morning Owner) 어때요?”
그때부터 흙 아래 잠자는 씨앗 같던 커뮤니티가 뿌리를 내리며 점차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 메이커 다와 님이 애정으로 돌보자 커뮤니티라는 식물이 쑥쑥 자라고 금세 튼튼한 잎도 달렸어요. 한 해 동안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N개의 커뮤니티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실험적으로 시도한 나눔 프로그램 Achim Basket도 건강하게 이뤄졌고, 재능 많은 모닝 오너분들의 활약 덕에 Morning Hurdling은 참여율이 높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에 진행한 오프라인 이벤트 ‘얼리버즈 게더링’을 통해 마침내 커뮤니티가 발화했습니다. 매해 다른 브랜드의 행사에 참여하거나 특정 공간의 일부가 되는 형태로 오프라인 만남을 이어 왔습니다. 작년에는 <Achim> Vol.20 발행을 기념하는 단독 전시를 서촌에서 열기도 했죠. 그 뒤로는 잠잠히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어요. Achim 스폿으로 연을 맺은 서울 군자에 위치한 로스터리 카페 보난자 커피(Bonanza Coffee)와 협력해 게더링을 진행한 것이죠. Achim뿐 아니라 스무 팀이 넘는 모닝 오너분들과 함께 서로의 아침을 밝힌 지난 가을을 잊지 못할 거예요. 연초에 품은 소망 하나가 이뤄진 순간이었습니다.
Achim Spot
‘이게 될까?’ 싶었는데, ‘이게 되네? 심지어 잘되네?’ 하고 여전히 놀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있어요. 바로 Achim 스폿이에요. 우리의 아침을 풍성하게 만드는 카페들과 제휴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멤버십에 가입한 멤버분들께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 방안을 짠 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어요.
Achim과 제휴를 맺은 파트너 스폿이 전국에 총 24곳 마련되어 있습니다. 카페별로 제공하는 혜택이 다르니, 방문 계획을 짜기 전에 꼭 안내 사항을 노션 페이지로 확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내년에는 카페 외에도 이른 아침부터 꼼지락꼼지락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요가원이나 체육관, 배움의 열기로 뜨거운 학원, 조조 영화를 사랑하는 모닝 오너분들께 기쁨을 안겨드릴 영화관과도 제휴를 맺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모닝 오너님이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거나 관련 업을 하고 계시다면 연락 주세요!
Achim Cast to Achim Log
매거진으로 시작해 인스타그램, 저널, 팟캐스트, 유튜브 그리고 Achim 마트 상품까지. 부지런히 생산하고 차곡차곡 쌓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는 Achim의 확실한 강점이자, 자랑이자, 자신감입니다. 작년에 처음 시작한 팟캐스트는 시즌 2로 넘어가 벌써 여덟 번째 에피소드까지 공개됐습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모닝 오너분들의 사연을 소개하거나 게스트로 모셔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어요.
올해 처음 소개한 콘텐츠도 있었는데요. 바로 Achim Log입니다. 모닝 오너의 아침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시간 순서대로 영상에 담고 있어요. 한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썸네일에 주인공의 아침이 언제 시작되는지 시침과 분침으로 표시해 두었다는 거예요.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며 시작하는 이상적인 아침이 아닌, 누군가는 분주하게 시작하기도, 누군가는 하루를 끝내기도 하는 서로 다른 모양새의 아침을 그대로 담고 싶어요. 내년에 꽤 많은 에피소드가 쌓일 텐데요. 곧 보게 될 이야기들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New Membership
12월 1일부터 새로운 멤버십 구성과 혜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12월 딱 한 달만 오픈한 Sunshine 멤버십은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기존 멤버분들이 해당 멤버십으로 전환하시기도, 신규 멤버분들이 가입하시기도 했죠. 확인해 보니 Sunshine 멤버십에 약 일흔다섯 분의 모닝 오너분들이 모여 계시네요. 혹시 Sunshine 멤버십을 함께 즐기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오늘이 한 해 중 가입 가능한 마지막 날이라고 꼭 알려 주세요!
