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LY]Article #14. House that Speak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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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ACC Morning Hurdling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Monocle Translation Hurdling’의 결과물입니다.
<The Monocle Companion> 속 일부 컨텐츠를 호스트 희석 님과 모닝 오너 다섯 분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Article #14. House that Speak - 이야기가 있는 집

집은 우리에게 휴식과 거주의 공간을 제공하지만, 여러분의 집은 여러분에게 더 넓은 세상과 다양한 이야기들 또한 들려주고 있나요? ‘모더니즘’은 세상의 일부 독창적인 생각을 획일화 시키고 있답니다. 이제는 그 독창성을 되찾을 때입니다.


최근에 저는 1)코스믹 하우스의 거실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긴 의자에 앉아 아침을 보냈습니다. 런던 서부에 있는 그 집은 1970년대 후반에 박식하고 다재다능한 2)찰스 젠크스(Charles Jencks)가 (그의 아내인 3)매기 케직 젠크스(Maggie Keswick)와 건축가 테리 파렐(Terry Farrell)과 함께 공동으로) 지었답니다. 4)해시계의 둥근 활 모양에서 착안한 거실의 이 레몬색 의자는 일조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또 시간에 따른 빛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디자인되었죠. 스위치를 누르면 거대한 통유리창이 열리며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햇빛을 맞을 수 있답니다.

젠크스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알려진 개념을 정의 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집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그만의 진지한 표현이자 답변이었으며, 이는 마치 우리의 언어처럼 "이야기" 하도록 설계되었답니다. ‘코스믹 하우스’는 형이상학적이며, 지질학적이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요소에 대한 상징과 암시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죠. 이를테면, 저택 중앙의 5)캔틸레버 구조의 일명 ‘태양의 계단’은 발치에 있는 6)스코틀랜드의 팝 아티스트 에두아르도 파올로치(Eduardo Paolozzi)의 모자이크(블랙홀)가(이) 특징이며, 52개의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1년, 52주”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프로젝트는 또한 평론가들을 속이기 위해 노력한 유쾌한 면도 있었죠. “만약 당신이 이 키치함을 견딜 수 없다면, 부엌에서 나가주세요”라고 그는 말했고, 그의 부엌은 마치 자신의 작품처럼 핑크색으로 칠해진 대리석 같이 보였습니다. 이 집의 지적인 정체성과 그러한 아이디어들에 감탄하며, 7)기호적(트롬프-루아)이거나 여러 장식적 요소를 뒤로한 채 햇살 가득한 밖으로 나오게 되었을 때 저는 안도감을 느꼈죠. 하지만 '코스믹 하우스'는 우리가 가정 공간에서 주로 큰 아이디어, 위대한 선언 또는 제스처와 분리된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집에는 우주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으면 안되는 걸까요? 우리들의 집 거실이 춘분이라는 계절에 경의를 표하거나, 봄에 달이 변화하는 모습을 반영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인간은 오랫동안 건축과 사고의 기반을 태양 그리고 행성의 움직임에 맞추었습니다. 이는 수천 년 전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많은 이유로 우리 스스로가 더 이상 그 기준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거나, 그런 개념으로부터 강한 끌림이나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었죠. 그렇다면 이것은 깨끗하고 깔끔한 미학, 기능을 따르는 형태와 직선적인 성향을 가졌으며 여러분의 집 벽난로 타일에 그려진 세밀한 빅토리아 시대의 ‘봄의 우화’ 같은 것을 지적할 모더니스트들 때문일까요? 어쩌면 그저 우리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계절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또 계절에 관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장식과 절제, 풍부함과 단호한 제지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고민을 반복하게 될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중간지점은 존재하는데, 이는 우리가 8)윌리엄 모리스의 회화보다도 어떤 부분에서는 9)미스 반 데어로에의 명료한 선을 선호한다고 해도,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이를테면 호기심, 변화와 전환, 유머와 같은 상징이 필요하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집 정원에서 해가 어디서 뜨는지 바라보는 일이나, 하루 중 어떤 시간에 햇살은 과연 어디를 비추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과 같이 단순한 일도, 바깥의 더 넓은 세계와 그 안에 있는 나를 감각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우리들의 집은 ‘자연과의 통로’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욕심이라면 젠크스의 홀랜드 파크에 위치한 집(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중이지만)과 우리의 집을 비교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도 우리는 더 넓은 우주를 기억하고 담아내며 곁에 두기 위해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약간의 다른 방식을 곁들여가며 조정해 나갈 수도 있답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한, 우리를 둘러싼, 우리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호기심과 즐거움을 불어넣어주는 집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집들은 "말"하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죠. 그리고 그곳에서 샐러드를 각자의 그릇에 덜어주며 세상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 소개

아티클의 저자 그로브(Sophie Grove)는 모노클의 편집장이면서 동시에, ‘콘펙트(Konfekt)’ 잡지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고, 이스탄불과 파리에서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취재하고 관찰한 뒤 현재는 런던에 돌아와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주석

