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After Writing on canvas 허들링 #2

Achim Dawua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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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술 작품 감상 플랫폼 BGA에선 Achim 에디터들이 선정한 작품과 그에 대한 감상을 담은 에세이가 발행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Achim 커뮤니티 슬랙 ACC(Achim Community Center)에선 'Writing on Canvas' 허들링이 진행되었어요. 모닝 오너들이 밤 11시에 작품과 글을 감상한 뒤, 다음 날 아침 맑게 갠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감상문을 써 #morning-writing 채널에 나누었죠. 어느 때보다 온기 가득했던 5일간의 기록을 나눕니다. 2일 차 김민수 작가님의 작품 <낮잠>과 Achim 에디터 민형, 그리고 모닝 오너분들의 글을 감상해보세요. 예술이 던져준 생각을, 거기서 자라난 나만의 기록을 말입니다.




<낮잠>, 김민수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53*53, 2022

출처 :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나의 섬, 제주>, Minhyung, Achim Editor

여름의 증거물이 가을과 줄다리기하며 아슬아슬하게 계절을 지키고 있을 때면, 나는 자연히 집을 떠나 제주에 온다. 네 계절 사이 굳이 이 계절을 선택한 이유를 찾자면,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그’의 강요 아닌 강요와 지난 세월 동안 그와 함께 만들어온 일종의 루틴 때문이었다. 그 루틴이란 요즘 같은 계절, 도시에서 벗어나 바다를 옆에 두고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우리는 이번에도 루틴을 깨지 않고 이어 올 수 있었다.

나는 그와 함께 제주 동쪽에 있는 작은 해안가 마을 안에 있는 작은 숙소에서 약 2주간 머물렀다. 그곳은 지금껏 지냈던 숙소와 다르게 작고 협소한 공간이지만, 작은 마당과 함께 거실 벽면 가로로 길게 뻗은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다 풍경이 부딪힐듯 다가왔기에 작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제주도 생활은 도시에서 보내는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리를 띠 두른 환경이 달랐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밤하늘 별처럼 반짝이는 푸른 바다를 등에 업고 산책했다. 그리고 겨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청귤 밭을 걷기도 했는데 간혹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떨어진 귤을 몰래 맛보다 새콤함에 혼이 나기도 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그 이후에는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 흥미가 떨어지면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잤다.

나는 이곳에서 유독 평온히 쉴 수 있었다. 갑작스레 내 몸을 향해 손을 뻗는 사람도 없었고, 큰 소리로 귀를 울리는 클락션 소리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나를 평온하게 만든 건 적갈색의 흙과 푸릇한 풀잎이 만드는 코를 찌르는 듯한 향기였다. 그래서 산책을 하는 내내 그 향기를 쫒으며 최대한 많은 양의 숨을 가슴속 깊이 들이마시려고 노력했었는데, 그 덕분에 포근한 낮잠을 잘 수 있었고 깊은 밤을 깨지 않고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일상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 바다에 가고, 커다란 나무들로 가득했던 숲을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침대 위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그를 어서 빨리 깨워야 했는데, 나는 신발장 사이에 놓인 목줄을 가져와 그의 앞에서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제야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내게 단단히 목줄을 채우고, 밖을 나섰다. 하늘은 맑고 투명한 햇살로 가득했다. 나는 즐거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뒤따르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눈가에 작은 주름과 함께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나는 즐거운 기분을 발판 삼아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뛰었다. 그와 함께, 바다가 있는 곳으로.




Essays of Morning Owners


5월의 스며드는 낮잠을 떠올린다. 창밖으로는 쉴새 없이 초록이 일렁이고 나는 창문을 열고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다. 이불은 한쪽 다리에만 걸친 채 창밖에서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과 햇볕 내음을 느껴본다. 바스락바스락 이불을 헤집어 보며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고 현실과 잠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다 결국 얕게 일렁이며 가라앉는다. 너무 강하지 않은 햇빛과 미지근한 바람, 오후 세네 시 정도의 적절한 시간까지 조화롭게 어울려야만 즐길 수 있는 달콤함이라, 그날의 낮잠은 시간이 흘러도 짙은 감각으로 남아 있다.

