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ACC Morning Hurdling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Monocle Translation Hurdling’의 결과물입니다. <The Monocle Companion> 속 일부 컨텐츠를 호스트 희석 님과 모닝 오너 다섯 분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Article #38: Against Lawns : 잔디밭에 반대합니다.
초록빛으로 뒤덮인 잔디밭은 하나의 식물을 지나치게 재배하는 ‘단작 현상’의 위험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더 다채로운 생명의 다양성을 마련하는 것은 쉽게 실천하고 성취할 수 있는 일이며, 이를 통해 우리가 ‘단작 현상’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나 -맨 땅에 헤딩하며 초석을 닦는 것 대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텃밭을 관리하는 일은 꽤나 인기 있는 취미 활동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원 가꾸는 일’에서는 처음부터 현명한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자 그렇다면, 각자 집의 잔디밭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그 전에 미리 고백하자면, 저는 잔디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의 다리를 닮은 잡초의 일종 디지타리아 crabgrass를 매주 깨끗하게 뽑고 관리하는 것이 여러분 내면에 있는 정돈강박을 만족시킬 수도 있지만, 텃밭이나 정원을 위한 ‘구식’의 돌봄 방식과 완벽주의적 태도는 자연에 썩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식물에게 자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주고, 꽃을 피우며 씨앗을 뿌리고 또다시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게 하도록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는 것이죠. 잔디밭에 대한 저의 악의적인 마음과 시선은 단순히 미적 감각차원에서의 반응이 아니랍니다. 중부 유럽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1년 내내 가뭄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여름마다 극심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죠. 우리는 물을 저장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회복시켜 주며, 모두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주변 온도를 시원하게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즉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적응되었거나 적응할 수 있는 식물종의 필요성을 더욱 느낍니다.
독일 베를린은 도시가 어떻게 그러한 기회를 놓치는지 잘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훔볼트 포럼 박물관 Humboldt Forum이나 포츠담 광장 Potsdamer Platz 아니면 국회의사당 앞쪽에 잘 관리된 잔디를 보세요. 이 장소들은 모두 광활하고, 깔끔하게 잘 깎인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현대적이면서도 다양한 자연경관을 조성하고 싶어 아름다운 다년생 식물을 심는 것을 고려했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답니다. 아마 그렇게 식생을 배치하게 되면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봤을 때 보기 좋지 않을 거라는 몇몇 조경사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일 거예요. 이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업 분야에서도, 우리 독일은 이미 반 세기 정도 뒤처져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수익성을 내는 가문비나무나 전나무 같은 나무들은 잔디처럼 단일한 품종으로 형성된 숲을 만들어냅니다. 이 단일 숲은 견고한 형태로 우거지는 다양한 종으로 구성된 자연 그대로의 삼림 지대보다 더 쉽게 해충에 의해 노출되며 멸종될 위험 또한 훨씬 높은 편입니다(나무 딱정벌레는 이미 가문비나무를 괴롭히고 있는 종이죠). 게다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심어진 상록수는 아름답긴 해도, 사촌 뻘인 낙엽성 나무보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베를린의 집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면 정말 거인 같은 나무가 보입니다. 110년 더 된 이 너도밤나무는 아마 같은 나이의 가문비나무보다 1톤 정도 더 많은 약 3.5톤의 탄소를 응축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생물 다양성에 대한 저의 의견에 동의하는 몇몇 정원 주인들과 정원사, 그리고 도시 계획가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토종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데 동의를 했답니다. 그건 물론 좋은 생각이지만,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건 잘못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는 이미 변화하고 있죠. 너도밤나무같이 오래 사는 토종나무도 지구의 지하수면이 점점 내려가고 있어 뿌리를 충분히 깊이 내릴 수 없기에 고통받고 있죠. 독일산 참나무의 경우 기후 변화는 잘 이겨내는 편이지만, 기생충(예를 들자면 참나무 나방) 감염에는 치명적이랍니다. 중부 유럽, 또는 더 넓게 보면 전 세계적으로 정원과 자연을 가꾸는 이들의 세계에서는 해외의 나무 종을 수입해 와 심는 것도 꼭 필요한 상황이랍니다.
북미에서 유입된 풍나무와 주엽나무를 생각해 보세요. 이들은 여름의 내리쬐는 햇볕을 견딜 수 있는 식물이랍니다. 우리는 건조한 기후에서도 이를 잘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마가목을 떠올릴 수도 있죠. 마가목은 대체로 튼튼하고 질병 등에 강한 편이며, 동물과 곤충이 섭취할 있는 열매 또한 열리는 나무입니다. 우리의 희망이라고 한다면, 이들이 어떤 땅에서도 아름답게 잘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이랍니다. 여기 간단한 팁이 있습니다. 식물에게 꽃을 피우는 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가 가꾸고 소중히 여겨야 할 대상이지, 여기저기 베고, 이리저리 보기 좋게 포장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니까요.
작가 소개
아티클의 저자 파페씨 Gabriella Pape는 함부르크에서 나고 자랐으며 2008년에 베를린 달렘 지역 왕립 정원 아카데미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이는 정원 센터, 보육원 활동, 전시회, 원예 관리 훈련을 위한 시설 등을 가진 단체이기도 하며, 이곳에는 연간 50만 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습니다.
