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ACC Morning Hurdling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Monocle Translation Hurdling’의 결과물입니다. <The Monocle Companion> 속 일부 컨텐츠를 호스트 희석 님과 모닝 오너 다섯 분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Article #39. Reimagining the future : 미래의 재구상
인류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은 충분히 재미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지구의 변화 한가운데서 정신없이 전진하는 동안 발전한 여러 기술보다도 더욱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미래를 그려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로봇인가요? 혹시,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은색 점프슈트? 그것도 아니면, 은색 점프슈트를 착용한 로봇들이 운전하고 있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가요? 저는 자라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던 집착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아홉 살 때였을 거예요. 부모님이 플로리다의 월트 디즈니 놀이동산으로 데리고 가신 적이 있는데, 저에게 그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의심할 여지없이 엡콧 센터 호라이즌스에 있는 초현대적인 건축물이었죠. 로봇들에게 이발 서비스를 받고 있는 행복한 애니매트로닉 가족들, 사랑스러운 로봇 요리사들이 구워주는 케이크, 무중력 상태에서 곰인형을 쫓아 둥둥 떠다니는 경험, 다른 행성에 있는 가족들과 홀로그램 전화로 생일을 축하할 수 있었던 호라이즌스에서는, 제가 상상하고 희망하던 그런 모든 미래가 생각보다 가깝고 언제든 쉽게 다가올 순간처럼 느껴졌으며, 상상하고 소망하던 여러 장치에서 마치 현실판 ‘더 젯슨스’를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했어요.
그 당시,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미래주의에 대한 저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했답니다. 저는 우주식민지, 수중주택 그리고 개인용 로켓에 대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그래픽 아트와 모델링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교육 도서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사를 읽었죠. 아주 먼 미래세상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 문학 소설도 있었고, 황금시간대에 방영했던 80년대 히트작 <나이트 라이더>(85년 KBS 2TV 한국 방영 제목 ‘전격 Z 작전’)나 <에어울프>(85년 MBC 한국 방영 제목 ‘출동! 에어울프’) 같이 영웅과 그들의 멋들어진 장비가 등장하는 TV 드라마들, 그리고 사랑해 마지않는 제 지식의 대부분과 관련된 로봇을 취향과 입맛에 따라 이것저것 골라 볼 수 있는 토요일 아침 만화 채널까지! 또 저는 방과 후에 방영했던 호주의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비욘드 2000>을 놓치지 않고 시청했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말할 것 같으면 1980년대 공중파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며 정점을 찍었던 신스팝 장르의 경쾌하고 미래지향적인 주제곡이 흘러나오고, 이와 함께 우리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발명품(LED 조명, 3D 프린터, 모션 캡처 카메라 등)을 선보였는데, 그때가 바로 제가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 Star Trek: Next Generation>에 등장한 순간이동 장치, 레이저 총, 홀로덱(우주선 안에 있는 홀로그램룸), 아래위가 한 벌로 이어진 스너그 점프슈트, 데이터라는 이름의 친절한 안드로이드 로봇 등의 요소에 빠져들기 직전의 시기였죠.
하지만 미래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관점은 주로 영화에서 등장했는데, 영화에서는 가장 유토피아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에 기반하여 굉장한 도구와 장치들이 등장했죠. 이를 테면, <백 투 더 퓨처 2 Back to the Future 2>에서 마티 맥플라이가 타는 플라잉 카와 호버보드, <쇼트 서킷 Short Circuit>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운 불량 로봇 조니 파이브와 <로보캅 RoboCop>에서의 고뇌하는 우리의 사이보그 영웅, <터미네이터 2:심판의 날 Terminator 2:Judgement day>의 로버트 패트릭 배우가 연기했던 액체 금속 로봇 T1000과 로봇 세상을 위한 끝없는 욕망과 순수악의 감정, 그리고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오리지날 3부작(새로운 희망,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을 위해 디자인된 라이트세이버(광선검)와 우주선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1993 거침없이 쏴버리는 내용의 블록버스터 영화 <데몰리션 맨 Demolation Man>으로, 줄거리는 대략 2032년 극저온으로 냉동된 존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이 슈퍼 악당 사이먼 피닉스(웨슬리 스나입스)를 막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해동된다는 이야기이죠. 이 영화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태블릿 PC 등 우리가 상상 가능한 디지털 유토피아 세상을 배경으로 벌어집니다. 일본의 경제호황기에 제작된 영화라는 점을 반영해 이곳 세계의 사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두루마기 스타일의 화복을 입고 있으며, 전기 자동차가 도로 위를 자율주행하고, 우리가 잘 아는 오래된 광고 음악이 흐르며, 터미네이터의 배우로 유명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전 대통령이었다는 언급, 타코벨이라는 타코 체인점이 일명 ‘패스트푸드 전쟁’에서 생존한 유일한 최고급 음식점이라는 등 다양한 설정을 가지고 있답니다.
저는 그러한 미래의 모든 기술을 갈망했죠. 기계와 장치들, 로봇 그리고 컴퓨터, 그리고 <데몰리션맨>에서의 최고의 웃음코드 중 하나인 "3 개의 금속 조개껍질"로 화장실에서의 뒤처리까지도 말이예요. 저는 이러한 것들에 홀딱 빠졌어요. 그저 제가 살 수 있는 캡슐형 주거시스템과 그 안에서 착용 수 있는 알맞은 유니폼만 있으면 이 모든게 가능할 것 같았죠 .
저는 이러한 상상이 우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기술만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려고 하는 것은 유치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의 결핍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잠재적으로 우리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기술의 발전이라는 큰 변화와 흐름이 우리의 운명에 대해 점점 더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예측결과를 안겨주면서, 회사들은 우리의 소소하고 사사로운 문제까지도 해결책으로 더 많은 장치만을 내놓고 있으며, 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발명에 의한 혁신이라는 공허한 약속을 남발하고 있죠. 이에 대해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식 그리고 인간 행동의 변화보다는 기술 변화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죠. “ 이는 수십 년 동안 정부와 산업기관 그리고 범세계적인 여러 기업조직들을 위해 트렌드를 연구하고 예측해 온 ‘밀레니엄 프로젝트 퓨처리스트 싱크탱크’의 CEO 제롬 글렌 Jerome Glenn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최근 글렌에게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처럼 특히 선진화되었다고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왜 기술과 그 발전에 대한 관점을 토대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인가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글렌은 우리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답변에 대해서는 편견을 품고 있다고 말한 반면, 더 감정적이고 심지어는 신비로운 답변에 대해서는 모종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답했죠. ”솔직히, 이건 우리가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거죠. 만약 사람들한테 기술과 관련된 미래의 다섯 가지 사건과 기술과 관련 없는 다섯 가지 미래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기술과 관련 없는 인간적인 사건들 다섯 가지를 떠올리는 데 사람들은 더 어려움을 느낄 거예요. “ 이는 우리가 A에서 B로 가기 위해 새로운 길을 탐색해 내는 것이나, 잔디를 깎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같은 걸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죠. 하지만 결국, 우리가 지나온 역사를 통해 배워왔 듯 미래를 창조하고 또 그 미래를 살아가는 건 바로 ‘기술’이 아닌 우리 ’ 인간’이라고 글렌은 이야기합니다.
