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3일에 업로드된 Achim Cast 세 번째 에피소드 <03 정리하기 좋습니다>의 일부를 텍스트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팟캐스트에 ‘아침 캐스트’ 혹은 ‘Achim Cast’를 검색하거나 Achim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원본을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진(이하 J) : 안녕하세요, Achim Cast 세 번째 에피소드 녹음을 시작하겠습니다. 항상 시작이 어려워요. 무슨 말을 하면서 시작을 해야 될지 아직도 너무 어색한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실까요? 오늘도 함께해 주시는 대환님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대환(이하 D) : 안녕하세요, Achim 파트너 임대환입니다.
J : 오늘 좀 늦었죠, 저희 둘 다.
D : 아침 8시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시간인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J: 인정합니다. 아… 패기가 남달랐는데.
D: 패기만 있었지, 일찍 오는 법을 몰라 가지고.
J : 그러니깐요. 조금 가까이서 살았으면 좋겠다.
D : 근데 우리 이렇게 늦은 얘기 솔직하게 해도 돼요?
J : 그럼요, 사람인데.
D : Achim Cast 하면서 늦으면 약간 자존심이 좀 상해 가지고…
J : 아닙니다. 저희 늦어 봤자 10분 늦었잖아요.
D : 그쵸, 얼마 늦지 않았지.
J : 그렇기 때문에 아직 괜찮습니다.
D :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J : 그러면 우리 요즘 어떻게 지냈는지, 가벼운 근황과 함께 팟캐스트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환 님 먼저 좀 알려주세요. 요즘 뭐가 재밌으세요?
D : 근황이… 뭔가 꼭 가져와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젯밤에 생각을 좀 해봤거든요? 일단은 제 주변에 이 Achim Cast를 들으신 분들이 피드백을 해주시는 걸 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 있는 동료들도 “되게 잘 들었다.” 이런 얘기 해 주시는데, 저는 몰랐는데, 제가 뭔가 주제를 전환할 때 “좋습니다.” 이 말을 엄청 많이 한다는 거예요.
J : 전 알고 있었어요.
D : 아 진짜? 저는 모르고 있었는데, 들으시는 분이 “‘좋습니다.’라는 말을 엄청 많이 하시더라고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들어봤더니 약간 좀 할 말이 떨어지거나 했을 때 “좋습니다.” 이걸 엄청 하는 거예요. 괜히 그런 걸 들으면 안 고쳐도 되는 건데 고쳐야 되는 것처럼 생각을 해서, 오늘은 ‘좋습니다.’ 안 하기 도전이고요. 딱히 특별한 근황은 없었고, 저는 책을 좀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좀 있었어서 책 몇 권을 또. 제가 한 번에 한 권 못 읽거든요? 그래서 여러 권 번갈아가면서 읽고 있는 그런 상황이에요.
J : 재밌는 책들 좀 많이 만나셨어요? 어떤 책 읽으셨어요?
D : 저는 진 님이 나눔해 준 책 중에 <파도를 넘어서 케이크>.
J : 아, 너무 좋은 책.
D : 이재연 작가님 맞죠? 그거 되게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J : 맞아요. 진짜 팬이에요. 저는 그분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시던 때부터 쭉 봤는데, 글이 너무 맛있고. 베이킹을 하시는 분이라 그런가? (웃음) 글이 맛있다는 의미가 뭐냐면, 질릴 틈이 없어요. 뭔가 문장의 흐름이 조금 지루해질 만한 시점에도 갑자기 약간 훅 들어오는 말들이 있고, 계속 곱씹게 되는 것 같아요. 여운이 길었어요.