Achim 멤버십 혜택은 나날이 더해질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매거진 <Achim> 과월호에 담긴 이야기나 신간에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를 모아 발행하는 Member Only 저널도 오픈했어요.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타고 나길 베풀기 좋아하고 나누는 것이 기쁨인 Achim 멤버들이라 앞으로 멤버십 혜택은 풍성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행히 Achim 비즈니스 빌더 무아 님 덕분에 자선 단체가 아닌 비즈니스 주체로서 자생력을 갖추도록 잔고와 마진을 수시로 점검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지 않는, 더 많이 나누기 위해 더 넉넉히 채우는 팀이 되려 합니다.
어떻게요? 바로 지금부터가 주주 서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하루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공간
실체를 마주하는 순간은 늘 짜릿합니다. 모닝 오너분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다양해질수록 오프라인에서 손을 맞잡고 눈을 맞췄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Achim이 10년째가 되는 2025년 오픈을 목표로 오프라인 공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온전한 공간을 선보이기 전에 잠시 모닝 오너님을 만날 수 있는 거점을 올봄에 열게 될 것 같습니다.
장소는 후암동이에요. 팝! 하고 생겼다가 다음 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런 곳은 아닐 거예요. 모닝 오너님 일상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최소 두 달에서 길게는 반년 정도, 꽤나 진득하게 운영할 계획이에요. 공간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겠고요.
아침잠을 깨우는 커피는 물론, 소박하고도 포만감 좋은 제철 요리도 선보일 겁니다. 혼자와도 좋고 둘이 와도 좋아요. 인사만 나누고 가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가도 좋고요. 아니면 그곳에 남아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환영해요. 넓은 테이블을 놓아둘 거거든요. 신선한 공기와 맑은 음악도 흐를 거예요.
Achim의 마스코트 JoJo가 운영하는 Achim 마트의 오프라인 매대도 구비해둘 예정이에요. JoJo는 동네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쁠지도 몰라요. 해님으로 태어났는데 강아지처럼 사람을 좋아해서 말이죠. 반짝반짝 광을 내며 상품을 진열하는 재주는 없어도 인사는 잘 건넬 겁니다. 상품들이 다소 삐뚤빼뚤하게 놓여 있거나 정렬이 무너져 있어도 이해해 주세요!
건강하게 순환하는 커뮤니티
커뮤니티를 생각하면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희망을 봤어요. 지난 메일에서 Achim 팀의 OKR 중 하나가 ‘멤버십 가입자 수 1천 명을 달성하자!’ 였다고 소개했는데요. 현재 스코어는 330명으로 달성률은 약 33%에 그쳤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노라 말할 수 있어요. 목표를 위해 한결로 모은 우리의 마음,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차근차근 꿰어낸 결실, 계획들을 가만히 두지 않고 실행으로 옮긴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더 많은 멤버를 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어떻게 하면 충분한 만족감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그만큼 깊습니다. 한참 조바심이 날 때는 중심을 잃고 위험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플루언서를 초대해서 보상을 제공하고 일정 활동과 외부 홍보를 부탁할까?’. 이내 Achim답지 못한 결정임을 깨닫고 반성했어요. 오히려 집중해야 할 것은 커뮤니티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에너지가 건강하게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 공간이 슬랙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금보다 더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는데요. 처음에는 겁이 좀 났습니다. 커뮤니티로 시작한 서비스가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고 점차 고도화되는 모습을 7년간 속해 있던 회사에서 긴밀히 지켜봐 왔기에 필요한 자원이 얼마인지 대략 가늠할 수 있었거든요. 앱이 기획되고 운영되기 위한 상상 속 규모에 압도되었던 것 같습니다.
앱을 만드는 게 개인의 과욕은 아닌지 점검하고 싶던 초겨울, 다섯 명의 모닝 오너와 모여 게릴라 러닝을 한 뒤 커피 타임을 갖던 중이었어요. “Achim 전용 앱이 있으면 정말 편하고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어버렸습니다.
