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FUL]Achim Cast Ep.02 : 놀이하듯 살아요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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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6일에 업로드된 Achim Cast 두 번째 에피소드 <02 놀이하듯 살아요>의 일부를 텍스트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팟캐스트에 ‘아침 캐스트’ 혹은 ‘Achim Cast’를 검색하거나 Achim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원본을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삶이 즐거운 이유


진(이하 J) : 안녕하세요, Achim Cast의 윤진입니다. 오늘은 첫 인터뷰 코너로 ‘아침마당’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아침마당은 Achim에서 소개하고 싶은 분들을 모셔서 인터뷰를 하는 자리인데요. 첫 게스트로 어떤 분을 보시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저희 엄마 생각이 났어요. 엄마는 언제라도 SOS를 하면 오시는 분이시죠. 이 이른 시간에, 아침 8시에 과연 누가 게스트로 올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던 중에, ‘엄마라면 올 거다.’ 생각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Achim을 만드는 데 굉장히 많은 조력을 해 주고 계신데, 사실 늘 뒤에만 계셨거든요. 이번 기회에 초대해 드리면 좋을 것 같아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제 앞에 나와 계시죠. 안녕하세요, 장경희 씨. (웃음) 


경희(이하 K) :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Achim 엄마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요, Achim 매거진 접기 놀이하구요. 물류, 배송 준비하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J : Achim 매거진을 다 접고, 매일 나가는 물류 출고를 준비해 주시는 분이 바로 저희 어머니신데, 어쩌다가 이렇게 코가 꿰이셔가지구 (웃음) 어쩌다 Achim의 멤버가 되신 거예요? 


K : 그게요, 2015년도의 일인데요. Achim의 ‘A’자 있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자석처럼 보였거든요, 말굽 자석. 꼭 자석이 방바닥에 떨어진 바늘 찾듯이 이렇게 막 다니다가 ‘철커덕’ 하고 제가 붙은 거예요. (웃음) 그때 이후로 계속 붙어서 지금까지 이렇게 있답니다.


J : 제가 부연 설명을 해 드리자면, 저희 엄마가 하는 얘기는 거의 동화처럼 들려요, 항상. 왜냐하면 저희 엄마가 유치원을 운영하셨어요. 그래서 아이를 너무 좋아하시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얘기를 하시는 데 굉장히 능숙하셔서 어떤 얘기를 해도 비유를 굉장히 잘하시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시작하셨어요?’라고 하면 ‘저희 딸이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게 됐어요~’라고 얘기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갑자기 말굽과 자석 비유가 나와서. (웃음) 그렇게 시작하신 데 비해 너무 오랫동안 하고 계세요, 그쵸?(웃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아까 말씀을 간단히 해주셨긴 한데, 매거진을 직접 다 한 장 한 장 접으신다고 들었어요. 사실인가요?


K : 네, 처음에 접을 때 말이죠. 우리 딸이 엽서를 한 장 주더라고요. 그거를 딱 대놓고 거기에 맞춰가지고 접으면 ’탁 탁‘ 규격대로 접힌대요. 그래가지고 그것을 처음에 방바닥에 펴 놓고, 다리를 쫙 펴고, 허리를 굽혀서 운동하는 식으로 접었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방법을 알려 주긴 했는데, 능률이 잘 안 오르더라고요.


J : 얼마나 걸렸죠 처음에는?


K : 처음에 진짜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그냥 진도도 안 나가고 조금 재미가 없어서..


J : (웃음)


K : 저는 노는 걸 좋아하든요. 일이 아니라 노는 거. 처음엔 좀 고전을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겨우겨우 했죠. 지금은 제가 어떤 ‘포인트’를 찾아요. 방법 말고 요령이 생긴 거죠. 이제는 Achim 매거진 샘플 종이를 받으면 그걸 가지고 두세 번 딱 봐 가지고, 포인트 지점을 딱 찾아 가지고, 그 포인트에 ‘탁 탁 탁’ 접으면, 와! 딱 맞게 나오는 거예요. 그때 기분이 너무 좋죠. 이제는 어떤 승부욕도 생겨서, 저하고 시간을 정해 놓고 게임을 하죠. 한 시간에 얼마큼 접을까, 30분에 얼마큼 접을까. 그랬는데 말이죠, 이제는 한 시간에 100장을 접을 수 있게 됐어요.