D : 음식과 자기 생활을 연결하는 에세이들이 이전에도 없던 건 아니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저는, 물론 몇 권 안 읽었고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되게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어쨌든 먹는 걸로 위로받고, 그걸 준비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느낀 것들을 풀어내는 글들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파도를 넘어서 케이크>는 멋진, 큰 여행기 같은 느낌? 그러니까 되게 그 문체랑, 그 필체라고 해야 되나? 필체는 글씨체죠? (웃음)
J : (웃음)
D: 글이 사람이 말하는 거라 치면, 그 톤이 되게 되게 거침이 없었어요. 그래서 되게 멋졌던 거 같아요. 완전 시원시원한 글이었던 것 같고.
J : 왜 ‘파도’가 책 제목에 들어갔는지 좀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D : 그리고 김민주 작가님이 쓰신 <재즈의 계절>.
J : 아~ 그 책 요즘 되게 많이 보이더라구요.
D : 아, 너무 재밌습니다. 두 책 다 공통점이 있는데, <파도를 넘어서 케이크>도 사실 ‘베이킹에 관련된 책’이라는 겉을 보고 안을 보면 커리어와 자기 생활에 대한 고민들이 담긴 책이거든요. <재즈의 계절>도 ‘음악 얘기겠네?’ 하고 봤는데, 음악 얘기가 생각보다 일상 속에 잘 녹아 있는 느낌이에요. 진 님이 엄청 좋아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J : 당장 보겠습니다. 장바구니가 빌 날이 안 오는 것 같아요. (웃음)
D : 진 님 전에 ‘타다 다큐멘터리’ 재밌게 보지 않으셨어요?
J : 네, 너무 재밌게 봤어요.
D: 그 작가님!
J : 아~!
D : 저도 그걸 너무 재밌게 봤는데요. 윤석철 님이 음악 감독을 하셨는데, 궁금한 거예요. ‘왜 (테마 음악으로) 재즈를 하셨지?’ 했는데, 김민주 작가님이 그분을 인터뷰하셨어요. 거기서 하신 이야기가,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약간 어떻게 될지 모르고 약간.
J : 재즈죠, 말 그대로.
D : 그쵸. 거기에서 약간 무릎을 쳤는데, 책에 그런 내용이 많이 풀어져 있어요.
J : 너무 재밌겠다. 제가 정말 제가 궁금해할 내용들이 많을 것 같아요. 리듬이 딱 있을 것 같아요.
D : 가을에 되게 보기 좋은.
J : 가을 아직 안 지났다.
D : 한창이죠.
J : 10월 안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D : 좋습니다. 아 또 좋습니다 했네?!
J : (박장대소)
D : 아이, 큰일났네.
J : 뭐, 세 번까지는.
D : 세 번까지는 봐주세요.
사람들을 남게 하는 것
D : 진 님은 근황 어떻게 보내셨는지.
J : 저는 요즘 정리를 엄청 많이 하고 있어요. 정리를 많이 한다는 건 머릿속이 정리가 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제가 옷 정리, 책 정리, 집 정리 같이 수시로 정리하는 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최근에 저희 가족 중에 언니가 이사를 하면서 그로 인한 도미노 정리가 시작됐다. (웃음) 언니 집에 있던 가구가 막 부모님 댁으로 가고, 막 옷이 우리 집으로 오고 하니까 또 내 옷 정리를 해서 비워야 되고, 그런 모든 게 도미노처럼 시작된 거예요.
D : 가만히 있어도 잠이 오죠.
J : 네, 근데 저는 얘를 가만히 못 놔두거든요. 쌓여있는 걸 못 봐서. ‘그럼 얘가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고, 그럼 뭘 덜어내야 하고, 이걸 어떡할까?’ 이런 굴레가 시작이 된 거죠. 그래서 정리를 한동안 되게 촘촘하게 했는데, 아직도 하고 있는데, 정리를 하다 보니까 분명히 나는 우리 집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던 게 너무 많이 나오고, 버릴 것도 진짜 많더라고요. ‘내가 이걸 왜 샀지?’ 혹은 ‘이걸 안 받아도 되는데 왜 받았지?’ 이런 것들도 너무 많아서 두 가지 생각을 했어요. 하나는 ‘정말 쓸 만한 걸 만들자.’ 우리도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진짜 쓸 만하고 버려지지 않을 것들을 좀 만들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좀 했고, 다른 하나는 나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을 테니 이거를 빨리 나눠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쓸 만한데 버리기 너무 아까운 것들도 많거든요. 여전히 쓸 만하고, 심지어 새 것도 많고. 그런 걸 모아서 할 수 있는, 저희 커뮤니티에서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죠. 저 이 프로젝트 너무 애정합니다. ‘아침 바스켓(Achim Basket)’이라고.