미래를 위한 기술과 이에 대한 관점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동시에 잘 팔리는 요소이죠.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러한 이미지와 요소에 대한 소비 그리고 판매량은 과학과 기술을 토대로 더욱더 고도화되었습니다. 텐트를 친 설교자들과 정보성 광고를 생산해 내는 상인들이 전하는 이 메시아적인 열풍은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회사의 비디오 홍보물 속 우쿨렐레 사운드 트랙에 맞춰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일명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이들의 영혼 속으로 흘러들어 갈 테죠. “여러분에게 어떤 문제가 있나요? 한 달에 단돈 9.99달러를 투자하면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사실 여기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한이 걸려 있죠).” 이건 모든 스타트업들이 거치는 경쟁적인 PT와 PR, 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데모 데이’, 모든 기술기반 기업의 신제품 출시회, 지나치게 낙관적인 TED의 강연들 그리고 완벽하게 상업적으로 세팅되어 활용되고 있는 스마트 AI 스피커, 블루투스와 연결된 ‘똑똑한’ 아기 침대, 신개념 고속철도 하이퍼루프와 빠르고 쾌적한 통근이라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판타지들 뒤에 숨어있는 공통의 공식이죠. 젊고, 모난데 없으며, 인구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다인종으로 구성된 젊은 가족들이 이런 것에 돈을 투자하고 소비하며, 마치 우리도 그런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처럼 보여줍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와이파이가 연결된 물통, 마감 세일 중인 쿠키를 주문/배달할 수 있는 어플, 책상에서 하루 종일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식사 대용의 셰이크 그리고 식당의 성가신 QR코드 메뉴 남용 같은 것 대부분은 신뢰할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품과 서비스들은 우리 사회의 아주 좁은 영역에서만 어필하는, 결국 아주 특정하고 협소한 어떤 미래를 열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판매될 것이 뻔하죠. 그러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대게 젊고, 대체로 백인이며 부유한 싱글입니다. 또 주로 테크 분야에서 일하며, 본인들의 특정 요구에 맞춘 기술을 원하는 이들이죠. 그리고 이러한 미래는 모두 실리콘 밸리라는 곳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실리콘 밸리는 사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기에는 아주 끔찍한 곳이죠."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거주하는 미래학자 브록 힌즈만 Brock Hinzman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브록 힌즈만은 신생 기술을 연구하는 현재의 방식과, 연구된 기술이 대중에게 판매되는 방식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곳(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여러분들에게 미래의 문제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미래의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관해서만 말하고 싶어 하죠. 예를 들어, 만약 그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고 하면 그들은 스스로가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믿죠. 그들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업가라면 어떤 일을 하든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자기 스스로를 믿어야 하니까요. 그들은 '저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진 해결책이 그 문제를 해결할 가장 훌륭한 방법이죠.'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곳의 사고방식이고, 언제나 기술에 대한 편향으로 이어지죠.”
기술 편향은 언제나 어떤 것을 바라볼 때 그것이 문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바라보며 (예를 들면 코딩을 할 때 식사할 충분한 시간이 없다던가), 누군가에게 팔릴 만한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책을 제안합니다(충분하지 않은 식사 시간 때문에 미래의 영양소로 식사 대용 소일렌트 음료를 만드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진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고 말입니다(진짜 문제는 바로 과로하는 직원들과 번아웃을 숭배하는 잘못된 조직 문화와 근무 환경인데 말이죠). 그건 혁신을 위한 혁신이라는 유치한 개념에 끈질기게 초점을 맞추며, 단순히 실현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현실 세계에서 이것저것 대체 가능한 것을 탐색하고 끝내 만들어냅니다.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갖고도, 집에서 홀로 동떨어진 곳에서 ‘인간과의 상호작용 없이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찾아 나선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여러분 역시, 집에서 홀로 머리에 착용한 VR 머신의 스크린을 통해 홀로그램과 대화를 나누며, 고래가 날아다니는 저커버그가 요즈음 팔고 있는 바로 그 가상현실 기반의 메타버스를 하나씩 가지고 있죠.
“진심으로, 누가 이런 걸 원할까요?”, 힌즈만은 실리콘 밸리로부터 등장한 거대한 기술로 뒤덮인 미래를 향해 질문을 던집니다. 지난 17년 동안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이 언급했던 특이점처럼,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것에 대해 하나씩 떠올려보세요. 레이는 이러한 디지털 전도사를 위한 메시아 심판의 날. 즉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고, 종국에 우리는 신과 같은 생명체가 되어가는 이 특이한 미래의 현상과 그 징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힌즈만이 던진 질문은 “정말로,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였죠.
기술적인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지구 환경과 지정학적 변화, 장기적인 인구 통계학 추세와 여러 문화적 문제, 업무환경과 사회적 습관같이 미래의 우리 삶에 더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수 있으며, 동시에 기술 연구와 실현을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죠.
"기술 발전과 변화에만 집중한다면 다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수많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놓치게 됩니다."라고 오슬로에 기반을 둔 ‘월드 퓨처 스터디스 페더레이션 World Futures Studies Federation의 회장 에릭 오버랜드 Erik Overland는 말합니다.
미래에 대한 기술적 비전도 대체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단순한 경향을 보인답니다. 몇 년 전 저는 뉴 햄프셔의 브렌트 우즈 Bretton Woods 호텔에서 블록체인 세계의 사람들을 위한 독점적인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그들은 통화 화폐의 대체재와 그 시스템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그곳에 모이게 되었고, 식사 전까지 관련 강의, 일출 요가, 콘서트와 파티 등을 즐기며 3일의 시간을 보냈죠. 참석한 사람들은 분명히 총명하고 낙천적이며 동시에 굉장히 의욕적이었고, 그들의 의도 중 많은 부분은 진정으로 이타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들은 블록체인이 우리 미래의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인 기후 변화, 수질 오염, 빈민가를 위한 발전 기금 마련, 도시 황폐화 및 음식물 쓰레기 해결을 위한 핵심 기술이자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잘 알려진 벤처 투자가 중 한 명은 세계의 모든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단순하다, 바로 비트코인을 글로벌 통화로 채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전쟁이란 바로 화폐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장 중 많은 부분이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그러한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옆으로 비켜설 때마다 밀려오는 자만심과 그 순진함의 악취를 피할 수는 없었죠. 그들 말에 따르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만하고 비밀스러우며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이 기업가들이 운영하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투기의 판이되기도 하는 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활용하여 세계 경제라는 것의 전체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뿐이죠. 어떤가요? 참 쉽죠?
올해 초,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했을 때 이들의 불행으로부터 비롯되는 쾌감이 제게는 참 달콤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제가 일명 암호화 기술로 주목받던 ‘스네이크 오일’의 지분을 구입하거나 NFT 무지개 고양이 그림 또는 미래의 예술이라고 주목받던 다른 말도 안 되는 일에 알뜰 살뜰히 저축했던 돈을 투자해 잃고 큰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현상이 발생했을 때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자 개발되어 판매되었던 기술이 이 현상과 충돌하는 아이러니를 볼 때면, 이러한 것들로 이루어진 미래가 더 이상 선명하게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킴 카사디안이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유명인사들의 알짜베기 투자소식을 알음알음 듣고 "암호화폐에만 올인"한 투자자가, 기업가, 은행, 회사 및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경제적 난국에 얼마나 많은 자본과, 탄소 배출량, 수천수만 기가와트의 에너지와 시간이 낭비되었음에도 아직도 이것이 미래이며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단순히 진보를 싫어하는 이라고만 여길 수 있을까요?
미래의 디지털 세상이 제안하는 약속들은 여전히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 이유는 이 약속들이 인간이 마주하는 현실세계의 복잡성과 지나온 시간 그리고 역사가 공유하는 교훈과 씨름하기보다는, 일론 머스크 Elon Musk가 트위터 광산에서 힘든 하루를 보냈다며 화성 식민지에 대한 환상을 트윗하는 것처럼, 이것이 앞으로의 새로운 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세계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게 만들며, 식량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고 더 맛있게 만들기보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량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쓸모없다고 여겨왔던)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어진 스테이크나, 그저 ‘기능적이기만 한 음식’에 대하여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는 수많은 사막 마을들을 없앨 수도 있는데, 도대체 왜 굳이 리야드의 많은 사막들을 개발하고, 그곳의 시민 기반 시설과 사회시설망을 구축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투옥시키며 처형하고, 왕국 석유수출 비용까지 쏟아부으며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에 건설 중인 미래의 기술 집약체이자 유토피아적인 도시 ‘네옴 NEOM’은 어떤 면에서 우주선에서 살고 싶어 하는 한 소년의 공상과학소설 같은 꿈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이죠. 이 불같은 폭군이 지불하는 비용을 컨설턴트들은 기꺼이 챙기면서 ‘네옴 NEOM’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기술 중심의 비전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그저 ‘회피’입니다. "그들은 실제 미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죠. 왜냐하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작가이자 동시에 목소리를 내 실리콘밸리와 그곳의 유명인사들(집에서는 아마겟돈에 대비하며 대중들에게는 밝은 미래를 설교하는 사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비평가 더글라스 러시코프 Douglas Rushkoff는 이야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 모두가 죽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는 기후 변화와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여러 다른 재난을 언급하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또는 우리의 자녀와 손자들은 그런 걸 보고 싶어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디지털이 더 나은 차원으로의 생존과 존재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노기술에 대해, 또는 로봇이나 AI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일종의 방법이 될 것이고, 당신은 돈을 벌게 될 거예요."
