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컨설팅 저널입니다. 지난 저널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진단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이번에는 ‘제안’ 단계입니다.
Achim의 브랜드 설계 과정
- 진단 - 클라이언트 인터뷰
- 제안 - 시장 조사, 브랜드 방향성 제안
- 정의 - 브랜드 비전, 가치, 정의, 네이밍
- 형성 - 브랜드 포지셔닝, 브랜드 퍼소나, 타깃 퍼소나
- 구축 - 브랜드 언어 가이드, 브랜드 스토리, 무드 보드
‘진단’ 단계에서 섬세히 꾸린 질문지를 클라이언트에게 서면으로 전한 뒤,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분량의 답변을 열흘 이내로 받아 보길 추천해요.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마감선을 그어두는 게 진행에 효과적이거든요. 클라이언트가 못다 전한 이야기는 대면 미팅에서 들으며 더 깊이 이해하고, 모호한 부분과 모순을 걷어 냅니다.
브랜드 진단을 마무리했다면 방향성을 제안하는 단계로 넙어갑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전략 수립을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시간이지요. 이 단계에선 같은 시장에서 헤엄치고 있는 브랜드들을 이해하고, 클라이언트 브랜드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포지셔닝한 뒤, 진단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브랜드 키워드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합니다.
1. 시장 조사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브랜드가 속한 시장의 현황과 동태를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선 해당 시장에 평소 관심이 있던 소비자나 깊은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에 데이터 확인해봐야해요. 직관과 객관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유의합니다. 감각 만으로 답을 내리는 것은 통하지 않아요. 먼저 시장에 나타난 변화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랩을 활용해 그 시장에 관한 검색어 트렌드를 파악해보거나 핵심 아이템 혹은 서비스는 무엇인지, 카테고리 분류에 생겨난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지 살펴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얼마 전 뷰티 시장, 그중에서도 ‘베이스 메이크업’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G사의 리브랜딩 작업을 맡았어요. 시장 분석 과정에서 베이스 메이크업 시장의 정의가 유연하게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베이스 메이크업 이후의 단계가 ‘색조 메이크업’ 대신 ‘포인트 메이크업’, ‘립 메이크업’, ‘아이 메이크업’처럼 좁게 세분화돼 베이스 메이크업의 범위가 자연스럽게 넓어졌고, 베이스 메이크업이 ‘페이스 메이크업’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돼 그 인식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어요. 이러한 변화는 앞서 설명한 포털 사이트 검색뿐 아니라 뷰티 커뮤니티/커머스 앱 내 카테고리, 오프라인 매장의 매대 등을 전방위적으로 관찰하며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관찰해 본 클라이언트 브랜드가 속해있는 시장에 관련 콘텐츠의 주요 이슈
타깃 미디어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는가?
또한 타깃 고객이 주로 소비하는 미디어에서 브랜드가 취급하는 상품이 등장하거나 브랜드가 속한 시장과 관련된 콘텐츠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해요. 가장 많은 콘텐츠 소비가 일어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고,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형용사나 제품이 등장하는 구체적인 배경 등을 확인해 브랜드에 적용할 만한 인사이트가 없는지 파악해 보는 것도 유용하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다음은 경쟁사 분석이에요. 같은 시장의 파이를 나누어 먹고 있다고 생각되는 브랜드를 5개 내외로 추려봅니다. 이후 이들은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 각자의 강점과 핵심 상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가격대, 주요 고객 데모그라피, 리뷰 등을 분석해 봅니다. 브랜드가 생산하는 이미지와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습도 비교해 보고요.
다른 브랜드들의 활동을 공통된 포맷에 맞춰 정리하다 보면 흐릿하고 막막하기만 했던 방향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우리가 취해야 할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고, 우리의 위치는 어디인지 점을 찍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경쟁사를 무조건적인 ‘경쟁자’라고 의식해 의도적으로 단점을 찾아내기보다는, 브랜드 하나하나를 마치 축구 선수처럼 서로 다른 포지션의 플레이어로 바라보고 각자의 역량을 분석해야 명확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이 뛰는 선수들이 많을 때 시너지도 나는 법이거든요.
