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Achim Movieclub | 1st 〈퍼펙트 데이즈〉

Achim Doyeon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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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Achim의 첫 번째 무비클럽이 진행되었습니다. Achim 무비클럽은 따로 또 함께 영화를 보고 그 후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넘쳐나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서, 무슨 영화부터 봐야 할지 몰라서 고민인 모닝 오너분들에게 Achim이 든든한 시네마 동료가 되고자 시작했어요.


무비클럽에는 특별한 룰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는 것을 넘어, 영화 속 한 장면을 내 일상에 새겨 보는 거죠. 주인공이 아침에 먹은 음식을 따라 먹어 보거나 영화에 나온 책을 찾아 읽어 보는 식으로요. 그렇게 내 삶에 영화를 들여보는 경험은 혼자서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기쁨과 활기를 안겨 줍니다.


첫 번째 Achim 무비클럽 영화는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였습니다. 도쿄의 공공화장실 청소부로 조용하고 근면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히라야마의 삶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말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일을 하더라도, 지금이라는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요.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이 매번 다른 무늬를 그리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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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토요일 오후 1시, 프로비전 1층에서 무비클럽의 마무리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더레이터 희석 님을 비롯한 모닝 오너분들과 함께 옹기종기 앉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죠. 이날 희석 님이 깜짝 선물을 준비해 주셨는데요.  무비클럽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눠 주신 잊지 못할 선물은 아래 대화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어요. 퍼펙트한 주말을 만들어 준 그날의 대화를 나눕니다. 앞으로 이어질 무비클럽도 기대해 주시길, 영화 한 편을 삶에 새기는 기쁨을 누려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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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에 영화를 두 번째로 보게 됐는데요. 다시 봤을 때 제일 좋았던 장면은, 선술집 사장님의 전 남편과 히라야마가 강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어요. 히라야마라는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1인분의 삶을 그저 묵묵히 해나가고, 다른 사람에게 곁을 내주는 걸 그다지 원치 않는 사람 같은데, 그런 사람이 자기 감정을 표할 때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막 동료가 하루아침에 일을 관두니까 회사에 전화해서 나 이런 식으로는 일 못 하니까 빨리 사람 구하라고 소리지르는 걸 보면 ‘이 사람 젊었을 때 성격 장난 아니었겠다.’ 싶고. (웃음) 강가에서 남자와 얘기하는 장면에서도 히라야마가 그 남자를 되게 위하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같이 그림자 놀이 하자 제안하기도 하고요. 이 사람 안에 우리가 모를 어떤 적극성이 존재하겠구나 싶으면서 히라야마라는 인물이 더 입체적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맞아요. 목욕탕에서 씻고 나와서 자고 있는 할아버지 얼굴에 조용히 부채질을 해 주기도 하잖아요. 너무 귀여웠어요. ‘이 사람 재밌는 사람이네?’ 싶고.”


“저는 진짜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가 되게 인위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히라야마의 정갈한 삶이 너무 좋아 보이고 따라 해 보고 싶긴 하지만, 솔직히 저는 알아요. 제가 저렇게 살 수 없다는 걸요. 어찌 보면 이 영화는 히라야마라는 되게 비현실적일 수 있는 사람의 삶을 그저 다큐멘터리처럼 보여 주고 ‘비춰 줄 테니까 판단은 알아서 해.’라는 마음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일상을 히라야마의 삶처럼 촬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요즘의 브이로그 같은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러네요. 엄청 재밌는 발상이다. 근데 저도 브이로그 보는 걸 좋아하는데, 가끔 여러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연속적으로 보다 보면 다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결국 브이로그에는 올라갈 수 있는 것들만 담기고, 그럴 수 없는 것들은 걷어질 테니까요. 그런데 삶의 진짜 재미는 걷어지는 것들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영화는 실존하진 않는 인물이지만 그 인물을 통해 현실에서는 걷히는 부분들까지 보여 준 것 같아서, 어떤 면에선 브이로그보다 더 브이로그 같기도 해요.”