미래에 대한 기술 기반의 예측은 꼬리가 강아지를 흔드는 주객전도와 같은 현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정된 운명은 예정된 때에 적절하게 성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언제든 우리의 미래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끊을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술과 혁신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이를 일찍이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채택하여 활용하는 사람들이 마치 가장 큰 보상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만의 지혜’라는 것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며 살아가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순진한 행동이죠. 작년에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가 페이스북의 메타로의 전환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가상현실 ‘버스 verse'로의 피봇팅을 발표한 지 며칠 후, 혁신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제 친구는 고급 호텔 체인에게 연락을 받아 자사 브랜드의 '메타버스 전략'을 개발해 달라는 부탁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호텔은 대부분의 모노클 구독자도 알만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호텔 체인 브랜드 중 하나로 여겨지는 곳으로, 독보적인 고객 서비스, 고도의 맞춤 서비스와 이에 대한 매우 높은 평가와 평판으로 유명한 호텔 브랜드였죠. 이 호텔 브랜드에게는 가상현실에 손을 대야 할 논리적이거나, 재정적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가상현실은 심지어 해당 브랜드가 상징하고 반영하는 모든 가치에 정확히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었죠. 제 친구는 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기 전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려 보라는 조언을 정중히 건넸습니다. 그러나 브랜드를 설득하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여기에도 페이스북을 만든 사람이 만들어낸 단순한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는 것이 존재했으며, 호텔 브랜드 측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픽셀화된 호텔을 지을 때(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느낀 것이죠.
미래에 대한 기술 중심의 비전은 우리에게 의도되지 않은 결과와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사실 같은 건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초반, 우리의 미래는 온통 자동차라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죠. 누군가는 세상이 자동차에 관련된 기술 중심으로 돌아갈 경우에 발생할 이런저런 오염 문제, 차와 도로 사정에 맞춘 디자인 계획이 도시와 커뮤니티에 미칠 부정적 영향, 그리고 인체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한 바 있었죠.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고민은 각종 산업과 정부부터 모더니즘의 거장이라고 칭송받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나 르 코르뷔지에와 같은 건축가들까지, 모두가 열광했던 이 자동차가 ‘용감한 신세계’를 이룰 거라는 특별한 꿈들과 희망에 가려져 무시당하며 잊혀버리고 맙니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시, 황폐해진 동네, 공기 오염, 여기에 매년 발생하는 운전자와 보행자가 사망하거나 혹은 장애를 입게 되는 수백만 건의 사고들의 발생까지 자동차 중심적인 미래가 가져온 결과를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경 저는 텍사스 어느 지역의 주민들이 안전한 핼러윈 행사를 위해 주차장 차고에 행사장을 마련해 분장을 한 어린이들이 차도나 길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안전하게 사탕을 받으러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죠. 영상 속에서 리포터는 근교 지역이 철저히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넓은 도로나 차도는 있지만 보행자를 위한 포장도로가 없는)되어 아이들이 직접 집집마다 돌아다니기에 너무 위험하다고 이야기했죠. 실제로도 미국에서는 핼러윈 기간에 어린이의 자동차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지구가 폐질환과 스모그로 숨 막혀하고, 대기의 기온은 가파르게 올라 일부 지역은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게 만들고 있죠. 근미래에 대한 가장 낙관적인 예측조차도 우리가 한 세기 동안 사용한 탄소 배출 때문에 사망률, 기근, 가뭄, 사회적 혼란 그리고 다른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우리의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자동차가 우리의 무한한 이동성과 풍요로움, 자유를 보장할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 아래에 탄생했습니다. 마치 제가 미국 플로리다의 엡콧 센터에서 열린 GM사의 ‘월드 오브 모션 World of Motion’ 전시에서 보았던 멋진 콘셉트 카를 봤을 때의 그 감정처럼 말이죠. 그 차의 뒤에는 파란 네온사인으로 “교통수단의 미래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글쎄요, 플로리다가 한 세기 안에 물에 잠길 거라는 예측을 감안하면 어쩌면 올란도의 미래 교통수단은 보트가 될 텐데 말이죠. 이건 우리가 지구의 희망을 하나의 기술에 모두 걸었던 결과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지구상의 사람들 대부분이 기술에 초점을 맞춘 미래의 삶이 대략 어떤 모습일지 어느 정도 미리 경험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몇 년 까지 갈 필요도 없이, 단 몇 달 만에 우리는 일, 학교, 운동, 상업, 문화, 믿음, 대화 등 삶의 거의 모든 일과를 온라인으로 옮겼어요. 마치 디지털 삶의 전도사들이 오래전부터 예측해 왔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상상조차 못 했던 것(펠로톤 자전거, 줌 칵테일)을 시도하기 위해 연결을 위한 여러 기기를 구입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였으며, 최선을 다해 그런 변화를 “뉴 노멀”이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술은 효과가 있었고 잘 작동했어요. 그러나 아날로그적 현재와 디지털로 가득 찬 미래 중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현실을 선택하였으며 그것을 더 원했죠. 우리는 부랴부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슈퍼마켓에서 산 토마토로 주스를 만들며, 어떤 날씨던 상관없이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보조 바퀴를 뗀 이후로는 느껴보지 못했던 기쁜 감정을 머금고 자전거에 다시 오릅니다. 디지털 시대의 최전선을 향해 넘어가고 있었던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우리가 얼마나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는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배워야 할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우리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킨면서까지 이렇게 도구 중심적인 사람들이 되었을까요.” <엔지니어의 생각법 How Engineers Think의 저자이자 미국 국립공학 아카데미에서 여러 프로그램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구루 마드하반 Guruprasad Madhavan이 말했습니다. 그는 기계와 기술에 의해 좌우되는 미래는 효율성에 대한 믿음이라는 측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고도 이야기했죠. 하지만 지구의 삶이라는 건 효율적이지만은 않으며, 때때로 비효율적인 활동에서 가장 큰 의미인 지식과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발현되기도 합니다. 예술과 문화, 창의성과 사랑, 배움과 의미. 이 모든 것들은 비효율적인 세상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만약 당신이 완벽하게 최적화된 효율적이고 빈틈없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면, 그 안에 어쩌면 인류라는 종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마드하반에 의하면, 디지털이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디지털 세상을 고집하는 것이 물론 더 쉽고 간편하며 효율적이겠죠. 디지털이라는 기술이 분명 우리에게 좋은 인상과 효과를 남기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영양가 있는 미래를 위해서는 아날로그적 생각이 가히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기술, 컴퓨터, 기계, 장치 등을 통해 더 이상 우리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에 도래할 세상을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요? 만약 아날로그적 미래가 있다면 그건 또 어떤 모습일까요?”
일단, 그런 세상은 현재와 매우 닮아있을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불과 몇십만 년살 밖에 되지 않았고,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걷기 시작한 이래로 생각보다 그리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았어요. 우리의 몸과 마음, 감정과 욕구는 놀랍도록 똑같이 남아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아날로그적 미래는 일단 사람의 욕구를 가장 먼저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그 미래에는 아마도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많이 남아 있을 거예요. 50년 후에도 천연 발효종인 사워도우 빵은 그때에도 똑같이 사워도우 빵의 맛이 나겠죠. 우리가 은색 점프슈트를 입고 있을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질 것이고, 청바지는 5년마다 낙낙한 스트레이트 핏 스타일과 딱 달라붙는 스키니 핏의 스타일을 계속 오가며 유행을 반복하겠죠. 우리는 계속해서 신기술을 발명하겠지만, 빗자루나 망치같이 우리에게 또 다른 종류의 여러 가지의 크고 작은 기쁨을 알려 주거나 제 기능을 완벽히 다 해내는 기존의 도구들을 여전히 계속 사용하고 있을 것이고요. 오늘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좋아하고, 바이닐 레코드의 판매량이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새로움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우리에게 편안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며 그것들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두 요소를 적절히 섞어 균형 잡힌 지점을 마련하고, 과거와 미래가 함께하는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미래를 향해 멀리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오히려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더욱 잘 조율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미래인식센터의 책임자 톰 롬발도 Tom Lombardo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고 해서 그게 우리의 과거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협소했던 우리의 시야가 좀 더 폭넓은 시야와 인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과도 같죠. 제가 지금 말하는 이 부분은 대단한 인사이트 같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모두 살과 살을 맞대며 마치 캠프파이어 주변에 둘러앉은 것 같은 상호작용에 대한 욕망을 누구나 가지고 있죠. “ 그는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가상공간으로서의 메타버스나 다른 온라인 세상의 개념을 잊으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요소들은 사람들로부터 세상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주는 근본적인 것을 서서히 지워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상현실 속에서 또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작고 좁은 방 안에서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원시적인 차원의 존재를, 그러니까 말 그대로 꽃의 향기를 맡는 행위를 포함해, 서로와 서로가 함께하는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접촉까지 그러한 모든 행위들을 끊임없이 바라고 욕망할 것이기 때문이죠.”