파란 베개와 같은 색으로 그려진 편안한 자세의 강아지가 마치 베개와 이어져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굵은 선으로 표현되어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오늘의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며 나는 지난 5월 나의 낮잠으로 스며든다.

Written by 땀비



낯섦보단 익숙함을 선호한다. 불안정한 삶 속에서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귀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지기까지의 과정이 지난할수록 그 편안함은 더욱 소중하다. 허나 때때로 불현듯 찾아오는 익숙함에서의 생경함이 반가울 때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날엔 그 낯섦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자주 걷던 한강이 유달리 아름다웠던 어느 휴일의 오후, 오랜만에 펼쳐본 옛 친구와의 편지에서 발견하는 재미 등. 익숙함을 비트는 특별한 순간은 되도록 오래 기억되도록 글과 사진에 담아 두려 한다. 오늘 만난 김민수 작가의 <낮잠>이란 그림처럼.

<낮잠> 속의 반려견을 보자마자 편안함이 밀려왔다. 그 모습을 귀엽게 포착한 작가와 반려견이 얼마나 따뜻한 관계로 이어져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한 침대, 반쯤 감긴 개의 눈과 나른하게 풀어진 몸에서 풍기는 평온함은, 반려견에 대한 사랑의 깊이와 시간을 짐작케 한다. 동시에 작가가 그 순간에 느꼈을 편안함을, 그때 그의 마음 속에 피어났을 또 한 번의 깊은 사랑을 상상해 본다. 평온했기에 더 소중했을 시간, 그 찰나에 지었을 작가의 얼굴을 그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Written by 영글



노릇한 장판 위 두꺼운 이불에 살포시 누워 있는 강아지. 자세만 봐도 나른함이 몰려온다. 금방이라도 눈을 감고 꿈 속으로 풍덩 빠질 것처럼.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낮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성인이 되고 직장을 다니면서 꽤나 잠이 중요해졌다. 나에게 달콤한 건 사탕이 아닌 낮잠.

아무 약속 없는 주말 아침, 집밥을 간단하게 먹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스르르 낮잠의 세계로 진입하는 순간. 이 순간이 꽤나 달콤하다.

이번 주는 3월 1일 공휴일이 있는 주라 3일의 자유가 생긴다. 다디단 낮잠을 잘 수 있기를.

Written by 봄



야옹이(실명)가 평온하게 잠들어 있던(퇴근하고 세 시간을 달려 고향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야옹이가 잠들었다’고 실제로 표현했다. 잠깐 글자 그대로 믿어 버렸다. 야옹이가 죽는 일 대신 자는 일이 기적적으로 일어났다고 말이다) 모습과 백구가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이 백구한테는 미안하지만 똑같다.

<낮잠> 사본에는 왼쪽 바깥에 엄마가 앉아 있다(몇 시간째일까?). 이불 위에 재운 야옹이를 닳지 않을 정도로 쓰다듬는 손이 그림 속을 왔다 갔다 한다. 자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도 다리가 풀려 주저앉거나 입을 틀어막은 채 울지 않는 나는 Z축 바깥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 있다. 세 식구가 다 모였는데 아무도 없는 소리가 난다.

백구가 침구를 알맞게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얘 또한 누군가의 상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감긴 눈을 적어도 2천 번은 더 떠보았으면.

Written by 강미리


김민수 작가님은 개를 키우는게 분명하다. 우리 집 개들도 낮에는 늘 저렇게 누워 있다. 그림처럼 눈을 안 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눈 뜨고 가만히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늘 궁금하다. 베개와 이불은 필수다. 그림 속 하얀 개도 단정한 집 안에서 익숙한 자리에 편안하게 쉬고 있다. 개의 시선이 닿는 곳 화폭 너머에는 왠지 아궁이가 딸린 부엌이 있을 것만 같다. 저 하얀 개가 그 시선으로 언제나 그랬듯 부지런히 집 안 곳곳을 정돈하는 주인분을 바라보고 있는 게 상상이 된다. 이번 그림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색감과 스토리다.