J : 와.. 아니.. 정말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의 표본이신데, 제가 옆에서 다 봤잖아요. 포인트를 잡았다고, 알겠다고 하신 이후로는 정말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웃음) ‘툭 툭’ 접는데, 옆에서 보면서 와, 정말.. 보통이 아니다. 언니와 제가 엄마의 그런 모습을 많이 닮고 싶어 하는데, 보면서 많은 귀감이 된 것 같습니다. 이 한 장 한 장에 전부 엄마 손때가 묻어 있다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뭔가, ’안전한’ 느낌이에요. 마지막 검수가 엄마를 통해 이뤄진다는 게 되게 기분이 좋은데, 사실 역할을 드리긴 했지만 어디에 적거나 다른 분들한테 소개해 드리진 않았어서 제가 ‘이거 전부 우리 엄마가 접은 거예요.’ 하면 모두 놀라세요. ‘이걸 정말 직접 다 접으셨다고요?!’라는 답을 들을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죠. 애로 사항도 있었을 테고, 손목이 많이 아플 때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그게 당신께는 즐거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K : 그게요, 나이가 들면서 뭔가를 접는 게 뇌에 굉장히 좋은 활동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 너무 좋은 거죠. 저한테는 그 접기 놀이가 제 두뇌 활동에 좋은 영향을 줘서 저도 좋아요.


J : 왜 접기 ‘노동’이 아니라 ‘놀이’라고 하시는 거죠?


K : 저는 모든 것을 놀이하면서 살거든요. 이 삶 자체를 놀이로 살아요. 삶을 놀이하듯 살기 때문에 즐거운 거죠. 


J : 오늘 아침에도 이렇게 일찍 여기에 오는 것도 놀이라고 생각하셨겠어요. 


K : 그렇죠.




나 자신과 잘 노는 법


J : 몇 시에 나오셨죠?


K : 일단 4시 12분에 일어났어요. 그리고 남편을 5시에 깨웠어요. 5시 10분에 집에서 출발해서 판교 가는 첫 차를 5시 35분에 타고 두 번 갈아 타서 잠실에 도착했죠.


J : 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오늘을 위해서 4시 10분에 일어나신 건가요? 평소에는 몇 시에 일어나세요?


K :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도 거의 비슷해요. 4시 반부터 5시 그 사이에는 항상 일어나요. 5시는 좀 늦은 시간이고, 어느 때는 4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J : 그때 일어나서 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웃음) 


K : 아, 그런데 저는 뭐라 그럴까요. 본래 어려서부터 그렇게 훈련이 됐어요. 제 인생에서 일찍 일어나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 힘들지도 않고, 그냥 벌떡 일어나는 거예요.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일단 저를 잠에서 깨워야 되잖아요. 발바닥도 두드리고, 머리도 두드리고, 허공에다 발길질도 하면서 저를 막 깨우는 거예요. 발차기 체조도 하고. 그러고서는 창문을 열어요. 제가 여주로 이사를 간 다음부터는 자연이 아침 배경이에요.


J : 너무 좋죠.


K : 사실 아침이라기보단 새벽이거든요. 깜깜하죠. 거기다 대고 ‘안녕, 잘 잤니?’ 이래요, 자연의 배경을 보고. 근데 저는 아침을 소리하고 냄새로 느껴요. 그곳에 가서부터는. 여주에 처음 가서 창문을 딱 열었는데, 어디서 소똥 냄새가 좌악 들어오는 거예요. (웃음) ‘아, 내가 시골로 이사를 왔구나.’ 싶었죠. 그리고 요즘은 소리로 아침을 느끼는데, 아침부터 풀벌레 소리들이 계속 잔잔하게 울려요. ’너희들 여기서 노래하고 있었구나?‘ 얘기하고, 문 닫고, 그러고서 말씀 묵상하고, 기도하고, 영어 공부하고. 한 2시간은 그렇게 합니다. 


J : 아니, 저희 가족 카톡 방이 있는데, 카톡 방의 침묵을 깨우는 건 당연히 저희 엄마고요.  아침에 본인이 읽은 성경 구절과 암송한 영어 구절을 써서 올리세요. (웃음) 아침마다 영어 공부를 하신 지가 꽤 되셨잖아요. 언제부터 하셨죠? 


K : 음… 교재를 가지고 한 건 한 2년 정도 됐고요. 그냥 프리 토킹 식으로 하는 건 꽤 오래 됐죠. 쬐금 좀 하고 싶어 가지구.


