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What a Popcorn Day!

Achim Doyeon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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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데이

팝콘데이 밑업ABC Vol.02 Spoon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두 종류의 스푼과 그릭 요거트, 각각의 구슬을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실로 엮어 낸 뼛속까지 에디터(뼈디터)인 도연 님의 커머스 기획에서 출발한 셈이죠. 무기로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일명 ‘벽돌 책’을 단기간에 읽기엔 무리가 있으니 60년대에 개봉한 희랍인 조르바를 함께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빠질 수 없는 핵심 인물 도연 님을 모시고요!

올봄에 새로 이사한 Achim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어요. 다른 날보다 유난히 봄이었는데요. 노란빛 햇살이 세미나 룸 안으로 차르르 들면서 바람이 솔솔 불었고, 기온은 반소매를 입어도 될 만큼 따뜻했습니다. 통창으로는 단정하게 잘 정돈된 정원이 보였고, 층고가 높아 쾌적한 기분이었어요. 팝콘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맛의 팝콘, 마실 거리와 ABC Vol.02의 주인공인 그릭데이 요거트도 넉넉히 준비했습니다.

Achim이 준비한 여러 종류의 스낵 중 그릭데이 요거트는 단연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시그니처 그릭요거트, 딸기 콩포트와 씨드놀라 삼합은 오후의 출출함을 달콤하게 달래 주었어요. 씨드놀라만 뜯어 가볍게 입에 털어 먹기도 했고요! 모두 소포장이 되어 있어 밖에서도 여럿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모두 바닥까지 긁어 맛있게 드셨답니다!





*아래에는 영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과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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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떻게 보셨나요?

140분의 긴 러닝타임에 흑백 영화라 지루해하시진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졌어요. 이따금 등장하는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유머 포인트에서는 깔깔 웃기도 했습니다.

영화에는 양립하는 성격의 두 주인공 조르바와 보스가 등장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조르바는 뭐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ESFP, 보스는 생각이 많은 ISTJ랄까요? 전반적으로 ISTJ 보스가 ESFP 조르바의 삶을 동경하고 따르는 방향으로 극은 전개됩니다.

두 주인공의 특징이 상반되다 보니, 각각 이입하게 되는 인물이 달랐어요. 재미있는 건 모인 11명 중 9명, 대부분의 모닝 오너가 생각이 많은 보스에게 이입해서 관람했다는 점입니다.

“보스한테 조르바가, 너 생각이 너무 많아.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그게 저거든요? 그래서 너무 공감하면서 봤어요. 어떤 장면에서는 보스가 손으로 뭔가를 잡는 행동을 잘 못하더라고요. 계속 주먹을 쥐고 있는데 그걸 보면서 저 손을 왜 못 펴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우리의 일상에서도 움켜쥘 수도 있는 것들을 쥐지 못하고 계속 새어나가고 있지 않나, 하면서 저도 손을 좀 펼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_ 진 님

보스와 반대되는 인물인 조르바는 너무 자유로워서 한편으로는 한없이 가벼워 보이기도 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예리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알고 그것 외에는 마음 가는 대로 용기 있게 도전하고 처참히 실패하는, 그러고도 일어나 춤을 추는 삶. 멋지지 않나요?





영화와 소설의 차이

뼈디터 도연 님은, 방대한 내용의 책을 비교적 짧은 영화로 담아낸 데에서 생겨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잘 짚어 주셨어요. 특히 두 주인공이 소설만큼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아 공감의 깊이가 얕아진 것이 아쉬웠다고 합니다.

“보스가 자꾸 참잖아요. 과부를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억누르는, 그 마음의 당위성은 뭘까? 궁금할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소설에서 이 사람은 불교 신자예요. 금욕을 실천해야지만 종교적인 삶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데 과부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무 괴로운 거죠. 보스는 삶의 의미를 불교에서 찾았는데, 조르바를 만나니 이게 정답인 것 같고요. 그래서 계속 끊임없이 고뇌하는 캐릭터인데, 영화에서 이 고뇌가 사라지니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_ 도연 님

영화에선 그려지지 않았는데, 소설 속 조르바는 손가락 하나가 없다고 해요. 그 이유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물레를 돌리는데, 엄지가 자꾸 거슬려서 잘랐다고요. 정말 미친 사람 같지 않나요? 도연 님은 이런 부분에서 되려 해방감과 대리 만족을 느끼셨다고 해요.

책은 영화보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아, 자괴감이 들고 스스로가 고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도연 님은 말합니다. 실제로 작년의 도연 님을 괴로움에서 건져 준 책이라고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영화와 책으로 경험하면 깊이 있는 감상이 될 거예요.





실패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무언가가 말 그대로 대실패로 끝났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극 중 조르바와 보스는 바닷가에 나란히 서서 양팔을 벌리고, 한 발 한 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춥니다. 그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임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실패를 마주하는지, 그 괴로움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이야기해 봤어요.

