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Achim 북클럽, 그 첫 번째 시간을 돌아보며

Achim Doyeon
2024-03-11
조회수 1430


모닝 오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Achim 파트너 에디터 도연입니다.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읽으시나요? 혼자? 아니면, 함께?

사실 저는 후자의 방식에 어떤 편견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나의 감상을 스스로 왜곡하거나 부풀리진 않을까, 타인의 감상이 나의 온전한 생각을 흩트리진 않을까 괜한 염려를 했죠. Achim 북클럽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Achim이 북클럽을 시작한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Achim’이라는 브랜드의 씨앗은 아침에 읽고 쓴 활자에서 피어났으니까요. 무엇보다 파트너 멤버들과 모닝 오너분들이 입을 모아 Achim이 진행하면 좋을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독서 모임을 꼽기도 했죠. 늘 그래왔듯 Achim은 더 늦기 전에, 영영 미뤄지기 전에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커뮤니티 메이커 다와 님이 촘촘히 설계한 Achim 북클럽의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회 한 명의 모닝 오너가 모더레이터가 되어 책을 선정하고 북클럽을 이끕니다. 책을 함께 읽을 모닝 오너를 Achim 커뮤니티 슬랙인 ACC(Achim Community Center)에서 모집한 뒤 어느 주말 밤, 줌으로 모여 인사를 나눕니다. 모더레이터의 책 소개를 들으며 기대와 의지를 다지고요. 그다음 날부터 정해진 기간 동안 책을 읽고, 마음에 든 구절은 틈틈이 ACC를 통해 다른 모닝 오너들과 나눕니다. 그리고 어느 아침, 파트너 스폿에 모여 함께 감상을 나누며 북클럽은 마무리됩니다.



모닝 오너들이 ACC에서 공유한 책 속 문장과 감상


첫 번째 북클럽은 모닝 오너 June님이 모더레이터로 이끌어 주셨어요. 책은 미국을 대표하는 에세이스트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였습니다. 선정 이유에 대해 June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서 모임이라고 하면 약간 부담스럽지만 북클럽이라고 하면 왠지 마음이 좀 편안해져요. 이 한 권에만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매일이 아닌 며칠에 한 번씩 집어들어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달까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북클럽에서 함께 읽기 좋은 책 같아요. 내용이 어렵진 않지만 그렇다고 단숨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싶은, 그렇게 읽히는 책은 아니더라구요. 그런 동시에 읽어 나가면서 ‘이 구절 너무 좋았죠!’ 이야기하며 감상을 나누기 좋은 부분이 많아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해 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June 님의 진솔한 소회 덕이었을까요? 10분과 함께하기로 한 첫 번째 북클럽에 40분 가까이 신청해 주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시작한 북클럽은 2월 17일 파트너 스폿 ‘KGML’에서 진행한 오프라인 밋업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사이 ACC에 올라온 모닝 오너분들의 감상평은 독서의 즐거움과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죠.




한 달 만에 마주한 우리의 대화는 장장 두 시간이 넘게 이어졌어요. 책에 대한 감상이 가지각색으로 풍성했기 때문이죠. 모닝 오너 Lili 님의 말씀처럼 말이에요.

“하나의 키워드가 나왔을 때(e.g. 고독, 외로움), 책에서 나온 맥락이 아니라 각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하게 됐을 때, 그런 부분이 서로 겹쳐지거나 어긋나는 장면이 좋았습니다. 단어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에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세상과 자신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고닉의 에세이 7편이 실려 있는데요. 뉴욕의 일상적 풍경에 대한 감상부터 방황하던 20대 시절에 대한 회고까지, 그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대체 어디까지 솔직할 작정인가!’ 싶을 만큼 거침없이 맹렬하게 이어집니다.

