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얼터너티브 락 밴드 인 더 벨리 빌로우(In The Valley Below)가 신곡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에 활동을 시작해 꾸준히 앨범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3년 만이니 꽤 오랜만이죠? 그러고 보니 51주 차 일영모에 ‘Peach Songs List’를 소개하며 인 더 벨리 빌로우의 ‘Peaches’를 언급한 적이 있죠. ‘Peaches’가 빌보드 얼터너티브 송 차트 18위까지 올랐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번 듣고 신곡 소개로 넘어갑니다.
오랜만에 출시한 'Lie With Me'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곡은 밴드의 보컬이자 각각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맞고 있는 멘델과 맷슨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2011년부터 밴드 활동을 이어 오다 텍사스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 ‘SXSW(South by Southwest)’로 투어를 떠난 동안 둘의 케미스트리가 180도 바뀌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이, 연인이 된 것이죠. 이번 곡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글에도 이렇게 나와 있어요. “Our chemistry completely changed. We unexpectedly fell head over heels for each other.” 재밌죠? 밴드 멤버에서 연인이 되더니, 이제는 아이를 가진 부모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곡입니다. 곡 제목처럼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던 두 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속삭이죠. 가사가 멋져요. “Lie with me, Die with me”라니..! 음악을 도구 삼아 함께하는 시간과 사랑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팬들과 나누는 일은 꽤 근사한 것 같습니다. 경쾌한 리듬 속에서 두 사람의 하모니를 느끼기 좋은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Peaches'만큼 자주 들을 것 같습니다.
Oh Wonder - Without You
이 듀오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꽤 오래전 일인데요. 꾸준히 곡을 발표해 온 터라 기억에서 잊힐 때쯤 새로운 곡으로 반갑게 만나는 것 같아요. 오 원더(Oh Wonder). 이름도 귀여워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요. 2014년에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 첫 정규 앨범을 시작으로 2017년, 2020년, 2021년 2022년까지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어요. 앤서니 웨스트(Anthony West), 조세핀 반더 구트(Josephine Vander Gucht)로 구성된 혼성 듀오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죠.
오 원더의 음악은 제게 혼네(Honne), 트로이 시반(Troye Sivan), The 1975와 함께 묶여요. 전반적으로 편안한 리듬을 바탕으로 변주를 이어 가죠. 가장 좋아하고 많이 들은 앨범은 첫 번째 앨범이에요. 수록곡 중에서는 ‘Drive’, ‘Without you’, ‘All We Do’를 정말 많이 들은 것 같아요.
듀엣은 보통 각자의 파트를 정해 나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 원더는 거의 모든 곡을 같이 부른다는 특징이 있어요. 조세핀의 목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고, 앤서니의 목소리는 베이스로 깔리죠.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거울을 보는 것처럼 공통점이 많았다고 해요. 쿵짝이 잘 맞아 오랫동안 열애설이 이어져 왔지만 소울메이트 사이를 유지했죠. 그러다 2019년 9월 연인이 되었음을 공개하고 22년 8월에 결혼을 올렸어요. 그래서인지 최근 발표한 앨범 〈22 Make〉에 수록된 곡들이 참 솔직하고 예뻐요. 함께해 온 시간을 회고하며 쓴 곡들이 많은 것 같아요. 타이틀 곡 ‘Can We Always Be Friends? 는 꼭 들어 보시길 바라요!
아, 참고로 오 원더는 런던에 작은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NOLA’라는 곳이에요 아침 8시에 여는 부지런한 카페입니다. 공간도 딱 오 원더 같아요. 어딘가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영국에 머물고 계시다면 꼭 들러 보세요!
이소라 - Track 3
새해부터는 평일 새벽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요. 새벽 5시 40분쯤일 거예요.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이틀은 자전거로, 사흘은 전철을 타고 움직입니다.
