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0번째 북클럽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가 진행되었습니다.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허물며 삶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그룹이자 〈Achim〉 Vol.31의 인터뷰이인 ‘커플의 소리’의 책입니다. 이 책에는 2023년 연말부터 이듬해 연초까지, 교토라는 낯선 세계에서 보낸 40여 일간의 기록과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여행하듯 살고 살듯이 여행하는 김모아 작가와 허남훈 감독, 두 사람의 교토 기행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묻게 됩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입니다.
2월 8일 토요일, Achim 오프라인 공간 프로비전에서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 북클럽의 마무리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더레이터 은진 님을 비롯한 모닝 오너분들과 함께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활자를 통해 교토를 떠난 후기들을 나눌수록 후암동을 벗어나 교토 곳곳을 누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이었죠. 그 순간의 대화를 여러분과 나눠 봅니다.


“교토의 여러 공간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졌는데, 신기하게도 가 보지 않은 곳임에도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그 골목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에 이미지가 맴돌았어요.”
“이 책은 읽기보다는 감상하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문장 하나하나가 풍경 같아서, 천천히 들여다보게 됐어요. 그래서 오히려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노을이 지려는 시간, 그것은 여명으로 보였다.” 이 문장이 되게 좋았어요. 여명은 해가 떠오르는 걸 의미하는데, 노을이 지는 시간이 여명으로 보였다는 게 마치 생각지도 못한 다른 해가 뜬 것 같고, 다른 날로 연결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 같은 게 들었거든요.”
“책에 등장하는 카페 중에 저도 다녀온 적 있는 곳이 나와서 엄청 반가웠어요. “배우 아오이 유우를 닮은 직원”이 “우리가 머물렀던 80분 내내 친절을 베풀었다.”라는 문장으로 묘사되는데, 딱 제가 그 카페에서 만난 분인 거예요. 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 두 분이 여행을 하신 건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에게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뭔가 제 얘길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공간들을 투어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내가 꼭 거기를 가서 좋았던 게 아니라, 그 시기에 거기를 발견해서 좋았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아무리 나한테 좋았다고 해도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지 않은 곳일 수 있으니 어떤 공간을 너무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기쁨에 더 집중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 책이 다른 여행 에세이랑은 다르게 다가온 것 같아요. 그냥 삶 이야기 같았어요. 여행뿐 아니라 삶 전반에 적용시킬 수 있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또 작가님이 평범한 걸 특별하게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그 시선을 너무 닮고 싶어요. 진짜 일상을 여행처럼 바라보는 시선이요.”
“”열망하는 무엇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순간은 사건이 아니라 사고다.”라는 문장이 되게 특이했어요. 무슨 느낌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 ‘왜 사고지?’ 싶었어요. 우리는 보통 사고를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뭔가 ‘사건’이라는 단어에는 나의 주체성이 조금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사고’에는 나의 주체성이 하나도 없는, 너무도 갑작스럽고 예상을 전혀 할 수 없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사고가 난 것처럼 예측할 수 없고 파급력이 너무 큰 순간을 말하신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왜 우리가 너무 좋은 걸 경험했거나 대자연같이 너무 아름다운 걸 보면 약간 뒤통수 얼얼한 느낌이 들잖아요. 골목길 돌아섰는데 갑자기 엄청 울창한 숲이 나왔을 때의 그 기분 좋은 충격, 그걸 사고라고 표현하신 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 대목에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사고를 사고로 인지하고 감각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어쨌든 사고를 사고로 경험하려면 내 마음을 좀 열어놔야 하잖아요. 내가 지금 너무 힘들고 마음이 작아져 있을 때는 사고 같은 순간이 주어져도 내가 못 받아들일 텐데, 그렇다면 살면서 사고를 놓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을까 싶더라고요.”
“책에 천 년 된 떡집, 오백 년 된 가게 이런 곳들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되게 부러운 것 같아요. 서울은 정말 ‘팝업의 도시’잖아요.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뭔가를 계속해서 지켜 나가는 교토의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교토 안에서도 많은 고충이 있을 테고, 서울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빠르게 흡수하고 변화하는 점 덕이 컸겠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큰 것 같아요.”
“일본 갔을 때 진짜 좋았던 게, 어딜 가도 너무 깨끗하고 예쁜 거예요. 버스를 타도 너무 깨끗해서 괜히 기분이 좋고, 거리에 있는 전깃줄만 봐도 너무 예쁘고. 그러고 나서 제가 서울 올라와서 살게 됐는데, 그때 제 삶의 테마가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이었거든요. ‘나는 지금 서울을 여행하고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일상을 보내 보니까, 서울도 충분히 깨끗하고 예쁜 거예요. 버스를 타도 깨끗하고, 길거리 전깃줄도 예쁘고. 그때 알았어요. 사는 곳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구나. 익숙해서 몰랐던 거지, 우리 곁에도 충분히 있구나.”
