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ning]그러나 지나치지 아니하게

탈퇴한 회원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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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라는 말을 하는 건 참 쉽다. “적당한 게 좋지.”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주세요.” 소심한 데다가 결정과 대답을 미루기 좋아하는 나에게 이 말은 더없이 좋은 카드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적당함이 다 다르니 좋을 대로 생각해달라는 뜻. 하지만 입장이 뒤바뀌어 상대의 입술로 “적당하게”라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내가 과했다는 건가?’ ‘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많이도 아니고 조금도 아니고, 내 몫을 얼마나 나눠줘야 하지?’.

그래서.. 그래서… 적당한 게 뭔데!



적당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때가 있다. 몇 년 전 북유럽식 라이프 ‘라곰(Lagom)’이 한국을 휩쓸었던 시절이다. ‘딱 좋다’ 혹은 ‘적당하다’라는 의미의 스웨덴어 라곰은 삶의 모든 부분에 접목할 수 있는 태도이자 관념이라 한 번에 설명하긴 어렵다. 당시에는 군더더기 없는 이케아 가구나, 편안해 보이는 북유럽 사람들, 최소한의 재료로 만든 오픈 샌드위치 한 접시로 라곰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전 라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았다. 마침 21세기북스에서 출간한 책 <라곰 라이프>의 소개 페이지에 ‘라곰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꾸려가는 방법’을 안내한 내용이 있어 인용해 본다.

  1.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휴식하기
  2. 양보다 질 추구하기
  3.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기 (!)
  4. 멀티태스킹 줄이기 (!)
  5. 하루 10~15분 정도 커피 타임 가지기
  6. 제철, 향토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 먹기
  7. 나와 가족에게 딱 맞는 공간 만들기
  8. 고독한 시간 만들기 (!)
  9. 모든 계절 느끼기
  10. 재료와 성분에 관심 두기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항목 하나하나가 심금을 울린다. 특히 심금을 울린 항목에 느낌표(!)를 달았다. 지금은 그렇다지만 어린 시절엔 지속적인 소비를 통해 나만의 취향을 빨리 찾고 싶었다. 부러운 것도 많고 바꾸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였으니 라곰을 지키기도 고집하기도 어려웠을 수 밖에.



진지한 태도로 ‘적당함’을 마주한 두 번째 시간, Achim Mart의 파트너 브랜드 ‘레스벗그리너(Less But Greener, 이하 LBG)’를 경험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이다. 사실 처음 LBG를 만났을 땐 선입견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말이다. ‘브랜드 이름에 ‘그린(Green)’이 들어갔군. 지구에 해로운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거겠지? 친환경 제품 사용을 통해 지구 지키기에 이바지하자는 거겠지?’ 물론 맞다. LBG의 제품에는 환경에 해로운 소재가 사용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도 아니다. ‘소유와 소비에 대한 습관을 정돈하는 것이 자연과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 이게 바로 핵심 메시지다. 필요한 만큼 ‘적당히’ 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라고. 뒤통수를 콩!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얼얼했다.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일이 ’쓰지 않기‘, ’버리지 않기‘, 그러니까 ’안 하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었지 ’적당히 하는 것‘으로 이어져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적당함’을 물성화한 제품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여기서 잠시 두 가지 상품을 소개해 본다(적당한 타이밍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믿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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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2인 가구가 쓰기에 적당한 캡슐 세제

이 세제의 핵심은 ’필요한 만큼!‘ 용량도 크기도 과해 옷감을 상하게 하는 4인 기준의 기성 캡슐 세제와 달리 고농축 세제가 적정량만 들어있다.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에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한 향을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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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의 생기를 담아 만든 적당한 존재감의 편백수

먼지와 냄새가 배인 외투, 음식 냄새가 배인 공간, 시끄러운 마음 정돈에까지 요긴한 편백수다. 
편백나무 향엔 실제로 스트레스를 진정시켜 주는 효능이 있다. 피부 무자극 테스트와 항균 테스트도 통과해 아이와 강아지가 있는 집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LBG의 브랜드 메시지와 상품을 경험한 후 나에게 적당함은 ‘많이와 조금 사이, 그 어딘가’에서 ‘이만하면 충분해요’로 바뀌었다. 몰캉몰캉한 캡슐 세제를 세탁기 안에 던져 넣으며 혼잣말로 주문을 외운다. ‘그래, 2인 살림에 세제는 이만하면 충분한데.
혼자 있는 방, 혼자 있는 밤 ‘적당한 존재감의 편백수를 공간 곳곳 뿌리며 이런 혼잣말도 한다. ’그래, 오늘 하루 이만하면 충분했다.‘


생활 속에 LGB가 있다면 악보 위엔 ‘마 논탄토(Ma Nontanto)’가 있다. ‘알레그로(Allegro)’, ‘안단테(Andante)’처럼 음악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용어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나치지 아니하게’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명랑하고 밝게 그러나 지나치지 아니하게. 열정적이고 세게 그러나 지나치지 아니하게. LGB가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태도를 음악으로 친다면 마 논탄토가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적당함의 정의로 ‘이만하면 충분하다.’가 세워진 것은 기분 좋은 도약이다. 이제 ‘적당함’을 좇아 살 차례. 한쪽으로 휩쓸렸던 관계도, 소비도, 삶도 다시 바로 세우기. 적당함에도 적당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기. 어딘가에서 보고 적어둔 표현을 빌려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지향은 거창하지만 실천은 쉽고 단순하다.



Written by Hae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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