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im]프랑스에서 보내온 사진

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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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에서 눈 뜨는 아침은 새롭고 또 새롭다. 낯선 환경 탓인지, 아침잠이 많은데도 일찍이 눈이 떠졌다. 지난 저녁의 미적지근한 공기와 습기를 머금은 가구에서 피어난 향 때문인지 호텔 방에서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일수록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고른 뒤 내쉰다. 천천히 조금씩 이곳에 스며들기 위해서.

파리는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숨기고자 하는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나는 이곳에 잠시 들린 관광객이자 낯선 이 아닌가? 이해하고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다. 섭섭한 마음은 없다. 원래 여행이란 드러나지 않는 미지의 순간과의 조우다.

꺾어 신은 운동화를 고쳐 신고 밖으로 나선다. 직접 도시와 살을 부대껴 보니 호텔 방 안에서 바라본 느낌과 다르다. 오래된 시멘트 건물 사이마다 놓인 화분과 균일하게 정돈된 보도블록, 무심하게 자라난 듯한 나무들은 낯선 이에게 수줍은 미소를 짓는 것만 같다.

이번 여행에 어떤 일정이나 계획은 없다.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없이 단지 파리에 가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8,000km가 넘는 긴 거리를 배낭 하나에 의지해 건너왔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이곳에 왜 왔냐고, 무엇을 찾고 있냐고. 되뇌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두 눈으로 확인하고 스스로에게 확신이 들 때 내보일 수 있을 것만 같다.

두 발을 나침반 삼아 거리를 걷는다.  발을 뻗을수록 아련한 감정들이 밀물처럼 들이친다. 천천히 발목에서 목까지 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려 본다. 불현듯 거리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Je sais bien qu'un ex amour

n’a pas de chance ou si peu

Mais pour moi

une explication vaudrait mieux”

“나도 잘 알아, 이미 끝난 사랑에는

가능성이 없거나 아주 조금만 있다는 걸

하지만 나로서는

설명이라도 들었더라면 나았을 텐데”


Written by Minhyung

Photographed by Morning Owner So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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