Edit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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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번째 북클럽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가 진행되었습니다.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허물며 삶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그룹이자 〈Achim〉 Vol.31의 인터뷰이인 ‘커플의 소리’의 책입니다. 이 책에는 2023년 연말부터 이듬해 연초까지, 교토라는 낯선 세계에서 보낸 40여 일간의 기록과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여행하듯 살고 살듯이 여행하는 김모아 작가와 허남훈 감독, 두 사람의 교토 기행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묻게 됩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입니다.
2월 8일 토요일, Achim 오프라인 공간 프로비전에서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 북클럽의 마무리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더레이터 은진 님을 비롯한 모닝 오너분들과 함께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활자를 통해 교토를 떠난 후기들을 나눌수록 후암동을 벗어나 교토 곳곳을 누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이었죠. 그 순간의 대화를 여러분과 나눠 봅니다.
“교토의 여러 공간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졌는데, 신기하게도 가 보지 않은 곳임에도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그 골목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에 이미지가 맴돌았어요.”
“이 책은 읽기보다는 감상하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문장 하나하나가 풍경 같아서, 천천히 들여다보게 됐어요. 그래서 오히려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노을이 지려는 시간, 그것은 여명으로 보였다.” 이 문장이 되게 좋았어요. 여명은 해가 떠오르는 걸 의미하는데, 노을이 지는 시간이 여명으로 보였다는 게 마치 생각지도 못한 다른 해가 뜬 것 같고, 다른 날로 연결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 같은 게 들었거든요.”
“책에 등장하는 카페 중에 저도 다녀온 적 있는 곳이 나와서 엄청 반가웠어요. “배우 아오이 유우를 닮은 직원”이 “우리가 머물렀던 80분 내내 친절을 베풀었다.”라는 문장으로 묘사되는데, 딱 제가 그 카페에서 만난 분인 거예요. 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 두 분이 여행을 하신 건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에게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뭔가 제 얘길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공간들을 투어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내가 꼭 거기를 가서 좋았던 게 아니라, 그 시기에 거기를 발견해서 좋았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아무리 나한테 좋았다고 해도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지 않은 곳일 수 있으니 어떤 공간을 너무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기쁨에 더 집중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 책이 다른 여행 에세이랑은 다르게 다가온 것 같아요. 그냥 삶 이야기 같았어요. 여행뿐 아니라 삶 전반에 적용시킬 수 있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또 작가님이 평범한 걸 특별하게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그 시선을 너무 닮고 싶어요. 진짜 일상을 여행처럼 바라보는 시선이요.”
“”열망하는 무엇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순간은 사건이 아니라 사고다.”라는 문장이 되게 특이했어요. 무슨 느낌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 ‘왜 사고지?’ 싶었어요. 우리는 보통 사고를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뭔가 ‘사건’이라는 단어에는 나의 주체성이 조금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사고’에는 나의 주체성이 하나도 없는, 너무도 갑작스럽고 예상을 전혀 할 수 없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사고가 난 것처럼 예측할 수 없고 파급력이 너무 큰 순간을 말하신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왜 우리가 너무 좋은 걸 경험했거나 대자연같이 너무 아름다운 걸 보면 약간 뒤통수 얼얼한 느낌이 들잖아요. 골목길 돌아섰는데 갑자기 엄청 울창한 숲이 나왔을 때의 그 기분 좋은 충격, 그걸 사고라고 표현하신 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 대목에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사고를 사고로 인지하고 감각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어쨌든 사고를 사고로 경험하려면 내 마음을 좀 열어놔야 하잖아요. 내가 지금 너무 힘들고 마음이 작아져 있을 때는 사고 같은 순간이 주어져도 내가 못 받아들일 텐데, 그렇다면 살면서 사고를 놓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을까 싶더라고요.”
“책에 천 년 된 떡집, 오백 년 된 가게 이런 곳들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되게 부러운 것 같아요. 서울은 정말 ‘팝업의 도시’잖아요.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뭔가를 계속해서 지켜 나가는 교토의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교토 안에서도 많은 고충이 있을 테고, 서울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빠르게 흡수하고 변화하는 점 덕이 컸겠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큰 것 같아요.”
“일본 갔을 때 진짜 좋았던 게, 어딜 가도 너무 깨끗하고 예쁜 거예요. 버스를 타도 너무 깨끗해서 괜히 기분이 좋고, 거리에 있는 전깃줄만 봐도 너무 예쁘고. 그러고 나서 제가 서울 올라와서 살게 됐는데, 그때 제 삶의 테마가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이었거든요. ‘나는 지금 서울을 여행하고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일상을 보내 보니까, 서울도 충분히 깨끗하고 예쁜 거예요. 버스를 타도 깨끗하고, 길거리 전깃줄도 예쁘고. 그때 알았어요. 사는 곳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구나. 익숙해서 몰랐던 거지, 우리 곁에도 충분히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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