1) 코스믹 하우스: 건축 이론가이자 건축가로 활동했던 찰스 젠크가 건축한 집으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정의하고 이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녹여내었던 그는 다양한 디자인 그리고 예술 사조들을 혼합해 이야기가 가득 찬 다채로운 건축을 시도하였고, “건축가는 여러 스타일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숙달해야 한다” 라는 그의 철학에 부합하는 건축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링크는 가디언즈의 ‘로완 무어’가 작성한 아티클로, 함께 읽어보면 좋을 기사를 첨부했습니다)


2),3) 찰스 젠크스와 매기 젠크스 (Charles Jencks & Meggie Jencks): 1939년 6월 21일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젠크스는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영국 런던대(UCL)에서 건축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생전에 30여 권의 책을 썼고, 특히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과 경관 건축에 대한 비평적 논의를 이끈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언어』(1977), 『비판적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디로 가는가?』(2007),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이야기: 아이러니, 아이콘, 비판의 50년』등 포스트 모더니즘 개념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우주적 사유의 정원』(2005)과 『랜드스케이프에 나타난 우주』(2011)등도 남겼으며,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이탈리아 광장(1979), 매기 암 치료 센터(2002~2003), 우치 베이징 숲공원(2008), 순천 호수정원(2011~2013) 등이 있다고 합니다.

젠크스는 특히 ‘매기 암 치료 센터(Maggie's Cancer Care Centre)’의 설계자 겸 공동 설립자로 유명한데, 1995년 사망한 그의 두 번째 아내 매기의 이름을 딴 이 치료센터는 "잘 설계된 환경을 통해 불치병 환자의 치료 결과가 현저하게 개선될 수 있다"는 그녀의 생각에 따라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삶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환경이라는 관점을 통해 암 환자들이 종종 지난한 투병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이곳은 큰 병원 옆에 자리한 매력적인 환경이 환자들에게 존엄성을 줄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세워졌으며, 매기 암 치료 센터는 후에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설계와 폴 스미스 같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며 세계 곳곳에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4) 코스믹 하우스의 초승달 모양의 레몬색 의자: 


5) 캔틸레버 구조: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구조로 외팔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마치 ‘다이빙대’처럼 생긴 건축물, 의자, 교량을 떠올려 볼 수 있답니다.


6)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파올로치는 1950년대 중반부터 스크린 프린트, 콜라주, 아르 브뤼(Art Brut)의 조각품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는 더욱 왕성한 미술활동을 위하여 <Independent Group>를 만들어 195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의 팝 아트 운동 선구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는 점차 ‘소비 사회의 부산물’이 ‘문명 쓰레기’로 바뀌는 것에 관심이 바뀌었고 언제나 ‘삶과 예술의 병행’을 강조했던 파올로치는 생활하면서 우연하게 발견된 객체에서 그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목적성을 부정하며 서로 다른 객체들을 결합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는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합성되어 확고한 파올로치만의 미술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 아래 두 사진은 본문에서 언급된 에두아르도 스타일의 캔틸레버식 ‘태양의 계단’ 입니다.


7) 트롬프-루아: trompe-l’oeil : 눈속임이라는 뜻의 프랑스 구문으로, 예술 작품이나 장식에서 사용되며, 실제 물체나 장면을 형상화하여 그것이 실제인 것처럼 보이게끔 하는 기술입니다. 즉,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나 장식물이 실제 물체인 것처럼 완벽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기술은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효과를 만들어내고, 공간을 확장하거나 특정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사용됩니다.


8) 윌리엄 모리스: 그는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시인, 소설가, 번역가, 사회주의자로 당대 영국의 미술공예운동과 맞물려 영국 전통의 직물 예술과 생산방식을 부활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입니다. 또 문학활동을 통해 근대 판타지 장르의 설립에도 기여하였으며, 영국에서 초창기 사회주의 운동을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9) 미스 반 데어 로에:  독일의 건축가로 그는 발터 그로피우스,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개척자로 꼽힙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당시의 많은 사람들처럼 미스도 예전에 고전이나 고딕 양식이 그 시대를 대표했던 것 같이 근대의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건축 양식을 성립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는 극적인 명확성과 단순성으로 나타나는 주요한 20세기 건축양식을 만들어냈습니다. 완숙기의 그의 건물은 공업용 강철과 판유리와 같은 현대적인 재료들로 만들어져 내부 공간을 정의하였으며 최소한의 구조 골격이 그 안에 포함된 거침없는 열린 공간의 자유에 대해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의 건물을 "피부와 뼈"(skin and bones) 건축으로 불렀고, 이성적인 접근으로 건축 설계의 창조적 과정을 인도하려고 노력했으며, 이는 그의 격언인 "less is more"(적을수록 많다) 과도 맞닿습니다.



Trasnlated by 모닝 오너 희석, 영진, 근영, 지수, 승하,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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