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월간영감모음집 | 에디터 도연의 2월

Achim Doyeon
2024-03-06
조회수 1695

모닝 오너의 메일함에 Achim 뉴스레터 ‘일요영감모음집(이하 일영모)’이 있다면, Achim 저널에는 ‘월간영감모음집(이하 월영모)’이 있습니다. 월영모에선 Achim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 멤버들이 한 달씩 돌아가며 자신에게 ‘이달의 영감‘이 되어 준 조각들을 나눕니다. 소소한 일상부터 Achim을 만드는 동안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시행착오까지, Achim 사람들의 TMI가 본격 대방출됩니다. 

이번 월영모는 변화 속에서 변함없는 아침의 기쁨을 실감한 에디터 도연의 2월을 전합니다.


🍊 Doyeon’s February Keywords

교토 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가모강, 템베아, 서점의 일생, 필름 사진,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 스프링플레어, 추락의 해부, Achim 북클럽, 설이, 응암동, 독립

and...





모닝 오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Achim 파트너 멤버 도연입니다. 저는 Achim의 에디터로 일하며 요런 저런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2월 한 달 동안 제게 찾아온 영감들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하는데요. 그전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1월 끝자락에 다녀온 교토 여행도 슬쩍 2월 월영모에 끼워넣고자 합니다. 그대로 묵혀 두기엔 조금 아까운 기억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꺼이 눈감아 주시리라 믿으며.. 그럼 월영모를 시작합니다!



교토에 거주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사서 비행기에서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혹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으신 분 계신가요? 어우, 이름부터가 참 숨가쁘지요. 하루키 책 치곤 덜 알려져 별 기대 없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매하였는데, 글쎄 저의 베스트 하루키 소설이 되었지 뭐예요! 저처럼 자신의 ‘색채 없음’에 대해 고민하신 적 있거나 고민하고 계신 분께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조금은 용기가 될 책입니다. 아무튼,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서!



여행 첫날 아침에는 ‘커피하우스 마키’라는 카페에서 모닝 메뉴를 먹었어요 ! ACC에 요 사진을 올리기도 했는데, 저 네모난 빵틀에 담긴 햄과 달걀, 야채들 참 귀엽지 않나요? 맛은 아주 정갈하고 담백했어요. 아침을 먹는 분들이 매장에 가득 계셔서 ‘교토는 아침을 참 사랑하는 도시구나.’ 싶었습니다. 여행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가모강’을 따라 쭈욱 걸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하루키가 매일 조깅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는데, 그를 마주치는 천운은 저에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따흑.



교토에 온 마당에 ‘템베아’를 그냥 지나칠 순 없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방 브랜드거든요. 구경만 살짝 해볼까 하고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오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요날 사진 속 가방을 샀는데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푸르른 색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요!

 


둘째날 아침은 '라 마그라드'라는 카페에서 먹었습니다. 저 두툼한 달걀 샌드위치.. 교토 가시면 꼭 드셔 보시길 바라요. 사장님은 또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아침을 누군가의 호의와 환대로 시작하는 게 그 하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번 여행에서 새삼 느꼈습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저에게는 꿈 하나가 있는데요! 작고 단란한 책방을 여는 것입니다(아마 같은 꿈을 꾸시는 분이 저 말고도 백만 명은 더 되겠지요..?). 그런 저의 꿈을 좌절시키는 동시에 키운 요상한 책이 있었으니, 바로 <서점의 일생>입니다. 요 책의 저자 야마시타 겐지 씨가 운영하시는 '호호호좌'라는 책방에 다녀왔어요.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공간에 직접 와 보니 어딘가 벅찬 기분이 들더군요. 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겐지 씨와 마주하니 성덕이 된 기분도 들었답니다. 호호호!



이날 저녁엔 'Books & Things'라는 서점도 방문했어요. 사실 이곳은 서점이라기보단 헌 책방, 헌 책방이라기보단 누군가의 서재에 가까운 공간이었는데요. 사장님께서 오랜 세월 수집하신 진귀한 예술 서적들은 펼쳐보기도 조심스러울 만큼 압도적이더군요. 세월과 함께 쌓이는 것만큼 강력한 게 없음을 나이를 먹을수록 실감합니다.



'사라사'라는 카페에서 여행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즐겼습니다. 사진 속 샌드위치도 훌륭한데, 당근 케이크가 정말 최고였답니다. 꼭 순두부처럼 깨끗하고 담백한 당근 케이크였다, 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처럼 들릴까요. 사진이 없는 걸 보니 찍을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지는 맛이었나 봅니다..



필름 사진 좋아하시는 모닝 오너분 계시나요? 필름 한 롤이 만오천 원에 육박하는 시대, 여전히 필름만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을 놓지 못하는 사람 여기 한 명 있습니다. 귀국 후 교토에서 찍은 필름들을 현상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데, 불과 며칠 전 장면들인데도 어찌나 애틋하게 느껴지던지요.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수천 수만 장의 사진보다 한 장 한 장 정성과 조심을 기울여 찍은 필름을 훨씬 자주 보고 오래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필름 한 롤이 삼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가 된다면 이 기쁨을 포기하게 되겠지요. 벌써 슬푸다..



