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FUL]사과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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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과(沙果) : 사과나무의 열매

2. 사과(謝過) :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

Achim의 세 멤버가 ‘사과’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사전적 정의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대로 써서 모았다. 그렇게 완성된 글은 沙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謝過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하나다. 이 사과든 저 사과든, 좋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과에게 사과를 하려면

어느 저녁,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눈에 불을 켜고 입가심할 후식거리를 찾다 사과를 발견했다. ‘저 새빨간 사과, 한입 베어 물면 얼마나 달콤하고 시원할꼬!’ 그러나 사과나무 앞에 선 아담과 이브처럼 과감하게 팔을 뻗진 못했다. 밤에 먹는 사과는 해롭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냉장고 문을 닫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정말일까?’ 살면서 수백 번은 들은 듯한 이야기에 한 번도 의심을 품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그제야 자각했다.

검색해 보고 알았다. 그 이야기는 뿌리 깊은 낭설이었음을 말이다. 산성이 많은 음식을 밤에 먹으면 위에 무리가 가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사과뿐 아니라 산이 들어있는 모든 음식에 해당한다. 게다가 위산은 사과의 산보다 훨씬 독해 사과가 위를 괴롭힐 확률은 희박하며, 무엇보다 사과는 다른 과일들과 비교하면 되려 산이 적은 편이다. 그러니까 사과는 근거도 없이 무수히 오랜 시간, 무수한 인간들로부터 ‘밤에 먹으면 독’이라는 루머에 시달려 온 것이다.

사과에 대한 오해를 벗기는 과정에서 하나 더 알았다. 사과가 몸에 좋은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것을 매일 먹을 때 이로움은 곱절이 된다는 것이다.  ‘An apple A day keeps doctor away.’ 매일 사과 한 알씩 먹으면 의사 만날 일이 없다는 영국의 속담이다. 비타민C, 무기질 등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어 그만큼 매일 먹으면 건강을 유지하기에 좋다는 것. 뿐만 아니다. 미국 코넬 대학의 연구팀에 따르면 사과를 하루에 한 알씩 섭취할 시 사과 속 케르세틴이라는 성분 덕에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줄고 기억력 감퇴가 억제된단다.

이렇게나 이로운 사과를 멋대로 오해해 왔다니! 어느새 사과에 감정 이입한 인프피(INFP)는 사과가 참으로 억울했겠다 싶어 미안했다. 사과를 먹어야 하는 인간이 사과에게 사과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염치없지만 그것을 더 가까이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나름의 최선이겠지? 다행히 그럴 기회가 머지 않아 찾아올 예정이다. Achim Mart에 입점된 사과 브랜드 ’어플러드(Applaud)’와 함께 매일 아침 사과 한 알을 먹는 허들링이 곧 시작된다! 허들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딱 두 가지다.어플러드의 사과를 꼭꼭 씹으며 차원이 다른 맛을 음미할 것. 그리고 사과의 소중함을 곱씹을 것.   

그나저나 얼마 전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은 자신의 동안 비결로 매일 아침 사과 먹는 습관을 꼽았다는데…  우리의 사과는 노화 방지 기능까지 갖춘 걸까. 이토록 놀라운 사과가 다시는 억울할 일 없도록, 더 가까이서 귀하게 여겨야겠다.

Written by Doyeon


어플러드 제품 구경하러 가기




사과를 거절하고, 다시 사과 건네기 (Feat. 자매 간의 사과)

이번 어플러드 저널을 기획하면서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고 했을 때, 머릿속을 스친 장면이 있다.

런던 출장 중이었을 것이다. 모든 일을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공항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는 중에 언니와 크게 싸웠다. 언니는 출장 디렉터로서 내가 보지 못한 계획이 있었을 텐데, 좋아 보이는 옵션이 있어 이것저것 알아보다 내 뜻대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내 잘못이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안을 찾아보겠다며 했던 시도였으나, 질서를 흐트려 놓은 꼴이 됐다. 우리 둘만 있었다면 모를까, 프로젝트 팀원들에게도 우리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전이돼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우리는 당장이라도 치고받을 것처럼 씩씩거렸다.