좋습니다. 시작도 전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나요. 모닝 오너님의 아침을 기록할 수 있는 My Feed와, 모닝 오너들의 아침을 구경하며 응원을 보내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Morning Feed. 두 가지만 병렬로 갖춘 MVP(최소 기능 제품)를 출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활동 정도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갖춰 온오프라인 Achim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정도? 나아가서 앱 내에서 Achim 마트의 상거래까지 구현되어도 좋겠..으나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차근차근 걷다가 작은 진전이라도 있다면 소식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름답고 쓸모 있고 합리적인 상품
생활을 이롭게 하는 제품을 만들고 소개하는 Achim의 자체 상품 레이블 ‘hi Am’의 론칭과 제품 개발에도 열심을 다해볼 예정이에요. 추구하는 방향은 딘앤델루카의 쾌적한 디자인, 무인 양품의 실용성, 그리고 트레이더조의 위트입니다. 생활용품부터 식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를 거예요. 우선 시작 상품으로는 오랫동안 맛보며 신체에 데이터를 축척해 온 뉴트리션 바와 그래놀라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샘플링을 위한 제조사를 찾고 있어요. 수차례 피드백이 오가고, 패키지 디자인을 조율하고, 여러 가지 검사와 검증을 거쳐 출시 준비를 마치면 어떤 계절이 되어 있을까요? 내년의 어떤 날에 완성된 제품을 손에 쥔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작년을 돌아보고 내년을 바라보는 지금,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장면 장면 속에 모닝 오너님도 등장하셨을까요? 함께한 순간, 혹은 함께하고 싶은 순간이 있으신가요? 내년에 Achim은 어떤 모습으로 모닝 오너님을 만나고 어떤 소식을 전하게 될까요? 늘 그렇듯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일도 해가 떠오르며 아침이 찾아올 거라는 사실이에요. 단 한 번도 제 것이 아니었던 아침에 Achim을 매개 삼아 모닝 오너님께 인사를 건네고 재밌는 일들을 해나갈 수 있었던, 참 과분하고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늘 주주 서한의 끝에 덧붙이는 메시지로 긴 글을 맺겠습니다.
2024년에도 대가 없이 누리는 아침의 기쁨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아침의 평안이, 날마다 떠오르는 햇살 아래 다시 태어나는 듯한 기분과, 어제보다 조금 더 잘 존재해 보고 싶은 의지와 용기와 에너지가 모닝 오너분들과 함께이길 바라겠습니다.
Written by Jin
벌써 그날이 왔습니다. 2년 전부터 새해 첫날이 되면 멤버십 유저분들께 ‘주주 서한’을 보냈습니다. 세 번째 서한을 쓰기 전, 지난 해 보냈던 서한을 다시 읽고 왔어요. 이제야 365일이 지났음을 실감해요. 그때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들이 가득 펼쳐진 1년이었습니다.
올해는 2023년 마지막 날에 주주 서한을 보냅니다. 1월 1일이 월요일이라 그런지 2024년은 온전히 준비된 채로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데요. 얼마 전 진행된 멤버십 개편을 통해 12월에 신규 멤버가 되신 분들이 많아 Achim의 지난 시간을 간단히 요약하며 시작하려 합니다.
8년간의 변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간 Achim은 아침(Morning)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 회사 일과 병행해 오던 사이드 프로젝트였습니다. 글과 사진을 빼곡히 채운 양면의 타블로이드와 엽서 몇 장으로 구성된 독립 매거진이자 계간지를 표방했으나,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느슨히 해 오던 작업이었어요. 종종 재미 삼아 몇 가지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죠.
커다란 변화의 기점은 2021년 초였습니다. 꾸준히 요청이 들어왔던 ‘정기 구독 서비스’를 오랫동안 미뤄 오다 마침내 오픈한 것이죠. 매거진과 함께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온라인 컨텐츠로 ‘일요 영감 모음집’을 론칭하였는데요. 이때 Achim의 무게 중심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조금씩 옮겨집니다. 1년 동안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통의 빈도가 늘어나고 독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독자가 그 이상의 ‘멤버’가 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Achim의 깊고 넓은 가능성에 눈을 떴습니다.
2022년 2월, 회사 일보다 Achim 일에서 얻는 재미와 배움이 커지면서 결심했습니다. 8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Achim을 풀타임 프로젝트, 아니 ‘라이프타임 프로젝트’로 키우기로요.