D : 오우, 자연스럽게 Achim 소식으로 넘어가시는군요.
J : (웃음) 안 그래도 저희 ‘제철 아침’이 이어지는 코너죠. 저희 파트너 멤버 다와 님이랑 같이 정말 열심히 기획을 해서 오픈을 했는데요. 바스켓에 정말 쓸 만한 물건을 담아서 문 앞에 내놓는 것이 독일에서는 되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나눔을 하는 방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주베르겐’인가? 제가 독일어를 못해서 (웃음) 근데 혹시 대환 님, 독일어 전공 아닌가…?
D : 아 저, 전공이라 하기에는… 10년 전에 학교에서…
J : (웃음)
D : 그래서 조용히 있었거든요. 그런 좋은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웃음)
J : 알겠습니다. 아무튼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바스켓’이라는 콘셉트로 우리 나누자, 안 쓰는 것을 나누자 하면서 슬랙 커뮤니티에 채널을 만들었고, 몇 차례 나눔이 있었어요 벌써. Achim이 나누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제가 나누기도 했고, 다른 분들도 참여를 해 주고 계신데, 받으신 분들이 하나 둘 잘 받았다고 후기도 올려주시고 하잖아요.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이게 누군가에게 진짜 쓸모가 있구나!’ 싶으면서 물건의 수명이 연장된 느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D : 그 <토이 스토리>에 엄청 뭉클한 장면이 있잖아요. 장난감을 물려주면서, 나는 더 이상 쓸 수 없지만 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하는. 저희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그게 잘 작동되고 있다는 게 글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양식에 맞춰서 글을 쓰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제품 사진이랑 이것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넘버와 함께 적어 주면 원하는 분들이 가져가시는 건데, 물건을 고르는 행위와 그걸 받았을 때 되게 좋아하시는 게 너무 잘 보이는 것 같아요. 투명하게. 저도 하나 받기도 했고.
J : 맞아요. 그리고 괜히 그런 심리가 좀 작동이 돼요. 뭐 더 끼워 주고 싶어 (웃음) 뭔지 알아요? 그래서 뭐 사탕이라도 하나 더 넣어주고, 약간 티백 같은 거 하나도 넣어주고. 괜히 그렇게 되더라고요.
D : 뭔가 선물을 내가 돈으로 구매해서 사 주는 거랑은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J : 맞아요. 그래서 받으신 분들이 후기 사진 보내주시고, 개인적으로 DM으로 보내주시고 할 때 ‘사진으로 본 것처럼 기분 좋게 생겼네요. 유용하게 잘 쓰겠습니다.’ 등등 말씀해 주시기도 하고, ‘저도 언젠가 기버(Giver)가 돼 보고 싶습니다.’라는 말씀해 주시면서 테이커(Taker)로 바스켓에 참여하신 분들이 나중에 기버로도 나눔을 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되고. 아무튼 어떤 물결을 만들어 낼지 조금 궁금했는데, 스멀스멀 반응이 오는 걸 보는 게 요즘 제 낙입니다.
D : 가을이라는 정리 많이들 하는 계절에 시작한 게 어떻게 보면 되게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J : 맞아요. 다들 옷장 정리 하셨나요? 대환 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D : 저는 아침 바스켓 하기 전에 정리를 했는데, 저희 집 앞에 ‘기부의 집’이 있어요. 사실 저희가 뭐 해질 때까지 옷을 입는 건 아니니까 정리를 해서 계절마다 내놓는데, 올해도 거의 큰 박스 하나 정도는 기부한 거 같아요.
