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1. The Future is Boring

Achim Dawua
2023-04-11

2f4946778c331.png

이 아티클은 ACC Morning Hurdling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Monocle Translation Hurdling’의 결과물입니다.
<The Monocle Companion> 속 일부 컨텐츠를 호스트 희석 님과 모닝 오너 다섯 분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Article #1: The Future is Boring - 지루한 미래에 관하여

만약, 현재의 기술로부터 비롯되는 지루함을 경험했다면, 훨씬 더 따분한 미래가 오는 것은 머지않은 일이 될 거예요. 우리는 어쩌면 그 지루함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과의 호의적인 관계들로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악마 같은 지배자, 살아남기 위한 경쟁, 사람을 죽이는 로봇 그리고 우주 식민지화와 같이, 할리우드식 디스토피아는 드라마틱한 경향이 있죠. 하지만 우리가 향하고 있는 진짜 디스토피아는 이보다 오히려 더 지루하답니다. “온라인 지원”으로 수확 없는 교환을 하며, 통화 처리기기로부터 “보안 검사”를 받고, 버벅거리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해결책을 그보다 더 어려운 메시지 보드의 스레드에서 검색한다거나, 깜빡거리는 파란 컴퓨터 커서를 바라보며 허비했던 시간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충실하게 빨간 별표(*)가 있는 모든 칸을 채우고, 깜빡이는 네모 아이콘을 클릭하며, “나는 모든 조건을 확인했습니다.”라는 박스에 체크 표시(✓)를 합니다. 사실은 그들도 우리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 역시 이를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더 알아보기(learn more)” 속의 내용이 별로 알고 싶지 않아 우리는 그냥 모든 쿠키를 승인해버리고는 합니다. 또, 한 가지 제품만 대충 훑어보거나 시작을 위해 바로 스크린을 터치하기도 하죠. 우리는 지금 하는 전화 통화가 직원들의 대응 훈련과 모니터링을 위해 녹음되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세상은, 1) ‘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끝나거나 훌쩍이듯 흐지부지 끝나는 것’이 아닌, 복잡한 보안 인증과 이유 없이 안 되는 로그인의 단계들을 거치며 신원을 확인하다 끝나버릴 것처럼 보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것을 예상한 건 아니었습니다. 1930년, 영국 경제학자 2)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anes)는 20세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여 우리가 일주일에 15시간만 일을 해도 되리라 예측했었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양식들을 채워내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요? 인공 지능 기술과 알고리즘의 정교함이 급격히 발전하는 시대에, 우리는 직관적이지 못한 컴퓨터 시스템들에 대해 익히며, 전화기 너머 고객 서비스와의 친근한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온라인 트레이닝 코스를 최소한의 참여도로 마무리 짓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뒤로하고, 자동화 시스템은 다양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우리가 끊임없이 넘어야 할 지루한 디지털 체계들을 제공하느라 오히려 효율성은 떨어졌으며, 또한 우리 삶 속 몇몇 반짝이는 순간들을 지워 버렸죠.

미국의 인류학자 3)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는 이러한 수수께끼에 대하여, 시장에 대한 천박하고 비열한 언사들과 시장 개혁에도 불구하고, 후기 자본주의가 관료주의와 가지는 불가분한 관계에 관해 주장하며 이를 설명하였습니다. 비용 절감 운동은 급증하는 경영 컨설턴트 집단에 의해 실천되며, 민영화는 급증하는 규제 산업을 낳게 되고, 공적 책임의 요구들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로 이루어진 가상의 요새는 목표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무의미한 의례들은 기술 자본주의의 부끄러운 이면입니다. 작가 4) 마크 피셔(Mark Fisher)는 "관료주의는 일종의 억압으로의 귀환이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파괴하겠다고 주장한 시스템의 중심에서 그것이 다시 발현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했죠. 유쾌한 슬로건인 5) *“딱 맞는 앱이 있어! (There's an app for that)"*와(과)는 반대로, 형편없는 소프트웨어들로 인해, 우리는 모두 결국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리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현대의 관료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것이 과연 실수의 산물인지 혹은, 음모의 일종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서구권의 우리들은 현재 중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무시무시한 합동 감시의 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 보장 혜택을 신청해보았거나, 아주 사소하게는 비행기 표 환불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부 또는 기업이 얼렁뚱땅 넘어가기 위해 만들어둔, 헤맬 수밖에 없는 함정들에 대한 경험은 있을 거예요.

