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술 작품 감상 플랫폼 BGA에선 Achim 에디터들이 선정한 작품과 그에 대한 감상을 담은 에세이가 발행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Achim 커뮤니티 슬랙 ACC(Achim Community Center)에선 'Writing on Canvas' 허들링이 진행되었어요. 모닝 오너들이 밤 11시에 작품과 글을 감상한 뒤, 다음 날 아침 맑게 갠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감상문을 써 #morning-writing 채널에 나누었죠.
어느 때보다 온기 가득했던 5일간의 기록을 나눕니다. 1일 차 호상근 작가님의 작품 <Bird’s Pond>와 Achim 에디터 진, 그리고 모닝 오너분들의 글을 감상해보세요. 예술이 던져준 생각을, 거기서 자라난 나만의 기록을 말입니다.

<Bird’s Pond>, 호상근
종이에 연필, 색연필, 21cm x 29.7cm, 2022
출처 :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사랑의 연못>, Jin, Achim Editor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분수의 물줄기처럼 나를 높이, 더 높이 끌어올려주는 사랑을 갈망하던 날들이 있었다. 몰랐던 세상을 알려주고, 감겼던 눈을 뜨게 하는 사랑을 꿈꿨다. 20대 초반, 그런 사랑을 했다. 1분에 평균 80번씩 뛰는 심장처럼 생명력 넘치는 도시, 뉴욕은 사랑에 빠지기 완벽한 곳이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 둘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외로움의 허기를 달래는 교회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는 이방인 신분으로서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달래려 서로를 깊게 의지했다. 일할 때 빼고는 늘 함께였다. 둘의 마음은 조용한 목소리와 다르게, 엄청나게 시끄러웠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가까워졌다. 자유의 여신상이 높이 든 횃불은 사랑의 징표였다. 집으로 돌아가 잠들기 전까지 전화를 붙잡고 긴 밤을 지새우고 난 뒤에도, 틈만 나면 편지를 썼다. 편지의 맺음말은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한 단어로 갈음했다. “전율!”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전율’의 의미를 찾아보면 뜻이 두 갈래로 나뉜다.
- [명사] 몸이 떨릴 정도로 감격스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명사] 몹시 무섭거나 두려워 몸이 벌벌 떨림
맞다. 우리의 전율에는 두려움도 있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진리를 애써 외면했지만,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분수도 겨울이 되면 물이 얼고 작동을 멈추듯, 이 사랑에도 겨울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8년 뒤, 분수는 서서히 작동을 멈췄다. 아주 서서히 사랑이 다했다.
그리고 이어진 사랑은 바다같이 깊었지만 파도처럼 위험했고, 그다음은 호수같이 고요하고 맑았지만 그 지독한 투명함 속으로 끌려가다간 곧 익사할 것만 같아 재빨리 헤엄쳐 나왔다. 이제는 조금 다른 사랑을 소망한다. 수심이 얕아 햇빛이 물 바닥까지 닿아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연못 같은 사랑. 그곳은 안전하고 평온하다. 새도, 사람도 언제든 쉬어 갈 수 있다. 아침이 되면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이 어젯밤 걱정을 말끔히 걷어낸다. 봄이 되어 벚꽃 비가 내리면 분홍 빛 물결로 낭만을 선물하고, 가을이 되어 낙엽이 물 위로 떨어지면 가만히 두어 배를 띄우는 넉넉한 사랑. 그 사랑이 내 영혼을 포근히 덮으면 마침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다.
Essays of Morning Owners
아침 8시에 일어나 얼마 전 일영모에서 소개된 Wild Pink의 'Amalfi'를 들으며, 호상근 작가와 윤진 님의 글을 읽고 그림을 다시 한번 들여다본 후 써 내려간 글.
모순투성이인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일상이 오늘도 흘러가고 있다. 얼른 일어나 아침 햇빛을 맞이하고 싶지만, 따뜻한 이불 속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마음.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만, 결국 마주하게 될 과제 폭탄의 하루가 두렵기도 한 마음. 일하러 가는 게 죽어도 싫지만, 오늘은 어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까 설레는 마음들. 그토록 피하고 싶어하는 새에게 깨끗한 물로 연못을 만들어주는 마음도 그런 마음들 중 하나 아닐까? 이전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생각을 지양하고 항상 일관된 태도로 소나무처럼 세상을 대하고자 했다. 그런 가치관이 나를 안심하게 했으나, 어떨 때는 옥죄기도 했다. 그런데 윤진 님의 인터뷰 영상 중 ‘양가적인 감정은 곧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다)'라는 말을 듣고, ‘아, 나는 버드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는 굳세어 그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되, 바람에 자유롭게 흩날리기도 하는 그런.