J : 그러니깐요. 전 항상 옷들을 볼 때마다 ‘아 나 옷 안 사도 되겠다 평생’.
D : 근데 계속 사잖아요. (웃음)
J : (웃음) 정말 오래 입는 옷도 있는데, 그러게요. 근데 오늘 입고 온 이 셔츠 제가 중학생 때 입던 셔츠예요. 중학생 때 입던 셔츠가 아직도 맞다. (웃음)
D : 진짜 깨끗하게 입으시는구나.
J : 다 해졌어요. 안에 받쳐 입는 용으로만 입는데, 좋아하는 거는 또 못 버리고, 아닌 건 좀 과감하게 나누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D : 아까 오래 쓸 걸 만들고 싶다는 얘기도 하셨잖아요. 뭐라 그래야 될까… 그러니까 좋은 옷을 그냥 하나 잘 가지면서 오래 입는 게 되게 좋다는 걸 왜 어렸을 때는 모르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알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J : 그러게요. 근데 많이 입어봐야 뭐가 좋은지 아니까.
D : 그것도 맞는 얘기죠.
J : 진짜 많이 입어봤던 것 같아요. 막 진짜 희한한 옷 많이 샀었고. (웃음)
D : 제가 얼마 전에 아내랑 등산을 갔어요. 한 10대 정도 돼 보이는 학생 세 명이서 등산을 왔는데, 너무 보기가 좋은 거예요. ‘아 되게 보기 좋다.’ 그러고 있었는데, 입은 등산복 브랜드가 되게 좀 좋은 브랜드였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입을 수 있는. 근데 제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이 그런 거 하나 사주겠다고 했을 때 나도 하나 사서 오래 입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왜 꼭 그 어렸을 때 치기랑 그런 걸로 굴러 들어온 복을 차버렸나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등산복 브랜드를 보면서 느꼈던 거는, 얼마 전에 파타고니아 회장님이 회사 지분을 아예 기부하신 걸 보고 그 생각이 좀 강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J : 너무 공감해요. 어릴 때는 부모님이 사준다고 하면 왠지 막 구린 것 같고. (웃음) 사실 그게 제일 좋은 건데. 저도 괜찮다고, 그냥 제가 사겠다고, 돈만 달라고. (웃음)
D: 그때는 자기가 선택하는 게 뭔가 더 좋았나 봐요. 친구들이 입는 것도 있고 하니까.
J : 부모님이 보는 눈이 있으셨는데, 괜히 그거를 옛 것이라고, 촌스럽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지금 보면 그게 최고다.
D : 사실 그때 사주시겠다고 했던 브랜드가 다 지금도 있어요. 좋아하는 거예요 다들. 이걸 들으시는 분들도 공감하실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아마 많이들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J : 맞습니다. 아무튼 ‘좋은 걸 만든다는 게 뭘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고, 좋은 게 사람들을 모이게 할 거라는 생각도 좀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방금 말한 브랜드들은 여전히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고 가지고 있고, 또 다른 세대에게 되물림되는 걸 보면서 Achim도 우리가 하려고 하는 얘기를 많은 사람들이랑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 ‘그들을 남게 하는 게 뭘까?’ 이런 생각을 또 자연스럽게 하게 됐던 것 같고요. 저희가 만든 바스켓이 단순히 ‘뭔가 나누고 싶다!’ 이런 것도 있긴 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여기에 모여서 복작복작하게 수다도 떨고 ‘좋은 아침!’ 인사도 나누고, “오늘 저 뭐 먹었어요.” 이런 식으로 공유도 하고 그럴 수 있을까, 재밌게 아침을 나눌 수 있을까 고민이 좀 깊었는데, 그런 고민을 달래 줄 것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어요.
