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After Writing on canvas 허들링 #3

Achim Dawua
2024-03-14
조회수 1333

2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술 작품 감상 플랫폼 BGA에선 Achim 에디터들이 선정한 작품과 그에 대한 감상을 담은 에세이가 발행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Achim 커뮤니티 슬랙 ACC(Achim Community Center)에선 'Writing on Canvas' 허들링이 진행되었어요. 모닝 오너들이 밤 11시에 작품과 글을 감상한 뒤, 다음 날 아침 맑게 갠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감상문을 써 #morning-writing 채널에 나누었죠. 어느 때보다 온기 가득했던 5일간의 기록을 나눕니다. 3일 차 호상근 작가님의 작품 <Trash Can with Plastic Trash>와 Achim 에디터 민형, 그리고 모닝 오너분들의 글을 감상해보세요. 예술이 던져준 생각을, 거기서 자라난 나만의 기록을 말입니다.






<Trash Can with Plastic Trash>, 호상근

종이에 연필, 색연필, 21x29.7cm, 2023

출처 :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꿀꺽>, Minhyung, Achim Editor

어쩌면 우리가 걷고 오르는 이 길과 저 산이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두 발 아래 닿아 있는 회색빛 시멘트 블록 그리고 적갈색 토지의 모습이, 수백 년 간 우리가 생산하고 무심하게 사용하다 버린 사물들이 퇴적하고 진화하며 생긴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과 저 하늘 위로 떠다니는 구름의 본래 생김새가 투명한 흰색 플라스틱이 아니었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만약 내 생각에 현실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넓은 대지의 본래 생김새는 어땠을지 그리고 무엇으로 이루어졌기에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나는 궁금하다.

모서리가 매끄럽게 다듬어진 쓰레기통을 우연히 출근길에 보았다.

우아한 곡선의 모습과 다르게 짙은 얼룩과 때 묻은 먼지가 두껍게 자리 잡은 쓰레기통은, 어떤 저항이나 반발 없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버리고 가는 물건을 말없이 주섬주섬 받아먹고 있었다. 묵묵부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쓰레기통의 모습을 나는 몇 분간 지켜보았다. 때마침 거리를 지나는 누군가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캔 커피의 옆구리를 강하게 찌그러트리며, 쓰레기통 속으로 넣는 것을 목격했다. 심하게 일그러진 캔은 쓰레기통 이곳 저곳에 부딪히며 알루미늄이 가진 사물의 원초적인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 캔은 그 형체를 완전히 잃거나 파손된 상태로 통 안에서 사물 고유 성질인 ‘소리’만은 잃지 않은 채로 차곡히 층을 쌓아 간다. 그리고 다시 차르륵 소리와 함께 어제자로 발행된 일간지가 통 안으로 떨어져 들어간다. 몇 분 후 다시 푸드덕 소리와 함께 누군가 먹고 버린 귤 껍질이 떨어져 들어간다.

쓰레기통은 쉬지않고 무언가로 가득 채워졌다. 꽃다발이 되기도 하고 곰 인형이 되기도 하면서. 결국 이렇게 가득 채워지다 보면 쓰레기통은 무게와 부피를 이기지 못해 물건이 들어 왔던 입구를 통해 다시 물건을 내뱉는다. 숨이 아직 붙어 있는 꽃다발, 색 바랜 귤껍질 같은 것을. 정확히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내뱉을지, 나는 알 수 없다. 그건 오롯이 쓰레기통의 의지다. 내일 다시 이곳을 지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한번 지켜봐야겠다. 채워지고 뱉어낸 것을.




Essays of Morning Owners


2월 29일이다. 보통 없는 날의 아침에 보통 하지 않는 리추얼을 시작하려니 신기한 마음이 된다. 첫 인상엔 온화한 우체통이었는데, 다시 들여다보니 쓰레기통이란다. 통끼리 팔자가 갈리는 것을 보면 참 우습지, 뭐가 달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니까. 비닐이 천사의 날개 같다는 대목을 보고 예전에 봤던 영화를 떠올린다. 존 트라볼타 주연의 <마이클>인가 하는 영화였는데... 배불뚝이 아저씨 같은데 실은 뜻밖에 천사인 존 트라볼타가 나오는 영화였다. 뜻밖에 천사인, 쓰고 보니 천상의 존재가 뜻 안의 무엇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내 곁의 천사들은 내 인지 밖의 것이고… 그렇담 사후와 사후의 전령에 대비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냥, 일상에서 주변을 천당 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아침.