지난날의 나의 사랑을 돌아보자면, 어떤 때는 대나무처럼 굳세다 바람에 못 이겨 부러지기도, 또 어떤 때는 목련꽃처럼 순수하다가도 금세 낙화해 한순간 더럽혀지기도 했다. 거센 물줄기에 꺾여가는 바위가 되기도, 과거를 인정하지 못하고 방어 기제에 휩싸여 내가 그 물줄기가 되기도. 사랑이 뭘까라는 물음에는 아직 답할 수 없지만, 연못 같은 사랑. 안전과 평온에 감사할 줄 알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Written by kaya
녹색이 무성한 잔디밭, 앙증맞은 하트 모양의 물그릇,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푸른 하늘을 닮은 물. 보자마자 눈이 맑아지며 평화가 느껴졌다. 이너피스가 그림이라면 딱 이 모습일까. 뒤이어 작은 새가 눈에 들어왔다. 호상근 작가의 소개를 들어보니, 이 새가 숨은 주인공이다. 인간의 연민을 마시는 새, 그것은 우리와 공생하는 공동체이자 기피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만큼은 새는 사랑받고 있다.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완성된 생명체로 남은 것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사랑할지 미워할지는 받아들이는 이에 달려 있다. 온갖 오물로 길바닥을 어지르는 새도 때때로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작가를 통해 예쁜 피사체로 기억될 이 새처럼. 이 새를 떠올리면 녹음과 맑은 물이 함께 생각날 것이다. 나의 두 눈도 부디 더 자주, 더 많이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내 마음의 그릇에도 맑고 고운 기억들로 가득 채워지길 소망한다.
Written by 영글
‘아침이 되면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이 어젯밤 걱정을 말끔히 걷어낸다.’
무성하고 환한 초록의 풀들 사이에 잔잔하고도 고요한 하트 연못. 새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래도 새들이 죽지 않길 바라는 인간의 양면. 이 마음에서 더 나아가 보면, 나의 못된 마음이 보인다. 타인을 무한대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연못이 계속 계속 채워진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깊이만큼 마음을 주지 않는 타인. 나와 너무나도 다른 타인. 그 모습을 보고 가시가 돋고 상처의 울타리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메마르게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 상처와 모진 마음이 연못을 뒤덮지 않게 정리하고 그 사람의 일상의 안녕을 빌어 주고 내 마음을 아낌없이 주는 것. 혼란스러운 어둠의 밤이 지나고 맑은 연못에 환한 미소를 비춰볼 수 있게. 그렇게 평범한 아침을 맞이하도록.
Written by 봄
찰나의 따뜻함
매일 같은 곳을 맴돈다 느끼는 날들이 잦았다. 일에 사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어느새 다시 밤. 하루를 마무리 하고 다가올 내일을 준비할 새도 없이 밤은 계속해서 깊어간다. 이런 무채색 같은 하루들이 쌓여가던 요즘, 사랑의 연못은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초록이 무성한 그림을 보며 많은 것이 피어날 앞으로의 봄이 기대되었고, 작가의 말을 들으며 오늘 내가 목을 축인 물그릇은 무엇이었나 돌이켜보았다.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이 반가웠던 아침. 점심시간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여 따뜻한 햇살을 누리며 산책하던 30분. 좋아하는 동료분의 생일을 축하했던 것. 뭉뚱그린 하루 사이사이 찰나의 따뜻함이 있었다. 언제든 찰나의 따뜻함을 비춰볼 수 있게 나의 물그릇에도 물이 마르지 않도록 넉넉히 담아두어야겠다.
Written by 땀비
새의 연못, 연못은 이미 손님을 맞은 것 같기도 혹은 손님을 위해 가득 채워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푸르른 숲의 배경이 부드럽게 풀어져 맑고 뚜렷한 색채로 꿈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반면 장면 자체는 굉장히 정적인 느낌인데, 아마 제목이기도 한 중앙부의 연못과 새가 배경과는 다르게 분명한 경계로 표현되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연못은 오로지 저 새만을 위한 연못 같기도, 혹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수많은 새들을 위한 연못 같기도 하다. 한참을 바라보니 외로운 새가 하트 모양의 연못으로 사랑의 마음을 대변해 친구들을 부르는 스토리에 마음이 실린다.