2022년 10월 13일에 업로드된 Achim Cast 세 번째 에피소드 <03 정리하기 좋습니다>의 일부를 텍스트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팟캐스트에 ‘아침 캐스트’ 혹은 ‘Achim Cast’를 검색하거나 Achim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원본을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진(이하 J) : 안녕하세요, Achim Cast 세 번째 에피소드 녹음을 시작하겠습니다. 항상 시작이 어려워요. 무슨 말을 하면서 시작을 해야 될지 아직도 너무 어색한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실까요? 오늘도 함께해 주시는 대환님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대환(이하 D) : 안녕하세요, Achim 파트너 임대환입니다.
J : 오늘 좀 늦었죠, 저희 둘 다.
D : 아침 8시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시간인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J: 인정합니다. 아… 패기가 남달랐는데.
D: 패기만 있었지, 일찍 오는 법을 몰라 가지고.
J : 그러니깐요. 조금 가까이서 살았으면 좋겠다.
D : 근데 우리 이렇게 늦은 얘기 솔직하게 해도 돼요?
J : 그럼요, 사람인데.
D : Achim Cast 하면서 늦으면 약간 자존심이 좀 상해 가지고…
J : 아닙니다. 저희 늦어 봤자 10분 늦었잖아요.
D : 그쵸, 얼마 늦지 않았지.
J : 그렇기 때문에 아직 괜찮습니다.
D :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J : 그러면 우리 요즘 어떻게 지냈는지, 가벼운 근황과 함께 팟캐스트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환 님 먼저 좀 알려주세요. 요즘 뭐가 재밌으세요?
D : 근황이… 뭔가 꼭 가져와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젯밤에 생각을 좀 해봤거든요? 일단은 제 주변에 이 Achim Cast를 들으신 분들이 피드백을 해주시는 걸 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 있는 동료들도 “되게 잘 들었다.” 이런 얘기 해 주시는데, 저는 몰랐는데, 제가 뭔가 주제를 전환할 때 “좋습니다.” 이 말을 엄청 많이 한다는 거예요.
J : 전 알고 있었어요.
D : 아 진짜? 저는 모르고 있었는데, 들으시는 분이 “‘좋습니다.’라는 말을 엄청 많이 하시더라고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들어봤더니 약간 좀 할 말이 떨어지거나 했을 때 “좋습니다.” 이걸 엄청 하는 거예요. 괜히 그런 걸 들으면 안 고쳐도 되는 건데 고쳐야 되는 것처럼 생각을 해서, 오늘은 ‘좋습니다.’ 안 하기 도전이고요. 딱히 특별한 근황은 없었고, 저는 책을 좀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좀 있었어서 책 몇 권을 또. 제가 한 번에 한 권 못 읽거든요? 그래서 여러 권 번갈아가면서 읽고 있는 그런 상황이에요.
J : 재밌는 책들 좀 많이 만나셨어요? 어떤 책 읽으셨어요?
D : 저는 진 님이 나눔해 준 책 중에 <파도를 넘어서 케이크>.
J : 아, 너무 좋은 책.
D : 이재연 작가님 맞죠? 그거 되게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J : 맞아요. 진짜 팬이에요. 저는 그분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시던 때부터 쭉 봤는데, 글이 너무 맛있고. 베이킹을 하시는 분이라 그런가? (웃음) 글이 맛있다는 의미가 뭐냐면, 질릴 틈이 없어요. 뭔가 문장의 흐름이 조금 지루해질 만한 시점에도 갑자기 약간 훅 들어오는 말들이 있고, 계속 곱씹게 되는 것 같아요. 여운이 길었어요.
D : 음식과 자기 생활을 연결하는 에세이들이 이전에도 없던 건 아니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저는, 물론 몇 권 안 읽었고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되게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어쨌든 먹는 걸로 위로받고, 그걸 준비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느낀 것들을 풀어내는 글들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파도를 넘어서 케이크>는 멋진, 큰 여행기 같은 느낌? 그러니까 되게 그 문체랑, 그 필체라고 해야 되나? 필체는 글씨체죠? (웃음)
J : (웃음)
D: 글이 사람이 말하는 거라 치면, 그 톤이 되게 되게 거침이 없었어요. 그래서 되게 멋졌던 거 같아요. 완전 시원시원한 글이었던 것 같고.
