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번째 매거진 〈Achim〉의
지면에 담지 못한 대화와 사진들을 전합니다.
‘오일제’ 신동훈 대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Achim〉 Vol.34 Birthday에서 확인하세요!

다시 오일제를 준비하던 때로 돌아가 무언가 보완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미역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어요. 좋은 미역을 쓰면 무조건 맛있는 미역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미역이 정말 까다로운 식재료더라고요.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상태가 천차만별이에요. 매일 똑같은 양을 손질하는데, 어떤 날은 그중 90%를 쓸 수 있고 어떤 날은 50% 밖에 못 써요. 똑같이 만들었는데 어떤 날은 감칠맛이 확 올라오고 어떤 날은 확 떨어지는 거예요. 미역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시중에 많이 없다 보니 그 이유를 터득하기까지 거의 2년은 걸린 것 같아요. 지금은 미역을 생선 같은 동물이라 생각하면서 다뤄요. 스트레스 안 받는 선에서만 손질하려 하고, 불릴 때 수온도 굉장히 신경 쓰죠.
미역도 그렇고 모두 좋고 비싼 재료를 쓰시잖아요. 사실 손님 입장에선 알기 어려울 텐데, 타협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셨어요?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했던 것 같아요.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맛 좋은 쌀로 만든 흰밥을 싫어할 분은 없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사실 처음 오픈했을 때 가게 안으로 들어오길 망설이는 중년 남성분들이 많았어요. 외관만 보면 너무 정갈하니까 일식집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랬던 분들이 밥 한 숟갈 뜨시고 표정이 달라지는 걸 볼 때 너무 뿌듯했죠. 제가 혼자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반찬을 김치와 젓갈 외에 더 늘릴 순 없는 노릇이라 간혹 둘 다 못 드시는 분들이 오시면 엄청 죄송해요. 그런데도 김치 안 좋아한다고 하셨던 분들이 저희 김치는 맛있다고 해 주시거나, 젓갈 싫어하신다고 하신 분들이 저희 젓갈은 먹게 된다고 하시면 요리사로서 희열이 크죠.




오픈 초기에 불안하진 않으셨어요?
불안하긴 했죠. 가게를 열면 블로그 마케팅 회사, 인스타그램 마케팅 회사에서 하루에 전화가 30통씩 와요. 옆 가게는 나보다 늦게 오픈했는데 블로그 리뷰가 훨씬 많으면 거절할 수가 없단 말이죠. 근데 저는 업계에 20년을 있었잖아요. 이전에 일했던 매장들이 전부 오픈부터 함께한 곳들이었던지라 초반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또 저는 저 스스로한테 과제를 잘 주는 편인데, 당시에 제가 저한테 준 과제가 그거였어요. ‘인플루언서 마케팅 없이도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지켜보자.’ 이런 오기로 자리 잡는 시간을 견뎠던 것 같아요. 하루에 미역국 열 그릇도 못 팔던 시기에도 식사하시는 손님들 표정 보면 어떤 확신 같은 게 들었어요. ‘저분은 언젠가 다시 오시겠다. 6개월 안에 부모님 모시고 오시면 나한텐 정말 큰 성공이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정말 두세 달 안에 부모님이랑 같이 오시는 분을 뵈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렇게 가는 게 맞구나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오픈 첫날 첫 손님으로 40대 부부가 오셨어요. 아내분이 식사를 마치고 저한테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여기 무조건 잘될 거예요. 너무 맛있어요.” 그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그러고 나서 저희가 1주년 행사로 토요일에 문을 연 적이 있어요.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오셔서 “저 아시겠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그 아내분이셨어요. 축하하고 싶어서 왔다고, 잘돼서 기쁘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너무 감동이었죠. 그분 때문에라도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다른 한 분은 60대쯤 되어 보이는 일본 여성분인데, 왜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스시 먹으러 일본 간다는 얘기 하잖아요. 그분이 정말 그러세요. 저희 미역국이 너무 먹고 싶어서 비행기 끊고 서울 오셨다가 먹고 바로 돌아가시는 거예요. 조그만 선물 주시면서 응원도 해 주시고요. 그분을 보면 미역국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는 걸 느끼죠.
미역국이 한국인들에게 생일마다 먹는 상징적인 음식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에게도 그 특별함이 전해진다니 신기하네요.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모유를 먹잖아요. 어머니들이 출산을 하면 무조건 먹는 음식이 미역국이니까, 어떻게 보면 미역국은 모유의 베이스인 거예요. 음식점에 가면 주로 사이드로 나오는 음식이지만, 사실 미역국은 한국인들한테 ‘소울 푸드’인 거죠. 가게에 외국인 손님, 그중에도 일본인 관광객분들이 정말 자주 오시는데, 그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 참 신기하고 감사해요.