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워. 놀러와줘.
Written by 해영
보자마자 어제 해운대 앞바다에서 본 갈매기 떼와 그 옆에 있던 너가 떠올랐어. 모여든 갈매기 떼들을 보며 바로 옆 마트에서 새우깡을 사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여 있는 갈매기 떼를 징글맞게 여기며 피해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늘 후자인 편이면서도 너가 “새우깡 사다줄 테니 던져 볼래?”라고 말해줄 때만큼은 아주 잠깐 마음이 흔들렸어. 정말 까딱 잘못하면 “응 그러자.”라고 할 뻔했어. 새우깡이 다 털리고 난 뒤로는 갈매기 백 마리한테 쫓기는 모녀를 보곤 그러지 않기를 백 번 천 번 잘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맑고 깨끗한 물그릇 위에 앉아있으면서도 마시지 않고 앉아 쉬기만 하는 새를 보며 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이 주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지 못하고 항상 의심하면서도 늘 애정을 목말라하며 남의 어깨를 찾아 기대는 나. 다른 사람의 따뜻한 애정을 마시지 못하면 비리비리해지는 나. 내가 줄 수 있는 건 한 개도 없으면서 남이 주는 마음은 쉽게 받아 마시는 나. 그런 나임을 너무 잘 알기에 늘 혼자서도 괜찮은 연습을 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파란 하늘만을 담은 물그릇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전부 괜찮다고, 쉬고 싶은 만큼 쉬다 가라고 말해 주는 이물질 없는 사랑 같아서 그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그렇다. 내 마음이 아무리 어지럽고 복잡해도 주변을 둘러보면 뽀얗고 예쁜 깨끗한 마음이 있다. 잡초 말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벌판에도 사랑은 있다. 오늘도 혼자가 되는 연습보다는 내 주변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연습을 해야겠다 결심하는 아침이다.
Written by 서현정
똑 떨어지는 하트 모양의 작은 연못. 그 물은 찰방찰방 얕아 보인다. 새들은 종종 연못에 와서 조심스레 목만 축일 뿐 발을 담그진 않는다. 우물 근처에서 재잘거리다 하늘로 다시 올라간다. 연못은 사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로, 땅끝까지 뻗어 있다. 사람이 잠기면 빠져나오지 못할 깊이다. 그래서 사람의 접근은 막아 놓았고, 새들만을 위한 연못으로만 기능한다. 새들은 몸이 가볍고 민첩하니까 사고 날 일이 없다. 사람들은 우물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하지 못한다. 처음에도, 거기에 발을 담구고 있어도 한동안은 모른다. 예쁜 연못에 속아 발을 계속 들여놓으면 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입고 있던 옷은 젖고 숨이 막혀 온다. 우물 밖에선 상대가 잘 보였지만, 안에선 상대는 흐려지고 내 얼굴만 보이게 된다. 빠져나오려는 순간 때는 늦었다. 우물 밖에서 새들이 짹짹이며 날 비웃고 있는 게 보인다. 운 좋게 빠져나온다면 다시는 빠지지 않겠다고 읊조리며 돌아간다. 우물은 두려운 깊이의 사랑이다.
Written by 강민정
저는 밀당하는 걸 싫어해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마음을 그렇게 숨겨야 하나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 나이에 열 개 중에 하나가 좋다고 해서 사랑에 뛰어들 수 없지 않을까요. 이제는 하나라도 어긋나면 망설이게 되는 그런 나이인 걸요.
사랑은 할 때마다 새롭고 달라서 어렵다. 바다처럼 깊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가도 그 심해에는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 몰라 불안하고, 내 마음은 호수요 하는 사람을 만나서 안정적인 만남을 하고 싶다가도 너무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싶다. 그런데 연못 같은 사랑이라니. 상대적으로 크기도 작고 속이 다 보여서 시시하지 않을까 싶은데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
결혼 상대로 가장 좋은 건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 주는 것이라는데. 적당히 속이 보이고 외부의 변화에 따라 적당히 재미있을 수 있는.