J : 왜 ‘파도’가 책 제목에 들어갔는지 좀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D : 그리고 김민주 작가님이 쓰신 <재즈의 계절>.
J : 아~ 그 책 요즘 되게 많이 보이더라구요.
D : 아, 너무 재밌습니다. 두 책 다 공통점이 있는데, <파도를 넘어서 케이크>도 사실 ‘베이킹에 관련된 책’이라는 겉을 보고 안을 보면 커리어와 자기 생활에 대한 고민들이 담긴 책이거든요. <재즈의 계절>도 ‘음악 얘기겠네?’ 하고 봤는데, 음악 얘기가 생각보다 일상 속에 잘 녹아 있는 느낌이에요. 진 님이 엄청 좋아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J : 당장 보겠습니다. 장바구니가 빌 날이 안 오는 것 같아요. (웃음)
D : 진 님 전에 ‘타다 다큐멘터리’ 재밌게 보지 않으셨어요?
J : 네, 너무 재밌게 봤어요.
D: 그 작가님!
J : 아~!
D : 저도 그걸 너무 재밌게 봤는데요. 윤석철 님이 음악 감독을 하셨는데, 궁금한 거예요. ‘왜 (테마 음악으로) 재즈를 하셨지?’ 했는데, 김민주 작가님이 그분을 인터뷰하셨어요. 거기서 하신 이야기가,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약간 어떻게 될지 모르고 약간.
J : 재즈죠, 말 그대로.
D : 그쵸. 거기에서 약간 무릎을 쳤는데, 책에 그런 내용이 많이 풀어져 있어요.
J : 너무 재밌겠다. 제가 정말 제가 궁금해할 내용들이 많을 것 같아요. 리듬이 딱 있을 것 같아요.
D : 가을에 되게 보기 좋은.
J : 가을 아직 안 지났다.
D : 한창이죠.
J : 10월 안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D : 좋습니다. 아 또 좋습니다 했네?!
J : (박장대소)
D : 아이, 큰일났네.
J : 뭐, 세 번까지는.
D : 세 번까지는 봐주세요.
사람들을 남게 하는 것
D : 진 님은 근황 어떻게 보내셨는지.
J : 저는 요즘 정리를 엄청 많이 하고 있어요. 정리를 많이 한다는 건 머릿속이 정리가 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제가 옷 정리, 책 정리, 집 정리 같이 수시로 정리하는 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최근에 저희 가족 중에 언니가 이사를 하면서 그로 인한 도미노 정리가 시작됐다. (웃음) 언니 집에 있던 가구가 막 부모님 댁으로 가고, 막 옷이 우리 집으로 오고 하니까 또 내 옷 정리를 해서 비워야 되고, 그런 모든 게 도미노처럼 시작된 거예요.
D : 가만히 있어도 잠이 오죠.
J : 네, 근데 저는 얘를 가만히 못 놔두거든요. 쌓여있는 걸 못 봐서. ‘그럼 얘가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고, 그럼 뭘 덜어내야 하고, 이걸 어떡할까?’ 이런 굴레가 시작이 된 거죠. 그래서 정리를 한동안 되게 촘촘하게 했는데, 아직도 하고 있는데, 정리를 하다 보니까 분명히 나는 우리 집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던 게 너무 많이 나오고, 버릴 것도 진짜 많더라고요. ‘내가 이걸 왜 샀지?’ 혹은 ‘이걸 안 받아도 되는데 왜 받았지?’ 이런 것들도 너무 많아서 두 가지 생각을 했어요. 하나는 ‘정말 쓸 만한 걸 만들자.’ 우리도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진짜 쓸 만하고 버려지지 않을 것들을 좀 만들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좀 했고, 다른 하나는 나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을 테니 이거를 빨리 나눠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쓸 만한데 버리기 너무 아까운 것들도 많거든요. 여전히 쓸 만하고, 심지어 새 것도 많고. 그런 걸 모아서 할 수 있는, 저희 커뮤니티에서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죠. 저 이 프로젝트 너무 애정합니다. ‘아침 바스켓(Achim Basket)’이라고.
