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월간영감모음집 | 엠디터 해린의 1월

Achim Doyeon
2024-02-04
조회수 1743

모닝 오너의 메일함에 Achim 뉴스레터 ‘일요영감모음집(이하 일영모)’이 있다면, Achim 저널에는 ‘월간영감모음집(이하 월영모)’이 있습니다. 월영모에선 Achim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 멤버들이 한 달씩 돌아가며 자신에게 ‘이달의 영감‘이 되어 준 조각들을 나눕니다. 소소한 일상부터 Achim을 만드는 동안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시행착오까지, Achim 사람들의 TMI가 본격 대방출됩니다. 

이번 월영모는 몸과 마음을 흐름에 맡기며 개운한 심심함을, 건강한 지루함을 체득한 엠디터 해린의 1월을 전합니다.


🍊 Haerin’s January Keywords

1월, Go with the flow, 작년 10월의 여행, 소셜 네트워크 앱 삭제, 개운한 심심함, 건강한 지루함, 여유, 있는 그대로, 연결

and...





안녕하세요. 모닝 오너 여러분, 지난 12월 월영모의 주인공 대환 님께 바통을 전해 받은 Achim 파트너 멤버 해린입니다. Achim 마트 운영과 에디터 일을 겸하고 있어요.



연말을 지나 새해였네요. 한 해의 시작,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해가 바뀐 지 한 달이나 지난 지금이지만, 새해라는 기분이 썩 그렇게 와 닿진 않았던 것 같아요. ‘2024’라는 숫자도 여전히 낯설기만 하고요. 한 달간 그리 분주하게 보낸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1월은 나와의 약속, 다짐과 계획들을 빚어두기 딱 좋은 달입니다. 저도 늘 그래 왔는데요. 올해 1월에는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것들 대신, 시간이 나면 하고 싶은 것들만 다이어리 앞장에 자그마한 글씨로 적어두고, 오지 않은 시간들을 앞서 톺아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주 출근길에 Achim 캐스트를 듣는데, 진 님께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Go with the flow.” 올해는 기어를 중립에 두고 한번 끌려가 보자.



여느 때와 같이 어깨를 꼿꼿이 세우지 않고, 손에 힘을 꽉 쥐지 않고, 그저 설렁설렁 몸에 힘을 푼 채 1월을 보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요. 지난 10월에 다녀온 여행이 떠오르더라고요. 오랜만에 떠난 해외 여행인 데다 ‘여길 다시 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J력이 와장창 발동해 엑셀에 시간대 별로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짰었죠. 우연이 개입할 틈이 전혀 없도록요. 어땠을까요? 여행은 말처럼 여행이어야 하는데, 하루하루 임무 완수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계획에서 틀어진 것들은 모두 사고(Accident)처럼 느껴졌고요. 더 이야기하면 너무 속상해질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할게요(신혼여행이었구요. 저 좀 울고 올게요 ^^).

그렇게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새해를 맞으니, 계획 세울 마음이 더욱이 안 생긴 것 같아요. 잘 짠 계획이 꼭 안정감을 주는 건 아니구나 싶었고, 무엇보다 ‘난 여행을 못하는 것 같아’ ‘난 여행이 어려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답니다. 그래서 올해는 일상도 여행하듯, 최대한 흘러가듯 보내는 연습을 해보려고요.

혹시 저처럼 여행이 어려웠던 모닝 오너분도 계실까요? 댓글로 경험을 나눠 주시면 좋겠어요! 큰 배움이 될 것 같거든요.


(상) 2주 전 스크린 타임 

(하) 앱 삭제 후 스크린 타임


이번 달 제게 있었던 또 하나의 큼직한 일은 소셜 네트워크 앱을 삭제한 일입니다. 부끄럽지만, 하루 중 SNS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저 스스로도 제가 헤비 유저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아이폰 스크린 타임으로 제가 쓴 시간을 보니 심각하다 싶더라고요. 제가 앱을 삭제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이런 일들이 있었어요.

  1. 저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구옥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4층까지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는데요. 그런데 계단을 내려오는 찰나의 순간에조차 ‘너무 심심하다, 지루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 제가 고등학교 때 PMP(모르시는 모닝 오너분들도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쓸게요)에 넣어두고 매일같이 볼 정도로 정말 좋아했던 하이틴 영화가 있어요. 연말에 그 영화가 불현듯 생각나 오랜만에 보기로 했죠.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고, 이야기가 빌드업 되어 가는 부분에선 참을 수 없이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고 싶은 거예요. 예전엔 분명 몇 번을 봐도 두근두근 설렜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었는데!
  3.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 아무리 시간을 쥐어짜 봐도 시간이 없는데, 정말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큰 자극이 쉽게, 그리고 끊임없이 드리우는 곳에서 잠시 멀어지면 아름다운 것을 다시 아름답게 볼 수 있게 될까?’ ‘사소한 것에 크게 자극받았던 지난 감각이 살아날까?’ 싶었어요. 그전에도 앱을 지웠던 적은 많은데요. 이번엔 오래 가고 있네요(3주). 아무래도 앱을 지운 이유가 제 안에서 발현한 내부 요인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함께 SNS를 삭제하자!고 쓴 글은 아니지만 저처럼 내가 이전과는 달라짐을 느꼈다거나 둔감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면, 용기 있게 결단해 보시길 바라요. 그래도.. 맛있는 거 먹거나.. 웃긴 거 볼 때.. 그럴듯한 요리를 했을 때..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너무 올리고 싶네요 ㅠㅠ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지, 얼굴만 아는 이웃이 떠난 여행지 풍경은 어떤지 보는 일은 잠시 제쳐두고, 장보기와 요리하기, 블로그 쓰기에 조금 더 시간을 썼고요. 사두고 못 본 책들도 몇 권 읽었답니다. 도자기 수업도 듣고, 청소도 더 자주 하고요. 심심하고 지루한 건 있지만, 왜인지 개운한 심심함입니다. 건강한 지루함입니다. 거기서 비롯된 여유가 좋습니다.



쭉 살펴보니 제 월영모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저는 이런 한 달을 보냈답니다. 있는 그대로 모닝 오너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이 글을 발행하고 난 다음, 인스타그램을 잠시 다운로드 받을래요. 이런 이야기를 썼다고, 주변에 알리고 싶거든요. 아주 잠시만 연결되겠습니다.

모닝 오너분들의 각기 다른 1월 이야기가 궁금한 오늘입니다. 조만간 만날 수 있을까요? 한 달간 너무 고생 많으셨고, 봄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올 반가운 2월, 다른 파트너 멤버의 월영모가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이만 글을 줄입니다. 안녕!


Written & Photographed by Haerin

Edited by Doyeon




디자이너 경환의 11월 월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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