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 Vol.24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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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렇지 않게 되는 때가 있고, 반대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제게는 '잠'이 그랬습니다. 잠을 모르고 살았어요. '잠은 죽어서 잔다.'는 말에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은근히 동의하며 깨어 있는 시간을 있는 있는 힘껏 껴안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부터인지 반짝반짝 빛나던 두 눈의 초점이 흐려지고. 생생하게 살아있던 오감이 둔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는 시간을 줄여 내일과 모레와, 미래의 에너지를 빌려 썼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재미와 성취로는 채울 수 없는 근본적인 에지가 조금씩 고갈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두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부터 채워야 하지?' 그것은 '잠'이었습니다. 끝과 시작. 충천과 회복. 모든 것은 '잠'자는 동안에 이루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제는 온통 잠 생각뿐입니다. 아침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무리 눌러도 눌러지지 않으니, 밤을 향해 좀 더 손을 뻗어 그간 소홀해 미안했다고, 이제야 친해지려는 마음을 쑥스럽게 꺼내어봅니다.


Curation Note by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