<데몰리션 맨 Demolition Man>에서 존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은 로스앤젤레스 지하 폐허 속에서, 에드가 프렌들리(데니스 리어리)와 그의 저항 세력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그릴에 쥐로 만든 버거를 구워 먹고 펑크스타일의 옷을 입습니다. 지상의 ‘산 엔젤레스’라는 곳과 반대되는 이곳은 깨끗함, 질서 정연함, 기술적 사고 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감성과 오감이 풍부하고 각자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죠. 영화 말미에 두 세상의 주민들은 대치되는 이 두 세계의 장점만을 합쳐 그들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이를테면 3개의 조개껍데기를 사용하는 지상세계의 화장실은 발전된 기술을 이용한 비데 화장실 형체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오감을 충족시키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아날로그적 요소 또한 갖추게 되었죠. - 쥐로 만든 버거와 그 모든 것을 합친 셈입니다.
오늘날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직접 마주하게 될 균열된 정치, 사회적 고립, 기후 변화, 경제적인 불평등은 사회보장과 자유에 대한 갈망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방식의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돌아보고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vs 기술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 누가 옳을 가 같은 뻔한 문제나 그에 대한 질문 같은 게 아닙니다.” 버나드 대학의 부교수이자 저서 <정착 Fixation>의 저자인 산드라 골드마크 Sandra Goldmark는 말합니다. 그녀는 젊은 환경운동가와 이 자신만만한 전기차회사 기업가를 언급하며 우리가 미래의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추구해야 할지도 모르는 2가지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두 부류의 사고방식 모두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혜와 혁신, 두 가지 원천을 모두 활용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골드마크는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고 재사용, 재활용하는 이러한 뉴욕 수리 카페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죠. 이는 전 세계에 ‘공동 수리 서비스’라는 개념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답니다. 파타고니아의 경우도 일회용 쓰레기와 관련한 오염을 줄이는 것을 응원하기 위해 파타고니아 의류에 대한 수리/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저는 최근에 파타고니아 재킷을 완전히 공짜로 새로 수리받았고, 앞으로도 미래에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를 도입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측면에서 좋은 방향으로 올바르게 나아가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핀란드의 학교 시스템은 계속해서 세계 최고의 교육 시스템 중 하나로 인정받아왔죠. 핀란드의 이러한 특별한 교육 방식과 그 비밀의 원천은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온라인 또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실시하거나, 혹은 미국에서처럼 어떠한 표준화된 테스트를 통해 측정된 학업적 성취로 아이들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핀란드 학교의 선생님과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더 적게 시험을 보도록 합니다. 대신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렇게 하여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탐구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자율성을 엄청난 수준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핀란드 사람들이 인간 고유의 혹은 본연의 기술에 집중하며, - 특히, 창의성, 공감능력, 회복 탄력성 - 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세상의 새로운 기술이나 그들이 마주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와 난관에 대해 더욱 잘 적응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집중하게 합니다. 또 이로서,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앞으로의 복합적이고 변칙적인 미래에 준비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항상 인간이 가지고 있는 구성 요소가 정답이 되어줍니다.”라고 발달된 교육 기술과 AI 전문화의 통합모델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런던 대학의 교수 로즈 룩킨 Rose Luckin은 말했죠. 핀란드의 선진교육 모델과 같이, 그녀는 학교들이 교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그저 주변이나 뒤에서 인간을 돕는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의 과정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미래의 학교라는 곳이 단지, 더 많은 발전된 기술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습니다. 학교는 오히려 더 적은 기술과 더 많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소통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서의 소통이 기술 덕분에 더 풍부해지고 풍성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학교는 언제나 사람에 대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외로움’(이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조기사망 위험의 증가와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관련된 치명적 문제들을 야기하곤 하죠)이라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전염병과 같은 감정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여겨지는 접근법은 영국의 국가 보건 서비스에서 마련한 ‘사회적 처방 시스템’이죠. 이 방식의 핵심은 지역보건소, 의사 및 사회 사회 복지사를 통하여 외로운 개인들을 다른 사람과 이어 주어 의미 있고 긍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외로움이나 고립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실제로 다음과 같은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원 가꾸기 클럽, 낚시 모임, 걷기 모임, 그리고 술집이나 카페 등에서 매주 모임을 즐기는 것과도 유사한 효과를 유도하죠. 이는 매주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이고, 동시에 사람들이 직접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비용이 비싼 항우울제와 효과가 제한된 다른 약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훨씬 더 큰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했죠. 그 말인즉슨,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속적으로 ‘우정’이라는 관계를 축적하고, 우리 서로가 공동체의 중요한 일부이자 부분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미래야말로 희망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래의 도시는 사우디의 ‘네옴 NEOM’이나 다른 유토피아적 환상의 땅이 아니랍니다. 미래의 도시들은 파리, 교토, 나이로비, 부에노스아이레스, 몬트리올과 같은 이미 존재하는 훌륭한 장소에 이미 존재하고 있어요. 이 도시들은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수백 년 혹은 그 이상동안 건물, 이웃, 공공공간, 그리고 각 장소에 마치 특별한 마법이라도 걸어둔 것처럼 사람들끼리 서로 마주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문화충돌지대 같은 것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죠. 위와 같은 도시들은 구글과 같은 회사가 그곳에 설치해 둔 “스마트” 쓰레기통이나 테슬라가 만든 자율 주행차를 위한 도로를 바탕으로 설계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독창성과 훌륭한 아이디어를 위해 싸우고 고민하는 지도자들의 용기와 시도를 통해 구성된 것이죠. 예를 들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보행자에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로와 거리를 확보해 제공함으로써 더욱 혁신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예이고, 나아가 식당의 주차장에 크고 작은 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파리오)를 설치하여 도로와 공원의 일종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또한 이에 해당하죠.
“도시는 많은 사람들과 사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들이 스스로 창조한 많은 다양한 혁신들로 이루어져 있죠.” 뉴욕에서 나고 자라, 도시주의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긴 작가 로베르타 브랜즈 그란츠 Roberta Brandes Gratz가 말했습니다.“ 또 혁신이 유용하려면 실제로 사람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제가 눈을 감고 미래에 대해 그려볼 때, 저는 화성의 식민지, 로켓, 로봇이나 점프슈트 따위를 상상하지 않습니다. 대신 숲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서울 삼청공원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떠올리게 되죠. 건축가 이소진이 2013년에 설계한 이 작은 도서관은 나무가 내려다 보이는 크고 깊은 독서실의 창문, 아동에게 특히 친화적인 아동을 위한 각각의 구역, 중앙 카페, 공원의 운동장까지 바로 이어지는 문 등 잘 사용되지 않고 있던 공간과 스낵 키오스크까지 더해져 공간과 장소를 다양하게 활용해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중심공간의 형태로 탈바꿈시켰죠.
“사실 도서관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장소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소진 소장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그곳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아마도 여러분들이 이보다 더 멋진 미래의 한 장면을 상상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감히 장담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미래의 가치에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이소진 소장은 그의 회사 ‘아뜰리에 리옹’을 통해 이 도서관이 삼청공원에 개장한 후 현재부터 향후 10년 이후까지 100개의 숲 도서관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화려한 일도 아니고, 멋진 우주선을 상상하는 10살 소년의 우주환상 같은 건 충족시켜주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눈을 감고 잠시 상상 해보게 되는 미래는 바로 앞서 말한 이러한 장면과도 같습니다.