창문을 보고 서서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언니가 내게 다가와 미안하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30년 넘게 살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언니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기분이 크게 상해 지금 사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자리를 떴다. 잘못된 태도였다. 미안한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 놓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나의 얄궂은 마음은 언니의 사과를 받아주지 못했다. 결국 내 반응은 더 큰 불을 지폈고, 모두의 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언니의 화를 받아 내야 했다. 그때 언니가 내뱉은 한 문장을 떠올리면 아직도 무섭다. “윤진, 너 나와.”

지금은 그게 언제 적 이야기냐며 모든 것이 편안해졌지만(사실 그 이후에도 너무 많이 싸워 기억이 희미해졌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언니의 사과를 기쁘게 받아줄 것이다. 두 눈을 마주 보고서 고맙다 말해 주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과는 가족 간의 사과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자매 간의 사과. ‘말 안 해도 알겠지?’라는 생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다음 날이 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낼 수도 있지만, 속이 간질간질하고 멀미가 나더라도, 사과의 마음을 꺼내 놓을 때 우리 사이는 더욱 견고하고 안전해질 것이다.

Written by Jin




잘 사과하는 법

최근 내가 건넨 사과의 순간들을 떠올려 봤다. 메일 속 ‘양해 부탁드립니다.’, ‘~해드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딱딱한 몇 마디가 대부분이다. 또는 이모티콘이 전해주는 사과. 두 손을 싹싹 빌거나, 대신 눈물을 흘려주거나, 민망한 표정으로 ‘Sorry’ 깃발을 들어 올리는 이모티콘을 채팅방에 보내는 것으로 미안함을 전했다. 어느샌가 ‘진짜 사과’는 내 곁에서 멀어졌다. 민망한 마음을 이겨낼 의지, 내 잘못을 인정할 용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 모두 부족했던 탓이겠지. ‘진짜 사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 첫 번째, 지금 사과하기

사과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 시간이 지나 버리면 사과할 이에게는 전하지도, 그대로 두지도 못할 마음의 짐이 되고, 사과받을 이에게는 마음속 자물쇠를 걸게 만들 테니. 사과가 바래지 않도록. 잘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녹슬지 않도록. 사과해야겠다고 느꼈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다.

🍎 두 번째, 사과를 전하기

잘 사과하는 법을 얘기한다더니, ‘사과를 전하기’는 또 무슨 말? 오래전 고등학교 축제, 어느 동아리였던가? 교내 상담실이었던가? ‘사과’를 전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아삭아삭 먹는 사과’에 ‘사과 메시지’를 곁들여 미안한 마음을 대신 전해 준 것. 진짜 역할은 해내지 못하고 결국 교내 커플들의 사랑을 재확인시켜 주는 매개로 전락했지만, ‘사과’를 생각하면 두고두고 기억에 떠오르는 일이 되었다. 언젠가 바스락거리는 크라프트 봉투에 사과를 담아 편지와 함께 마음을 전해 보고 싶다. 크라프트 봉투를 열고 사과를 마주하는 순간, 피식 새어 나온 웃음 하나로 ‘우리 화해했구나, 다시 잘 지낼 수 있겠구나.’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 세 번째, 직접 사과하기

위에서 말했듯, 활자나 이모티콘 뒤에 숨지 않은 채 떨리는 마음 그대로 껴안고 사과해 보자. 전화기 너머로든, 마주 앉아서 나누는 대화든 모두 좋다. 전화나 대면으로 사과하는 일이 어렵다면 편지도 괜찮지 않을까? 편지는 다른 매체와 달리 표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과를 전하는 일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같아 쉽지 않다. 절친한 사이나 가족이라면 그 난이도는 배가 된다. 갈수록 숙제 같기만 하고, 어린 시절 사과와 용서가 어찌 그리 단순하고 쉬웠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갈수록 사과와 용서, 화해의 장면은 점점 더 귀해지고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가끔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과가 화해나 용서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만에 하나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용기 내 전한 것에 의의를 두자. 기다리는 답장이 언젠간 올 것이라고 믿는, 은은하지만 또렷한 믿음을 마음 한켠에 마련해 두고.

Written by Hae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