지난 목요일 아침 출근길이었어요.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있는 얕은 언덕을 올랐습니다. 거길 오를 땐 평지를 걸을 때보다 조금 더 숨이 가쁜데, 왠지 모르게 씩씩해져요. 오를 수 있다는,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마음이 솟나 봐요. 그렇게 중간쯤 왔을 때, 헤드폰에서 이 노래가 나왔습니다. 이소라의 일곱 번째 앨범 속 세 번째 수록곡 ‘Track 3’. 참 오랜만에 들은 곡이에요. 정말 사랑하는 앨범인데, 한동안 잊고 지낸 거 있죠.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Love is always part of me”
이 노래에 제목을 붙일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사랑’일 거예요. 노래를 듣다 보면 어떤 형태로든 자꾸만 사랑을 생각하게 돼요. 모든 게 사랑의 언어 같습니다.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은 처음 만나는 사이에도, 그 보이지 않는 공기 속에도 사랑이 머무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데 문득 감사했어요. 제가 온전히 회복됐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사랑을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돌아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제 안에 찰랑이던 사랑이 상처로 금 가고 깨진 마음 사이로 스르르 흘러나와 바닥을 드러낸 때가 있어요. 제게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온갖 허상과 상상을 과감히 내려놓고, 실상과 실체를 붙들어야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나요? 아니, 사랑을 믿을 수 있나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했습니다. 믿어 왔다고 생각한 것들이 순식간에 거짓처럼 느껴졌을 때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분명 굳게 믿었는데,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러고 나서 알게 됐죠. ‘아, 사랑은 내가 믿고 싶다고 믿게 되는 게 아니구나. 절로 믿어지는 거구나.’
그때부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차근차근 사랑을 배워 보기로 했어요. 사랑의 언어를 열심히 읽고 들었습니다. 다이어리에 적어 두기도, 어색함을 무릅쓰고 용기 내 입밖으로 꺼내 보기도 했어요. 쉽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간절히 붙들어야 하더라고요. 외로움에 속아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게 해 달라고, 나의 ‘사랑 없음’을 도와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리고 이 노래를 몇 년 만에 다시 들으니 마침내 온전히 회복된 기분이었습니다. 언제고 다시 흠이 날 수 있겠지만, 불안보다는 확신이 듭니다. 자유로워졌어요. 또 다시 다치는 일이 있어도 괜찮아요. 언제든 다시 사랑의 길로 돌아오는 법을 이제는 알거든요. 사랑할 준비를 마친 것 같습니다.
Nation of Language - Wounds of Love
좋은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레 귀가 열립니다. 길을 걸을 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때, 전시를 볼 때, 쇼핑할 때, 프로비전에서 설거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걸 보면 청각이 다른 감각보다 유별날 만큼 발달돼 있는 듯해요(물론 후각도 민감합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상대의 향수를 알아맞히는 나름의 능력이 있거든요⋯).
네이션 오브 랭귀지(Nation of Language)의 ‘Wounds of Love’를 딱 3초쯤 재생했을 때 바로 반응이 왔습니다. ‘이 노래 좋은데?’ 분명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귀는 딴 곳을 향해 열려 있었나 봐요. 그런데 이 뮤지션,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맞아요, 반년 전쯤 ‘일영모 WEEK 127’에서 소개한 뮤지션입니다. 그땐 ‘This Fractured Mind’라는 곡에 감탄하며 글을 썼었죠.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들은 ‘Wounds of Love’도 그의 곡이라니,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라 반가운 동시에 앞으로 들을 수 있는 그의 곡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 같아 더욱 기뻤습니다.
‘Wounds of Love’. 제목이 의미심장하지만, 일단 좋아요. 리듬이 맘에 들거든요. “삐비비빙- 삐리리릿!” 하며 시작되는 전자음이 귀에 쏙쏙 박혀요.
뮤지션 이야기는 지난 일영모에서 많이 했으니 제목과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요. 이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습니다. “Can I ever get past the wounds of love?(내가 받은 사랑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사 속 대답은 애석하게도 ‘No’예요. 제 대답은 ‘Sure, Yes!’인데 말이에요.
상처가 컸던 연애를 한 적 있어요. 하지만 연애가 끝난 직후에도 제 대답은 ‘No’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Maybe’ 아니면 ‘Someday’ 정도였죠. 그리고 지금은 정말 ’Yes‘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때가 있었기에 깨달은 것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 새로이 찾아온 관계를 나열해 보면 끝이 없거든요.
‘다 이유가 있겠지. 지금의 어려움도 내게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 많은 상황 가운데 밝은 부분을 찾는 본성의 바탕에는 저만의 믿는 구석이 있어요. 어떠한 어려움에도 온전히 기쁠 수 있는 방법, 단 하나의 진리를 알게 된 순간. 어떤 곳으로 떨어지더라도 그 아래엔 튼튼한 안전 그물이 있으리란 걸 알아요. 진정한 평온과 안식을 고대하며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눈물이 나면 울고, 화가 나면 내면서요. 하지만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진 말기로 해요.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돌보다 보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예요.
아래 내용은 Achim 멤버십 전용 뉴스레터
'일요 영감 모음집' WEEK 59/86/150/169에 소개되었습니다.