작가 소개
아티클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David Sax)는 작가로서 수상 경력이 있는 캐나다의 작가이자 동시에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로, 그의 최근 저서 <미래는 아날로그다, The Future is Analog>는 공공기관의 협력으로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Trasnlated by 모닝 오너 희석, 영진, 근영, 지수, 승하, 수정
<The Monocle Companion> 보러가기
Article #39. Reimagining the future : 미래의 재구상
인류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은 충분히 재미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지구의 변화 한가운데서 정신없이 전진하는 동안 발전한 여러 기술보다도 더욱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미래를 그려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로봇인가요? 혹시,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은색 점프슈트? 그것도 아니면, 은색 점프슈트를 착용한 로봇들이 운전하고 있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가요? 저는 자라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던 집착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아홉 살 때였을 거예요. 부모님이 플로리다의 월트 디즈니 놀이동산으로 데리고 가신 적이 있는데, 저에게 그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의심할 여지없이 엡콧 센터 호라이즌스에 있는 초현대적인 건축물이었죠. 로봇들에게 이발 서비스를 받고 있는 행복한 애니매트로닉 가족들, 사랑스러운 로봇 요리사들이 구워주는 케이크, 무중력 상태에서 곰인형을 쫓아 둥둥 떠다니는 경험, 다른 행성에 있는 가족들과 홀로그램 전화로 생일을 축하할 수 있었던 호라이즌스에서는, 제가 상상하고 희망하던 그런 모든 미래가 생각보다 가깝고 언제든 쉽게 다가올 순간처럼 느껴졌으며, 상상하고 소망하던 여러 장치에서 마치 현실판 ‘더 젯슨스’를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했어요.
그 당시,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미래주의에 대한 저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했답니다. 저는 우주식민지, 수중주택 그리고 개인용 로켓에 대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그래픽 아트와 모델링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교육 도서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사를 읽었죠. 아주 먼 미래세상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 문학 소설도 있었고, 황금시간대에 방영했던 80년대 히트작 <나이트 라이더>(85년 KBS 2TV 한국 방영 제목 ‘전격 Z 작전’)나 <에어울프>(85년 MBC 한국 방영 제목 ‘출동! 에어울프’) 같이 영웅과 그들의 멋들어진 장비가 등장하는 TV 드라마들, 그리고 사랑해 마지않는 제 지식의 대부분과 관련된 로봇을 취향과 입맛에 따라 이것저것 골라 볼 수 있는 토요일 아침 만화 채널까지! 또 저는 방과 후에 방영했던 호주의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비욘드 2000>을 놓치지 않고 시청했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말할 것 같으면 1980년대 공중파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며 정점을 찍었던 신스팝 장르의 경쾌하고 미래지향적인 주제곡이 흘러나오고, 이와 함께 우리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발명품(LED 조명, 3D 프린터, 모션 캡처 카메라 등)을 선보였는데, 그때가 바로 제가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 Star Trek: Next Generation>에 등장한 순간이동 장치, 레이저 총, 홀로덱(우주선 안에 있는 홀로그램룸), 아래위가 한 벌로 이어진 스너그 점프슈트, 데이터라는 이름의 친절한 안드로이드 로봇 등의 요소에 빠져들기 직전의 시기였죠.
하지만 미래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관점은 주로 영화에서 등장했는데, 영화에서는 가장 유토피아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에 기반하여 굉장한 도구와 장치들이 등장했죠. 이를 테면, <백 투 더 퓨처 2 Back to the Future 2>에서 마티 맥플라이가 타는 플라잉 카와 호버보드, <쇼트 서킷 Short Circuit>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운 불량 로봇 조니 파이브와 <로보캅 RoboCop>에서의 고뇌하는 우리의 사이보그 영웅, <터미네이터 2:심판의 날 Terminator 2:Judgement day>의 로버트 패트릭 배우가 연기했던 액체 금속 로봇 T1000과 로봇 세상을 위한 끝없는 욕망과 순수악의 감정, 그리고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오리지날 3부작(새로운 희망,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을 위해 디자인된 라이트세이버(광선검)와 우주선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1993 거침없이 쏴버리는 내용의 블록버스터 영화 <데몰리션 맨 Demolation Man>으로, 줄거리는 대략 2032년 극저온으로 냉동된 존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이 슈퍼 악당 사이먼 피닉스(웨슬리 스나입스)를 막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해동된다는 이야기이죠. 이 영화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태블릿 PC 등 우리가 상상 가능한 디지털 유토피아 세상을 배경으로 벌어집니다. 일본의 경제호황기에 제작된 영화라는 점을 반영해 이곳 세계의 사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두루마기 스타일의 화복을 입고 있으며, 전기 자동차가 도로 위를 자율주행하고, 우리가 잘 아는 오래된 광고 음악이 흐르며, 터미네이터의 배우로 유명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전 대통령이었다는 언급, 타코벨이라는 타코 체인점이 일명 ‘패스트푸드 전쟁’에서 생존한 유일한 최고급 음식점이라는 등 다양한 설정을 가지고 있답니다.
저는 그러한 미래의 모든 기술을 갈망했죠. 기계와 장치들, 로봇 그리고 컴퓨터, 그리고 <데몰리션맨>에서의 최고의 웃음코드 중 하나인 "3 개의 금속 조개껍질"로 화장실에서의 뒤처리까지도 말이예요. 저는 이러한 것들에 홀딱 빠졌어요. 그저 제가 살 수 있는 캡슐형 주거시스템과 그 안에서 착용 수 있는 알맞은 유니폼만 있으면 이 모든게 가능할 것 같았죠 .
저는 이러한 상상이 우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기술만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려고 하는 것은 유치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의 결핍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잠재적으로 우리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기술의 발전이라는 큰 변화와 흐름이 우리의 운명에 대해 점점 더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예측결과를 안겨주면서, 회사들은 우리의 소소하고 사사로운 문제까지도 해결책으로 더 많은 장치만을 내놓고 있으며, 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발명에 의한 혁신이라는 공허한 약속을 남발하고 있죠. 이에 대해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식 그리고 인간 행동의 변화보다는 기술 변화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죠. “ 이는 수십 년 동안 정부와 산업기관 그리고 범세계적인 여러 기업조직들을 위해 트렌드를 연구하고 예측해 온 ‘밀레니엄 프로젝트 퓨처리스트 싱크탱크’의 CEO 제롬 글렌 Jerome Glenn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최근 글렌에게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처럼 특히 선진화되었다고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왜 기술과 그 발전에 대한 관점을 토대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인가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글렌은 우리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답변에 대해서는 편견을 품고 있다고 말한 반면, 더 감정적이고 심지어는 신비로운 답변에 대해서는 모종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답했죠. ”솔직히, 이건 우리가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거죠. 만약 사람들한테 기술과 관련된 미래의 다섯 가지 사건과 기술과 관련 없는 다섯 가지 미래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기술과 관련 없는 인간적인 사건들 다섯 가지를 떠올리는 데 사람들은 더 어려움을 느낄 거예요. “ 이는 우리가 A에서 B로 가기 위해 새로운 길을 탐색해 내는 것이나, 잔디를 깎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같은 걸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죠. 하지만 결국, 우리가 지나온 역사를 통해 배워왔 듯 미래를 창조하고 또 그 미래를 살아가는 건 바로 ‘기술’이 아닌 우리 ’ 인간’이라고 글렌은 이야기합니다.
