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u Verschenken (To give away)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내 꿈의 도시는 베를린이다. 인간과 동식물이 적절히 어우러져 공존하는 모습, 언제든 누구든 누워 쉴 수 있는 공원과 풍덩 빠져 수영할 수 있는 호수,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과 감도 높은 상점들. 사랑스러운 구석이 넘쳐나는 이 도시에서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몸에 밴 생활 습관이다.
외출할 때 자연스레 텀블러와 에코백을 챙기는 습관, 대부분의 식당의 비건 옵션,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 이용하기 편리하고 쉽게 잘 갖춰진 공병 수거 시스템, 새 물건을 사기보다 빈티지 숍이나 플리마켓을 이용하는 문화들. 심지어 힙하고 멋져 보여서 나도 따라 하고 싶었고, 몇 가지는 실천을 하고 있다.
베를린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길거리에 'zu verschenken'이 적힌 채로 놓여있는 종이 상자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상자 안에는 사놓고 쓰지 않던 레고, 사탕, 책, 주방 용품, 가구나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배려가 묻어나는 손길을 거쳐 정갈하고 깔끔하게 담겨있는데, 쓰임을 다한 물건을 버리듯 내놓은 것이 아닌 누군가에겐 쓸모 있을 물건을 기쁜 마음으로 공유한다는 느낌을 준다.
사고 버리는 게 너무 쉬운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건을 들일 때도, 나에게서 쓰임을 다했을 때도 신중한 그들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여행을 할 때면 숙소 한 켠에는 욕심껏 채우다 터지기 일보 직전인 내 캐리어가 놓여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내 방의 짐, 제대로 쓰여보지도 못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바라보면 회의감이 든다. 내가 아닌 다른 주인을 만났다면 다른 생을 살았을, 어쩌면 손 때가 타 멋지게 낡아있을 물건들.
이후 종종 집 안의 물건들을 정리한다. 물건들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길 바라며. 이 물건들을 나눔으로써 내 삶이 보다 가벼워지길 바라는, 내가 쉬는 공간뿐만 아니라 내 안을 정화하는 마음으로.
Writer 다와(@dawuaa)
Zu Verschenken (To give away)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내 꿈의 도시는 베를린이다. 인간과 동식물이 적절히 어우러져 공존하는 모습, 언제든 누구든 누워 쉴 수 있는 공원과 풍덩 빠져 수영할 수 있는 호수,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과 감도 높은 상점들. 사랑스러운 구석이 넘쳐나는 이 도시에서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몸에 밴 생활 습관이다.
외출할 때 자연스레 텀블러와 에코백을 챙기는 습관, 대부분의 식당의 비건 옵션,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 이용하기 편리하고 쉽게 잘 갖춰진 공병 수거 시스템, 새 물건을 사기보다 빈티지 숍이나 플리마켓을 이용하는 문화들. 심지어 힙하고 멋져 보여서 나도 따라 하고 싶었고, 몇 가지는 실천을 하고 있다.
베를린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길거리에 'zu verschenken'이 적힌 채로 놓여있는 종이 상자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상자 안에는 사놓고 쓰지 않던 레고, 사탕, 책, 주방 용품, 가구나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배려가 묻어나는 손길을 거쳐 정갈하고 깔끔하게 담겨있는데, 쓰임을 다한 물건을 버리듯 내놓은 것이 아닌 누군가에겐 쓸모 있을 물건을 기쁜 마음으로 공유한다는 느낌을 준다.
사고 버리는 게 너무 쉬운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건을 들일 때도, 나에게서 쓰임을 다했을 때도 신중한 그들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여행을 할 때면 숙소 한 켠에는 욕심껏 채우다 터지기 일보 직전인 내 캐리어가 놓여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내 방의 짐, 제대로 쓰여보지도 못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바라보면 회의감이 든다. 내가 아닌 다른 주인을 만났다면 다른 생을 살았을, 어쩌면 손 때가 타 멋지게 낡아있을 물건들.
이후 종종 집 안의 물건들을 정리한다. 물건들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길 바라며. 이 물건들을 나눔으로써 내 삶이 보다 가벼워지길 바라는, 내가 쉬는 공간뿐만 아니라 내 안을 정화하는 마음으로.
Writer 다와(@dawu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