스스로한테 과제를 잘 주는 편이라고 하셨잖아요. 지금 대표님이 스스로에게 준 과제는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했을 때랑 같아요. ‘1인 업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사업하시는 분들이 그러세요. 하루에 50그릇 팔아서 얼마나 많이 벌 수 있겠냐, 지금 가게는 다른 사람 맡기고 다른 거 해서 돈 더 벌어라. 그런 말을 들으면 그 틀을 깨고 싶은 게 제 성향이거든요. 그래서 만든 게 밀키트예요. 오일제는 하루에 50그릇만 팔지만, 밀키트는 온라인으로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잖아요. 밀키트가 인기를 얻으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오일제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요. 그런 확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패키지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밀키트 자체 브랜딩을 준비 중이고 그 외에 다른 액션은 안 하고 있는데, 신기하게 하루에 하나씩은 무조건 팔려요. (웃음) 또 일본인 관광객 손님들이 점점 늘다 보니 ‘오일제가 일본에 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11월에 오사카에서 팝업을 해요. 7월에 오사카를 갔는데, 마음에 드는 식당을 발견해 그곳에 팝업을 하고 싶다고 DM을 보냈어요. 그렇게 성사가 됐죠. 내년에는 뉴욕에서도 할 예정이에요. 오사카에서 팝업을 한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리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만약 오일제라는 1인 업장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까지 뻗어 나간다면 매출의 규모가 달라지는 거잖아요.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브랜드를 계속 천천히 쌓아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매장 운영에 나머지 일들까지 하시면 삶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진 않으세요? 사실 오일제의 시작은 주 5일을 잘 지키기 위함이었잖아요.
일단 평일은 매장 정리가 4시 반쯤 끝나요. 그러면 무조건 저녁은 집에서 와이프랑 같이 먹어요. 제가 결혼 10년 차인데요. 오일제를 하기 전까지는 아내랑 같이 저녁 먹은 날이 1년에 세 번 정도였어요. 전에 일한 식당이 용인에 있었는데, 출퇴근만 두 시간이 걸린 데다 보통 9~10시쯤 퇴근했어요. 아내는 매일 혼자 저녁 먹으면서 저를 기다리는 삶을 10년 동안 살아온 거예요. 그런 삶을 만약 남은 평생 동안 살아야 한다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이 사람이랑 행복하려고 결혼한 거지, 성공하려고 결혼한 게 아니니까요. 지금은 아내랑 둘이서 퇴근하고 밥 먹고 티비 보는 게 삶의 낙이에요. 매장 운영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내 덕이에요. 아내랑 평소에 오일제 얘기를 정말 많이 하거든요. 와이프가 실질적인 디렉터 역할을 해 주고 있죠.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진 않으시지만, 그래도 이날만큼은 기억에 남는다면요?
결혼 1년 차때, 아내가 제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 줬어요. 집에서 요리 담당은 저인데, 그날만큼은 직접 만들어 주고 싶었나 봐요. 사실 제가 힘든 날엔 ‘엽떡’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그날 정말 힘들었거든요. 아내한테 엽떡 시켜 달라 하고 집까지 달려 왔더니 식탁 위에 밥이랑 미역국만 있더라고요. 아내가 요리를 안 하는 사람인데 맛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되게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대화와 공기 모두 다 기억날 만큼요. 앞으로는 안 끓여 줘도 된다고 했지만요. (웃음)
‘고유한 미식가’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오일제 오픈 초기 영상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돈을 많이 못 가져가는 대신 개인의 삶의 질과 건강과 행복이 조금 더 커지지 않을까.” 그때의 기대대로 가고 있다 생각하시나요?
일단 지금은 건강과 돈이 바뀐 것 같아요. 저는 매일을 크리스마스이브처럼 보내요. 사실상 오일제는 지금 혼자서 미역국 50그릇을 3시간 만에 파는 시스템이거든요. 매장도 잘되고 밀키트도 하고 있으니까 매출 면에선 게속 성장하고 있는데, 제 에너지를 다 쏟으면서 일하다 보니 확실히 피로감이 쌓이는 건 느껴요. 그래도 삶의 질과 행복은 확실히 커진 것 같아요. 이전엔 하루 12시간씩, 6일을 일했으니 일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줄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아내랑 같이 저녁을 보내는 삶을 살게 됐으니까요.