D : 오우, 자연스럽게 Achim 소식으로 넘어가시는군요.
J : (웃음) 안 그래도 저희 ‘제철 아침’이 이어지는 코너죠. 저희 파트너 멤버 다와 님이랑 같이 정말 열심히 기획을 해서 오픈을 했는데요. 바스켓에 정말 쓸 만한 물건을 담아서 문 앞에 내놓는 것이 독일에서는 되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나눔을 하는 방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주베르겐’인가? 제가 독일어를 못해서 (웃음) 근데 혹시 대환 님, 독일어 전공 아닌가…?
D : 아 저, 전공이라 하기에는… 10년 전에 학교에서…
J : (웃음)
D : 그래서 조용히 있었거든요. 그런 좋은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웃음)
J : 알겠습니다. 아무튼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바스켓’이라는 콘셉트로 우리 나누자, 안 쓰는 것을 나누자 하면서 슬랙 커뮤니티에 채널을 만들었고, 몇 차례 나눔이 있었어요 벌써. Achim이 나누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제가 나누기도 했고, 다른 분들도 참여를 해 주고 계신데, 받으신 분들이 하나 둘 잘 받았다고 후기도 올려주시고 하잖아요.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이게 누군가에게 진짜 쓸모가 있구나!’ 싶으면서 물건의 수명이 연장된 느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D : 그 <토이 스토리>에 엄청 뭉클한 장면이 있잖아요. 장난감을 물려주면서, 나는 더 이상 쓸 수 없지만 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하는. 저희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그게 잘 작동되고 있다는 게 글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양식에 맞춰서 글을 쓰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제품 사진이랑 이것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넘버와 함께 적어 주면 원하는 분들이 가져가시는 건데, 물건을 고르는 행위와 그걸 받았을 때 되게 좋아하시는 게 너무 잘 보이는 것 같아요. 투명하게. 저도 하나 받기도 했고.
J : 맞아요. 그리고 괜히 그런 심리가 좀 작동이 돼요. 뭐 더 끼워 주고 싶어 (웃음) 뭔지 알아요? 그래서 뭐 사탕이라도 하나 더 넣어주고, 약간 티백 같은 거 하나도 넣어주고. 괜히 그렇게 되더라고요.
D : 뭔가 선물을 내가 돈으로 구매해서 사 주는 거랑은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J : 맞아요. 그래서 받으신 분들이 후기 사진 보내주시고, 개인적으로 DM으로 보내주시고 할 때 ‘사진으로 본 것처럼 기분 좋게 생겼네요. 유용하게 잘 쓰겠습니다.’ 등등 말씀해 주시기도 하고, ‘저도 언젠가 기버(Giver)가 돼 보고 싶습니다.’라는 말씀해 주시면서 테이커(Taker)로 바스켓에 참여하신 분들이 나중에 기버로도 나눔을 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되고. 아무튼 어떤 물결을 만들어 낼지 조금 궁금했는데, 스멀스멀 반응이 오는 걸 보는 게 요즘 제 낙입니다.
D : 가을이라는 정리 많이들 하는 계절에 시작한 게 어떻게 보면 되게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J : 맞아요. 다들 옷장 정리 하셨나요? 대환 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D : 저는 아침 바스켓 하기 전에 정리를 했는데, 저희 집 앞에 ‘기부의 집’이 있어요. 사실 저희가 뭐 해질 때까지 옷을 입는 건 아니니까 정리를 해서 계절마다 내놓는데, 올해도 거의 큰 박스 하나 정도는 기부한 거 같아요.