이때 Achim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겼는데요. 더 이상 매거진이 아닌 ‘타임 버티컬 플랫폼(Time Vertical Platform)’으로 정체성을 재정의한 것입니다. 우리의 아침에 쌓이는 이야기와, 경험 그리고 상품이 매개가 되어 서로를 연결하는 Achim만의 세계관을 설계하기 시작했어요.
‘Achim 파트너 멤버’가 등장한 것도 그해였습니다. 2022년 4월, 첫 멤버가 합류하며 자유로우면서도 긴밀하게 일하는 우리만의 문화가 생겨납니다. 어엿한 팀이 된 것이죠.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네 명의 파트너 멤버들과 연말 인사를 나누었는데, 올해는 여섯 명의 멤버들과 나누었네요. 비정기적인 협업이나 한시적인 참여로 Achim의 땅을 고르는 이들까지 하면 약 14명이 함께하고 있고요. Achim 팀에게 한 명 한 명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해가 갈수록 Achim 햇살이 닿는 대지의 면적과 빛의 밝기가 달라짐을 실감합니다. 특히 올해는 어둠을 밝히는 햇귀가 반짝이기 시작한 해로 기억할 거예요. 2023년을 시작하며 희망한 한 가지가 있다면 Achim이 더 이상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같은 목소리를 내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모닝 오너의 등장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그 공동체를 부르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모든 관계의 출발은 ‘이름’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자연스레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흐릅니다. 무엇이든 이름으로 불리기 전까지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으며, 불리는 순간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죠.
작년부터 Achim과 관계 맺은 사람들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고민이 길었습니다. 보통의 브랜드와 소비자간의 관계처럼 특정 명사에 사람을 지칭하는 접미사를 붙여 보기도 했는데, 입에 잘 붙지도 않거니와 묘하게 둘간을 구분 짓는 듯했습니다. 그보다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아침을 동등한 입장에서 나누는 사이로 정의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그러다 지난 1월에 합류하신 디자이너 경환 님의 입에서 해답이 뿅! 하고 등장했어요.
“모닝 오너(Morning Owner) 어때요?”
그때부터 흙 아래 잠자는 씨앗 같던 커뮤니티가 뿌리를 내리며 점차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 메이커 다와 님이 애정으로 돌보자 커뮤니티라는 식물이 쑥쑥 자라고 금세 튼튼한 잎도 달렸어요. 한 해 동안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N개의 커뮤니티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실험적으로 시도한 나눔 프로그램 Achim Basket도 건강하게 이뤄졌고, 재능 많은 모닝 오너분들의 활약 덕에 Morning Hurdling은 참여율이 높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에 진행한 오프라인 이벤트 ‘얼리버즈 게더링’을 통해 마침내 커뮤니티가 발화했습니다. 매해 다른 브랜드의 행사에 참여하거나 특정 공간의 일부가 되는 형태로 오프라인 만남을 이어 왔습니다. 작년에는 <Achim> Vol.20 발행을 기념하는 단독 전시를 서촌에서 열기도 했죠. 그 뒤로는 잠잠히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어요. Achim 스폿으로 연을 맺은 서울 군자에 위치한 로스터리 카페 보난자 커피(Bonanza Coffee)와 협력해 게더링을 진행한 것이죠. Achim뿐 아니라 스무 팀이 넘는 모닝 오너분들과 함께 서로의 아침을 밝힌 지난 가을을 잊지 못할 거예요. 연초에 품은 소망 하나가 이뤄진 순간이었습니다.
Achim Spot
‘이게 될까?’ 싶었는데, ‘이게 되네? 심지어 잘되네?’ 하고 여전히 놀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있어요. 바로 Achim 스폿이에요. 우리의 아침을 풍성하게 만드는 카페들과 제휴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멤버십에 가입한 멤버분들께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 방안을 짠 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어요.
Achim과 제휴를 맺은 파트너 스폿이 전국에 총 24곳 마련되어 있습니다. 카페별로 제공하는 혜택이 다르니, 방문 계획을 짜기 전에 꼭 안내 사항을 노션 페이지로 확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내년에는 카페 외에도 이른 아침부터 꼼지락꼼지락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요가원이나 체육관, 배움의 열기로 뜨거운 학원, 조조 영화를 사랑하는 모닝 오너분들께 기쁨을 안겨드릴 영화관과도 제휴를 맺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모닝 오너님이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거나 관련 업을 하고 계시다면 연락 주세요!