Edit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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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일제를 준비하던 때로 돌아가 무언가 보완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미역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어요. 좋은 미역을 쓰면 무조건 맛있는 미역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미역이 정말 까다로운 식재료더라고요.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상태가 천차만별이에요. 매일 똑같은 양을 손질하는데, 어떤 날은 그중 90%를 쓸 수 있고 어떤 날은 50% 밖에 못 써요. 똑같이 만들었는데 어떤 날은 감칠맛이 확 올라오고 어떤 날은 확 떨어지는 거예요. 미역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시중에 많이 없다 보니 그 이유를 터득하기까지 거의 2년은 걸린 것 같아요. 지금은 미역을 생선 같은 동물이라 생각하면서 다뤄요. 스트레스 안 받는 선에서만 손질하려 하고, 불릴 때 수온도 굉장히 신경 쓰죠.
미역도 그렇고 모두 좋고 비싼 재료를 쓰시잖아요. 사실 손님 입장에선 알기 어려울 텐데, 타협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셨어요?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했던 것 같아요.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맛 좋은 쌀로 만든 흰밥을 싫어할 분은 없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사실 처음 오픈했을 때 가게 안으로 들어오길 망설이는 중년 남성분들이 많았어요. 외관만 보면 너무 정갈하니까 일식집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랬던 분들이 밥 한 숟갈 뜨시고 표정이 달라지는 걸 볼 때 너무 뿌듯했죠. 제가 혼자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반찬을 김치와 젓갈 외에 더 늘릴 순 없는 노릇이라 간혹 둘 다 못 드시는 분들이 오시면 엄청 죄송해요. 그런데도 김치 안 좋아한다고 하셨던 분들이 저희 김치는 맛있다고 해 주시거나, 젓갈 싫어하신다고 하신 분들이 저희 젓갈은 먹게 된다고 하시면 요리사로서 희열이 크죠.
오픈 초기에 불안하진 않으셨어요?
불안하긴 했죠. 가게를 열면 블로그 마케팅 회사, 인스타그램 마케팅 회사에서 하루에 전화가 30통씩 와요. 옆 가게는 나보다 늦게 오픈했는데 블로그 리뷰가 훨씬 많으면 거절할 수가 없단 말이죠. 근데 저는 업계에 20년을 있었잖아요. 이전에 일했던 매장들이 전부 오픈부터 함께한 곳들이었던지라 초반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또 저는 저 스스로한테 과제를 잘 주는 편인데, 당시에 제가 저한테 준 과제가 그거였어요. ‘인플루언서 마케팅 없이도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지켜보자.’ 이런 오기로 자리 잡는 시간을 견뎠던 것 같아요. 하루에 미역국 열 그릇도 못 팔던 시기에도 식사하시는 손님들 표정 보면 어떤 확신 같은 게 들었어요. ‘저분은 언젠가 다시 오시겠다. 6개월 안에 부모님 모시고 오시면 나한텐 정말 큰 성공이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정말 두세 달 안에 부모님이랑 같이 오시는 분을 뵈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렇게 가는 게 맞구나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오픈 첫날 첫 손님으로 40대 부부가 오셨어요. 아내분이 식사를 마치고 저한테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여기 무조건 잘될 거예요. 너무 맛있어요.” 그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그러고 나서 저희가 1주년 행사로 토요일에 문을 연 적이 있어요.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오셔서 “저 아시겠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그 아내분이셨어요. 축하하고 싶어서 왔다고, 잘돼서 기쁘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너무 감동이었죠. 그분 때문에라도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다른 한 분은 60대쯤 되어 보이는 일본 여성분인데, 왜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스시 먹으러 일본 간다는 얘기 하잖아요. 그분이 정말 그러세요. 저희 미역국이 너무 먹고 싶어서 비행기 끊고 서울 오셨다가 먹고 바로 돌아가시는 거예요. 조그만 선물 주시면서 응원도 해 주시고요. 그분을 보면 미역국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는 걸 느끼죠.
미역국이 한국인들에게 생일마다 먹는 상징적인 음식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에게도 그 특별함이 전해진다니 신기하네요.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모유를 먹잖아요. 어머니들이 출산을 하면 무조건 먹는 음식이 미역국이니까, 어떻게 보면 미역국은 모유의 베이스인 거예요. 음식점에 가면 주로 사이드로 나오는 음식이지만, 사실 미역국은 한국인들한테 ‘소울 푸드’인 거죠. 가게에 외국인 손님, 그중에도 일본인 관광객분들이 정말 자주 오시는데, 그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 참 신기하고 감사해요.