J : 그러니깐요. 전 항상 옷들을 볼 때마다 ‘아 나 옷 안 사도 되겠다 평생’.
D : 근데 계속 사잖아요. (웃음)
J : (웃음) 정말 오래 입는 옷도 있는데, 그러게요. 근데 오늘 입고 온 이 셔츠 제가 중학생 때 입던 셔츠예요. 중학생 때 입던 셔츠가 아직도 맞다. (웃음)
D : 진짜 깨끗하게 입으시는구나.
J : 다 해졌어요. 안에 받쳐 입는 용으로만 입는데, 좋아하는 거는 또 못 버리고, 아닌 건 좀 과감하게 나누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D : 아까 오래 쓸 걸 만들고 싶다는 얘기도 하셨잖아요. 뭐라 그래야 될까… 그러니까 좋은 옷을 그냥 하나 잘 가지면서 오래 입는 게 되게 좋다는 걸 왜 어렸을 때는 모르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알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J : 그러게요. 근데 많이 입어봐야 뭐가 좋은지 아니까.
D : 그것도 맞는 얘기죠.
J : 진짜 많이 입어봤던 것 같아요. 막 진짜 희한한 옷 많이 샀었고. (웃음)
D : 제가 얼마 전에 아내랑 등산을 갔어요. 한 10대 정도 돼 보이는 학생 세 명이서 등산을 왔는데, 너무 보기가 좋은 거예요. ‘아 되게 보기 좋다.’ 그러고 있었는데, 입은 등산복 브랜드가 되게 좀 좋은 브랜드였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입을 수 있는. 근데 제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이 그런 거 하나 사주겠다고 했을 때 나도 하나 사서 오래 입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왜 꼭 그 어렸을 때 치기랑 그런 걸로 굴러 들어온 복을 차버렸나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등산복 브랜드를 보면서 느꼈던 거는, 얼마 전에 파타고니아 회장님이 회사 지분을 아예 기부하신 걸 보고 그 생각이 좀 강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J : 너무 공감해요. 어릴 때는 부모님이 사준다고 하면 왠지 막 구린 것 같고. (웃음) 사실 그게 제일 좋은 건데. 저도 괜찮다고, 그냥 제가 사겠다고, 돈만 달라고. (웃음)
D: 그때는 자기가 선택하는 게 뭔가 더 좋았나 봐요. 친구들이 입는 것도 있고 하니까.
J : 부모님이 보는 눈이 있으셨는데, 괜히 그거를 옛 것이라고, 촌스럽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지금 보면 그게 최고다.
D : 사실 그때 사주시겠다고 했던 브랜드가 다 지금도 있어요. 좋아하는 거예요 다들. 이걸 들으시는 분들도 공감하실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아마 많이들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J : 맞습니다. 아무튼 ‘좋은 걸 만든다는 게 뭘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고, 좋은 게 사람들을 모이게 할 거라는 생각도 좀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방금 말한 브랜드들은 여전히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고 가지고 있고, 또 다른 세대에게 되물림되는 걸 보면서 Achim도 우리가 하려고 하는 얘기를 많은 사람들이랑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 ‘그들을 남게 하는 게 뭘까?’ 이런 생각을 또 자연스럽게 하게 됐던 것 같고요. 저희가 만든 바스켓이 단순히 ‘뭔가 나누고 싶다!’ 이런 것도 있긴 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여기에 모여서 복작복작하게 수다도 떨고 ‘좋은 아침!’ 인사도 나누고, “오늘 저 뭐 먹었어요.” 이런 식으로 공유도 하고 그럴 수 있을까, 재밌게 아침을 나눌 수 있을까 고민이 좀 깊었는데, 그런 고민을 달래 줄 것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어요.
D : 결국에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J: 맞아요, 맞아요. 커뮤니티의 힘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이어지는 대화는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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