In The Valley Below - Lie With Me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얼터너티브 락 밴드 인 더 벨리 빌로우(In The Valley Below)가 신곡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에 활동을 시작해 꾸준히 앨범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3년 만이니 꽤 오랜만이죠? 그러고 보니 51주 차 일영모에 ‘Peach Songs List’를 소개하며 인 더 벨리 빌로우의 ‘Peaches’를 언급한 적이 있죠. ‘Peaches’가 빌보드 얼터너티브 송 차트 18위까지 올랐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번 듣고 신곡 소개로 넘어갑니다.
오랜만에 출시한 'Lie With Me'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곡은 밴드의 보컬이자 각각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맞고 있는 멘델과 맷슨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2011년부터 밴드 활동을 이어 오다 텍사스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 ‘SXSW(South by Southwest)’로 투어를 떠난 동안 둘의 케미스트리가 180도 바뀌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이, 연인이 된 것이죠. 이번 곡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글에도 이렇게 나와 있어요. “Our chemistry completely changed. We unexpectedly fell head over heels for each other.” 재밌죠? 밴드 멤버에서 연인이 되더니, 이제는 아이를 가진 부모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곡입니다. 곡 제목처럼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던 두 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속삭이죠. 가사가 멋져요. “Lie with me, Die with me”라니..! 음악을 도구 삼아 함께하는 시간과 사랑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팬들과 나누는 일은 꽤 근사한 것 같습니다. 경쾌한 리듬 속에서 두 사람의 하모니를 느끼기 좋은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Peaches'만큼 자주 들을 것 같습니다.
Oh Wonder - Without You
이 듀오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꽤 오래전 일인데요. 꾸준히 곡을 발표해 온 터라 기억에서 잊힐 때쯤 새로운 곡으로 반갑게 만나는 것 같아요. 오 원더(Oh Wonder). 이름도 귀여워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요. 2014년에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 첫 정규 앨범을 시작으로 2017년, 2020년, 2021년 2022년까지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어요. 앤서니 웨스트(Anthony West), 조세핀 반더 구트(Josephine Vander Gucht)로 구성된 혼성 듀오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죠.
오 원더의 음악은 제게 혼네(Honne), 트로이 시반(Troye Sivan), The 1975와 함께 묶여요. 전반적으로 편안한 리듬을 바탕으로 변주를 이어 가죠. 가장 좋아하고 많이 들은 앨범은 첫 번째 앨범이에요. 수록곡 중에서는 ‘Drive’, ‘Without you’, ‘All We Do’를 정말 많이 들은 것 같아요.
듀엣은 보통 각자의 파트를 정해 나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 원더는 거의 모든 곡을 같이 부른다는 특징이 있어요. 조세핀의 목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고, 앤서니의 목소리는 베이스로 깔리죠.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거울을 보는 것처럼 공통점이 많았다고 해요. 쿵짝이 잘 맞아 오랫동안 열애설이 이어져 왔지만 소울메이트 사이를 유지했죠. 그러다 2019년 9월 연인이 되었음을 공개하고 22년 8월에 결혼을 올렸어요. 그래서인지 최근 발표한 앨범 〈22 Make〉에 수록된 곡들이 참 솔직하고 예뻐요. 함께해 온 시간을 회고하며 쓴 곡들이 많은 것 같아요. 타이틀 곡 ‘Can We Always Be Friends? 는 꼭 들어 보시길 바라요!
아, 참고로 오 원더는 런던에 작은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NOLA’라는 곳이에요 아침 8시에 여는 부지런한 카페입니다. 공간도 딱 오 원더 같아요. 어딘가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영국에 머물고 계시다면 꼭 들러 보세요!
이소라 - Track 3
새해부터는 평일 새벽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요. 새벽 5시 40분쯤일 거예요.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이틀은 자전거로, 사흘은 전철을 타고 움직입니다.