누군가는 그 솔직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반면,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사랑을 멈추기로 결심해 놓고 그다음 챕터에서 말을 바꾸는 그를 모순되게 여긴 이와 인간적으로 바라본 이가 공존했죠. 서로 다른 감상에 어긋난다는 건 우려와 달리 참으로 기분 좋은 균열이었습니다. 다른 의견이 오가도 모두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거든요. 나와 같은 생각에 하염없이 기뻐하고 다른 생각에 거리낌 없이 감탄할 수 있는 북클럽의 분위기가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 보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책에 대한 머릿속 해상도가 곱절로 선명해졌습니다. 모닝 오너 해영 님도 저와 비슷하게 느끼셨나 봐요.

“저는 북클럽이 처음이었는데요! 제 독서 세계가 엄청나게 확장되는 느낌이었답니다! 서로 인상 깊은 구절을 나눌 때 제 책에도 같은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으면 그게 너무나도 신이 나더라구요!! 공감을 나눌 땐 신났고, 타인의 새로운 시각으로 책을 바라봤을 때는 기뻤어요. 꽤나 긴 시간이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일까요!”

저 역시 밑줄을 신나게 그어 가며 읽었는데요. 북클럽에 함께한 모닝 오너 대부분이 다음 문장 아래에 진한 선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끔씩 내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이 들고 뉴욕 사람들이 모두 동류로 느껴질 때면, 이런 우정들은 느슨하게 연결된 목걸이의 구슬처럼 느껴진다. 각각이 서로 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모두 내 목 아래쪽에 가볍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내게 마법 같은 따스한 연결감을 불어넣어주는 구슬.’

이 구절에서 Achim을 떠올리신 분이 많았어요. 적당히 느슨하되 헐겁지 않은 아침과 모닝 오너, 모닝 오너와 모닝 오너간의 관계를 다 함께 연상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경이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커뮤니티에서 느슨하게 연결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가끔은 밀착하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비비언 고닉도 어느 대목에서 짚어준 외로운 감정, 거기서 나타난 욕심 같기도 한데, "연결은 어디에나 있지 특정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어요. 그리고 Achim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네요!”



다양한 생각을 나누며 하나로 연결된 첫 번째 북클럽. 처음 진행됐기에 서툰 점도 있었습니다.

“북클럽 흥미로웠어요. 일단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된 게 큰 수확이었고요, 여러분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책을 더 곱씹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만 장소가 좀 소란스러워서, 게다가 아마도 제가 출입구와 카운터 쪽에 앉아서 더 그런 거겠지만, 각종 소음 때문에 다른 분들 목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해서 좀 아쉬웠어요. 다음번에 또 북클럽을 하게 된다면 조금 더 조용하거나 독립된 룸이 있는 곳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June 님도 말씀해 주셨는데, 읽는 시간을 조금 당겨서 타이트하게 만나도 좋을 거 같아요. 우리가 한 달 만에 만난 거였..나요? 2주 정도로 줄여도 좋을 거 같고! 리드하시는 분의 스타일에 따라 다를 테지만, 개인적으로 독서 모임 진행해 본 바로는 중간에 ‘읽는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도 도움이 되었어요. 이를테면 1주차, 2주차, 3주차 각 주마다 읽는 분량을 정하고 얘기해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현장에서 진행할 때 2시간 이상 넘어갈 때는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했습니당. 사실 소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여서 다 듣고 나오긴 했는데, 끝나는 시간을 정해두면 어떨까 싶어요!”

3월 11일, 두 번째 북클럽이 시작되는데요. 위에 적은 모닝 오너 뚜비두 님과 경이 님의 말씀을 새겨 더욱 섬세히 준비해야겠습니다. 북클럽은 앞으로 꾸준히 진행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모더레이터로 참여하고 싶으시다면 Achim에게 언제든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

저는 어서 두 번째 북클럽 선정 도서인 레슬리 제이미슨의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를 사러 가야겠습니다. 이렇게 ‘함께 읽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Written by Doyeon

Photographed by Daw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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