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아 침, 도현구

조회수 729


내게 아침은 유산소 운동 같은 존재다. 그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막상 그 것을 갖기는 조금 애매하고 싫을 때. 먹을지 말지 고민하다 그냥 숟가락을 내려놓는 아쉬움. 나에게 아침은 그런 존재다.

생각해보면 그런 나도 아침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4월의 화창한 봄날 나무냄새 가득한 교실에 제일 처음 들어서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의 기분. 하이틴 영화나 순정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 장면이 그런 콘텐트를 소비하지 않았던 내게도 퍽 인상 깊은 시간이었는데, 아마 아침이 주는 무언가 특별한 에너지가 있었던 듯싶다. 금새 친구들이 교실로 들이닥치면 그 특별한 에너지가 사라지곤 했는데, 사람이 싫어서였는지 아침 시간이 흘러가 버려서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침 활동을 강요당하지 않게 된 시간, 더 정확하게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점부터 내 아침은 대게 오전 11시 즈음으로 맞춰졌다. 맑고 찬 공기에 부서지는 햇살을 맞이하는 대신 꿀 같은 몇 시간의 잠을 얻는다는 그 보상이 꽤 달콤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만큼 자는 시간이 늦춰지게 되고, 새벽의 유혹은 점점 강해져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나 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을 관심 갖게 되고 흥미 없던 연락들에도 조금씩 집착했던 것 같다. 그런 애매한 밤을 보내고 나면 내 아침은 이미 점심시간 이후인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모양새가 되니 직장인이 되어서도 아침은 달가울 리 없었다. 내 첫 직장은 오전 7시 40분 정도부터 하루를 시작했는데 내게 그 시간은 어린 시절 느꼈던 화창하고 상쾌한 아침이 아닌 지겹고 따분하고 피할 수 있다면 꼭 피하고 싶은 그런 시간으로 변모해있었다. 강제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았는데 그 시간을 대하는 내 태도가 너무 달라져있었다 몇 년이 흘러 오전 10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장소에 머무는 지금도 아침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오전 7시 40분보단 훨씬 반갑다.

지금까지는 ‘왜 아침이 나를 괴롭히는 걸까’ 생각하며 아침을 달갑지 않은, 10년만의 연락으로 축의금을 받으려는 친구처럼 성가시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침이 나를 괴롭힌 것이 아니라 내가 아침을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스멀스멀 들어오곤 한다. 아침은 원래 고요하고 상쾌하고 때론 역동적이기도 한데 내가 그 사실을 외면하며 괜스레 나쁜 옷을 입혀버린 것은 아닌지, 현재가 힘들고 다른 생각들이 날 사로잡아 결국 좋은 것을 못 보고 지나치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10년만의 축의금 연락은 심했다.)

그래서 결국 아침은 다른 말로 하면 ‘마음먹기’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끄는 대로 만들어지는 시간.

아침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도 아침은 항상 오고 간다. 내가 오전 8시에 꿈나라에서 용을 격퇴하는 중이건 양재천을 일정한 심박수를 유지하며 달리건 아침은 어쨌든 오고 가고 또 온다. 따뜻한 새벽, 우울한 새벽, 사랑하는 새벽, 외로운 새벽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아침을 이야기하는 노래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래도 아침은 오고 가고 또 온다. 이런 시선에서 보면 아침은 날 이토록 찾아오며 사랑하는데 내가 굳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란 성찰적 교훈에 다다른다. 사실 아침은 정말 아리따운 이상형일지도 모를 일이니.


2015, Spring 

도현구


*이 글은 Achim Vol.1 Breakfast 에세이 입니다. 

* Achim Cast Ep.6 연말에 찾아온 따뜻한 조언자에 소개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