연못 같은 사랑, 궁금하다.
Written by 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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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술 작품 감상 플랫폼 BGA에선 Achim 에디터들이 선정한 작품과 그에 대한 감상을 담은 에세이가 발행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Achim 커뮤니티 슬랙 ACC(Achim Community Center)에선 'Writing on Canvas' 허들링이 진행되었어요. 모닝 오너들이 밤 11시에 작품과 글을 감상한 뒤, 다음 날 아침 맑게 갠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감상문을 써 #morning-writing 채널에 나누었죠. 어느 때보다 온기 가득했던 5일간의 기록을 나눕니다. 1일 차 호상근 작가님의 작품 <Bird’s Pond>와 Achim 에디터 진, 그리고 모닝 오너분들의 글을 감상해보세요. 예술이 던져준 생각을, 거기서 자라난 나만의 기록을 말입니다.
<Bird’s Pond>, 호상근
종이에 연필, 색연필, 21cm x 29.7cm, 2022
출처 :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사랑의 연못>, Jin, Achim Editor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분수의 물줄기처럼 나를 높이, 더 높이 끌어올려주는 사랑을 갈망하던 날들이 있었다. 몰랐던 세상을 알려주고, 감겼던 눈을 뜨게 하는 사랑을 꿈꿨다. 20대 초반, 그런 사랑을 했다. 1분에 평균 80번씩 뛰는 심장처럼 생명력 넘치는 도시, 뉴욕은 사랑에 빠지기 완벽한 곳이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 둘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외로움의 허기를 달래는 교회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는 이방인 신분으로서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달래려 서로를 깊게 의지했다. 일할 때 빼고는 늘 함께였다. 둘의 마음은 조용한 목소리와 다르게, 엄청나게 시끄러웠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가까워졌다. 자유의 여신상이 높이 든 횃불은 사랑의 징표였다. 집으로 돌아가 잠들기 전까지 전화를 붙잡고 긴 밤을 지새우고 난 뒤에도, 틈만 나면 편지를 썼다. 편지의 맺음말은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한 단어로 갈음했다. “전율!”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전율’의 의미를 찾아보면 뜻이 두 갈래로 나뉜다.
맞다. 우리의 전율에는 두려움도 있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진리를 애써 외면했지만,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분수도 겨울이 되면 물이 얼고 작동을 멈추듯, 이 사랑에도 겨울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8년 뒤, 분수는 서서히 작동을 멈췄다. 아주 서서히 사랑이 다했다.
그리고 이어진 사랑은 바다같이 깊었지만 파도처럼 위험했고, 그다음은 호수같이 고요하고 맑았지만 그 지독한 투명함 속으로 끌려가다간 곧 익사할 것만 같아 재빨리 헤엄쳐 나왔다. 이제는 조금 다른 사랑을 소망한다. 수심이 얕아 햇빛이 물 바닥까지 닿아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연못 같은 사랑. 그곳은 안전하고 평온하다. 새도, 사람도 언제든 쉬어 갈 수 있다. 아침이 되면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이 어젯밤 걱정을 말끔히 걷어낸다. 봄이 되어 벚꽃 비가 내리면 분홍 빛 물결로 낭만을 선물하고, 가을이 되어 낙엽이 물 위로 떨어지면 가만히 두어 배를 띄우는 넉넉한 사랑. 그 사랑이 내 영혼을 포근히 덮으면 마침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다.
Essays of Morning Owners
아침 8시에 일어나 얼마 전 일영모에서 소개된 Wild Pink의 'Amalfi'를 들으며, 호상근 작가와 윤진 님의 글을 읽고 그림을 다시 한번 들여다본 후 써 내려간 글.
모순투성이인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일상이 오늘도 흘러가고 있다. 얼른 일어나 아침 햇빛을 맞이하고 싶지만, 따뜻한 이불 속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마음.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만, 결국 마주하게 될 과제 폭탄의 하루가 두렵기도 한 마음. 일하러 가는 게 죽어도 싫지만, 오늘은 어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까 설레는 마음들. 그토록 피하고 싶어하는 새에게 깨끗한 물로 연못을 만들어주는 마음도 그런 마음들 중 하나 아닐까? 이전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생각을 지양하고 항상 일관된 태도로 소나무처럼 세상을 대하고자 했다. 그런 가치관이 나를 안심하게 했으나, 어떨 때는 옥죄기도 했다. 그런데 윤진 님의 인터뷰 영상 중 ‘양가적인 감정은 곧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다)'라는 말을 듣고, ‘아, 나는 버드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는 굳세어 그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되, 바람에 자유롭게 흩날리기도 하는 그런.