Written by 김산하



호상근 작가의 중지 첫 번째 마디는 움푹 패여 둘레가 1cm 남짓이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뿌옇지 않으면 너무나 가느다란 선을 내뱉는 색연필로 이토록 쫀쫀한 색감을 자아내니까 말이다. 툭히나 이번 그림은 자동차 보닛처럼 매끈해 그것이 주는 쾌감만을 느껴도 시간이 다 간다. 이 그림의 회색, 곤색,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배경과 쓰레기통 밑 부분의 자잘하게 꺾이는 명암이 좋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이 아무 말 안 해도 인기 있는 것처럼 이 그림은 아무 사연 없이도 매력적이고 고귀하다. 그림 자체에서 조형미를 못 느껴 뜻과 사연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상근 작가의 그림이 주는 분명한 2차원의 쾌감이 오랜만이다.

Written by 강미리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쓰레기통이 아닌 새의 집인 줄 알았다. 작품 제목을 보고 나서야 쓰레기통인 줄 알게 되었다. 어제 퇴근길 다양한 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을 보아서였을까? 인간의 욕심으로 계속해서 야생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 가고 생존을 목표로 살아가게 된다. 인간은 무슨 자격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나 생각해 본다. 공원에 가 보면 높은 나무 사이사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매달아 둔 새집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인간의 오만함이라 생각해야 할까 최소한의 양심이라 생각해야 할까?

보통 한국의 쓰레기통은 거리에 드럼통처럼 놓여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작고 색도 화려한 쓰레기통이 매달려 있는 거리라니. 쓰레기통이 저렇게 작으면 비워야 하는 주기가 짧아질 텐데, 땅에 놓여 있는게 아니라 매달려 있어서 허리를 숙이지 않고 쉽게 비울 순 있겠다. 베를린에서는 쓰레기통이 주황색으로 통일되어 있나? 다양한 색들의 쓰레기통이 있다면 쓰레기통으로도 거리를 색색으로 물들일 수 있겠다. 오늘은 목요일이고 이번 주 마지막으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날이다. 내일은 휴일이니 오늘 꼭 정돈을 다 해두고 개운하게 연휴를 맞이해야지. 그림 하나로 여러 생각들이 이렇게 꼬리를 물고 문다.

Written by 땀비



쓰레기통이 예쁘다. 매끈한 아치형 뚜껑에 화사한 주황색 몸통. 철봉에 매달려 입을 아- 하고 벌린 모습이 어린아이 같아 귀엽다.

허나 이 친구를 기억하고 싶은 이유가 예쁜 모양새 때문만은 아니다. 쓸모를 지닌 것들은 아름답다. 찢어진 종이, 구겨진 담배 꽁초와 온갖 오물을 기꺼이 삼키는 쓰레기통도 그러하다. 쓰레기통은 자신의 쓸모로 주변을 정화하는 아름다운 존재다. 몸 안에 담긴 쓰레기로 악취가 나도, 외부 압력으로 찌그러지더라도, 자신의 이름에 ‘쓰레기’라는 말이 붙어도, 그것은 존재할 가치가 있다. 마땅히 사랑받아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모난 구석이 있고 모자란 부분이 있겠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한 고유한 쓸모가 있는 우리는 모두 아름답다. 언젠가 삼키기 어려운 역경과 실패로 스스로의 쓸모가 흔들리려 한다면, 오늘 본 주황색 쓰레기통을 기억할 것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이 사물을.

Written by 영글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건 꽤나 오래된 이야기다. 어쩌다 한 번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우리는 도시에서 쓰레기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삭막한 색감의 철제 박스, 도시의 흉물, 남 주긴 아깝고 내가 갖기는 싫은 존재가 아닐까. 더러워서 손에 닿기도 그 안을 들여다보기도 싫지만, 없으면 꽤나 곤란한 일들이 생기는 그런 존재.

쓰레기통 하나 없는데도 깨끗한 길을 보면 입을 틀어막고 감동한다. ‘헉! 사람들이 너무 깔끔해..!’ 서촌의 가장 애정하는 카레집 앞 골목이라든가, 옥인 연립 근처 주거 지역의 골목이라든가…

그림의 쓰레기통은, 그리고 그 쓰레기통을 그린 작가의 또 다른 쓰레기통 목격담은 꽤나 낭만적이다. 화병처럼 보이기도 하고, 천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니 호상근 작가를 좀 좋아하게 될 것 같다.

Written by kaya



모르는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길목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목격한 적은 없다. 그런데 길거리에는 출처 모를 일상 폐기물이 가득하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버리고 죄책감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무언가의 가면을 쓰고 우리 곁에 살아간다는 사랑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

그러나 호상근 작가가 포착한 쓰레기통을 보면, 그래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을 버리는 사람들 또한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게 된다. 작품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우체통인 줄 착각할 만큼 예쁜 색감의 반짝반짝 광이 나는 쓰레기통. 비닐이 둘러져 천사의 날개를 단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쓰레기통 안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의 쓸모를 잃은 무언가들이 가득할 것이다. 버려졌다고 해서 불결한 것이 아님을, 무엇을 바라보더라도 시선의 방향을 계속해서 바꿔 줄 필요가 있음을, 작품을 통해 배운다.