Achim Cast to Achim Log
매거진으로 시작해 인스타그램, 저널, 팟캐스트, 유튜브 그리고 Achim 마트 상품까지. 부지런히 생산하고 차곡차곡 쌓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는 Achim의 확실한 강점이자, 자랑이자, 자신감입니다. 작년에 처음 시작한 팟캐스트는 시즌 2로 넘어가 벌써 여덟 번째 에피소드까지 공개됐습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모닝 오너분들의 사연을 소개하거나 게스트로 모셔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어요.
올해 처음 소개한 콘텐츠도 있었는데요. 바로 Achim Log입니다. 모닝 오너의 아침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시간 순서대로 영상에 담고 있어요. 한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썸네일에 주인공의 아침이 언제 시작되는지 시침과 분침으로 표시해 두었다는 거예요.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며 시작하는 이상적인 아침이 아닌, 누군가는 분주하게 시작하기도, 누군가는 하루를 끝내기도 하는 서로 다른 모양새의 아침을 그대로 담고 싶어요. 내년에 꽤 많은 에피소드가 쌓일 텐데요. 곧 보게 될 이야기들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New Membership
12월 1일부터 새로운 멤버십 구성과 혜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12월 딱 한 달만 오픈한 Sunshine 멤버십은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기존 멤버분들이 해당 멤버십으로 전환하시기도, 신규 멤버분들이 가입하시기도 했죠. 확인해 보니 Sunshine 멤버십에 약 일흔다섯 분의 모닝 오너분들이 모여 계시네요. 혹시 Sunshine 멤버십을 함께 즐기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오늘이 한 해 중 가입 가능한 마지막 날이라고 꼭 알려 주세요!
Achim 멤버십 혜택은 나날이 더해질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매거진 <Achim> 과월호에 담긴 이야기나 신간에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를 모아 발행하는 Member Only 저널도 오픈했어요.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타고 나길 베풀기 좋아하고 나누는 것이 기쁨인 Achim 멤버들이라 앞으로 멤버십 혜택은 풍성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행히 Achim 비즈니스 빌더 무아 님 덕분에 자선 단체가 아닌 비즈니스 주체로서 자생력을 갖추도록 잔고와 마진을 수시로 점검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지 않는, 더 많이 나누기 위해 더 넉넉히 채우는 팀이 되려 합니다.
어떻게요? 바로 지금부터가 주주 서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하루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공간
실체를 마주하는 순간은 늘 짜릿합니다. 모닝 오너분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다양해질수록 오프라인에서 손을 맞잡고 눈을 맞췄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Achim이 10년째가 되는 2025년 오픈을 목표로 오프라인 공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온전한 공간을 선보이기 전에 잠시 모닝 오너님을 만날 수 있는 거점을 올봄에 열게 될 것 같습니다.
장소는 후암동이에요. 팝! 하고 생겼다가 다음 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런 곳은 아닐 거예요. 모닝 오너님 일상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최소 두 달에서 길게는 반년 정도, 꽤나 진득하게 운영할 계획이에요. 공간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겠고요.
아침잠을 깨우는 커피는 물론, 소박하고도 포만감 좋은 제철 요리도 선보일 겁니다. 혼자와도 좋고 둘이 와도 좋아요. 인사만 나누고 가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가도 좋고요. 아니면 그곳에 남아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환영해요. 넓은 테이블을 놓아둘 거거든요. 신선한 공기와 맑은 음악도 흐를 거예요.
Achim의 마스코트 JoJo가 운영하는 Achim 마트의 오프라인 매대도 구비해둘 예정이에요. JoJo는 동네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쁠지도 몰라요. 해님으로 태어났는데 강아지처럼 사람을 좋아해서 말이죠. 반짝반짝 광을 내며 상품을 진열하는 재주는 없어도 인사는 잘 건넬 겁니다. 상품들이 다소 삐뚤빼뚤하게 놓여 있거나 정렬이 무너져 있어도 이해해 주세요!
