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Achim B-side : Vol.28 Provision 인터뷰에 담지 못한 말들

Achim Doyeon
2024-04-20
조회수 151

모닝 오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Achim 파트너 에디터 도연입니다. 

Achim의 첫 번째 오프라인 공간 ‘프로비전(Provision)’의 오픈과 함께, ‘Provision’을 주제로 한 스물여덟 번째 <Achim>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미 프로비전을 방문하신 분들, <Achim> Vol.28을 읽으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공간은 어떻게 즐기셨을지, 이번 호에선 어떤 마음이나 기분을 ‘공급’ 받으셨을지 여쭤보고 싶네요. 아직 두 가지 모두 경험 전이시라면 어느 아침, 프로비전에 방문해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아침해를 어느 때보다 쾌적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Vol.28 속 인터뷰에 싣지 못한, 인터뷰이 이영훈 작가님(@20hoon_)의 말들을 그러모아 전합니다. 영훈 작가님은 참으로 '흔쾌'하셨어요.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 주시고, 집으로 초대해 주시고, 과일을 내어 주시고, 마음을 쏟아 주시고, 심지어는 저서와 채식 요리책까지 안겨 주시고... 인터뷰어가 이렇게 환대받아도 되나 싶을 만큼 감사하고 편안했던,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듯한 인터뷰였습니다. 

아쉽게 지면에 담지 못한 작가님의 말들과 그날의 장면들을 Achim 멤버십 가입자인 모닝 오너분들께 전합니다. 가벼이 산책하듯 읽어 주세요!





<아무튼, 비건>을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네 달 정도 육식을 완전히 거부했어요. 죄책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전에도 사실 실상에 대해 몰랐던 건 아니지만, 더는 어렴풋이 알 때처럼 모른 체하는 게 안 되더라고요. 


주변에서 저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래도 건강 생각해서 고기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제가 워낙 혼자 이것저것 해 보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대부분 잘 받아들여 주더라고요. 친구들 만나면 제가 먼저 비건 식당 데려가고, 그렇게 채식의 즐거움을 같이 나누곤 했죠.


저는 채식에 좀 유리한 체질인 것 같은 게, 원래부터 야채를 되게 좋아했어요. 몸에 건강한 음식들 있잖아요. 채소도 그렇고 과일, 샐러드 같은 것들을 워낙 좋아했고 거부감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 먹어보는 비건 요리를 해도 ‘오, 이런 맛이 있네.’ 하면서 재미를 알아간 것 같아요. 제철 요리에도 관심이 생겨서 봄철이면 냉이파스타 해 먹고. 채소 요리를 하면서 그전엔 몰랐던 기쁨을 알게 된 거죠.  


비건 식단에 제일 좋은 식재료가 저는 양배추라고 생각해요. 그냥 먹어도 맛있고, 샐러드처럼 소스만 뿌려서 먹어도 맛있고, 살짝 기름에다 구워서 알리오올리오처럼 먹어도 되고, 찌는 것도 귀찮을 땐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어도 되고… 어떻게 먹든 속이 편하고 든든한데 또 쉽게 안 질리거든요. 자기한테 맞는 식재료 한두 개를 찾아서 계속 돌려 먹는 것도 채식 생활을 편하게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한 가지 음식에 쉽게 질리지 않는 제 특성이 채식하는 데 여러모로 유리한 것 같긴 하네요.


이태원에 있는 ‘바이두부' 아세요? 거기 음식이 전부 비건 요리인데, 다 맛있어요. 특히 에그 샌드위치가 참 맛있었는데, 그 달걀도 비건용이라고 하더라고요. 망원동에 있는 ‘셰발레리'라는 식당도 추천해요. 캐나다식 비건 음식을 파는 곳인데요. 파스타도 맛있고 되게 만족스럽게 식사한 기억이 있어요.



요즘은 알람을 라디오로 맞춰 놔서 라디오를 들으며 슬며시 잠에서 깨요. 그러다 침대를 벗어나면 이불을 개고 창을 열어 환기하는 걸 좋아해요. 아침엔 간단하게 바나나, 사과, 케일을 갈아 마셔요. 그러곤 시원한 냉침차를 따라 책상에 두고 그때부터 작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실 요즘 너무 조용히 지내고 있던지라 Achim에서 연락이 온 게 조금 신기했어요. 한동안 비거니즘이나 채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드에 올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거의 다 내렸거든요. 큰 계기가 있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이젠 제 글로, 제 방식대로 어느 정도 다듬은 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다고 비거니즘을 메인으로 쓰고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사는 이야기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여러 사람이나 창작물로부터 받는 감동이 있듯, 저도 그런 감동을 제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어요. 대단한 메시지는 아니더라도 감동이 예술과 사람 사이를 넘나드는 과정에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생경하고 좋아요.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마음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고요.



어렸을 땐 뭔가를 시도하는 데 두려움이 정말 많았어요. 대학교 1~2학년 때까지도 저를 드러내는 게 너무 두려웠고, 의견도 잘 못 냈거든요. 근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 여행도 길게 다녀 보고, 하고 싶은 걸 최대한 해 보니까 ‘이렇게 해도 괜찮구나.’ 싶으면서 약간 굳은살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좀,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아요.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나에게 해 주다 보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남미에서 장기 여행을 하면서 도시를 매일 옮겨다녔는데요. 그때 지닌 어떤 이방인의 시선 같은 걸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습관처럼 갖게 되더라고요. 살던 동네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서 돌아다니니까 너무 다르게 보이고, 재미있고, 여행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 마음으로 살아야겠구나.’ 일상을 살다 보면 그런 마음이 무너지기 마련이잖아요. 근데 또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더라고요. 어떤 날엔 괜찮다가도 다른 날엔 좀 덜하고 그래도, 이제 제 안에 어느 정도는 장착돼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 아침은, 어제 몸과 마음이 소진되었더라도 해가 뜨면 다시 채워지는 기쁨 같아요. 점심에 일어나도 내가 아침이라 여기면 아침인 것이 아침이기도 하고요. 제가 종종 그러거든요. 아침에게 여러모로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Edit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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