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말 듣고있어?


발표를 많이 하는 과를 졸업했다. 처음에는 말'하는' 데 집중해 속사포 랩으로 끝내기도 했고, 가져온 대본에 얼굴을 묻고 그저 읽기만 한다거나,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이야기를 했던 적도 있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말인지 ㅂㄱ인지 모를, 분명 ㅂㄱ에 더 가까운 발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면 눈에 초점이 흐려진 채 심히 괴로워했다. 우리 과는 졸업 시험 대신, 졸업 발표를 치렀다. 4년 동안 수십 차례 반복했던 발표의 끝을 맺던 날. 멋 좀 부린다고 신었던 녹색 스틸레토 힐의 길고 가는 굽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긴장한 모습을 감추려 앞 옆 뒤로 조금씩 발을 움직이며, 초대형 스크린 앞에서 스텝을 밟았다. 그때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것은 딱 한 가지. ‘내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말하자.’ 다행히 발표는 잘 마쳤고 결과도 좋았다.

요즘은 발표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매일 같이 수많은 단어와 문장을 쏟아낸다. 생각을 전하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입출력 도구. 대화를 할 땐 내 말이 상대에게 어디까지 닿는지 관찰한다. '나는 말을 잘 하고 있을까?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뭘까'. ’사전적 정의’ 뉘앙스로 말하자면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듣는 사람에게 그대로 잘 전달되는 것'이다. 어려운 것은 바로 그 ‘의도’,를 ‘잘’ 전달하는 것인데. 쉽지 않다. 언어의 온도, 말 그릇, 말센스 등등 말과 언어에 대한 책이 괜히 많은 게 아니다.

오늘도 말 참 많이 했다. 머릿속에 머물던 생각이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면 입과 동시에 귀를 연다. ㄱㄴㄷㄹㅁㅂㅅ 로 언어를 빚어 허공에 쏟아내면, 가나다라마바사 의 형태로 내 귓속에 돌아올 수 있도록. 생각하면서 말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청중이 되어 귀를 쫑긋 세운다. 생각이 마구 흘러나온다면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연결어를 사용한다. '그렇지 않을까?, 그건 말이지,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사실은, 나는 이렇게 생각해.' 내가 자주 사용하는 것들은 이렇다. 생각하고 - 듣고 - 말하는 것. 그 안에서 리듬을 만들면 내가 하는 말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도 말을 시작한다. 듣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