건강하게 순환하는 커뮤니티
커뮤니티를 생각하면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희망을 봤어요. 지난 메일에서 Achim 팀의 OKR 중 하나가 ‘멤버십 가입자 수 1천 명을 달성하자!’ 였다고 소개했는데요. 현재 스코어는 330명으로 달성률은 약 33%에 그쳤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노라 말할 수 있어요. 목표를 위해 한결로 모은 우리의 마음,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차근차근 꿰어낸 결실, 계획들을 가만히 두지 않고 실행으로 옮긴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더 많은 멤버를 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어떻게 하면 충분한 만족감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그만큼 깊습니다. 한참 조바심이 날 때는 중심을 잃고 위험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플루언서를 초대해서 보상을 제공하고 일정 활동과 외부 홍보를 부탁할까?’. 이내 Achim답지 못한 결정임을 깨닫고 반성했어요. 오히려 집중해야 할 것은 커뮤니티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에너지가 건강하게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 공간이 슬랙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금보다 더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는데요. 처음에는 겁이 좀 났습니다. 커뮤니티로 시작한 서비스가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고 점차 고도화되는 모습을 7년간 속해 있던 회사에서 긴밀히 지켜봐 왔기에 필요한 자원이 얼마인지 대략 가늠할 수 있었거든요. 앱이 기획되고 운영되기 위한 상상 속 규모에 압도되었던 것 같습니다.
앱을 만드는 게 개인의 과욕은 아닌지 점검하고 싶던 초겨울, 다섯 명의 모닝 오너와 모여 게릴라 러닝을 한 뒤 커피 타임을 갖던 중이었어요. “Achim 전용 앱이 있으면 정말 편하고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어버렸습니다.
좋습니다. 시작도 전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나요. 모닝 오너님의 아침을 기록할 수 있는 My Feed와, 모닝 오너들의 아침을 구경하며 응원을 보내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Morning Feed. 두 가지만 병렬로 갖춘 MVP(최소 기능 제품)를 출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활동 정도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갖춰 온오프라인 Achim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정도? 나아가서 앱 내에서 Achim 마트의 상거래까지 구현되어도 좋겠..으나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차근차근 걷다가 작은 진전이라도 있다면 소식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름답고 쓸모 있고 합리적인 상품
생활을 이롭게 하는 제품을 만들고 소개하는 Achim의 자체 상품 레이블 ‘hi Am’의 론칭과 제품 개발에도 열심을 다해볼 예정이에요. 추구하는 방향은 딘앤델루카의 쾌적한 디자인, 무인 양품의 실용성, 그리고 트레이더조의 위트입니다. 생활용품부터 식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를 거예요. 우선 시작 상품으로는 오랫동안 맛보며 신체에 데이터를 축척해 온 뉴트리션 바와 그래놀라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샘플링을 위한 제조사를 찾고 있어요. 수차례 피드백이 오가고, 패키지 디자인을 조율하고, 여러 가지 검사와 검증을 거쳐 출시 준비를 마치면 어떤 계절이 되어 있을까요? 내년의 어떤 날에 완성된 제품을 손에 쥔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작년을 돌아보고 내년을 바라보는 지금,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장면 장면 속에 모닝 오너님도 등장하셨을까요? 함께한 순간, 혹은 함께하고 싶은 순간이 있으신가요? 내년에 Achim은 어떤 모습으로 모닝 오너님을 만나고 어떤 소식을 전하게 될까요? 늘 그렇듯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일도 해가 떠오르며 아침이 찾아올 거라는 사실이에요. 단 한 번도 제 것이 아니었던 아침에 Achim을 매개 삼아 모닝 오너님께 인사를 건네고 재밌는 일들을 해나갈 수 있었던, 참 과분하고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늘 주주 서한의 끝에 덧붙이는 메시지로 긴 글을 맺겠습니다.
2024년에도 대가 없이 누리는 아침의 기쁨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아침의 평안이, 날마다 떠오르는 햇살 아래 다시 태어나는 듯한 기분과, 어제보다 조금 더 잘 존재해 보고 싶은 의지와 용기와 에너지가 모닝 오너분들과 함께이길 바라겠습니다.
Written by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