Written by 서현정



주황색 쓰레기통. 쓰레기통에 이렇게 쨍한 색깔을 쓰다니 인상 깊다. 윗쪽은 동글동글한 것이 우체통 같기도 하다. 그리고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게 아니라 전봇대인지 어떤 기둥인지 눈높이에 착 붙어 있는 것도 흥미롭다. 뒷쪽에 투명 비닐은 왜 쓰레기통에 알맞게 버려지지 못하고 껴 있는 걸까. 바람에 날아온 것인지 부피가 너무 커서 쓰레기통을 한가득 차지할까 봐 끼워둔 것인지.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쓰레기통도 한 번 더 눈길을 가지게 해 준 이번 작품. 매일 하루 하나씩 작품을 꺼내 먹으며 이런저런 상상도 하고 모닝 오너들의 생각도 엿보고 내 생각도 정리하는 밤과 아침 시간이 사뭇 좋다. 아, 오랜만에 전시를 보러 가고 싶다-

Written by 뚜시



물을 자주 마시는 나는 술을 마신 후에 귀가하거나 여행할 때 생수병을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다 마신 생수병을 버리고 싶을 때 휴지통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쓰레기통을 찾다가 화장실 주변에 아무렇지 않게 위치해 있는 쓰레기통을 발견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호상근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쓰레기통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달까. 작가의 작품 속 쓰레기통은 오렌지색을 닮은 둥글둥글한 모양. 내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쓰레기통은 회색 같은 무채색인데 말이다. 채도가 높은 쓰레기통이 있다면, 쓰레기를 버리는 순간의 재미도 있을 거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된다. 찾을 때 유독 안 보이는 길거리의 쓰레기통. 누군가에게는 전혀 관심 없는 대상이기도, 또 다른 누군가에는 정말 애타게 찾았던 대상일지도 모른다.

Written by 봄



버리는 역설

가장 악취가 나는 데서 고귀한 꽃 향기를 맡을 수도 있다. 각자의 내밀한 치부는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통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 잿더미가 된 담배 꽁초가 때묻지 않은 누군가의 버려진 편지 또는 청첩장과 공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전단지 배포자가 나눠 주는 종이들을 받고는 그 눈앞에서 버리는 자가 있고 조심스럽게 다다음 쓰레기통에 버리는 자가 있다. 분리 수거를 안 하는 사람이 있고 하는 사람이 있다. 쓰레기통을 눈에 띄게 채우는 자와 눈치채지 못하게 비우는 자가 있다. 사람 마음도 버려 버리는 자와 아무것도 못 버리는 자가 있다.

Written by 강민정



화사한 색감에 압도된 첫인상은 우체통이었다. 자세히 보니 개똥도 버리고 담배 꽁초도 버리는 쓰레기통인가 보다. 기둥에 달려 있는 이국적인 공공쓰레기통을 바라보다 보니 우리나라의 투박한 표준 쓰레기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하루종일 머릿속에 좌우 나란히 깨끗하고도 색감이 예쁜 매끈한 그림 속 쓰레기통과 현실 속 터질 듯한 공공쓰레기통이 동시에 아른거린다. 오늘 그림은 감상을 부르기보다는 수많은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1. 사물의 본질은 무엇인가
  2. 공공기물에 조형성은 어느정도로 요구되는가
  3.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의 방향은 무엇일까
  4. 디자인은 사용자의 행동을 어떻게 설계하는가
  5. 사용자와 관리자의 타협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수많은 질문이 답을 잃은 채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디선가 본 공공화장실에 비치된 ‘미리’ 공용 휴지에 대한 최후 효과에 대한 글이 떠오른다. 절약을 목표로 화장실 휴지가 칸마다 비치된 것이 아니라 공용으로 놓여 있어 사용자가 볼일을 보기 전 미리 화장지를 챙겨야 하는 시스템이 한때 붐이었다. 결론적으로 해당 캠페인은 사용자의 심리를 잘못 파악해 실패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와 예측 불가능의 불안함은 사용자가 휴지를 더 많이, 더 넉넉히 챙겨가게 한 것이다.이 에피소드가 왜 떠올랐을까. 나는 정확한 의도를 대변하는 올바른 디자인이 사용자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찾지는 못하겠지만(어쩌면 평생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공공쓰레기통도 함부로 여겨지지 않을 옷을 얼른 입었으면 하는 소망이 가득하다.

Written by 해영



빈 공간

버린 것들이 채워지고

채워진 것들이 비워지고

다시 빈 공간이다.

빈 공간 위로

제멋대로 뻗치며 나온 가지들이

서로 말을 건넨다.

우린 버려진 걸까?

채워진 걸까?

봐봐~ 싹이야

빈 공간이 모든 것을 품고 있다.

Written by Achim 물류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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