J : 좀 신기한 것 같아요. 물론 요즘은 ‘50대도 청춘이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당연히 더 많은 분들이 은퇴 후에도 자기만의 삶을 즐겁게 일궈 나가시는데, 저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가 아침마다 그렇게 일어나서 공부하고 이러는 모습들을 보여 주시니까 저도 덩달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되게 옛날부터 자연스러웠고, 그때부터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네요. 아침에 다양한 것들을 하실 텐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K : 요즘에 제가 빵 만드는 것을 시작을 했는데, 남편이 빵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이사 오면서 직접 만들어 드신다고 하시길래 ’아, 이제 나는 가만히 대접을 받겠구나.‘ 그랬는데, 접근도 안 하는 거예요.


J : (웃음)


K : 그래가지고 제가 유튜브에서 레시피 찾아보면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근데 엄청 재밌더라고요. 요즘에 빵 만들기를 너무너무 자주 하고, 어제도 빵을 만들었거든요. 밀가루 만지는 그 촉감과, 그다음 오븐에 넣어서 빵이 딱 나오는데, 그 냄새하고 와.. 신기하게 구워져 나온 색깔하고 다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요새는 아침마다 하는 빵 만들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J : 아니 근데, 진짜 맛있어요. 저희 사무실 근처에 진짜 맛있는 빵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만드는 빵에 버금가는 맛이어서 늘 깜짝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정말, 정말 대단하세요. 근데 물론 아침에 뭔가를 하시는 게 이미 습관이 되셨겠지만, 모든 게 다 자연스럽고 모든 게 다 쉬워지기까지는 어떠한 과정이라는 게 또 필요하고, 어떤 때에는 귀찮음과 어려움 이런 것들이 있었을 텐데,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K :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삶은 놀이다!’라고 생각하니까 재밌는 거죠.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할까? 빵 가지고 놀아 볼까? 아니면 책을 가지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다락방에 올라가서 큰 소리로 막 노래도 해요.  그러다가도 뒹글뒹글 거릴 때도 있고, ‘뭐 또 새로운 거 없을까?’ 하고 텃밭에 나가 보면 오우, 요새는 피망이 막 조롱조롱 달려 있어요. 너무 귀여워 가지고 걔네들하고 얘기도 하고, 따먹기도 하고, 또 방울토마토도 따먹고 가지도 따먹고.. 텃밭 가꾸는 재미가 또 있어요. 거기서 얻어지는 결과물도 너무너무 재밌고 신기해요. 힘듦보다도 제 마음속에서 놀이로 생각하니까, 재밌다구요. 


그래서 저는 저랑 노는 것을 참 잘해요. 혼자 있어도. 그것이 에너지가 아닐까 싶어요. 코로나 시기에 거리두기를 하면서 제가 저랑 더 가까워지기도 했고. 저랑 잘 놀아야지 또 다른 사람하고도 잘 노는 거 같더라구요. 근데 제일 힘든 것은, 혼자 못 놀면 다른 사람하고도 잘 못 놀거든요. 그럼 제가 놀아 줘야 해요. 근데 놀아 준다는 것은 엄청 피곤해요. 놀아 주는 일은 엄청 힘든 일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사는 건 힘든데, 나 자신과 잘 노니까 다른 사람들하고도 잘 놀죠. 삶을 다 놀이로 만들어 나가다 보면 물론 지치는 것도 있죠. 그럴 땐 ’아, 오늘 너무 잘 놀았어. 이제 좀 쉬자.‘ 하는 거죠. 


J : 저는 엄마를 곁에서 볼 때 굉장히 아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표현이 굉장히 순수하고, 많은 대상을 의인화하고. 그게 저한테 좀 왔어요. 저도 굉장히 많은 것들을 친구라고 부르거든요. (웃음)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게 다 엄마로부터 온 말투가 아닌가. (웃음) “피망아, 안녕?” “거미야, 오늘 너는 집을 이렇게 쳤네?” 이러시잖아요 늘.


K : “월세는 안 내도 돼~”


J : 그러니까요. (웃음) 거미한테 월세는 안 받는다고 하시고. 저는 그 시선이 참 본받고 싶은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 갈 텐데, 그사이에 제 눈에 씌워질 어떤 필터들, 겹겹들이 최대한 두껍지 않기를, 얇고 투명하기를 좀 바라게 돼요. 그게 순수한 마음을 지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야지만 더 새롭고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는 시선을 항상 사수하고 싶고, 잃고 싶지 않고요.




이어지는 대화는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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