2. 방향성 제안
브랜드의 기둥이 되는 방향성
시장과 경쟁사 분석을 끝냈다면 이제 첫번째 처방을 내립니다. 브랜드 진단을 통해 발견한 브랜드 키워드를 쭉 적어본 뒤 중복되는 것을 걸러내고, 각각의 키워드가 브랜드의 가치(Value), 제품(Product), 이미지(Image), 소비자(Customer) 등 제품 생산 주체와 소비 주체를 연결해 주는 요소들 중 어디에 속하는지 구분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브랜드 에센스는 한 줄로 정리돼야 합니다. 이해를 돕는 부연 설명 한 줄 정도는 더 추가될 수 있고요. 방향성이 여기까지 잡히면 브랜드의 미션, 가치, 슬로건까지 힘을 받아 추려낼 수 있어요. 한 줄의 브랜드 에센스가 나오기까지 최소 3주의 시간이 걸리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라 그만큼의 시간 투자는 필수적이에요.
클라이언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 Achim을 사례로 들어볼게요. Achim이 올해까지 집중한 브랜드의 방향성은 ‘아침의 가치를 나누는 타임 버티컬 플랫폼(Time Vertical Platform)으로의 도약’이었어요. Achim이 매거진이라는 한정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하나의 브랜드이자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타임 버티컬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수립한 것이죠. 그렇게 방향성을 정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브랜드를 향한 고객의 인식에 확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내년에도 Achim은 이 방향성을 유지하되 플랫폼의 ‘즐길거리’를 생산하는 주체의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그렇게 우리가 지향하는 ‘함께 뛰어노는 플랫폼’의 성격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고요. 물론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우리의 방향성을 이탈하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기준이 되어 주는 것이 바로 브랜드 에센스죠.
여기까지 완료했다면, 이제 브랜드를 보다 실체 있게 만드는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저널을 통해 이어 가도록 할게요. 신년에는 컨설팅 프로젝트 사례를 정리해 선보이고, 이 일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에요. 그날까지 부지런히 쓰고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곧 다시 만나요!
Written by Jin
Achim의 컨설팅 이야기 시리즈 읽으러가기
(1) 브랜드 설계
(2) 브랜드 진단
오랜만에 돌아온 컨설팅 저널입니다. 지난 저널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진단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이번에는 ‘제안’ 단계입니다.
Achim의 브랜드 설계 과정
‘진단’ 단계에서 섬세히 꾸린 질문지를 클라이언트에게 서면으로 전한 뒤,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분량의 답변을 열흘 이내로 받아 보길 추천해요.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마감선을 그어두는 게 진행에 효과적이거든요. 클라이언트가 못다 전한 이야기는 대면 미팅에서 들으며 더 깊이 이해하고, 모호한 부분과 모순을 걷어 냅니다.
브랜드 진단을 마무리했다면 방향성을 제안하는 단계로 넙어갑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전략 수립을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시간이지요. 이 단계에선 같은 시장에서 헤엄치고 있는 브랜드들을 이해하고, 클라이언트 브랜드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포지셔닝한 뒤, 진단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브랜드 키워드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합니다.
1. 시장 조사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브랜드가 속한 시장의 현황과 동태를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선 해당 시장에 평소 관심이 있던 소비자나 깊은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에 데이터 확인해봐야해요. 직관과 객관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유의합니다. 감각 만으로 답을 내리는 것은 통하지 않아요. 먼저 시장에 나타난 변화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랩을 활용해 그 시장에 관한 검색어 트렌드를 파악해보거나 핵심 아이템 혹은 서비스는 무엇인지, 카테고리 분류에 생겨난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지 살펴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얼마 전 뷰티 시장, 그중에서도 ‘베이스 메이크업’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G사의 리브랜딩 작업을 맡았어요. 시장 분석 과정에서 베이스 메이크업 시장의 정의가 유연하게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베이스 메이크업 이후의 단계가 ‘색조 메이크업’ 대신 ‘포인트 메이크업’, ‘립 메이크업’, ‘아이 메이크업’처럼 좁게 세분화돼 베이스 메이크업의 범위가 자연스럽게 넓어졌고, 베이스 메이크업이 ‘페이스 메이크업’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돼 그 인식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어요. 이러한 변화는 앞서 설명한 포털 사이트 검색뿐 아니라 뷰티 커뮤니티/커머스 앱 내 카테고리, 오프라인 매장의 매대 등을 전방위적으로 관찰하며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관찰해 본 클라이언트 브랜드가 속해있는 시장에 관련 콘텐츠의 주요 이슈
타깃 미디어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는가?