Trasnlated by 모닝 오너 희석, 영진, 근영, 지수, 승하,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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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38: Against Lawns : 잔디밭에 반대합니다.
초록빛으로 뒤덮인 잔디밭은 하나의 식물을 지나치게 재배하는 ‘단작 현상’의 위험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더 다채로운 생명의 다양성을 마련하는 것은 쉽게 실천하고 성취할 수 있는 일이며, 이를 통해 우리가 ‘단작 현상’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나 -맨 땅에 헤딩하며 초석을 닦는 것 대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텃밭을 관리하는 일은 꽤나 인기 있는 취미 활동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원 가꾸는 일’에서는 처음부터 현명한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자 그렇다면, 각자 집의 잔디밭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그 전에 미리 고백하자면, 저는 잔디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의 다리를 닮은 잡초의 일종 디지타리아 crabgrass를 매주 깨끗하게 뽑고 관리하는 것이 여러분 내면에 있는 정돈강박을 만족시킬 수도 있지만, 텃밭이나 정원을 위한 ‘구식’의 돌봄 방식과 완벽주의적 태도는 자연에 썩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식물에게 자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주고, 꽃을 피우며 씨앗을 뿌리고 또다시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게 하도록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는 것이죠. 잔디밭에 대한 저의 악의적인 마음과 시선은 단순히 미적 감각차원에서의 반응이 아니랍니다. 중부 유럽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1년 내내 가뭄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여름마다 극심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죠. 우리는 물을 저장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회복시켜 주며, 모두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주변 온도를 시원하게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즉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적응되었거나 적응할 수 있는 식물종의 필요성을 더욱 느낍니다.
독일 베를린은 도시가 어떻게 그러한 기회를 놓치는지 잘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훔볼트 포럼 박물관 Humboldt Forum이나 포츠담 광장 Potsdamer Platz 아니면 국회의사당 앞쪽에 잘 관리된 잔디를 보세요. 이 장소들은 모두 광활하고, 깔끔하게 잘 깎인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현대적이면서도 다양한 자연경관을 조성하고 싶어 아름다운 다년생 식물을 심는 것을 고려했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답니다. 아마 그렇게 식생을 배치하게 되면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봤을 때 보기 좋지 않을 거라는 몇몇 조경사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일 거예요. 이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업 분야에서도, 우리 독일은 이미 반 세기 정도 뒤처져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수익성을 내는 가문비나무나 전나무 같은 나무들은 잔디처럼 단일한 품종으로 형성된 숲을 만들어냅니다. 이 단일 숲은 견고한 형태로 우거지는 다양한 종으로 구성된 자연 그대로의 삼림 지대보다 더 쉽게 해충에 의해 노출되며 멸종될 위험 또한 훨씬 높은 편입니다(나무 딱정벌레는 이미 가문비나무를 괴롭히고 있는 종이죠). 게다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심어진 상록수는 아름답긴 해도, 사촌 뻘인 낙엽성 나무보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베를린의 집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면 정말 거인 같은 나무가 보입니다. 110년 더 된 이 너도밤나무는 아마 같은 나이의 가문비나무보다 1톤 정도 더 많은 약 3.5톤의 탄소를 응축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생물 다양성에 대한 저의 의견에 동의하는 몇몇 정원 주인들과 정원사, 그리고 도시 계획가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토종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데 동의를 했답니다. 그건 물론 좋은 생각이지만,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건 잘못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는 이미 변화하고 있죠. 너도밤나무같이 오래 사는 토종나무도 지구의 지하수면이 점점 내려가고 있어 뿌리를 충분히 깊이 내릴 수 없기에 고통받고 있죠. 독일산 참나무의 경우 기후 변화는 잘 이겨내는 편이지만, 기생충(예를 들자면 참나무 나방) 감염에는 치명적이랍니다. 중부 유럽, 또는 더 넓게 보면 전 세계적으로 정원과 자연을 가꾸는 이들의 세계에서는 해외의 나무 종을 수입해 와 심는 것도 꼭 필요한 상황이랍니다.
북미에서 유입된 풍나무와 주엽나무를 생각해 보세요. 이들은 여름의 내리쬐는 햇볕을 견딜 수 있는 식물이랍니다. 우리는 건조한 기후에서도 이를 잘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마가목을 떠올릴 수도 있죠. 마가목은 대체로 튼튼하고 질병 등에 강한 편이며, 동물과 곤충이 섭취할 있는 열매 또한 열리는 나무입니다. 우리의 희망이라고 한다면, 이들이 어떤 땅에서도 아름답게 잘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이랍니다. 여기 간단한 팁이 있습니다. 식물에게 꽃을 피우는 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가 가꾸고 소중히 여겨야 할 대상이지, 여기저기 베고, 이리저리 보기 좋게 포장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니까요.
작가 소개
아티클의 저자 파페씨 Gabriella Pape는 함부르크에서 나고 자랐으며 2008년에 베를린 달렘 지역 왕립 정원 아카데미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이는 정원 센터, 보육원 활동, 전시회, 원예 관리 훈련을 위한 시설 등을 가진 단체이기도 하며, 이곳에는 연간 50만 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습니다.
Trasnlated by 모닝 오너 희석, 영진, 근영, 지수, 승하,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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