미래를 위한 기술과 이에 대한 관점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동시에 잘 팔리는 요소이죠.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러한 이미지와 요소에 대한 소비 그리고 판매량은 과학과 기술을 토대로 더욱더 고도화되었습니다. 텐트를 친 설교자들과 정보성 광고를 생산해 내는 상인들이 전하는 이 메시아적인 열풍은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회사의 비디오 홍보물 속 우쿨렐레 사운드 트랙에 맞춰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일명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이들의 영혼 속으로 흘러들어 갈 테죠. “여러분에게 어떤 문제가 있나요? 한 달에 단돈 9.99달러를 투자하면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사실 여기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한이 걸려 있죠).” 이건 모든 스타트업들이 거치는 경쟁적인 PT와 PR, 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데모 데이’, 모든 기술기반 기업의 신제품 출시회, 지나치게 낙관적인 TED의 강연들 그리고 완벽하게 상업적으로 세팅되어 활용되고 있는 스마트 AI 스피커, 블루투스와 연결된 ‘똑똑한’ 아기 침대, 신개념 고속철도 하이퍼루프와 빠르고 쾌적한 통근이라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판타지들 뒤에 숨어있는 공통의 공식이죠. 젊고, 모난데 없으며, 인구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다인종으로 구성된 젊은 가족들이 이런 것에 돈을 투자하고 소비하며, 마치 우리도 그런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처럼 보여줍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와이파이가 연결된 물통, 마감 세일 중인 쿠키를 주문/배달할 수 있는 어플, 책상에서 하루 종일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식사 대용의 셰이크 그리고 식당의 성가신 QR코드 메뉴 남용 같은 것 대부분은 신뢰할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품과 서비스들은 우리 사회의 아주 좁은 영역에서만 어필하는, 결국 아주 특정하고 협소한 어떤 미래를 열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판매될 것이 뻔하죠. 그러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대게 젊고, 대체로 백인이며 부유한 싱글입니다. 또 주로 테크 분야에서 일하며, 본인들의 특정 요구에 맞춘 기술을 원하는 이들이죠. 그리고 이러한 미래는 모두 실리콘 밸리라는 곳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실리콘 밸리는 사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기에는 아주 끔찍한 곳이죠."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거주하는 미래학자 브록 힌즈만 Brock Hinzman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브록 힌즈만은 신생 기술을 연구하는 현재의 방식과, 연구된 기술이 대중에게 판매되는 방식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곳(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여러분들에게 미래의 문제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미래의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관해서만 말하고 싶어 하죠. 예를 들어, 만약 그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고 하면 그들은 스스로가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믿죠. 그들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업가라면 어떤 일을 하든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자기 스스로를 믿어야 하니까요. 그들은 '저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진 해결책이 그 문제를 해결할 가장 훌륭한 방법이죠.'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곳의 사고방식이고, 언제나 기술에 대한 편향으로 이어지죠.”
기술 편향은 언제나 어떤 것을 바라볼 때 그것이 문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바라보며 (예를 들면 코딩을 할 때 식사할 충분한 시간이 없다던가), 누군가에게 팔릴 만한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책을 제안합니다(충분하지 않은 식사 시간 때문에 미래의 영양소로 식사 대용 소일렌트 음료를 만드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진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고 말입니다(진짜 문제는 바로 과로하는 직원들과 번아웃을 숭배하는 잘못된 조직 문화와 근무 환경인데 말이죠). 그건 혁신을 위한 혁신이라는 유치한 개념에 끈질기게 초점을 맞추며, 단순히 실현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현실 세계에서 이것저것 대체 가능한 것을 탐색하고 끝내 만들어냅니다.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갖고도, 집에서 홀로 동떨어진 곳에서 ‘인간과의 상호작용 없이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찾아 나선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여러분 역시, 집에서 홀로 머리에 착용한 VR 머신의 스크린을 통해 홀로그램과 대화를 나누며, 고래가 날아다니는 저커버그가 요즈음 팔고 있는 바로 그 가상현실 기반의 메타버스를 하나씩 가지고 있죠.
“진심으로, 누가 이런 걸 원할까요?”, 힌즈만은 실리콘 밸리로부터 등장한 거대한 기술로 뒤덮인 미래를 향해 질문을 던집니다. 지난 17년 동안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이 언급했던 특이점처럼,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것에 대해 하나씩 떠올려보세요. 레이는 이러한 디지털 전도사를 위한 메시아 심판의 날. 즉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고, 종국에 우리는 신과 같은 생명체가 되어가는 이 특이한 미래의 현상과 그 징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힌즈만이 던진 질문은 “정말로,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였죠.
기술적인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지구 환경과 지정학적 변화, 장기적인 인구 통계학 추세와 여러 문화적 문제, 업무환경과 사회적 습관같이 미래의 우리 삶에 더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수 있으며, 동시에 기술 연구와 실현을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죠.
"기술 발전과 변화에만 집중한다면 다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수많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놓치게 됩니다."라고 오슬로에 기반을 둔 ‘월드 퓨처 스터디스 페더레이션 World Futures Studies Federation의 회장 에릭 오버랜드 Erik Overland는 말합니다.
미래에 대한 기술적 비전도 대체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단순한 경향을 보인답니다. 몇 년 전 저는 뉴 햄프셔의 브렌트 우즈 Bretton Woods 호텔에서 블록체인 세계의 사람들을 위한 독점적인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그들은 통화 화폐의 대체재와 그 시스템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그곳에 모이게 되었고, 식사 전까지 관련 강의, 일출 요가, 콘서트와 파티 등을 즐기며 3일의 시간을 보냈죠. 참석한 사람들은 분명히 총명하고 낙천적이며 동시에 굉장히 의욕적이었고, 그들의 의도 중 많은 부분은 진정으로 이타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들은 블록체인이 우리 미래의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인 기후 변화, 수질 오염, 빈민가를 위한 발전 기금 마련, 도시 황폐화 및 음식물 쓰레기 해결을 위한 핵심 기술이자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잘 알려진 벤처 투자가 중 한 명은 세계의 모든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단순하다, 바로 비트코인을 글로벌 통화로 채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전쟁이란 바로 화폐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장 중 많은 부분이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그러한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옆으로 비켜설 때마다 밀려오는 자만심과 그 순진함의 악취를 피할 수는 없었죠. 그들 말에 따르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만하고 비밀스러우며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이 기업가들이 운영하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투기의 판이되기도 하는 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활용하여 세계 경제라는 것의 전체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뿐이죠. 어떤가요? 참 쉽죠?
올해 초,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했을 때 이들의 불행으로부터 비롯되는 쾌감이 제게는 참 달콤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제가 일명 암호화 기술로 주목받던 ‘스네이크 오일’의 지분을 구입하거나 NFT 무지개 고양이 그림 또는 미래의 예술이라고 주목받던 다른 말도 안 되는 일에 알뜰 살뜰히 저축했던 돈을 투자해 잃고 큰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현상이 발생했을 때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자 개발되어 판매되었던 기술이 이 현상과 충돌하는 아이러니를 볼 때면, 이러한 것들로 이루어진 미래가 더 이상 선명하게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킴 카사디안이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유명인사들의 알짜베기 투자소식을 알음알음 듣고 "암호화폐에만 올인"한 투자자가, 기업가, 은행, 회사 및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경제적 난국에 얼마나 많은 자본과, 탄소 배출량, 수천수만 기가와트의 에너지와 시간이 낭비되었음에도 아직도 이것이 미래이며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단순히 진보를 싫어하는 이라고만 여길 수 있을까요?
미래의 디지털 세상이 제안하는 약속들은 여전히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 이유는 이 약속들이 인간이 마주하는 현실세계의 복잡성과 지나온 시간 그리고 역사가 공유하는 교훈과 씨름하기보다는, 일론 머스크 Elon Musk가 트위터 광산에서 힘든 하루를 보냈다며 화성 식민지에 대한 환상을 트윗하는 것처럼, 이것이 앞으로의 새로운 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세계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게 만들며, 식량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고 더 맛있게 만들기보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량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쓸모없다고 여겨왔던)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어진 스테이크나, 그저 ‘기능적이기만 한 음식’에 대하여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는 수많은 사막 마을들을 없앨 수도 있는데, 도대체 왜 굳이 리야드의 많은 사막들을 개발하고, 그곳의 시민 기반 시설과 사회시설망을 구축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투옥시키며 처형하고, 왕국 석유수출 비용까지 쏟아부으며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에 건설 중인 미래의 기술 집약체이자 유토피아적인 도시 ‘네옴 NEOM’은 어떤 면에서 우주선에서 살고 싶어 하는 한 소년의 공상과학소설 같은 꿈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이죠. 이 불같은 폭군이 지불하는 비용을 컨설턴트들은 기꺼이 챙기면서 ‘네옴 NEOM’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기술 중심의 비전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그저 ‘회피’입니다. "그들은 실제 미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죠. 왜냐하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작가이자 동시에 목소리를 내 실리콘밸리와 그곳의 유명인사들(집에서는 아마겟돈에 대비하며 대중들에게는 밝은 미래를 설교하는 사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비평가 더글라스 러시코프 Douglas Rushkoff는 이야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 모두가 죽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는 기후 변화와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여러 다른 재난을 언급하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또는 우리의 자녀와 손자들은 그런 걸 보고 싶어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디지털이 더 나은 차원으로의 생존과 존재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노기술에 대해, 또는 로봇이나 AI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일종의 방법이 될 것이고, 당신은 돈을 벌게 될 거예요."