“히라야마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영화에 담긴 히라야마의 삶도 결국 정제된 모습이 대부분일 텐데, 그게 정말 당신의 본 모습이 맞는지 말이에요. 중간중간 컷이 넘어가면서 비는 시간, 영화엔 담기지 않은 히라야마의 삶이 있을 거잖아요. 그 시간들에 우리는 알 수 없는 그의 감정이나 에너지가 표출되는 행동들이 있었을 거고, 그게 진짜 히라야마의 삶에 가까울 수도 있을 텐데, 결국 우리가 보는 건 평탄하게 흘러가는 표면적인 모습이죠. 누군가의 일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다루는 영화들에서 생기는 딜레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이 제일 압권이었어요.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한 히라야마의 표정이 정말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지?’ 싶잖아요. 다시 보니까 그 장면이 삶 그 자체를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에는 웃음과 울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고, 이 사람이 우는 것 같아 보여도 실은 속으로 울고 있을 수도, 우는 것 같아 보여도 속으로는 웃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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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비클럽 기간 동안 목욕탕에 다녀왔어요. 저희 집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목욕탕’ 이라고 적힌 굴뚝이 있어요. 그거 보면서 맨날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이번 기회에 가게 된 거였거든요. 생각해 보니까 코로나19 이후로 목욕탕을 처음 간 거더라고요. 가 보니까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낡은 데인 거예요. 탈의실 안에 이발사분도 계시고, 손님이 나체로 이발을 받고 계시고. (웃음) 티비에서는 〈올인〉이 나오고 있고. 잠시 과거에 다녀온 기분이었어요.”


“저는 〈퍼펙트 데이즈〉를 이미 여러 번 봤어요. 히라야마처럼 목욕탕에 가거나 히라야마가 읽은 책 『나무』를 보는 식으로 영화 속 장면들을 따라 해 봤고, 그 경험으로 무비클럽을 기획하게 된 거였는데요. 사실 무비클럽 기간 동안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바빠서 끼니를 제때 잘 못 챙기고, 자기 전에 컵라면으로 떼우거나 하는 날이 잦아져서인지 몸이 많이 안 좋았거든요. 그러다 생각한 게, 어떤 장면을 따라 하기보다는 히라야마처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해야겠다는 거였어요. 히라야마가 여러 루틴들을 반복하는 것처럼, 저도 평소에 해 왔던 루틴들을 다시 해 나갔어요. 아침 글쓰기나 식물에 물 주기 같은 것들요. 집에서 키우는 페페가 있는데, 한창 바쁠 때 물을 제때 못 줘서 페페가 죽었었거든요. 걔가 죽은 줄 알고 버리려고 했다가 이번 무비클럽 기간 동안 다시 물을 주기 시작했는데, 페페에 싹이 돋은 거예요. (페페 사진 보여 주며) 진짜 너무 소중하지 않아요? 진짜 눈물 나요. 얘가 꼭 저 같더라고요. 죽은 줄만 알았던 페페가 계속 물을 주고 돌봐 주니 다시 살아난 것처럼, 앞으로도 저 스스로를 계속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집에서 식물을 많이 키우고 있어요. 작은 애들은 거의 매일 물을 줘야 하는데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그냥 누워 있고 싶잖아요. 근데 딱 누워 있으면, 식물들이 눈에 밟혀요. 꼭 밥 달라고 기다리는 강아지들처럼. 그러면 억지로라도 일어나서 물을 주게 되고, 그러고 나면 그다음 할 일들은 쉽게 하게 돼요. 물 한 번 시원하게 주고, 물 빠지는 동안 청소기 한번 돌리고, 청소기 돌렸으니까 빨래도 하게 되고. 어떻게 보면 걔네가 제 일상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축이 돼 주는 것 같기도 해요.”


“희석 님이 깜짝 선물 준비해 주셨잖아요.”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데, 히라야마가 카세트 테이프를 듣잖아요. 카세트 테이프처럼 생긴 카드를 준비했어요. 10분 정도 오실 거라 생각해서 좀 많이 만들었는데 여러 개 가지고 가셔도 돼요. 카드에 있는 QR은 히라야마가 즐겨 듣는 60~70년대 곡들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로 연결돼요. 각각 10곡씩 들어 있고요. 그냥 영화 이야기 즐겁게 나누는 것도 좋은데, 뭔가 남는 걸 하나씩 가지고 가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오늘 우리가 함께했다는 증거니까요. 히라야마처럼 출퇴근하실 때 들으셔도 좋을 것 같고, 영화의 감성을 이런 식으로 더 느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진짜 이번 무비클럽… 완벽하다!”


Edit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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