또한 규칙과 규정 중심의 비인간적 의사결정으로 대표되는 6) ‘체크박스 문화’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급격하게 확산하며 더 작은 단위로까지 분산되고 있답니다. 우리는 콜 센터 노동자들에게 불만을 표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그들 역시 약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잘못 입력한 비밀번호들은 우리가 복도의 모든 문에 일일이 노크하는 것과도 같은 헛된 기분을 느끼게 하며, 그건 마치 7) 카프카의 <심판> 속에서 묘사되었던 것처럼 ‘진부하고 불투명한 고통’과도 같이 메아리치곤 하죠. 우리는 마치 영화 속 폭군들이 행사했던 것 같은 수직적 통제의 환상에 빠져, 어느 정도 편안함이나 안도감을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맞이할지도 모를 혼란스러운 디스토피아에서는 조직 전체의 관리를 위한 8) ‘조직지능’에 대해 딱 집어,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무의미한 안전조치나 책 한 권에 달하는 약관은 잘못된 방향으로의 노력이나 책임 전가, 보험 회사들의 문제 상황 대비 등에서부터 비롯된 산물이죠. 자동화 시스템은 또한, 우리의 상식, 대체 능력, 그리고 의사 결정 능력을 감소시켰습니다. 그리고 관료주의 시스템에서의 부정할 수 없는 법 제도들은 시민과 소비자들을 순응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그렇게 터미네이터처럼 로봇과도 같은 이들은 “5번 줄로 가서 체크아웃하세요. “와 같은 말을 기다리는 대신에, 핸드폰을 보며 그저 가만히 줄이나 서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스스로는 일상적 행정업무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테지만 이것이 때때로, 더 까다롭지만, 의미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나 모니터 화면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죠. 또한 우리의 일 중 대부분이 꽤 많이 자동화되었고 반복적으로 되어, 휴식과 여가에도 단순하고 획일적인 것들을 추구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모니터나 화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 후기 자본주의 시대였던 1947년, 9) 테오 아도르노와 막스 호크하이머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은 바 있답니다. “기계화는 사람의 여가와 행복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중략) 직장, 공장, 그리고 사무실에서의 노동과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여가임에도, 이는 단지 그러한 기계화된 노동과정의 연장선상으로 그와 유사해질 뿐이다.” 기술은 20세기, 자동화와 기계화의 부상을 목격했던 이들이 우려했던 바처럼, “여가에 관한 문제”를 염두 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여가를 일의 연장선으로 만들었습니다.

소진되며, 지나친 자극을 받게 되면 챗봇이나 자동화된 결제 같은 것들과의 관계가 오히려 더 쉽고 편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이 지루한 디스토피아에 저항하고자 한다면, 동정, 연대, 또는 가벼운 안도감 같은 감정들을 위해, 타인과의 관계성과 그러한 연결이 유일한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답니다.


작가 소개

글레이져(Eliane Glaser)는 작가이자 라디오 프로듀서로 영국의 ‘가디언’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저서에는 <모성애: 끝나지 않은 페미니즘의 역할>, <엘리트주의: 진보적 방어와 성취> 등 대표작이 있습니다.


주석

1) T. S.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 ’ 의 마지막 구절에 대한 저자의 패러디가 돋보이는 문장입니다. 시인 T.S 엘리엇은 해당 시에서 세상 모든 일은 거창하게 끝나지 않고 흐지부지하게 끝나게 된다고 이야기하였는데, 저자 글레이져는 이를 조금 비틀어 세상의 끝은 그 모두가 아니라 결국, 인터넷 신원확인 단계 같은 무의미한 절차들에 시달리다 끝날 것이라는 그만의 재치 있는 방식으로 현대 사회를 비판한 문장입니다.

2)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는 영국의 경제학자로 총수요 부족과 경기침체의 관계를 파악하는 등 경제학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기록되는 인물입니다.

3)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 는 미국의 인류학자입니다. 그는 특히 그의 저서 <불쉿 잡> 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기술이 발전함에도 왜 우리 주변에는 무의하다고 생각되는 일자리들이 반복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런 질문을 시작으로 관료제라는 구조의 문제점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4) 마크 피셔(Mark Fisher) 는 철학자이자 비평가 그리고 학자이며 작가로, 자본주의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고 대표되며, 이는 현재까지도 적용되고 있는 자본주의와 그것이 이루고 있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사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5) “딱 맞는 앱이 있어! (There's an app for that)" 는 Apple 사의 2009년 아이폰 광고로, 광고는 사용자의 니즈에 맞는 모든 어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인간의 편의와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다루기 위해 다시금 고군분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맥락으로 활용되었습니다.

6) 체크박스 문화는 영국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코트니 보일에 의해 사용되었던 표현으로, 기업의 지배 구조와 관료 체계에서의 목표와 핵심 성과 지표를 도입하며 등장했습니다. 이는 문제와 사람이 아닌 규칙과 규정에 초점을 맞춰 조직 환경에서의 비인간적인 의사결정의 성향이 강한 조직 문화 형태입니다.

7)  <심판>은 ‘변신’,’시골 의사’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 소설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요제프 K’라는 이가 그의 30번째 생일에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레 체포되게 되며 그에게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카프카만의 독특한 소설입니다.

8) 조직지능은 조직의 목적과 관련된 지식을 이해하고 생성해내는 조직의 지적 능력입니다. 이는 지식 관리 개념을 비즈니스 환경에 적용하는 것으로 학습의 방식과 절차, 이해 모델 및 균형 성과표 개념 등에 비즈니스 모델들을 추가함으로써 지식 관리와 조직 학습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9) 테오 아도르노와 막스 호크하이머는 <계몽의 변증법>을 공저자로 이들은 20세기로부터 출발하여 서양문명의 근원으로까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건넨다. 특히, 이들은 인간의 자기실현으로서의 노동을 강조하였으며, 이는 ‘문화와 일상생활’이라는 관점에서 노동과 문화 그리고 일상생활 간의 연관성에 관해 이야기했던 부분들과도 교점을 가진다.


Translated by 모닝 오너 희석, 영진, 근영, 지수, 승하, 수정



<The Monocle Companion>  보러가기

공백 없이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