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좋아해요.


 청소를 좋아한다. 비우고 버리는 것, 물건의 자리와 용도를 찾아주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 묵은 때를 닦아내고 윤기를 내는 것. 청소하다가 바닥에 쌓아 두었던 책을 주워 읽거나 옷을 정리 중에 나보다 잘 입을 것 같은 누군가가 떠올라 챙겨 놓는 일. 느긋이 청소기를 밀고 바닥을 닦고 먼지를 턴다. 화분에 물을 주고 마지막으로 락스와 울샴푸를 반반 섞어 만든 세제로 화장실 청소를 한다. 엄마가 알려준 만능 세제다. 땀을 흠뻑 흘렸으니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온다. 화장실 문을 열어두면 방금 막 씻어내린 락스 냄새가 공기에 퍼지는 데 이상하게도 이 향기가 참 좋다. 깊이 들이마시려 자꾸만 심호흡 한다.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 한 컵을 따른다. 일요 청소가 마무리된다. 깨끗한 마루를 밟고 서서 물을 들이킨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가면 꼭 사 오는 것이 그 나라의 고무장갑이다. 우리나라에는 빨간색 마미손이 있다면, 아니 전부라면 다른 나라에선 한 번도 떠올려 보지 못했을 색과 디자인의 고무장갑이 있다. 일본에서는 민트색 고무장갑을 사 왔고 시애틀에서는 노랑색과 하늘색이 반반 섞인 고무장갑을 사 왔다. 베를린으로 여행을 다녀온 언니는 마트에서 각종 형광색 고무장갑을 사 왔는데 아직 써보진 않았지 기대가 된다. 

'청소용품점을 열면 어떨까?
'철물점 주인이 꿈이지만, 청소용품부터 작게 시작해 보자.'
'Achim 홈페이지에 먼저 올려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청소를 했다. 그래서 청소용품점을 차릴지 말지 어떤 모습이 될지 아무 것도 모르지만 좋아하고, 좋아한다 말하고, 그 것에 날개를 달아 멀리멀리 날려 보낼 상상을 하고 있으니 그저 즐겁기만 하다. 청소가 좋다고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열 번 백 번말하고 다닐 셈이다. 청소의 무궁한 재미를 발견하게 된 후부터 조금 더 맘에 드는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