Written by 해영



완벽한 낮잠의 조건

침대에 누워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 낮잠을 자려고 했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속눈썹에 자꾸 맴돌기 때문이다. 적막함이 요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실내에서 햇볕에 몸을 뉘일 수 있다는 건 호사다.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볼 수 있는 여유가 좋다. 이불은 들러붙지 않고 서걱거리면서 몸에 맞다. 실내 온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쾌적하다. 급할 것은 없다. 목마를 때 마실 물도 머리맡에 준비해 놨다. 낮잠 시간은 준비가 많이 필요하고 마음 내어 마련해야 하는 시간이다. 정작 나는 이 완벽한 조건에서 잠을 자 버리기 아까워 눈을 뜨고 있는다.

Written by 강민정



벌써 제주에 갈 때가 다가왔는가. 아직은 손이 시려운 패딩과 코트 사이의 계절이지만 마음에는 벌써 봄이 왔는데 말이지. 어쩌다 보니 지난 2년 동안 내 생일이 있는 봄마다 루틴처럼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제는 가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아쉽게 됐는데 올해는 일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일상에서 떠나 제주 바다 소리를 들으며 자는 낮잠은 얼마나 평화로울까. 단잠에서 기분 좋게 깨어 노을이 지기 조금 전 바다를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당장은 떠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렇게 그림을 보며 힐링을 하고 위안을 얻어 본다.

Written by 뚜시



몽골인들은 반려견이 죽어도 많이 슬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댄다. 왜냐하면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환생할 테니. 개의 죽음은 안타까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다음은 더 나은 생을 살기를 바라며 조금은 축하하는 마음으로 보내줘야 한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반려동물 화장터에서 모두 힐끗힐끗 쳐다볼 정도로 꺼이꺼이 울며 첫 반려견을 보내주었던 내가 이 사실을 조금 더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다.

저 개가 누워 있는 이불 밑은 얼마나 따끈하고 구수할까. 하얗고 긴 꼬리를 보니 털이 솜털처럼 부드럽고 빵빵해서 솜솜이라고 불렀던 그리운 내 동생이 유난히 더 생각이 난다. 최근에 미키를 보내 준 친구에게도, 15살이 되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여야 하는 귀순이랑 함께 사는 친척 언니에게도 이 작품을 보여 주고 싶다. 공교롭게도 솜솜이도 미키도 귀순이도 작고 하얀 강아지였다. 신나게 밖을 산책하고 돌아와 사람이 자는 침대에 뻔뻔스레 올라와 낮잠을 자는 하얀 개였다. 나이를 먹고 털 여기저기가 조금 누렇게 변하고 숱이 줄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친구였음을.

Written by 서현정



한창 우울하고 무기력했을 때,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때웠던 시기가 있다. 눈을 뜨면 다시 감기를 반복하다 깨어보니 저녁인 것은 기본, 아침 일찍 일어나도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일어나서 집안일을 하더라도 낮잠을 자던 그런 시기. 그때는 낮잠이 나를 더 우울하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만 같았다. 당장에는 달아서 삼키지만, 멀리 볼 것도 없이 나의 우울한 마음을 더 살찌워 키우는 그런 불량식품과도 같았다.

지금의 내 낮잠은 따뜻하다. 햇살 좋은 오후,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인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다. 부드러운 핑크색 극세사 모포를 덮고, 쨍한 햇살이 내 발치까지 드리울 때, 나는 기분 좋게 눈을 감는다. 삼십 분에서 한 시간 동안 나는 내 꿈속을 유랑하게 되었다.

Written by k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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