미래에 대한 기술 기반의 예측은 꼬리가 강아지를 흔드는 주객전도와 같은 현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정된 운명은 예정된 때에 적절하게 성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언제든 우리의 미래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끊을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술과 혁신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이를 일찍이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채택하여 활용하는 사람들이 마치 가장 큰 보상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만의 지혜’라는 것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며 살아가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순진한 행동이죠. 작년에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가 페이스북의 메타로의 전환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가상현실 ‘버스 verse'로의 피봇팅을 발표한 지 며칠 후, 혁신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제 친구는 고급 호텔 체인에게 연락을 받아 자사 브랜드의 '메타버스 전략'을 개발해 달라는 부탁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호텔은 대부분의 모노클 구독자도 알만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호텔 체인 브랜드 중 하나로 여겨지는 곳으로, 독보적인 고객 서비스, 고도의 맞춤 서비스와 이에 대한 매우 높은 평가와 평판으로 유명한 호텔 브랜드였죠. 이 호텔 브랜드에게는 가상현실에 손을 대야 할 논리적이거나, 재정적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가상현실은 심지어 해당 브랜드가 상징하고 반영하는 모든 가치에 정확히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었죠. 제 친구는 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기 전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려 보라는 조언을 정중히 건넸습니다. 그러나 브랜드를 설득하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여기에도 페이스북을 만든 사람이 만들어낸 단순한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는 것이 존재했으며, 호텔 브랜드 측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픽셀화된 호텔을 지을 때(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느낀 것이죠.
미래에 대한 기술 중심의 비전은 우리에게 의도되지 않은 결과와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사실 같은 건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초반, 우리의 미래는 온통 자동차라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죠. 누군가는 세상이 자동차에 관련된 기술 중심으로 돌아갈 경우에 발생할 이런저런 오염 문제, 차와 도로 사정에 맞춘 디자인 계획이 도시와 커뮤니티에 미칠 부정적 영향, 그리고 인체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한 바 있었죠.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고민은 각종 산업과 정부부터 모더니즘의 거장이라고 칭송받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나 르 코르뷔지에와 같은 건축가들까지, 모두가 열광했던 이 자동차가 ‘용감한 신세계’를 이룰 거라는 특별한 꿈들과 희망에 가려져 무시당하며 잊혀버리고 맙니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시, 황폐해진 동네, 공기 오염, 여기에 매년 발생하는 운전자와 보행자가 사망하거나 혹은 장애를 입게 되는 수백만 건의 사고들의 발생까지 자동차 중심적인 미래가 가져온 결과를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경 저는 텍사스 어느 지역의 주민들이 안전한 핼러윈 행사를 위해 주차장 차고에 행사장을 마련해 분장을 한 어린이들이 차도나 길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안전하게 사탕을 받으러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죠. 영상 속에서 리포터는 근교 지역이 철저히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넓은 도로나 차도는 있지만 보행자를 위한 포장도로가 없는)되어 아이들이 직접 집집마다 돌아다니기에 너무 위험하다고 이야기했죠. 실제로도 미국에서는 핼러윈 기간에 어린이의 자동차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지구가 폐질환과 스모그로 숨 막혀하고, 대기의 기온은 가파르게 올라 일부 지역은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게 만들고 있죠. 근미래에 대한 가장 낙관적인 예측조차도 우리가 한 세기 동안 사용한 탄소 배출 때문에 사망률, 기근, 가뭄, 사회적 혼란 그리고 다른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우리의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자동차가 우리의 무한한 이동성과 풍요로움, 자유를 보장할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 아래에 탄생했습니다. 마치 제가 미국 플로리다의 엡콧 센터에서 열린 GM사의 ‘월드 오브 모션 World of Motion’ 전시에서 보았던 멋진 콘셉트 카를 봤을 때의 그 감정처럼 말이죠. 그 차의 뒤에는 파란 네온사인으로 “교통수단의 미래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글쎄요, 플로리다가 한 세기 안에 물에 잠길 거라는 예측을 감안하면 어쩌면 올란도의 미래 교통수단은 보트가 될 텐데 말이죠. 이건 우리가 지구의 희망을 하나의 기술에 모두 걸었던 결과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지구상의 사람들 대부분이 기술에 초점을 맞춘 미래의 삶이 대략 어떤 모습일지 어느 정도 미리 경험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몇 년 까지 갈 필요도 없이, 단 몇 달 만에 우리는 일, 학교, 운동, 상업, 문화, 믿음, 대화 등 삶의 거의 모든 일과를 온라인으로 옮겼어요. 마치 디지털 삶의 전도사들이 오래전부터 예측해 왔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상상조차 못 했던 것(펠로톤 자전거, 줌 칵테일)을 시도하기 위해 연결을 위한 여러 기기를 구입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였으며, 최선을 다해 그런 변화를 “뉴 노멀”이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술은 효과가 있었고 잘 작동했어요. 그러나 아날로그적 현재와 디지털로 가득 찬 미래 중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현실을 선택하였으며 그것을 더 원했죠. 우리는 부랴부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슈퍼마켓에서 산 토마토로 주스를 만들며, 어떤 날씨던 상관없이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보조 바퀴를 뗀 이후로는 느껴보지 못했던 기쁜 감정을 머금고 자전거에 다시 오릅니다. 디지털 시대의 최전선을 향해 넘어가고 있었던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우리가 얼마나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는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배워야 할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우리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킨면서까지 이렇게 도구 중심적인 사람들이 되었을까요.” <엔지니어의 생각법 How Engineers Think의 저자이자 미국 국립공학 아카데미에서 여러 프로그램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구루 마드하반 Guruprasad Madhavan이 말했습니다. 그는 기계와 기술에 의해 좌우되는 미래는 효율성에 대한 믿음이라는 측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고도 이야기했죠. 하지만 지구의 삶이라는 건 효율적이지만은 않으며, 때때로 비효율적인 활동에서 가장 큰 의미인 지식과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발현되기도 합니다. 예술과 문화, 창의성과 사랑, 배움과 의미. 이 모든 것들은 비효율적인 세상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만약 당신이 완벽하게 최적화된 효율적이고 빈틈없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면, 그 안에 어쩌면 인류라는 종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마드하반에 의하면, 디지털이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디지털 세상을 고집하는 것이 물론 더 쉽고 간편하며 효율적이겠죠. 디지털이라는 기술이 분명 우리에게 좋은 인상과 효과를 남기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영양가 있는 미래를 위해서는 아날로그적 생각이 가히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기술, 컴퓨터, 기계, 장치 등을 통해 더 이상 우리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에 도래할 세상을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요? 만약 아날로그적 미래가 있다면 그건 또 어떤 모습일까요?”
일단, 그런 세상은 현재와 매우 닮아있을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불과 몇십만 년살 밖에 되지 않았고,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걷기 시작한 이래로 생각보다 그리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았어요. 우리의 몸과 마음, 감정과 욕구는 놀랍도록 똑같이 남아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아날로그적 미래는 일단 사람의 욕구를 가장 먼저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그 미래에는 아마도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많이 남아 있을 거예요. 50년 후에도 천연 발효종인 사워도우 빵은 그때에도 똑같이 사워도우 빵의 맛이 나겠죠. 우리가 은색 점프슈트를 입고 있을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질 것이고, 청바지는 5년마다 낙낙한 스트레이트 핏 스타일과 딱 달라붙는 스키니 핏의 스타일을 계속 오가며 유행을 반복하겠죠. 우리는 계속해서 신기술을 발명하겠지만, 빗자루나 망치같이 우리에게 또 다른 종류의 여러 가지의 크고 작은 기쁨을 알려 주거나 제 기능을 완벽히 다 해내는 기존의 도구들을 여전히 계속 사용하고 있을 것이고요. 오늘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좋아하고, 바이닐 레코드의 판매량이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새로움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우리에게 편안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며 그것들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두 요소를 적절히 섞어 균형 잡힌 지점을 마련하고, 과거와 미래가 함께하는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미래를 향해 멀리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오히려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더욱 잘 조율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미래인식센터의 책임자 톰 롬발도 Tom Lombardo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고 해서 그게 우리의 과거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협소했던 우리의 시야가 좀 더 폭넓은 시야와 인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과도 같죠. 제가 지금 말하는 이 부분은 대단한 인사이트 같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모두 살과 살을 맞대며 마치 캠프파이어 주변에 둘러앉은 것 같은 상호작용에 대한 욕망을 누구나 가지고 있죠. “ 그는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가상공간으로서의 메타버스나 다른 온라인 세상의 개념을 잊으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요소들은 사람들로부터 세상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주는 근본적인 것을 서서히 지워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상현실 속에서 또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작고 좁은 방 안에서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원시적인 차원의 존재를, 그러니까 말 그대로 꽃의 향기를 맡는 행위를 포함해, 서로와 서로가 함께하는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접촉까지 그러한 모든 행위들을 끊임없이 바라고 욕망할 것이기 때문이죠.”