지난날의 나의 사랑을 돌아보자면, 어떤 때는 대나무처럼 굳세다 바람에 못 이겨 부러지기도, 또 어떤 때는 목련꽃처럼 순수하다가도 금세 낙화해 한순간 더럽혀지기도 했다. 거센 물줄기에 꺾여가는 바위가 되기도, 과거를 인정하지 못하고 방어 기제에 휩싸여 내가 그 물줄기가 되기도. 사랑이 뭘까라는 물음에는 아직 답할 수 없지만, 연못 같은 사랑. 안전과 평온에 감사할 줄 알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Written by kaya
녹색이 무성한 잔디밭, 앙증맞은 하트 모양의 물그릇,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푸른 하늘을 닮은 물. 보자마자 눈이 맑아지며 평화가 느껴졌다. 이너피스가 그림이라면 딱 이 모습일까. 뒤이어 작은 새가 눈에 들어왔다. 호상근 작가의 소개를 들어보니, 이 새가 숨은 주인공이다. 인간의 연민을 마시는 새, 그것은 우리와 공생하는 공동체이자 기피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만큼은 새는 사랑받고 있다.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완성된 생명체로 남은 것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사랑할지 미워할지는 받아들이는 이에 달려 있다. 온갖 오물로 길바닥을 어지르는 새도 때때로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작가를 통해 예쁜 피사체로 기억될 이 새처럼. 이 새를 떠올리면 녹음과 맑은 물이 함께 생각날 것이다. 나의 두 눈도 부디 더 자주, 더 많이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내 마음의 그릇에도 맑고 고운 기억들로 가득 채워지길 소망한다.
Written by 영글
‘아침이 되면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이 어젯밤 걱정을 말끔히 걷어낸다.’
무성하고 환한 초록의 풀들 사이에 잔잔하고도 고요한 하트 연못. 새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래도 새들이 죽지 않길 바라는 인간의 양면. 이 마음에서 더 나아가 보면, 나의 못된 마음이 보인다. 타인을 무한대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연못이 계속 계속 채워진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깊이만큼 마음을 주지 않는 타인. 나와 너무나도 다른 타인. 그 모습을 보고 가시가 돋고 상처의 울타리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메마르게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 상처와 모진 마음이 연못을 뒤덮지 않게 정리하고 그 사람의 일상의 안녕을 빌어 주고 내 마음을 아낌없이 주는 것. 혼란스러운 어둠의 밤이 지나고 맑은 연못에 환한 미소를 비춰볼 수 있게. 그렇게 평범한 아침을 맞이하도록.
Written by 봄
찰나의 따뜻함
매일 같은 곳을 맴돈다 느끼는 날들이 잦았다. 일에 사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어느새 다시 밤. 하루를 마무리 하고 다가올 내일을 준비할 새도 없이 밤은 계속해서 깊어간다. 이런 무채색 같은 하루들이 쌓여가던 요즘, 사랑의 연못은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초록이 무성한 그림을 보며 많은 것이 피어날 앞으로의 봄이 기대되었고, 작가의 말을 들으며 오늘 내가 목을 축인 물그릇은 무엇이었나 돌이켜보았다.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이 반가웠던 아침. 점심시간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여 따뜻한 햇살을 누리며 산책하던 30분. 좋아하는 동료분의 생일을 축하했던 것. 뭉뚱그린 하루 사이사이 찰나의 따뜻함이 있었다. 언제든 찰나의 따뜻함을 비춰볼 수 있게 나의 물그릇에도 물이 마르지 않도록 넉넉히 담아두어야겠다.
Written by 땀비
새의 연못, 연못은 이미 손님을 맞은 것 같기도 혹은 손님을 위해 가득 채워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푸르른 숲의 배경이 부드럽게 풀어져 맑고 뚜렷한 색채로 꿈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반면 장면 자체는 굉장히 정적인 느낌인데, 아마 제목이기도 한 중앙부의 연못과 새가 배경과는 다르게 분명한 경계로 표현되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연못은 오로지 저 새만을 위한 연못 같기도, 혹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수많은 새들을 위한 연못 같기도 하다. 한참을 바라보니 외로운 새가 하트 모양의 연못으로 사랑의 마음을 대변해 친구들을 부르는 스토리에 마음이 실린다.