어느 주말, 삼청동에 있는 팥죽집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에 다녀왔습니다. 진 님께서 서울에서 둘째 말고 첫째로 잘하는 곳이라고 추천해 주셔서 엄청난 기대를 품고 찾아갔는데, 진짜, 첫째 완전 인정... 이름에서 어느 장인의 겸손함이 느껴져 더 맘에 드는 곳이었어요. 생각보다 팥맛이 훨씬 달큰해서 더 더 더 좋았고요!



북촌 이곳저곳 구경하다 들른 Achim 파트너 스폿 '무에'. 북촌 가면 거의 매번 들르던 카페가 파트너 스폿이 돼서 으찌나 쾌재를 불렀는지 몰라요. 근데 그 이후로 아침엔 한 번도 못 갔다는 거…



책방 '스프링플레어'에서 발견한 <Achim>! 여기는 회사 근처라 점심 먹고 나서 자주 구경 가는 곳인데요. 공간 운영자님께서 모닝 오너시라 <Achim> 입점을 먼저 제안 주셨었답니다 :-> 며칠 뒤 다시 방문했을 땐 Achim 북클럽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일정상 어려워 아쉽다고 말씀 주시기도 했어요. 같은 모닝 오너로 연결되니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답니다!



가끔 외출하기 전, 서지나 작가님의 드로잉북 <A Storm in a Teapot>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 봐요. 꼭 오늘의 운세 같은 걸 볼 때처럼, 마음을 쿡 하고 찌르는 문장을 거기서 마주하면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나기도 한답니다! Achim 마트에 입점된 책이라는 깨알 홍보를 덧붙이며…



작년부터 고대한 영화 <추락의 해부>를 보러 광화문 씨네큐브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아나 관계가 와장창 깨지고 뒤틀리는 지독한 영화를 좋아하는 지독한 인간인데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너무 좋으면서도 너무 괴로웠어요. 지독한 것도 적당해야지 말이죠…



Achim 파트너 스폿 ‘KGML’에서 진행된 Achim 북클럽 오프라인 밋업!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를 한 달간 각자의 일상에서 읽은 뒤, 이날 이곳에 모여 소감을 나누었어요. 신기했습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감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내가 책을 읽으며 하지 못한 생각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마치 책을 새로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북클럽의 효용을 제대로 느꼈달까요. 자세한 감상은 조만간 북클럽 후기 저널을 통해 전하도록 할게요. 곧 진행될 두 번째 북클럽도 기대됩니다!



북클럽이 끝나고 Achim 파트너 멤버 민형 님이 직접 만드신 진저 시럽을 진 님을 통해 전달받았어요! 유능하고 다능한 Achim 멤버분들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중 으뜸은 다정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 진저 시럽의 맛은 이달 오픈 예정인 Achim의 첫 오프라인 공간 ‘프로비전’에서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



저희 할머니네 강아지 ‘설이’예요! 하얀 눈 같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지어 주신 이름이랍니다. 열 살이 훌쩍 넘은 노견인데, 제 눈엔 여전히 애기 같아요.. 따흑.. 사랑해 설아!



어느 주말엔 연희동에 갔다가 파트너 스폿 ‘티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었는데요. 이제 ‘서울 샌드위치’ 하면 티치 샌드위치를 꼽을 것 같습니다. 속이 꽉 차고 겉이 바삭한 샌드위치… 아잇, 배고파라.



그리고 전셋집을 구경하러 응암동에 갔던 어느 주말에는 또 다른 파트너 스폿 ‘담대하게’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쓰면서 알았는데, 2월 한 달 동안 파트너 스폿을 네 곳이나 다녀왔네요 저..? 네 곳 중 한 곳만 아침에 다녀온 건 초큼 민망한 부분..). 이날 이런저런 이유로 기분이 울적했는데, 근사한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을 보며 커피가 갖는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매장 내 자리가 없어 바깥 좌석에 앉았는데, 춥지는 않은지 커피 맛은 괜찮은지 틈틈이 물어보신 사장님의 배려도 참 따스했습니다.



담대하게에서 나와 경치 좋은 불광천 주변을 거닐 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이날 구경 간 전셋집을 계약하게 될 줄을요! 5월 초에 은평구 주민이 될 예정입니다. 부끄럽게도 30년 인생 첫 독립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제 발로 제 삶을 바꿔 나가려고 애쓰는 그 감각이 퍽 괜찮은 것 같습니다. 문득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닝 오너분의 삶엔 어떤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월영모를 쓰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Achim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제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는 거예요. 여행지에서 아침을 꼬박 챙겨 먹은 것도, 주말마다 Achim 스폿에서 시간을 보낸 것도, 아직 만난 적도 없는 모닝 오너의 삶을 그려보게 되는 것도 모두 Achim과 함께하며 찾아온 변화입니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Achim이 스미듯 제 삶을 바꾸었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역시 무엇이든 돌아보고 기록해야 더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말이 참으로 많지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나치게 소소하고 별것없는 저의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다른 멤버분들의 월영모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행복한 3월 보내시구요:)!


Written & Photographed by D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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