노력을 해서 이렇게 쌓아 올린 공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는 거는 생각보다 되게 괴로운 일이잖아요? 근데 이 영화에서는 되게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게 조르바다웠어요. 아 회복 탄력성이 좋다! 동시에 나는 회복 탄력성이 있는 사람인가? 고민하게 됐어요. 조르바처럼 조금이라도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성격이 되길 바라요.” _ 민선 님

“나도 조르바처럼 모든 것에서 가벼워지고, 힘들 때는 그 감정에 잠식되기보다 춤을 춰버리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을 움직이고 춤을 춰야겠어요!” _ 예지 님

저는 보스 같은 타입이고 친구들도 다 비슷한데, 조르바 같은 친구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하고 무너졌을 때 자기를 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_ 현진 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힘들 때 나에게 어떤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나 사용법에 대해서 각자 세 가지 정도라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걸 알아두면 무너지기 전에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요?” _ 헤이즐 님





조르바처럼 완전한 자유를 느껴 본 순간

물론 조르바처럼 단지 거슬리기 때문에 스스로 손가락을 자를 수는 없겠지만, 때때로 우리는 그런 거침없는 자유를 갈망하기도 해요.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무언가에서 벗어나 훨훨 날고 싶은 기분을 말이죠. 자유란 무엇일까요? 어떨 때 자유롭다고 느끼시나요? 조르바처럼 완전한 자유를 느껴 본 순간은 언제였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저는 뭔가 조금의 찜찜함이 없는 상태가 됐을 때, 걱정 없이 두 팔다리 그냥 쫙 뻗고 온전히 취침할 수 있는 마음일 때 자유를 느끼는 것 같아요.” _ 은비 님

여행을 가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지중해 햇살 받으면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요? (웃음) 그리고 아무래도 춤출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_ 민정 님

“결론은 태도인 것 같아요. 사실은 여행 가서 느끼는 건 단지 비일상이기 때문에 더 자유롭다는 느낌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것이든 나의 태도가 달라지면 같은 공간이어도 느껴지는 게 다르구나! 이게 자유구나 싶은 경험을 했어요. 태도를 바꾸면 자유는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여행만이 자유고 지금 일상은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면 고통스럽더라고요. 그것만 갈망하게 되고, 그러면 현재를 살지 못해요. 약속 장소에 한 시간 전에 나가기만 해도 자유를 느낄 수 있어요!” _ 성진 님

저는 오히려 확 몰입했을 때! 최근에 힘든 일이 있어서 여행을 갔었는데, 가서 자유를 느꼈던 때가 혼자 달리기할 때인 거예요. 30분 동안 좋은 날씨와 뛰고 있는 내 두 팔 두 다리만 생각하며 달리는 데 몰입을 하니까 거기서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어요.” _ 헤이즐 님

“나에게 얽혀 있던 것들이 없어질 때 자유를 느끼잖아요. 사회적인 역할이라든지 가정에서의 역할 같은거요. 그런 걸 다 떼고 나로서 있을 수 있을 때 자유가 느껴진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자연 안에서 그런 경험을 자주 해요. 대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지면서 이게 다 뭐가 중요한가 싶고요. 정말 눈앞에 보이는 거, 내 피부에 스치는 감각에만 딱 집중을 할 수 있을 때 자유를 느껴요. 여행 갔을 때도 사실은 아예 낯선 장소고 이방인이 되니까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고 나도 나를 정말 나로만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요. 자유의 본질은 그게 아닐까 싶어요.” _ 다와





죽음과 허무

영화에선 누군가가 죽는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에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허무를 느끼는 것 같아요. 모닝 오너 다은 님은 ‘허무주의’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영화를 관람하셨다고 합니다.

“부자인 과부가 죽었을 때, 마을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죽음의 순간에 쳐들어와 물건을 다 빼가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마지막에 그 건물에는 과부의 차가운 몸과 앵무새 한 마리만 남아있더라고요. 조르바가 시체에는 손 대지 않고 앵무새만 데려가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살아있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말하는 것 같아서요. 장례식마저 하지 않는 이유가 죽었으면 의미가 없다는 거였잖아요? 결국 살아있는 것만이 의미 있는 거라고요.” _ 다은 님

”존재를 인정해 주고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도 삶의 큰 의미 중 하나 같아요. 누구나 살면서 인간으로서의 ‘쓸모’를 느끼고 싶어 하잖아요? 저의 부모님을 떠올려보면, 양육과 본업에서 은퇴한 이후 강아지를 돌보는 일 혹은 자식에게 계속 반찬을 싸 주는 것이 당신 스스로 느끼는 본인의 쓸모라고 생각하는 것 같거든요. 어쩌면 할머니가 쌈짓돈을 꺼내 주실 때 거절하지 않고 감사히 받는 게 할머니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순간이지 않을까요? 곁에 있는 사람의 쓸모, 그러니까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_ 진 님





도전과 실패에서부터 자유, 그리고 죽음과 허무까지. 영화 한 편을 보고 이렇게나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모닝 오너 분들이 각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좋았어요.

이런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를 폭넓게 아우르며 편히 대화할 수 있었던 건 Achim을 통해 모인 열한 명 사이에 어떤 신뢰가 있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같은 것을 좋아하는 마음. 같은 가치에 공감하는 사이는 생각보다 끈끈합니다. 팝콘데이 밑업에서 우리는 더 긴밀하게 연결되었습니다.


Written by Daw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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