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워. 놀러와줘.
Written by 해영
보자마자 어제 해운대 앞바다에서 본 갈매기 떼와 그 옆에 있던 너가 떠올랐어. 모여든 갈매기 떼들을 보며 바로 옆 마트에서 새우깡을 사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여 있는 갈매기 떼를 징글맞게 여기며 피해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늘 후자인 편이면서도 너가 “새우깡 사다줄 테니 던져 볼래?”라고 말해줄 때만큼은 아주 잠깐 마음이 흔들렸어. 정말 까딱 잘못하면 “응 그러자.”라고 할 뻔했어. 새우깡이 다 털리고 난 뒤로는 갈매기 백 마리한테 쫓기는 모녀를 보곤 그러지 않기를 백 번 천 번 잘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맑고 깨끗한 물그릇 위에 앉아있으면서도 마시지 않고 앉아 쉬기만 하는 새를 보며 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이 주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지 못하고 항상 의심하면서도 늘 애정을 목말라하며 남의 어깨를 찾아 기대는 나. 다른 사람의 따뜻한 애정을 마시지 못하면 비리비리해지는 나. 내가 줄 수 있는 건 한 개도 없으면서 남이 주는 마음은 쉽게 받아 마시는 나. 그런 나임을 너무 잘 알기에 늘 혼자서도 괜찮은 연습을 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파란 하늘만을 담은 물그릇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전부 괜찮다고, 쉬고 싶은 만큼 쉬다 가라고 말해 주는 이물질 없는 사랑 같아서 그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그렇다. 내 마음이 아무리 어지럽고 복잡해도 주변을 둘러보면 뽀얗고 예쁜 깨끗한 마음이 있다. 잡초 말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벌판에도 사랑은 있다. 오늘도 혼자가 되는 연습보다는 내 주변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연습을 해야겠다 결심하는 아침이다.
Written by 서현정
똑 떨어지는 하트 모양의 작은 연못. 그 물은 찰방찰방 얕아 보인다. 새들은 종종 연못에 와서 조심스레 목만 축일 뿐 발을 담그진 않는다. 우물 근처에서 재잘거리다 하늘로 다시 올라간다. 연못은 사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로, 땅끝까지 뻗어 있다. 사람이 잠기면 빠져나오지 못할 깊이다. 그래서 사람의 접근은 막아 놓았고, 새들만을 위한 연못으로만 기능한다. 새들은 몸이 가볍고 민첩하니까 사고 날 일이 없다. 사람들은 우물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하지 못한다. 처음에도, 거기에 발을 담구고 있어도 한동안은 모른다. 예쁜 연못에 속아 발을 계속 들여놓으면 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입고 있던 옷은 젖고 숨이 막혀 온다. 우물 밖에선 상대가 잘 보였지만, 안에선 상대는 흐려지고 내 얼굴만 보이게 된다. 빠져나오려는 순간 때는 늦었다. 우물 밖에서 새들이 짹짹이며 날 비웃고 있는 게 보인다. 운 좋게 빠져나온다면 다시는 빠지지 않겠다고 읊조리며 돌아간다. 우물은 두려운 깊이의 사랑이다.
Written by 강민정
저는 밀당하는 걸 싫어해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마음을 그렇게 숨겨야 하나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 나이에 열 개 중에 하나가 좋다고 해서 사랑에 뛰어들 수 없지 않을까요. 이제는 하나라도 어긋나면 망설이게 되는 그런 나이인 걸요.
사랑은 할 때마다 새롭고 달라서 어렵다. 바다처럼 깊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가도 그 심해에는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 몰라 불안하고, 내 마음은 호수요 하는 사람을 만나서 안정적인 만남을 하고 싶다가도 너무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싶다. 그런데 연못 같은 사랑이라니. 상대적으로 크기도 작고 속이 다 보여서 시시하지 않을까 싶은데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
결혼 상대로 가장 좋은 건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 주는 것이라는데. 적당히 속이 보이고 외부의 변화에 따라 적당히 재미있을 수 있는.
연못 같은 사랑, 궁금하다.
Written by 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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