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 하루 한 번의 끼니 또는 간식을, 건강한 재료로 만든 주스로 대체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앉아 주스를 마시며 주스 일지를 적었어요. 주스를 넘기며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든요. 커피를 마실 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첫인상이 어려워 다시 찾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자꾸만 생각났던 주스, 채움으로 비움을 선사하는 모순의 주스, 새로운 식재료에 관심을 갖게 해준 주스까지. 아래, 주스 일지에서 자세히 만나보실 수 있어요.

DAY1. JUICE journal with a cup of ABC juice

쉬는 날 아침, 미처 끄고 잠들지 못한 알람이 울렸습니다. 흩어진 잠기운을 다시 끌어모아 볼까, 이왕 흩어지고 만 마당에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볼까,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베게 옆을 헤집어 겨우 찾은 휴대폰을 열고 메시지를 확인하니, 현관문 앞, 고대하던 택배가 도착했대요. 새벽녘부터 잠기운을 헤쳐가며 누구보다 이르게 아침을 시작한 그 덕분에, 오늘 아침을 기쁘게 시작합니다. 도착한 것은 건강한 주스 3종 세트입니다. 가장 유명한 ABC 주스부터 맛볼까요? ‘아침의 기적’이라는 별칭은 누가 만들어준 것일까요? 꿀꺽꿀꺽. 제 몸에 기적이 심기는 순간입니다. 먹어본 ABC 주스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비트의 존재감이 확실해요. 주스의 맨얼굴을 보고 싶어 깨끗한 유리잔에 꼴꼴꼴 주스를 따랐습니다. 패키지에 바람을 후욱 불어넣어 오소속 오소속 씹히는 건더기를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넣습니다. 오늘, 새로운 맛의 세계를 정복했습니다.

🗒️ Memo | 비트가 듬뿍 들어간 나머지, 쭉 들이키고 나면 입가와 입술이 핑크빛으로 변한다. 물론 물로 헹궈내면 금방 사라지지만. ABC 주스를 마신 직후 활짝 웃어서 사람들을 깜짝 놀래켜 보고 싶었다.

DAY2. JUICE journal with a cup of SALAD juice

오늘은 샐러드 주스입니다. 이따금 일기를 쓰기 전, 처음으로 돌아가 일기장을 1월부터 기록을 읽어내려가곤 합니다. 비슷한 주기를 두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우울, 꾸준히 미뤄온 어떤 계획,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치졸한 고백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매년 다이어리 앞단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몸에 대한 계획인데요. 문장의 앞단에 작은 네모를 그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둥그런 몸을 날렵하게 만들기 위한 규칙들을 빼곡하게 적어두었죠. 이젠 알고 있습니다. 하는 것만큼 안하는 게 중요하고 채움과 비움은 더 이상 반대개념이 아니라는 것을요. 생각해보면 지금 마시는 이 주스가 그 가르침을 모두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채움으로 비움을 만들어낸달까나요.

🗒️ Memo | 세가지 주스 중 가장 가벼운 맛, 가벼운 목넘김의 주스. 내일 출근 전 가방에 하나 챙겨두기. 맑은 주스가 아니라 포만감이 있어 일정과 일정 사이 애매한 허기를 잠재우기 딱일 것 같다. “Please empty the bottle after lid is open” 패키지의 안내 문구, 뚜껑을 열고 나면 용기를 비워달라는 말. 그러니까 ‘열면 끝까지 마셔줘. 과일이라 선도에 예민해.’ 라는 뜻일텐데. 딱딱하게 느껴지는 영어 안내 문구가 되려 귀엽게 느껴진다.

활짝 핀 아티초크와 피기 전 아티초크의 단면 | 출처 wikipedia

DAY3. JUICE journal with a cup of BALANCE juice

세 가지 주스 중 마지막으로 집어 든 주스, 밸런스 주스입니다. 이 주스를 마지막으로 집어 든 데는 이유가 있어요. 패키지 중앙의 왕관처럼 생긴 이 채소 때문이죠. 평범치 않은 인상에서 난이도가 느껴지거든요. 이 채소가 아티초크인가 본데요. 궁금해 찾아보니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데가 많습니다. 킁킁 향을 맡으면 들풀 향기가 나고, 생으로 먹으면 죽순처럼 아삭아삭하대요.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 아티초크는 원래 엉겅퀴류의 꽃인데, 식용 아티초크는 꽃이 아직 피지 않은, 그러니까 ‘오므린 꽃봉오리’라는 점이었어요. 피어날 때 터뜨려야 할 에너지까지 이 안에 담겼다고 생각하니 힘을 빚진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티초크의 대표적인 성분은 반대로, 몸의 이완을 돕는 마그네슘이에요. 밸런스 주스라는 이름의 비밀을 여기서 찾을 수 있었어요. 남은 몇 팩의 밸런스주스는 산책이나 운동 가기 전 마셔보려고요. 균형의 묘약 ‘밸런스 주스’가 끈기와 집중력을 더해주길 바래봅니다.

🗒️ Memo | 세가지 주스를 마실 땐 꼭 투명한 유리잔에 담아 마셔보길 추천하고 싶다. 오늘 내 몸을 가득 채울 에너지의 빛깔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집에서 갈아만든 듯 들어간 재료의 컬러감이 주스에 그대로 드러난다. 

세가지 주스 더 자세히 보기

Written by Hae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