스스로한테 과제를 잘 주는 편이라고 하셨잖아요. 지금 대표님이 스스로에게 준 과제는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했을 때랑 같아요. ‘1인 업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사업하시는 분들이 그러세요. 하루에 50그릇 팔아서 얼마나 많이 벌 수 있겠냐, 지금 가게는 다른 사람 맡기고 다른 거 해서 돈 더 벌어라. 그런 말을 들으면 그 틀을 깨고 싶은 게 제 성향이거든요. 그래서 만든 게 밀키트예요. 오일제는 하루에 50그릇만 팔지만, 밀키트는 온라인으로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잖아요. 밀키트가 인기를 얻으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오일제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요. 그런 확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패키지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밀키트 자체 브랜딩을 준비 중이고 그 외에 다른 액션은 안 하고 있는데, 신기하게 하루에 하나씩은 무조건 팔려요. (웃음) 또 일본인 관광객 손님들이 점점 늘다 보니 ‘오일제가 일본에 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11월에 오사카에서 팝업을 해요. 7월에 오사카를 갔는데, 마음에 드는 식당을 발견해 그곳에 팝업을 하고 싶다고 DM을 보냈어요. 그렇게 성사가 됐죠. 내년에는 뉴욕에서도 할 예정이에요. 오사카에서 팝업을 한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리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만약 오일제라는 1인 업장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까지 뻗어 나간다면 매출의 규모가 달라지는 거잖아요.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브랜드를 계속 천천히 쌓아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매장 운영에 나머지 일들까지 하시면 삶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진 않으세요? 사실 오일제의 시작은 주 5일을 잘 지키기 위함이었잖아요.
일단 평일은 매장 정리가 4시 반쯤 끝나요. 그러면 무조건 저녁은 집에서 와이프랑 같이 먹어요. 제가 결혼 10년 차인데요. 오일제를 하기 전까지는 아내랑 같이 저녁 먹은 날이 1년에 세 번 정도였어요. 전에 일한 식당이 용인에 있었는데, 출퇴근만 두 시간이 걸린 데다 보통 9~10시쯤 퇴근했어요. 아내는 매일 혼자 저녁 먹으면서 저를 기다리는 삶을 10년 동안 살아온 거예요. 그런 삶을 만약 남은 평생 동안 살아야 한다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이 사람이랑 행복하려고 결혼한 거지, 성공하려고 결혼한 게 아니니까요. 지금은 아내랑 둘이서 퇴근하고 밥 먹고 티비 보는 게 삶의 낙이에요. 매장 운영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내 덕이에요. 아내랑 평소에 오일제 얘기를 정말 많이 하거든요. 와이프가 실질적인 디렉터 역할을 해 주고 있죠.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진 않으시지만, 그래도 이날만큼은 기억에 남는다면요?
결혼 1년 차때, 아내가 제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 줬어요. 집에서 요리 담당은 저인데, 그날만큼은 직접 만들어 주고 싶었나 봐요. 사실 제가 힘든 날엔 ‘엽떡’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그날 정말 힘들었거든요. 아내한테 엽떡 시켜 달라 하고 집까지 달려 왔더니 식탁 위에 밥이랑 미역국만 있더라고요. 아내가 요리를 안 하는 사람인데 맛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되게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대화와 공기 모두 다 기억날 만큼요. 앞으로는 안 끓여 줘도 된다고 했지만요. (웃음)
‘고유한 미식가’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오일제 오픈 초기 영상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돈을 많이 못 가져가는 대신 개인의 삶의 질과 건강과 행복이 조금 더 커지지 않을까.” 그때의 기대대로 가고 있다 생각하시나요?
일단 지금은 건강과 돈이 바뀐 것 같아요. 저는 매일을 크리스마스이브처럼 보내요. 사실상 오일제는 지금 혼자서 미역국 50그릇을 3시간 만에 파는 시스템이거든요. 매장도 잘되고 밀키트도 하고 있으니까 매출 면에선 게속 성장하고 있는데, 제 에너지를 다 쏟으면서 일하다 보니 확실히 피로감이 쌓이는 건 느껴요. 그래도 삶의 질과 행복은 확실히 커진 것 같아요. 이전엔 하루 12시간씩, 6일을 일했으니 일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줄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아내랑 같이 저녁을 보내는 삶을 살게 됐으니까요.
Edited by Do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