또한 타깃 고객이 주로 소비하는 미디어에서 브랜드가 취급하는 상품이 등장하거나 브랜드가 속한 시장과 관련된 콘텐츠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해요. 가장 많은 콘텐츠 소비가 일어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고,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형용사나 제품이 등장하는 구체적인 배경 등을 확인해 브랜드에 적용할 만한 인사이트가 없는지 파악해 보는 것도 유용하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다음은 경쟁사 분석이에요. 같은 시장의 파이를 나누어 먹고 있다고 생각되는 브랜드를 5개 내외로 추려봅니다. 이후 이들은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 각자의 강점과 핵심 상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가격대, 주요 고객 데모그라피, 리뷰 등을 분석해 봅니다. 브랜드가 생산하는 이미지와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습도 비교해 보고요.
다른 브랜드들의 활동을 공통된 포맷에 맞춰 정리하다 보면 흐릿하고 막막하기만 했던 방향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우리가 취해야 할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고, 우리의 위치는 어디인지 점을 찍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경쟁사를 무조건적인 ‘경쟁자’라고 의식해 의도적으로 단점을 찾아내기보다는, 브랜드 하나하나를 마치 축구 선수처럼 서로 다른 포지션의 플레이어로 바라보고 각자의 역량을 분석해야 명확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이 뛰는 선수들이 많을 때 시너지도 나는 법이거든요.
2. 방향성 제안
브랜드의 기둥이 되는 방향성
시장과 경쟁사 분석을 끝냈다면 이제 첫번째 처방을 내립니다. 브랜드 진단을 통해 발견한 브랜드 키워드를 쭉 적어본 뒤 중복되는 것을 걸러내고, 각각의 키워드가 브랜드의 가치(Value), 제품(Product), 이미지(Image), 소비자(Customer) 등 제품 생산 주체와 소비 주체를 연결해 주는 요소들 중 어디에 속하는지 구분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브랜드 에센스는 한 줄로 정리돼야 합니다. 이해를 돕는 부연 설명 한 줄 정도는 더 추가될 수 있고요. 방향성이 여기까지 잡히면 브랜드의 미션, 가치, 슬로건까지 힘을 받아 추려낼 수 있어요. 한 줄의 브랜드 에센스가 나오기까지 최소 3주의 시간이 걸리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라 그만큼의 시간 투자는 필수적이에요.
클라이언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 Achim을 사례로 들어볼게요. Achim이 올해까지 집중한 브랜드의 방향성은 ‘아침의 가치를 나누는 타임 버티컬 플랫폼(Time Vertical Platform)으로의 도약’이었어요. Achim이 매거진이라는 한정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하나의 브랜드이자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타임 버티컬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수립한 것이죠. 그렇게 방향성을 정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브랜드를 향한 고객의 인식에 확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내년에도 Achim은 이 방향성을 유지하되 플랫폼의 ‘즐길거리’를 생산하는 주체의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그렇게 우리가 지향하는 ‘함께 뛰어노는 플랫폼’의 성격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고요. 물론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우리의 방향성을 이탈하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기준이 되어 주는 것이 바로 브랜드 에센스죠.
여기까지 완료했다면, 이제 브랜드를 보다 실체 있게 만드는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저널을 통해 이어 가도록 할게요. 신년에는 컨설팅 프로젝트 사례를 정리해 선보이고, 이 일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에요. 그날까지 부지런히 쓰고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곧 다시 만나요!
Written by Jin
Achim의 컨설팅 이야기 시리즈 읽으러가기
(1) 브랜드 설계
(2) 브랜드 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