<데몰리션 맨 Demolition Man>에서 존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은 로스앤젤레스 지하 폐허 속에서, 에드가 프렌들리(데니스 리어리)와 그의 저항 세력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그릴에 쥐로 만든 버거를 구워 먹고 펑크스타일의 옷을 입습니다. 지상의 ‘산 엔젤레스’라는 곳과 반대되는 이곳은 깨끗함, 질서 정연함, 기술적 사고 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감성과 오감이 풍부하고 각자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죠. 영화 말미에 두 세상의 주민들은 대치되는 이 두 세계의 장점만을 합쳐 그들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이를테면 3개의 조개껍데기를 사용하는 지상세계의 화장실은 발전된 기술을 이용한 비데 화장실 형체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오감을 충족시키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아날로그적 요소 또한 갖추게 되었죠. - 쥐로 만든 버거와 그 모든 것을 합친 셈입니다.
오늘날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직접 마주하게 될 균열된 정치, 사회적 고립, 기후 변화, 경제적인 불평등은 사회보장과 자유에 대한 갈망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방식의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돌아보고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vs 기술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 누가 옳을 가 같은 뻔한 문제나 그에 대한 질문 같은 게 아닙니다.” 버나드 대학의 부교수이자 저서 <정착 Fixation>의 저자인 산드라 골드마크 Sandra Goldmark는 말합니다. 그녀는 젊은 환경운동가와 이 자신만만한 전기차회사 기업가를 언급하며 우리가 미래의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추구해야 할지도 모르는 2가지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두 부류의 사고방식 모두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혜와 혁신, 두 가지 원천을 모두 활용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골드마크는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고 재사용, 재활용하는 이러한 뉴욕 수리 카페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죠. 이는 전 세계에 ‘공동 수리 서비스’라는 개념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답니다. 파타고니아의 경우도 일회용 쓰레기와 관련한 오염을 줄이는 것을 응원하기 위해 파타고니아 의류에 대한 수리/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저는 최근에 파타고니아 재킷을 완전히 공짜로 새로 수리받았고, 앞으로도 미래에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를 도입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측면에서 좋은 방향으로 올바르게 나아가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핀란드의 학교 시스템은 계속해서 세계 최고의 교육 시스템 중 하나로 인정받아왔죠. 핀란드의 이러한 특별한 교육 방식과 그 비밀의 원천은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온라인 또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실시하거나, 혹은 미국에서처럼 어떠한 표준화된 테스트를 통해 측정된 학업적 성취로 아이들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핀란드 학교의 선생님과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더 적게 시험을 보도록 합니다. 대신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렇게 하여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탐구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자율성을 엄청난 수준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핀란드 사람들이 인간 고유의 혹은 본연의 기술에 집중하며, - 특히, 창의성, 공감능력, 회복 탄력성 - 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세상의 새로운 기술이나 그들이 마주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와 난관에 대해 더욱 잘 적응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집중하게 합니다. 또 이로서,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앞으로의 복합적이고 변칙적인 미래에 준비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항상 인간이 가지고 있는 구성 요소가 정답이 되어줍니다.”라고 발달된 교육 기술과 AI 전문화의 통합모델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런던 대학의 교수 로즈 룩킨 Rose Luckin은 말했죠. 핀란드의 선진교육 모델과 같이, 그녀는 학교들이 교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그저 주변이나 뒤에서 인간을 돕는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의 과정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미래의 학교라는 곳이 단지, 더 많은 발전된 기술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습니다. 학교는 오히려 더 적은 기술과 더 많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소통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서의 소통이 기술 덕분에 더 풍부해지고 풍성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학교는 언제나 사람에 대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외로움’(이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조기사망 위험의 증가와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관련된 치명적 문제들을 야기하곤 하죠)이라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전염병과 같은 감정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여겨지는 접근법은 영국의 국가 보건 서비스에서 마련한 ‘사회적 처방 시스템’이죠. 이 방식의 핵심은 지역보건소, 의사 및 사회 사회 복지사를 통하여 외로운 개인들을 다른 사람과 이어 주어 의미 있고 긍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외로움이나 고립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실제로 다음과 같은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원 가꾸기 클럽, 낚시 모임, 걷기 모임, 그리고 술집이나 카페 등에서 매주 모임을 즐기는 것과도 유사한 효과를 유도하죠. 이는 매주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이고, 동시에 사람들이 직접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비용이 비싼 항우울제와 효과가 제한된 다른 약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훨씬 더 큰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했죠. 그 말인즉슨,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속적으로 ‘우정’이라는 관계를 축적하고, 우리 서로가 공동체의 중요한 일부이자 부분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미래야말로 희망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래의 도시는 사우디의 ‘네옴 NEOM’이나 다른 유토피아적 환상의 땅이 아니랍니다. 미래의 도시들은 파리, 교토, 나이로비, 부에노스아이레스, 몬트리올과 같은 이미 존재하는 훌륭한 장소에 이미 존재하고 있어요. 이 도시들은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수백 년 혹은 그 이상동안 건물, 이웃, 공공공간, 그리고 각 장소에 마치 특별한 마법이라도 걸어둔 것처럼 사람들끼리 서로 마주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문화충돌지대 같은 것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죠. 위와 같은 도시들은 구글과 같은 회사가 그곳에 설치해 둔 “스마트” 쓰레기통이나 테슬라가 만든 자율 주행차를 위한 도로를 바탕으로 설계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독창성과 훌륭한 아이디어를 위해 싸우고 고민하는 지도자들의 용기와 시도를 통해 구성된 것이죠. 예를 들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보행자에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로와 거리를 확보해 제공함으로써 더욱 혁신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예이고, 나아가 식당의 주차장에 크고 작은 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파리오)를 설치하여 도로와 공원의 일종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또한 이에 해당하죠.
“도시는 많은 사람들과 사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들이 스스로 창조한 많은 다양한 혁신들로 이루어져 있죠.” 뉴욕에서 나고 자라, 도시주의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긴 작가 로베르타 브랜즈 그란츠 Roberta Brandes Gratz가 말했습니다.“ 또 혁신이 유용하려면 실제로 사람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제가 눈을 감고 미래에 대해 그려볼 때, 저는 화성의 식민지, 로켓, 로봇이나 점프슈트 따위를 상상하지 않습니다. 대신 숲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서울 삼청공원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떠올리게 되죠. 건축가 이소진이 2013년에 설계한 이 작은 도서관은 나무가 내려다 보이는 크고 깊은 독서실의 창문, 아동에게 특히 친화적인 아동을 위한 각각의 구역, 중앙 카페, 공원의 운동장까지 바로 이어지는 문 등 잘 사용되지 않고 있던 공간과 스낵 키오스크까지 더해져 공간과 장소를 다양하게 활용해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중심공간의 형태로 탈바꿈시켰죠.
“사실 도서관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장소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소진 소장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그곳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아마도 여러분들이 이보다 더 멋진 미래의 한 장면을 상상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감히 장담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미래의 가치에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이소진 소장은 그의 회사 ‘아뜰리에 리옹’을 통해 이 도서관이 삼청공원에 개장한 후 현재부터 향후 10년 이후까지 100개의 숲 도서관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화려한 일도 아니고, 멋진 우주선을 상상하는 10살 소년의 우주환상 같은 건 충족시켜주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눈을 감고 잠시 상상 해보게 되는 미래는 바로 앞서 말한 이러한 장면과도 같습니다.
작가 소개
아티클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David Sax)는 작가로서 수상 경력이 있는 캐나다의 작가이자 동시에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로, 그의 최근 저서 <미래는 아날로그다, The Future is Analog>는 공공기관의 협력으로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Trasnlated by 모닝 오너 희석, 영진, 근영, 지수, 승하, 수정
<The Monocle Companion>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