지난 목요일 아침 출근길이었어요.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있는 얕은 언덕을 올랐습니다. 거길 오를 땐 평지를 걸을 때보다 조금 더 숨이 가쁜데, 왠지 모르게 씩씩해져요. 오를 수 있다는,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마음이 솟나 봐요. 그렇게 중간쯤 왔을 때, 헤드폰에서 이 노래가 나왔습니다. 이소라의 일곱 번째 앨범 속 세 번째 수록곡 ‘Track 3’. 참 오랜만에 들은 곡이에요. 정말 사랑하는 앨범인데, 한동안 잊고 지낸 거 있죠.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Love is always part of me”
이 노래에 제목을 붙일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사랑’일 거예요. 노래를 듣다 보면 어떤 형태로든 자꾸만 사랑을 생각하게 돼요. 모든 게 사랑의 언어 같습니다.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은 처음 만나는 사이에도, 그 보이지 않는 공기 속에도 사랑이 머무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데 문득 감사했어요. 제가 온전히 회복됐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사랑을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돌아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제 안에 찰랑이던 사랑이 상처로 금 가고 깨진 마음 사이로 스르르 흘러나와 바닥을 드러낸 때가 있어요. 제게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온갖 허상과 상상을 과감히 내려놓고, 실상과 실체를 붙들어야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나요? 아니, 사랑을 믿을 수 있나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했습니다. 믿어 왔다고 생각한 것들이 순식간에 거짓처럼 느껴졌을 때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분명 굳게 믿었는데,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러고 나서 알게 됐죠. ‘아, 사랑은 내가 믿고 싶다고 믿게 되는 게 아니구나. 절로 믿어지는 거구나.’
그때부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차근차근 사랑을 배워 보기로 했어요. 사랑의 언어를 열심히 읽고 들었습니다. 다이어리에 적어 두기도, 어색함을 무릅쓰고 용기 내 입밖으로 꺼내 보기도 했어요. 쉽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간절히 붙들어야 하더라고요. 외로움에 속아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게 해 달라고, 나의 ‘사랑 없음’을 도와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리고 이 노래를 몇 년 만에 다시 들으니 마침내 온전히 회복된 기분이었습니다. 언제고 다시 흠이 날 수 있겠지만, 불안보다는 확신이 듭니다. 자유로워졌어요. 또 다시 다치는 일이 있어도 괜찮아요. 언제든 다시 사랑의 길로 돌아오는 법을 이제는 알거든요. 사랑할 준비를 마친 것 같습니다.
Nation of Language - Wounds of Love
좋은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레 귀가 열립니다. 길을 걸을 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때, 전시를 볼 때, 쇼핑할 때, 프로비전에서 설거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걸 보면 청각이 다른 감각보다 유별날 만큼 발달돼 있는 듯해요(물론 후각도 민감합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상대의 향수를 알아맞히는 나름의 능력이 있거든요⋯).
네이션 오브 랭귀지(Nation of Language)의 ‘Wounds of Love’를 딱 3초쯤 재생했을 때 바로 반응이 왔습니다. ‘이 노래 좋은데?’ 분명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귀는 딴 곳을 향해 열려 있었나 봐요. 그런데 이 뮤지션,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맞아요, 반년 전쯤 ‘일영모 WEEK 127’에서 소개한 뮤지션입니다. 그땐 ‘This Fractured Mind’라는 곡에 감탄하며 글을 썼었죠.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들은 ‘Wounds of Love’도 그의 곡이라니,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라 반가운 동시에 앞으로 들을 수 있는 그의 곡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 같아 더욱 기뻤습니다.
‘Wounds of Love’. 제목이 의미심장하지만, 일단 좋아요. 리듬이 맘에 들거든요. “삐비비빙- 삐리리릿!” 하며 시작되는 전자음이 귀에 쏙쏙 박혀요.
뮤지션 이야기는 지난 일영모에서 많이 했으니 제목과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요. 이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습니다. “Can I ever get past the wounds of love?(내가 받은 사랑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사 속 대답은 애석하게도 ‘No’예요. 제 대답은 ‘Sure, Yes!’인데 말이에요.
상처가 컸던 연애를 한 적 있어요. 하지만 연애가 끝난 직후에도 제 대답은 ‘No’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Maybe’ 아니면 ‘Someday’ 정도였죠. 그리고 지금은 정말 ’Yes‘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때가 있었기에 깨달은 것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 새로이 찾아온 관계를 나열해 보면 끝이 없거든요.
‘다 이유가 있겠지. 지금의 어려움도 내게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 많은 상황 가운데 밝은 부분을 찾는 본성의 바탕에는 저만의 믿는 구석이 있어요. 어떠한 어려움에도 온전히 기쁠 수 있는 방법, 단 하나의 진리를 알게 된 순간. 어떤 곳으로 떨어지더라도 그 아래엔 튼튼한 안전 그물이 있으리란 걸 알아요. 진정한 평온과 안식을 고대하며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눈물이 나면 울고, 화가 나면 내면서요. 하지만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진 말기로 해요.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돌보다 보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예요.
Written by Jin
Edited by Doyeon
Achim 멤버십에 가입해
매주 일요일 아침 7시에 발행되는
일요 영감 모음집을 받아 보세요!
Achim 멤버십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